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공포’로 직격탄 맞은 재계

가뜩이나 죽을 맛인데 ‘설상가상’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내 여러 업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메르스와 사스의 공포를 겪었던 터라 ‘초긴장’ 상태다. 중국 관광객들이 주고객인 면세점과 호텔, 여행업계, 극장 공연업계에서는 소독 강화와 직원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을 통해 피해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귀환으로 모처럼 훈풍이 부는 듯했던 면세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직격탄을 맞을 위기다. 면세점과 호텔은 유커 방문이 집중되는 시설로, 유동인구가 많아 만약 방문객 중 보균자가 있을 경우 연쇄 감염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커 귀환에 환호
다시 초상집으로

국내 면세점의 주요 고객은 중국인이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고객 중 중국인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대부분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따이공(代工)들이다.

지난 설 연휴는 면세점서 따이공을 찾기 힘들었다. 대부분 중국 춘절을 맞아 한국을 떠나 중국서 연휴를 보냈기 때문이다. 중국 춘절 연휴는 지난 2일까지였다. 따이공들은 연휴가 끝난 뒤에야 다시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중국 당국이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한령(限韓令) 기조를 유지하면서 발길이 끊어졌던 따이공들이 최근 다시 한국을 찾는 분위기였다.


면세점 업계는 ‘유커의 귀환’을 반겼다. 각 면세점들은 춘절을 맞아 중국으로 돌아가는 따이공을 대상으로 각종 할인과 사은품 증정 등 행사를 펼치며 연휴가 끝난 뒤 다시 발걸음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우한 폐렴 사태로 곧 돌아올 유커들을 환영하지도 내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각 면세점들은 대표이사 등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롯데면세점은 전 직원 일일 발열 체크와 매장 및 인도장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방역 활동을 강화했다. 임산부와 만성질환 직원들은 휴직도 실시할 예정이다.

신라면세점도 비상대응 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영업장 입구에 오가는 사람들의 발열 여부를 체크하기 위한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직원들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소독도 매일 실시하며 고객에게는 마스크를 나줘주고 있다.

사스·메르스에 이어 실적에 직격탄 우려
면세점 대표들 직접 비상대책위원회 꾸려

현대백화점 면세점도 비대위를 꾸리고 전 직원 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를 의무화하고 영업장의 수시 소독에 나섰고, 신세계 면세점도 모든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에게도 마스크를 나눠줬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춘절 연휴가 끝난 뒤가 진짜 문제”라며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의 대응에 따라 유기적인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한 폐렴은 과거 다른 감염설 질병과 달리 잠복기에도 타인에게 전염이 가능하다고 해서 걱정”이라며 “중국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는 유커들이 입국을 못해도 문제고 입국을 해서 영업장을 찾아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중국 여행을 계획했던 국내 여행객 취소가 잇따르면서 국내 여행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지난달 27일 자국민의 단체 해외관광을 전면 중단하면서 방한 관광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관광공사가 유치했던 중국인 인센티브 관광객 2500여명이 지난달 28일 내한을 전격 취소했다. 2월 방한 예정이었던 이들이 여행 일정을 취소하면서 중국 단체 관광객 발걸음이 2016년 ‘금한령’ 때처럼 뚝 끊기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 중이다. 

2018년 2월 방한했던 중국 관광객은 45만3000여명이었다. 개별 관광객 숫자가 압도적인 상황(2018년 기준 92.4%)을 감안하더라도 감소가 확실한 것으로 판단되는 올 2월 중국 단체관광객 숫자는 3만여명에 달한다.

국내 여행업계에도 직격탄이 떨어졌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현재 중국 상황을 2012년 메르스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중국 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하는 고객이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이라 1월은 물론 2월 예약자 7000여명 전원이 취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주요 도시 관광지까지 폐쇄한 중국의 상황은 메르스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인 투숙 여부
고객 문의 폭주

하나투어는 1∼2월 예약 취소 고객에 대해 취소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모두투어 역시 설 연휴 전날까지 중국여행 취소자가 4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의 연평균 2월 중국 여행 상품 예약자가 1만 5000명∼2만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예약 취소자 숫자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이외의 타지역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취소자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설 연휴 직후 중국 주요 관광지가 통제 또는 폐쇄돼 진행 예정이던 중국 본토 관광상품의 경우 일괄 취소를 결정했다”며 “2월 이후 행사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모두투어 역시 2월 말까지 홍콩, 마카오 등을 포함한 중국 여행 상품에 대해 취소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 단체 관광객의 경우 중국계 여행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따라서 국내 업계의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중국 관광객 숫자의 90%가 넘는 개별 관광객이다. 
 


