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함께 떠나는 여행 ②서울 중구

돌담에 새겨진 선율과 추억 ‘광화문 연가’의 길

▲ 정동전망대에서 바라본 덕수궁 일대. ‘광화문 연가’에 등장하는 정동길, 교회당, 덕수궁 돌담길이 이곳에 있다.

명곡은 길가에 따뜻한 추억과 그리움을 남긴다. 이문세가 부른 ‘광화문 연가’에는 정동길, 교회당, 덕수궁 돌담길이 등장한다. 광화문네거리에서 정동교회까지 연인과 거닐던 흔적에 대한 향수가 담겨 있다. 광화문 연가는 작곡가 고 이영훈이 1988년 작사·작곡했다. 좋은 노래는 세월이 지나도 다시 소환된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로 무대에 올랐고, 추억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배경음악으로 흘렀다.

▲ 붉은 벽돌 건물이 인상적인 정동제일교회

광화문 연가에 나오는 눈 덮인 예배당이 정동제일교회(사적 256호)다.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19세기 교회 건물로, 붉은 벽돌 예배당이 인상적이다. 음악회와 성극 등 신문화가 이곳에서 소개됐고, 1918년에는 한국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다.

▲ 마이크 모양으로 만든 이영훈 노래비

교회 건너편에 이영훈의 노래비가 있다. 2008년 세상을 떠난 천재 작곡가를 기리며 이듬해 노래비를 세웠고, 이문세는 노래비 제막식이 열린 정동로터리 길목에서 광화문 연가를 불렀다. 마이크 모양으로 만든 노래비에는 ‘붉은 노을’ ‘옛사랑’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소녀’ 등 이영훈이 만든 주옥같은 노래와 그를 추모하는 글이 담겼다.

연인과의 추억

비문에는 ‘영훈 씨의 음악들을 기억하기 위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당신의 노래비를 세웁니다’라고 쓰여 있다. 스쳐 지나는 연인들의 발자국 뒤로 추억이 따뜻하게 남았다.

▲ 사라진 것과 남은 것, 새로 생긴 것이 공존하는 정동길

광화문 연가의 노랫말처럼 ‘모두 흔적도 없이 변하’는 세월 속,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길에는 사라진 것과 남은 것, 새로 생긴 것이 공존한다. 호젓한 돌담 내부길이 개방됐고, 빛바랜 건물은 용도를 바꿔 새롭게 문을 열었다. 시간이 흘러 옛 거리를 다시 걸어도 그리움은 변색돼 다가선다.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진입로 전시물

광화문 연가 여행은 광화문네거리에서 덕수궁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사연을 더한다. 국세청 남대문 별관 건물을 철거한 자리에 지난 봄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개관했다. 지상 1층 높이에 지하로 연결된 전시관은 덕수궁 돌담과 어깨를 맞췄고, 가려진 성공회 서울성당의 전경을 열었다.

전시관에는 시간을 넘어선 서울의 동네와 건축물 모형을 전시중이다. 이곳에서 덕수궁과 정동길 주변의 옛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 영국대사관과 덕수궁 돌담 내부길

성공회 서울성당 옆으로 덕수궁 돌담 내부길이 무료로 개방됐다. 영국대사관에 막혀 있던 길이 지난해 열려, 덕수궁을 한 바퀴 돌아 산책하기 좋다. 돌담 안쪽을 걸으며 궁내 풍경을 엿볼 수 있고, 호젓한 데이트 코스로도 운치 있다.

▲ 복합 문화 공간 ‘정동1928아트센터’로 다시 태어난 구세군중앙회관

돌담길 산책로를 벗어나면 골목은 구세군중앙회관으로 빠르게 연결된다. 근대건축물인 구세군중앙회관(서울시기념물 20호)은 올가을 복합 문화 공간 ‘정동1928아트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갤러리와 공연장, 예술 공방을 갖췄으며, 1층에는 고풍스런 카페가 들어섰다.

정동1928 아트센터를 나서면 옛 러시아공사관이 있는 정동공원까지 ‘고종의길’이 이어진다.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궁을 떠나 걸은 길이다.

▲ 정동길에서 만나는 회상의 오브제, 정동극장

광화문 연가의 주요 배경인 정동길에는 낙엽 떨군 가로수 아래 향수가 묻어난다. 사라진 건물에 대한 사연이 길 곳곳에 녹아 있다. 정동 일대에는 1883년 미국공사관을 시작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각국 공사관이 건립됐고, 서양식 건물도 함께 들어섰다.

이화여고 터에는 대한제국 시기 서구식 호텔인 ‘손탁호텔’, 최초의 여성 병원인 ‘보구여관’ 등이 있었다. 고종은 손탁호텔에서 경운궁(덕수궁) 정관헌으로 커피를 주문해 다과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아담한 찻집, 정동극장 등은 이 길에서 만나는 회상의 오브제다.

