<단독> 정부·경찰 추적 신천지 비밀조직 실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09 10:27:59
  • 호수 12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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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직원도 없는 실체 없는 유령단체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사무실이 없고 직원도 없다. 그 흔한 홈페이지조차도 없다. 신천지는 이른바 유령단체를 소유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해당 단체를 관할 지방정부와 경찰이 쫓고 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 ▲▲ 신천지 한 단체의 등기 주소로 돼있는 신사동 소재의 한 빌딩 2층

사단법인 ‘하늘문화만남’(이하 만남)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의 자원봉사단체다. 청소년 또는 성인을 대상으로 수화, 기타, 보컬, 종이공예, 십자수, 일러스트 등 문화예술 분야의 강좌를 주 사업으로 한다. 나아가 각종 문화공연, 사회봉사활동 등을 실시한다. 예를 들어 고아원, 요양원 등에서 공연을 펼치는 식이다. 만남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전국에 54개 지부를 두고 있다고 홍보한다(지난 2012년 기준).

54개 지부

지난 2012년 9월 신천지와 만남은 ‘신천지 하늘문화 예술체전’이라는 행사를 올림픽공원 주경기장서 치렀다. 이날 개회사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맡았으며, 만남의 대표인 김남희씨는 축사를 전했다. 신천지 포교 방송인 ‘하늘문화방송(HMBC)’서 이를 중계했다.

신천지 탈퇴자들의 말에 따르면, 신천지에는 ‘하늘문화’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조직이 다수 존재한다. 만남도 그중 하나다. 하늘문화는 신천지 주기도문에 실린 ‘하늘서 이룬 것을 땅에서도 이룬다’는 뜻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신천지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새 하늘과 새 땅’과도 의미가 닿아 있다.

만남은 당초 ‘하늘문화나눔‘이라는 명칭으로 활동했다. 현재의 명칭으로 바뀐 시점은 지난 2009년 4월이다. 일각에선 만희의 ‘만’과 남희의 ‘남’을 합쳐 만남으로 명칭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슬로건은 ‘빛과 빛의 만남은 이김’이다. 신천지의 ‘이긴 자’ 이만희 총회장과 ‘빛’이라고 불린 김남희씨를 비유한다고 전해진다. 개신교 측은 “신천지서 구약에는 예수님 한 분을 예언했고, 신약은 이긴 자 한 사람을 예언했다”며 “그 이긴 자를 이만희 총회장으로 가르친다”고 주장한다.

만남에는 ‘이김이’와 ‘만남이’라는 마스코트도 존재하는데, 이것이 이만희 총회장과 김남희씨를 상징한다는 주장도 있다.

법인은 지난 2002년 4월에 세워졌다. 임원은 3명이다. 당초 이만희 총회장의 내연녀로 알려졌으나 최근 이만희가 억대의 돈을 요구했다고 폭로하며 신천지를 탈퇴한 김남희씨와 박모씨, 정모씨가 그들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박씨는 신천지 산하 조직인 세계여성평화그룹(IWPG)의 이사며, 정씨는 신천지 총회 산하 12지파 중 하나의 지파장이다. 신천지는 이 12지파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등기상 만남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빌딩 2층에 위치해 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장소에는 만남의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고, 한 미술학원이 운영되고 있었다. 해당 학원은 지난 2018년 8월 이곳으로 이사왔다고 한다. 

IWPG 이사, 지파장 임원으로 등재
서류에는 존재하지만…묘연한 소재

학원 측은 지난 3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우리들이 왔을 때는 이미 사무실에 짐이 다 빠져 있었다. 궁금해서 이곳저곳에 물어보니 우리 전에는 기도원 형식의 문화센터가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학원 측은 최근 관할 구청 소속의 공무원과 경찰이 찾아와 만남의 소재에 대해 물었다고 밝혔다. 빌딩을 관리하는 부동산 측도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아 2층을 임대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물었다고 전했다.

신천지는 지난달 22일 1100개 시설 명단을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이곳의 방역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명단에 신사동 빌딩의 주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신천지 위장 단체인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의 주소 역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신천지는 주요 시설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종말론사무소 측은 ‘2020년 신천지 정기총회’를 토대로 작성한 ‘2020 신천지총회 긴급보고서’ 자료서 전국에 있는 신천지 시설을 지파본부(교회) 12곳, 지교회 60곳, 선교센터 306곳, 사무실 103곳, 기타 특수비밀영업장 1048곳 등 모두 1529곳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신천지가 밝힌 1100개 시설과 429개의 차이를 보인다. ‘만남’ ‘HWPL’ 역시 공개되지 않은 429개 중 하나로 추정된다. 
 

▲ 하늘과 만남 마스코트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이하 전피연)은 지난달 27일, 이만희 총회장을 코로나19 역학조사서 거짓 자료를 제출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전피연은 고발장을 통해 “(신천지는)전체 신도 수가 30만명이지만, 입교 대기자 7만명과 중요 인사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집회 장소 429개도 누락했다”며 “지역사회 감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신천지 조직의 보호를 위해 조직적으로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피연은 지난 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이만희 총회장 등 신천지 지도부를 추가 고발했다. 전피연은 고발장을 통해 신천지 지도부가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헌금을 횡령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만희 총회장이 지난 2010년 11월 교회 재산 5000만원을 척추 수술비용으로 받았다며 고발했다.

전피연은 당시 “여러 차례 신천지에 속고도 자발적인 협조를 기대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판단”이라며 “압수수색을 통해 신천지 전체 명단을 확보하는 것은 지금 검찰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살인죄 고발

서울시 역시 지난 1일 이만희 총회장을 포함한 신천지 지도부를 살인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시 측은 피고발인들이 검진을 거부하고 있고, 신도들이 코로나19 전파 방지를 위해 방역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고발 배경을 밝혔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들(신천지 지도부)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더라면 다수의 국민이 사망에 이르거나 상해를 입는 일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천지 120억 기부, 왜?

코로나19를 급속히 확산시킨 원인을 제공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이 지난 5일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120억원을 기부했다고 공개했다. 기부를 받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은 신천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온 것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물적, 인적 자원을 힘닿는 데까지 하겠다고도 밝혔다.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신천지에 대한 ‘책임론’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만희 총회장이 지난 2일 기자회견서 연신 사죄를 한 것처럼, 코로나 사태를 키운 책임을 거액의 기부를 통해서라도 지겠다는 의미다.

신천지의 전체 재산 규모는 5513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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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