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수’ 황교안 단식의 진짜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1.25 10:30:32
  • 호수 12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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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해도 투쟁처럼, 굶어도 황제처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최근 당 내부에서는 황 대표에 대한 사퇴 여론이 드세다. 황 대표는 이 같은 사퇴 여론에 선을 그은 직후,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복수의 당 관계자들은 드센 사퇴 여론에도 황 대표를 버티게 하는 세 가지 ‘전가의 보도’가 있다고 이구동성하고 있다.
 

▲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장소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으로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고발하고 바로 잡겠다는 취지다. 그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하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갑자기
단식을?

황 대표는 지난 20일 청와대 앞에서 발표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며 드리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 저는 이 순간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작하겠다. 죽기를 각오하겠다”고 선언했다.

황 대표의 단식투쟁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단식을 순수한 의미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지난 20일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권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을 강행하려는 움직임과 외교·안보 등에서 나타나는 국정 실패에 항의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현역 의원의 지원사격도 있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00석 남짓밖에 되지 않는 의석을 가진 한국당이 이들의 패스트트랙 강행 폭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당 대표가 나서 목숨을 걸고 국민들께 도움을 청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전향적인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당 일부를 제외하고는 황 대표의 단식을 순수한 의미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황 대표가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세 가지 ‘단식, 삭발, 의원직 사퇴’ 중 두 개를 이행했다”며 “의원이 아니기에 의원직 사퇴는 불가능하지만 당 대표직 사퇴 카드는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주변 만류에도 단식 시작
‘황’ 견제할 잠룡이 없네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도 “황 대표의 단식은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도, 은폐된 진실에 대한 진상규명의 목표도, 국민적 공감대도 없는, 감동 없는 ‘단식 투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당과 같은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의 최도자 수석대변인 역시 “문재인정부의 국정 난맥이나 지소미아 연장이 황 대표 한 명의 단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리더십 위기에 정부를 걸고 넘어져서 해결하려는 심산을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 김무성(사진 오른쪽)·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

비판을 종합하면, 황 대표가 자신의 리더십 위기를 돌파하는 데 단식투쟁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최근 황 대표에 대한 사퇴 여론이 거세다. 당 리더십서도 ‘여진’이 발생했다. 황 대표는 최근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영입하려다 당 안팎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고, 그토록 공언하던 보수통합마저 답보상태에 있다.

여진이 ‘강진’으로 바뀐 시점은 같은 당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다. 김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동반 퇴진을 요구했다. 이후 김 의원은 “현 직책서 사퇴할 것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창조적인 파괴’를 통한 쇄신론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곳곳서 황 대표에 대한 사퇴론이 터져 나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김 의원의 결단으로)한국당에 기회가 왔다. 그런데 그 절호의 기회가 공중분해돼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쇄신론 후
단식 돌입

홍준표 전 대표는 보수단체 주최 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야당을 얕잡아보고 있는데 단식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라며 “문 대통령은 코웃음을 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같이 말한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이 제기한 당 쇄신론에 중지를 모아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사퇴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김 의원의 쇄신론이 불거지고 난 후 최고위원회의서 “이번 총선서도 우리가 국민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 저부터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총선 전 사퇴는 없을 것이라는 의사 표시였다.

황 대표는 거센 사퇴론에도 꿈쩍하지 않는 모습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자신에 대한 어떤 사퇴론도 일거에 잠재울 수 있는 세 가지 ‘전가의 보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잠룡 부재론 ▲장수교체 불가론 ▲친박(친 박근혜) 대세론이 바로 그 세 가지다.

황 대표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야권 1위에 올라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전체 1, 2위를 다투는 형국이다. 이에 반해 홍준표·오세훈·유승민 등 야권의 내노라하는 대권주자들은 황 대표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 대표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상황서 사퇴론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한국당은 민주당과 전면전을 앞두고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놓고 여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 선거법 개정안은 오는 27일 본회의에 부의되고, 공수처법을 포함한 검찰개혁 법안은 다음달 3일 본회의로 넘어간다. 황 대표가 내세운 단식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공수처 설치법안 및 선거법 개정안 저지’다.

민주당은 여차하면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과 공조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는 일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제2의 패스트트랙 사태가 예상된다.

주류 업고
내 맘대로

물론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1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주재로 패스트트랙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4당 대표가 모인 자리에 황 대표만 불참했다. 단식이라는 황 대표의 초강수에 정국이 꽉 막힌 모양새다. 이렇듯 민주당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한 상황서 장수를 교체하면 자칫 기세서 민주당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한국당 내에서 감지된다. 


황 대표는 친박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주요 당직을 모두 친박계가 장악했다. 박맹우 사무총장, 추경호 사무부총장, 김도읍 비서실장, 김명연 수석대변인 등이 대표적인 친박계이자 친황(친 황교안)계로 꼽힌다.

황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서 당선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친박의 지원이었다. 박근혜정부서 공직을 맡거나, 박 전 대통령에 의해 당에 발탁된 의원들이 그를 측면 지원했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 직후, 나 원내대표의 당선에 이어 친박계가 여전히 한국당의 주류임을 재확인한 선거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다시금 성장한 친박계가 황 대표 주변의 핵심 보직과 주요 조언 그룹에 포진하면서 쇄신론을 뭉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쇄신 대상인 영남권 의원들 중 쇄신에 화답한 사람은 김무성 의원과 김세연 의원이 전부다. 영남 의원들은 지역 민심에만 매몰돼 쇄신론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내 주류인 영남·친박계가 황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이상, 사퇴론은 탄력을 받기 힘들다.

황 대표의 단식은 진정성서 의심을 받고 있다. 리더십 위기, 분출하는 쇄신 요구를 돌파하기 위한 ‘대내용’ 단식이라는 비판에 이어, 나 원내대표와 파워게임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패트에 ‘숟가락’ 얹으려?
황 vs 나 파워게임 조짐도

두 사람의 갈등이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여부를 놓고 황 대표가 원칙론을 고수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최근 들어 더욱 좋지 않다는 것. 황 대표가 갑자기 패스트트랙 저지를 꺼내든 이유도 나 원내대표와의 파워게임 때문으로 보인다.  
 

▲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던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패스트트랙 협상을 도맡아 온 사람은 나 원내대표였다. 만약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이 극적으로 이뤄진다면 황 대표의 존재감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황 대표가 단식에 들어간 날 오전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 이인영,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함께 미국 워싱턴DC로 떠났다. 이들 3당 원내대표들은 4박5일간 미국에 있으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 기간 자연스레 패스트트랙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양제 단식’ ‘황제 단식’ 논란도 일었다. 영양제 단식은 황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기 전 서울 강남의 한 병원서 영양제를 맞았다는 주장이 불거지면서 제기됐다. 병원 측은 “개인정보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황제 단식은 사무처 당직자들을 하루 12시간씩 ‘4인 1조 2교대’로 조를 짜 단식 농성장에 대기하도록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고 대기조엔 임산부 3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단식투쟁 관련 근무 수칙’에 따르면, 당직자들은 황 대표의 건강을 30분마다 한 차례 이상씩 체크하고 농성장 근처에 거동이 수상한 사람이 없는지, 있다면 농성장 접근을 막는 업무를 담당한다.

영양제 맞고
당직자 대기

이를 두고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단식했던 같은 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이정현 전 대표의 단식 때는 없었던 일이였기 때문이다. 당직자들은 황 대표의 단식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황제 단식 논란이 일자 성명서를 내고 “당 대표가 단식투쟁에 돌입한 상황서 사무처 당직자가 단식 농성장서 밤샘 근무를 서며 여러 가지 ‘비상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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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