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유리상자 ver.1 강주리

살아남은 변화의 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에 있는 봉산문화회관서 ‘유리상자-아티스트 2020’ 전시 공모 선정 작가전을 진행하고 있다. ‘헬로우! 1974’를 주제로 동시대 예술의 낯선 태도에 주목했다. 첫 번째 전시는 강주리 작가의 ‘살아남기 To Survive’ 전이다.
 

4면이 유리 벽면인 봉산문화회관 아트스페이스 유리상자는 예술가들에게 특별한 창작지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언제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민들에게도 호응이 좋은 편이다.

펜으로 그려

올해 유리상자 전시공모 선정작 첫 번째 전시 유리상자-아트스타 2020 ver.1’ 전은 강주리 작가가 준비했다. 강주리 작가는 살아남기 To Survive’ 전시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의 생태적 변화에 주목하고 그 양상을 수집했다. 낯설고 괴기스러워서 살펴보지 않았던 생태 순환계의 변이와 진화의 실상을 펜 드로잉 방식으로 포착했다.

또 자신이 설정한 살아남기에 대한 실체적 해석이 세계의 끊임없는 변화 상태와 어떻게 관계하는지 관찰했다. 그러면서 이들 상황이 우리의 감수성과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동시대 미술의 영역으로 합류하는지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유리벽으로 만든 전시 공간
우주 ·동굴 같은 생태계 꾸며


그는 4면이 유리벽으로 마감된 천장 높이 5.25m의 전시 공간 내부에 우주나 동굴에 있을 법한 생태계를 조성했다. 이 생태계는 동굴의 천장서 물이 떨어지며 자라는 종유석과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먼지, 우주를 떠다니는 작은 유성체를 연상시키는 8개의 크고 작은 입체 덩어리로 이뤄졌다.

이는 미디어를 접하며 포착하게 된 자연 생태의 변화를 비롯, 그 흔적들을 수집하고 개체 간 해체와 집합 등의 진행 과정과 그 사태를 시각적으로 서술한 것이다. 강주리는 오랜 시간 동안 펜 드로잉의 짧고 가느다란 선을 모으고 쌓아 70여개의 자연 변이와 진화의 실상을 구축했다.

눈이 하나뿐인 원숭이, 다리가 6개인 강아지와 양, 다리가 8개인 소, 다리가 5개인 양과 개구리, 머리가 2개이거나 꼬리가 붙은 거북이, 머리가 2개인 개와 뱀·고양이·병아리·도마뱀, 다리가 4개인 오리, 콧구멍이 3개인 젖소, 박스에 많은 양을 넣기 위해 만든 네모 모양의 오이·사과, 밸런타인데이를 위한 하트 모양의 귤 등 삶과 현실 속에서 차이와 구별의 시선으로 발견한 자연 생태 변화의 징표들이 전시에 담겼다.
 

강주리는 손바닥 크기의 종이 펜 드로잉들을 수백, 수천 개씩 복사해 오리고 붙여서 집합 형태로 공간에 펼쳐놨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생명체의 변이와 진화가 종유석이나 먼지, 유성체 등 쉽게 보기 어려운 물질을 살아있음의 상태로 설계했다.

그의 설계 행위는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자각과, 시간을 들여 수집하고 포획하는 노동을 떠올리게 한다. 다른 한편으로 유리상자 안에 설치된 변화의 흔적들은 주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상태의 상징이며, 우리 의지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살아남기를 상징하기도 한다.

생명체의 변이와 진화에 천착
“증식할 수 있는 가능성 중요”

강주리는 미술가로서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일부인 세계의 변화 자체에 집중했다. 그는 변화에 대한 관심을 통해 인간 중심적인 자기 이해가 아니라, 현실의 삶을 숙고하고 대응 태도를 되돌아보면서 자연의 실체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내려 했다.


정종구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이번 유리상자는 변화하는 자연을 주의 깊게 살피고 그 속에서 예술의 유효성을 추출하려는 강주리 스스로의 질문처럼 보인다관람객은 이번 전시를 통해 모든 사물은 성질과 모양, 상태가 바뀌고 달라지며,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 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리고 붙여

강주리는 자신의 작가노트에 작업의 시작은 종이와 펜이다. 펜으로 그린 짧은 선들의 집합체인 드로잉을 스캔하고 조작하고 반복적으로 프린트해 오리고 붙여 공간에 펼치는 설치 작업은 창조를 위한 당연한 과정이라며 이 작업은 완성체로서의 의미보다는 과정과 완성 후 계속 증식할 수 있는 가능성의 기운이 중요하다. 그 과정과 기운을 관람객과 공유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전시는 내달 22일까지. ⓒ자료·사진= 봉산문화회관


<jsjang@ilyosisa.co.kr>

 

[강주리는?]

학력

미국 터프츠대학교 보스턴뮤지엄스쿨 석사 졸업(2011)
덕성여자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졸업(2006)

개인전

살아남기, 유리상자-아트스타2020 Ver.1’ 봉산문화회관 아트스페이스(2020)
‘Turn Blue’
카이스트 경영대학 Research & Art 갤러리(2019)
욕망되고픈 욕망 The Desire to be Desired’ 갤러리 조선(2018)
‘Twisted Nature:
퀀텀점프 2018 릴레이 4인전경기도미술관(2018)
‘Blue on Blue’
주스페인한국문화원(2018)
실험 단계 Experimental Stage’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17)
‘VictoriANimals’
갤러리 NAGA(2017) 외 다수

수상

수원시 문화예술발전기금 지원사업 선정작가(2019)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사업 선정작가(2018)
SMFA Traveling Fellowship(2013)
St. Botolph Club
신인 아티스트상(2012)
Massachusetts Cultural Council
아티스트상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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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