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 추천 명소 ④의성 금성산 고분군

과거와 현재가 사이좋게 만나다

▲ 의성 금성산 고분군은 대표적인 조문국 유적지다.

경북 의성을 생각하면 마늘과 컬링이 떠오른다. 의성을 좀더 알고 나면 한 가지가 더해진다. 삼한시대 부족국가 중 화려한 문화를 꽃피운 조문국(召文國)이다. 여행자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의성 곳곳에서 조문국을 만난다. 의성 토박이들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조문국에 대해 물어보면 “조문국의 고분군은 경주 왕릉만큼 아름답다”며 눈을 반짝인다.

▲ 금성산 고분군 야경

조문국은 의성군 금성면 일대를 무대로 한 고대국가로, 서기 185년 신라에 병합되기까지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다. 역사에도 그 이름이 기록됐다. <삼국사기>에 “185년(벌휴 이사금 2) 파진찬 구도와 일길찬 구수혜를 좌우 군주로 삼아 조문국을 치게 하니, 군주라는 명칭은 이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이 있다.

▲ 가족과 연인이 산책하기 좋은 금성산 고분군

독자적 문화 형성

조문국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유적은 의성 금성산 고분군(경북기념물 128호)이다. 금성면 대리리와 탑리리, 학미리에 있는데, 조문국이 의성 지역에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음을 알려준다. 5~6세기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 374기가 흩어져 있다. 

고분을 만나기 위해 국도28호선을 달리다가 조문국사적지 표석을 보고 들어간다. 속이 확 트이는 풍광이 여행자를 맞는다. 드넓은 초원에 고분 10여기가 눈에 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 금성산 고분군에서 유일하게 주인이 알려진 경덕왕릉

조문국사적지에는 봉분 40여기가 있는데, 유일하게 주인이 알려진 고분이 1호분(경덕왕릉)이다. 둘레 74m에 높이 8m로, 봉분 아래 화강암 비석과 상석이 있다. 경덕왕릉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전설이 있다.


현재 능이 있는 자리는 약 500년 전에 오이밭이었는데, 원두막에서 낮잠이 든 농부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나는 조문국의 경덕왕이다. 네가 자는 자리가 내 능 위니 속히 철거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인이 농부 등에 글을 남겼는데, 잠에서 깬 농부가 이 글을 보고 현령에게 고해 봉분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조선 숙종 때 허미수의 문집에도 비슷한 전설이 기록됐다. 경덕왕릉 앞에는 봉분 모양 조문국고분전시관이 있다. 2009년 발굴한 대리리 2호분의 내부 모습을 재현한 곳으로, 순장 문화와 출토 유물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 대리리 2호 분의 내부 모습을 재현한 조문국고분전시관

금성산 고분군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옛이야기와 그림 같은 풍광으로 유명하다. 조문국사적지라는 표시가 없다면 공원으로 착각할 만큼 잘 가꿔졌다. 하늘을 향해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 유구한 역사를 품은 광활함이 다가오고, 반짝이는 초록빛에 양 떼가 뛰노는 목장이 떠오른다. 언덕 위에서 보는 노을도 일품이다. 

▲ 분홍쥐꼬리새(핑크뮬리)와 어우러진 금성산 고분군

사계절 내내 다른 정취를 풍기지만, 특히 봄가을에 많은 이들이 찾는다. 봄에는 작약이 흐드러져 황홀하고, 가을에는 분홍쥐꼬리새(핑크뮬리)와 국화가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친구와 연인, 가족이 삼삼오오 산책을 즐기며 인생 사진을 남긴다. 의성 토박이 사이에서는 웨딩 사진 촬영지로 인기다.

▲ 조문국의 화려한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의성조문국박물관

조문국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의성조문국박물관으로 향하자. 조문국의 화려한 문화와 의성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013년 문을 연 박물관은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2층 상설전시실에 조문국 관련 유물을 전시한다.

삼한시대 화려한 문화 꽃피운 조문국
드넓은 초원에 형성된 40여기 봉분들

여러 유물 중 대리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동관모가 눈길을 끈다. 5세기 후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로 ‘장식 봉’이 달렸는데, 조문국의 독자적 문화를 보여주는 자료다.

▲ 3층 기획전시실에서 조선 시대와 일제강점기에 만든 고지도 130여 점을 볼 수 있는 특별전 〈조문국의 부활〉이 열린다.