아직 정확한 입국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개별 여행객들의 여행 심리도 움츠러들 것이 뻔해 전체 중국 관광객 숫자 역시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상 상황은 극장과 공연업계도 매한가지다. 영화, 연극, 무용, 음악회 등이 펼쳐지는 극장과 공연장은 밀폐된 공간서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천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장시간 작품을 감상하기 때문에 전염에 대한 우려도 클 수밖에 없다.

중국 관련 업체
하나같이 불똥 

지난달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규 9집 발매를 앞둔 슈퍼주니어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서 이날 오후 3시와 7시30분에 회당 팬 400여명 앞에서 컴백쇼를 녹화할 예정이었으나, 소속사는 이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전날 슈퍼주니어 팬 페이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한 상황으로 ‘슈퍼주니어 더 스테이지’의 모든 녹화는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공지했다. 중국서 예정된 가수들의 행사 일정 조정도 검토되는 분위기다. 

보이그룹 SF9은 오는 3월14일 중국 칭다오에서 팬 사인회가 예정됐다가 팬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이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라고 SNS를 통해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문화회관, LG아트센터, 경기도문화의전당 등 공연 관련 기관들은 오전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손 세정제를 배치하고 마스크를 준비하는 등 기본적인 조치는 준비하고 있다”며 “메르스 때 있었던 매뉴얼을 참고해 대책을 마련 중이며 다른 공연장과의 공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극, 뮤지컬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마찬가지.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공연을 안 할 수도 없고 정말 걱정”이라며 “메르스 사태 때는 손 소독제를 곳곳에 비치하고 배우들 건강에 특별히 유의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재연될 것 같다”고 말했다.

CJ ENM 관계자도 “메르스 때는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라고 하니까 관객이 많이 줄었다”며 “아직 티켓 예매나 판매에는 영향이 나타나지 않지만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인기 공연 줄줄이 취소…공연업계 울상
2∼3월 중국 여행예약 대부분 취소되기도

CGV, 롯데시네마 등 대형 극장들도 직원들에게 감염 예방을 위해 안전 예방 수칙을 준수하도록 독려 중이다.

롯데시네마는 직원들에게 근무 전에 체온을 반드시 체크하도록 했으며, 손 소독제와 마스크 사용을 독려했다. 극장 내에도 손 소독제를 비치해 관객들이 사용하도록 했다. 극장과 공연업계서 겨울방학 성수기에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해 관객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과 SNS서도 극장이나 공연장, 쇼핑몰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극장 관계자는 “설 연휴가 끝났지만, 겨울방학이어서 가족 단위 관객의 극장 나들이가 많은 시기인데 ‘우한 폐렴’ 여파로 관객 발길이 뜸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2015년 메르스 공포가 정점을 찍은 6∼7월 두 달간 연극,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나 급감한 적이 있다.

호텔도 비상이다. 중국 제일재경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0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약 3주 간 우한서 출발한 탑승객 중 6430명이 한국을 찾았다. 지금까지 국내서 발생한 확진자 모두 이 시기에 한국을 찾았으며 일부 확진자는 호텔에 숙박했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각 호텔에는 중국인 투숙 여부를 물어보는 고객의 문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내국인 예약은 10% 넘게 취소됐다. 이 같은 우려에 각 호텔업계도 대응에 들어갔다.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은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오가는 사람들의 발열 여부를 체크하고 전 직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서울신라호텔도 열화상 카메라 설치와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 프런트 데스크와 화장실 등에 손 소독제를 비치했다.

언제까지∼
이제 시작?

각 호텔들은 발열 등의 이유로 미리 예약을 취소하지 못하고 노쇼를 하더라도 수수료 없이 취소해주기로 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라 반가웠는데 뜻밖의 악재를 만났다”며 “내국인 고객 문의와 항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오는 사람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어 난처한 때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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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