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 이지바이오 승계 플랜

지주사 다듬고 황태자 앉힌다

[일요시사 취재 1팀] 김정수 기자 = 이지바이오 그룹이 지주사 전환에 나선다. 경영 승계의 마지막 단추다. 이제 갓 마흔이 된 오너 2세는 창업주의 뒤를 이어 그룹 전반을 주무를 예정이다.
 

▲ 이지바이오 직산공장(충남 서산시 소재)

이지바이오는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자랑하는 코스닥 상장 중견기업이다. 의약품과 동물약품, 기능성 식품의 원료 개발과 제조·판매를 영위한다. 특히 농축산식품 분야와 관련이 깊다. 이지바이오는 ‘생물자원산업’을 모토로 한다.

중견기업
생물자원

창업주는 지원철 회장이다. 지 회장은 지난 1988년부터 회사를 세우고 대표이사를 맡았다. 각자 대표체제로 회사를 이끌어오던 지 회장은 2017년 2월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자리를 채운 건 오너 2세 지현욱 대표. 지 대표는 부친을 대신해 김지범 대표와 경영을 챙기기 시작했다. 현재 지현욱·김지범·황일환 각자 대표체제로 운영 중이다.

지 대표가 이지바이오에 처음 발을 담군 때는 2013년이다. 지 대표는 그해 입사해 4년 뒤인 2017년 2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이었는데 ‘최연소’라는 타이틀까지 챙겼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495개사 최고경영자(CEO) 676명 가운데 조사대상이 된 47개 식음료업체서 지 대표는 최연소 대표이사로 꼽혔다.

이지바이오는 지난 4일 지주회사 전환을 선포했다. 회사 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겠다는 것. 이지바이오는 내년 5월1일 투자회사(이지홀딩스)와 사업회사(이지바이오)로 나뉠 예정이다.


투자사와 사업사의 합병비율은 0.96 대 0.44이다. 오너 부자와 특수관계인들은 분할에 따라 이지홀딩스와 이지바이오 지분을 30.51%씩 쥐게 된다. 이지바이오 지분은 지 대표(16.69%)와 지 회장(11.60%) 등을 비롯해 특수관계인들이 30.51%를 쥐고 있다. 이지바이오는 자사주가 없기 때문에 이지홀딩스 등에 대한 지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수직계열화된 그룹이 지주사로 변형되면서 오너 2세의 승계도 함께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수직 계열화로 오너 2세 안착
이제 갓 마흔…믿어도 될까?

이지바이오는 3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상장사만 7개다. ▲이지바이오 ▲옵티팜 ▲팜스토리 ▲우리손에프앤지농업회사법인(이하 우리손에프앤지) ▲마니커 ▲마니커에프앤지 ▲정다운 등이다. 그룹 역점 사업이 생물자원산업인 만큼 핵심 계열사들도 이와 연관이 깊다.

옵티팜은 동물약품과 생명공학을 다룬다. 지난 2000년 설립됐고, 최대주주는 이지바이오(31.12%)다. 동물을 이용한 인공장기 모델 개발이 눈에 띤다. 지 회장과 지 대표는 이곳의 상근이사다.

회사는 지난해 1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해 16억원 손실에 비해 개선됐다. 올해 실적은 하락세다. 옵티팜의 올해 3분기 누적 손실은 7억원으로 직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적자 폭이 3억원 늘었다.

팜스토리는 양돈 사료와 축산물 유통을 수행한다. 팜스토리는 10개의 종속회사를 갖고 있다. 상당한 규모다. 이 중 7개사는 러시아 소재 법인으로 대부분 곡물 재배를 담당한다. 최대주주는 이지바이오(49.93%)다. 지 대표에게도 0.72%의 지분이 있다.

팜스토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9200억원이다. 회사는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을 봤지만 매년 감소세를 보인다. 235억원, 205억원, 192억원 순이다. 올해 실적은 기대할 만하다. 팜스토리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096억원, 2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6억원, 25억원씩 증가했다.


초고속 승진
최연소 대표

우리손에프앤지는 양돈사업과 축산물 가공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10개의 종속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2개가 필리핀 소재인데 주로 축산업과 관련 있다. 지 회장은 기타 비상무이사로, 지 대표는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다. 최대주주는 이지바이오(37.10%)다.