1층에는 어린이들이 실내에서 유물을 발굴·복원하는 과정을 체험해보는 어린이고고발굴체험관이 있다.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2020년 3월29일까지 특별전 〈조문국의 부활〉이 열린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에 만든 고지도 130여점을 전시하는데, 여기서 조문국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 의성조문국박물관 옥상 정원에서 본 금성산 고분군

같은 층에 있는 옥상 정원에 가면 금성산 고분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성산(531m)은 의성의 명산으로, 수많은 전설을 품고 있다. 국내 최초 화산으로, 고분군을 보호하듯 우뚝 섰다. 박물관 주변에 민속유물전시관을 비롯해 지석묘정원, 미로정원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됐다.

▲ 중생대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 316개가 있는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

시간 여행을 즐길 만한 다른 유적도 있다.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천연기념물 373호)는 약 1억15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 4종 316개가 있는 곳이다. 크기가 다양한 초식 공룡과 육식 공룡 발자국이 동시에 발견돼, 공룡 서식지로 추정한다.

▲ 전탑 양식과 목조건축 수법을 동시에 보여주는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

통일신라 때 세운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국보 77호)도 가까이 있다. 높이 9.56m에 폭 4.51m로, 전탑 양식과 목조건축 수법을 동시에 보여준다.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다음으로 오래된 석탑이다. 탑리리는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가 풍겨, 한 바퀴 둘러볼 만하다.

▲ 여름에 얼음이 언다는 빙혈이 있는 의성 빙계리 얼음골 ▲ 고즈넉한 산 아래 들어앉은 빙계서원

천연기념물 ‘얼음골’

의성 빙계리 얼음골(천연기념물 527호)을 빠뜨리면 서운하다. 경치가 수려한 곳으로, 여름에 얼음이 얼고 겨울에 김이 솟는다는 빙혈과 풍혈이 있다. 빙혈 근처에 탑리리 오층석탑을 본뜬 의성 빙산사지 오층석탑(보물 327호)이 자리한다. 초록색 푸르름 속에 석탑의 기품이 빛난다. 얼음골 입구에 인재 교육의 중심이던 빙계서원도 있다. 고즈넉한 산 아래 앉아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한적하게 선조의 멋을 되새기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의성 금성산 고분군→의성조문국박물관→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의성 탑리리 오층석탑→의성 빙계리 얼음골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의성 금성산 고분군→의성조문국박물관→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
둘째 날: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산운마을→의성 빙계리 얼음골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의성군 문화관광 http://tour.usc.go.kr
- 의성조문국박물관 www.usc.go.kr/jmgmuseum   

문의 전화
- 의성군청 관광문화과 054)830-6356
- 의성조문국박물관 054)830-6915
- 빙계리 얼음골(의성군청 시설관리사업소) 054)830-6952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의성,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6회(07:30~19: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의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의성역 정류장까지 도보 약 120m, 의성-금오 농어촌버스 이용, 학미리 정류장 하차, 금성산 고분군 입구까지 도보 약 47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의성시외버스터미널 054)832-0180 
기차: 청량리역-의성역, 무궁화호 하루 2회(07:38, 21:03) 운행, 약 4시간 소요. 의성역 정류장에서 의성-금오 농어촌버스 이용, 학미리 정류장 하차, 금성산 고분군 입구까지 도보 약 47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낙동 JC 영덕·영천 방면→당진영덕고속도로→정안교차로 대구·군위 방면→비안다인로→봉양교차로 안동·의성 방면→조문로→동부로→의성 금성산 고분군

숙박 정보
- 의성소우당고택: 금성면 산운마을길, 054)834-7762, http://소우당.com 
- 빙계계곡야영장: 춘산면 빙계계곡길, 054)830-6952
- 투데이모텔: 의성읍 동서2길, 054)834-9929
- 신라모텔: 의성읍 동서1길, 054)832-4040
- 금봉자연휴양림: 옥산면 휴양림길, 054)833-0123, www.gumbong.go.kr
- 탑산약수온천모텔: 봉양면 도리원2길, 054)833-5001 

식당 정보
- 의성마늘한우프라자(불고기전골·육회): 의성읍 중앙길, 054)832-4422
- 할매닭발(닭발·보리밥): 의성읍 전통시장3길, 010-4840-8213
- 이영희마늘이야기(마늘불고기정식): 의성읍 경북대로, 054)832-6362
- 남선옥식육식당(한우숯불구이): 의성읍 전통시장1길, 054)834-2455
- 봉양한우마실작목회(한우불고기·불고기전골): 봉양면 봉기길, 054)832-1114

주변 볼거리
고운사, 한국애플리즈, 사촌마을, 왜가리전통생태마을, 산운생태공원, 탑산약수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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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