▲ 왕실 도서관으로 사용된 중명전

정동극장 뒤쪽에 왕실 도서관으로 사용된 ‘중명전’이 숨어 있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아픈 과거가 담긴 곳이다. 정동제일교회에서 이어지는 서울시립미술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등도 정동길이 선사하는 소소한 산책 코스다.

1988년 고 이영훈이 작사·작곡
여전히 뮤지컬·드라마 배경음악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3층 정동전망대에 오르면 광화문네거리 일대가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덕수궁과 돌담길의 윤곽도 이곳에서 선명하다. 전망대에서 정동 일대의 옛 사진을 전시중이며, 커피 향과 더불어 추억에 잠길 수 있다.

▲ 옛 새문안동네 일대에 예술을 덧씌워 도시 재생 방식으로 구성한 돈의문박물관마을

광화문 연가와 함께 예전 돌담길 데이트를 한 연인들은, 이제 아이 손잡고 돈의문박물관마을에 들러볼 일이다. 정동길 끝자락에 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옛 새문안동네 일대에 예술을 덧씌워 도시 재생 방식으로 구성했다.

개조한 집과 한옥 건물은 박물관, 미술관 등 전시 체험 공간으로 운영중이다. 추억의 영화관, 콤퓨타게임장 등 그때 그 시절 풍경을 길모퉁이에서 만날 수 있다.

▲ 인문학 전문 책방과 갤러리, 뮤지엄 콘서트홀 등으로 꾸민 ‘순화동천’

정동길에서 벗어나 순화동 쪽으로 가면 추억 여행이 무르익는다. 빽빽한 건물 숲으로 변한 순화동 한가운데 인문학 전문 책방과 갤러리, 뮤지엄 콘서트홀 등으로 꾸민 ‘순화동천’이 자리한다. 동천(洞天)은 도교에서 말하는 이상향을 의미한다. 복도에는 인문학 서적이 채워져 있고, 고서를 간직한 책박물관에서 매달 음악회가 열린다. 

▲ 로마네스크와 고딕이 절충된 약현성당

서소문역사공원 너머 중림동 언덕에 세월을 간직한 서울 ‘약현성당(사적 252호)’이 있다. 1892년 한국 최초로 세운 서양식 벽돌 교회 건물로, 로마네스크와 고딕이 절충된 유서 깊은 공간이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방문했으며, 교황청이 인정한 천주교서울순례길에 포함된다.

화재를 딛고 다시 건립된 성당에서 천주교 박해 당시 수많은 순교자의 아픔이 서린 서소문역사공원이 내려다보인다. 성당은 드라마 〈열혈 사제〉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 정원과 쉼터, 카페 등이 있는 공중 산책로 ‘서울로7017’

약현성당

약현성당에서 내려서면 공중 산책로 ‘서울로7017’로 이어진다. 1970년에 만든 서울역고가도로가 2017년 17개 보도로 다시 태어났다. 약 1km 산책로에 정원과 쉼터, 카페 등이 있으며, 버스킹 공연이 펼쳐진다. 염천교 수제화거리나 남대문시장과 연결되고, 서울 도심 야경을 감상하는 명소로도 사랑받는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서울도시건축전시관→정동1928아트센터→고종의길→정동제일교회→정동전망대→돈의문박물관마을→순화동천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서울도시건축전시관→정동1928아트센터→고종의길→정동제일교회→중명전→정동전망대→순화동천
둘째 날: 돈의문박물관마을→서울시립미술관→약현성당→서울로7017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중구 문화관광 www.junggu.seoul.kr/tour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www.seoulhour.kr
- 정동1928아트센터 www.jeongdong1928.com
- 돈의문박물관마을 http://dmvillage.info
- 순화동천 https:// blog.naver.com/sunhwadongcheon
- 약현성당 www.yak-hyeon.or.kr
- 서울로7017 http://seoullo7017.seoul.go.kr   

문의 전화
- 광화문관광안내소 02)735-8688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02)736-8050
- 정동1928아트센터 02)722-1928
- 중명전 02)771-9952
- 돈의문박물관마을 02)739-6994~5
- 순화동천 02)772-9001
- 약현성당 02)362-1891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덕수궁 방향 100m.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한남 IC→한남대교→남산1호터널→광화문네거리 방향

숙박 정보
- 르와지르호텔 서울: 중구 퇴계로, 02)6936-6000, www.loisir-md.com
- 케이팝호텔 서울역점: 중구 후암로60길, 02)773-2500, http://kpophotelseoul.com
- 베니키아호텔아카시아: 중구 동호로, 02)2277-4917, www.hotelacacia.co.kr 

식당 정보
- 전주유할머니비빔밥(비빔밥): 중구 세종대로14길, 02)752-9282
- 덕수정(부대찌개): 중구 정동길, 02)755-0180
- 동그라미식당(한식백반): 중구 소월로, 02)503-6540
- 리즈너블한식당(닭볶음탕): 중구 만리재로35길, 02)363-5008


주변 볼거리
서울역사박물관, 손기정기념관, 문화역서울284, 농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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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