우리손에프앤지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최근 3년간 연결 기준 매출은 1867억원, 2097억원, 2368억원 등이었다. 영업이익은 271억원서 414억원까지 뛰었지만, 지난해 203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실적 개선 여부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우리손에프앤지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69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66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01억원, 49억원씩 감소했다.
 

▲ 이지바이오 입장공장(충남 천안시 소재)

닭고기 업체 마니커는 이지바이오 계열사 가운데 잘 알려진 업체로 꼽힌다. 이지바이오는 지난 2011년 마니커를 인수했다. 마니커는 양계업을 운영하고 있는 에스앤마니커를 종속회사로 뒀다. 최대주주는 이지바이오(26.64%)다. 지 회장과 지 대표는 마니커의 사내이사다.

마니커는 최근 3년간 연결 기준 2298억원, 2546억원, 26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2017년 34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듬해 6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환했지만 지난해에는 4억원에 그쳤다.

계열사
수직화

올해 실적은 흐릿한 편이다. 마니커는 3분기 누적 매출액 1868억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1억원 줄어든 수치다. 영업손실은 대폭 상승했다. 지난해 동기간 15억원의 손실은 65억원으로 늘었다.

마니커에프앤지는 육가공 제품을 생산한다. 최대주주는 팜스토리(74.20%)다. 2017년 858억원 매출서 지난해 994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2억원서 62억원으로 올랐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40억원, 3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9억원, 15억원 하락했다.

정다운은 ‘오리계열화 업체’다. 종속회사 제이디팜을 통해 오리를 기른다. 이후 오리를 도축하고 제품화해 전국으로 유통한다. 최대주주는 이지바이오 (33.64%)다.

정다운의 영업 실적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연결 기준 매출을 살펴보면 577억원, 805억원, 105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다. 32억원, 110억원, 124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2016년 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2017년과 지난해 98억원, 9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실적도 기대할 만하다. 정다운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952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70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4억원 줄어든 39억원에 그쳤다.


7개 상장사·30개 계열사 지배력↑
금산분리…금융계열 지분 해소 주목

이지바이오는 1개 상장사를 제외한 모든 상장사의 최대주주다. 이지바이오가 지주사 체제로 나아간다면 지 대표의 그룹 지배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지 대표는 지주사 전환과 경영 승계를 위해 발걸음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 대표는 최근 ▲이앤인베스트먼트 ▲이앤벤처파트너스 등에서 맡고 있는 직책을 내려놨다. 금산분리의 원칙이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사는 금융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이앤인베스트먼트와 이앤벤처파트너스는 각각 여신금융업체와 창업투자회사다.
 

지 대표는 지난 9월까지만 하더라도 이앤인베스트먼트의 기타비상무이사, 이앤벤처파트너스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 대표는 이사직서 내려왔다.

지 대표는 2013년 3월 이앤인베스트먼트 기타비상무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3년 단위로 중임했다. 올해 3월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지난 10월 해당 직책서 물러났다. 이앤벤처파트너스서도 지 대표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같은 달 사임했다.

금융사
정리는?


지 대표의 이앤인베스트먼트와 이앤벤처파트너스 사임 날짜는 지난 10월15일로 동일했다. 결국 잡음 없는 지주사 전환과 승계에 방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두 회사의 지분 정리도 주목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사의 금융자회사 주식 보유는 금지된다. 일반 지주사 전환 이후 2년 내로 지분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ASF 테마주’ 이지바이오 시세차익?

이지바이오의 계열사 마니커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이후 테마주로 급등했다.

마니커 최대주주인 이지바이오는 지난 9월24∼25일 자사 주식 981만273주를 장내 매도, 이를 같은 달 30일 장 마감 이후 공시했다.

세부적으로 이지바이오는 24일 마니커 주식을 주당 1520원에 558만297주, 25일 1567원에 422만9976주를 각각 처분했는데 이틀간 주식 처분 금액은 무려 151억원에 달했다.

아프라카돼지열병 이전 마니커 주식은 800원대를 횡보했으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소식 직후 상한가를 기록, 1000원대로 수직 상승했다.

이지바이오의 지분 처분이 공시된 직후인 지난 10월1일 주가는 전 거래일과 비교해 약 12% 하락했다.

주식 매각 자체를 불법으로 볼 수 없지만, 소액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손실을 입게 되면서 눈총을 받았다.

이지바이오 주식은 지 대표(16.69%)와 지 회장(11.60%)을 포함해 특수관계인들이 30.51%를 보유하고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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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