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역대급 재벌가 상속세 TOP7

돈?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한진그룹의 상속세 신고로 재벌 상속세에 다시 관심이 모인다. 현재까지 1000억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했던 기업은 총 7개. 모두 납부한 기업이 있는 반면 아직까지 진행 중인 기업도 여럿 보인다. <일요시사>서 역대 재벌 회장님들의 상속세 규모를 순위별로 정리해봤다. 
 

▲ 구본무(LG그룹)·신용호(전 교보생명)·고 이운형(전 세아그룹)·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상속으로 내야 할 상속세는 사상 최대인 9000억원 규모였다. LG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의 ㈜LG 주식 11.3% 가운데 8.8%를 상속했다. 구 회장 지분은 기존 6.2%서 15%로 늘어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LG는 LG전자, LG화학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사다.

9000억

구 회장과 함께 장녀 구연경씨 2.0%(346만4000주), 차녀 구연수씨 0.5%(87만2000주)도 각각 분할 상속받았다. 구 회장 등 상속인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5년간 나누어 상속세를 납부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 등 3남매가 내야 할 상속세가 9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봤다. 주식 상속세는 고인이 사망하기 전 2개월, 사망 후 2개월 등 4개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정한다. 이 경우 전체 상속 지분 규모는 1조5200억원 수준이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할증세율 20%가 추가된다.

주식 상속 규모가 30억원 이상이면 과세율 50%가 적용된다.


전체 상속세 9000억원 중 구 회장이 납부해야 할 세금은 7000억원 이상이다. 이는 역대 상속세 중 사상 최대 규모다. 구 회장 등 3남매는 상속세 규모가 큰 만큼 연부연납 방식으로 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부연납은 상속세 규모가 클 경우 여러 해에 나눠 분할 납부하는 제도다.

재계에선 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대출 받아 세금을 납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LG그룹 관계자는 “상속인들은 국내 역대 상속세 납부액 가운데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LG 주식에 대한 상속세를 관련법규를 준수해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700억

지난달 29일 조양호 전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2700억원대의 상속세를 국세청에 신고했다. 

우선 조 전 회장의 유족은 연부연납 제도에 따라 1차로 45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회장의 유족은 고인의 급여와 퇴직금, 지분 등을 활용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 전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상장사에서는 한진칼(17.84%), 한진칼 우선주(2.40%), ㈜한진(6.87%), 대한항공(0.01%), 대한항공 우선주(2.40%)와 비상장사에서는 정석기업(20.64%), 한진정보통신(0.65%), 토파스여행정보(0.65%) 등이 있다.


조 전 회장은 사후에 대한항공, 한진칼, ㈜한진, 진에어, 한국공항 등 5개 상장 계열사서 총 702억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그 중 퇴직금은 총 650억4500만원에 달한다.

역대 1위는 LG그룹…압도적인 격차 
기업별 납부 전략은…연부연납 답?

여기에 한진그룹은 조 전 회장의 보유지분을 일부 정리하면서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다. 최근 한진그룹은 조 전 회장의 ㈜한진 지분 6.87%를 GS홈쇼핑에 250억원에 매각했다.

조 전 회장의 유족은 민법서 정한 비율대로 지분을 나누기로 합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보유했던 주식에 대한 배우자 및 직계비속의 법정상속분은 별도 유언에 따른 증여가 없으면 조 전 회장의 부인인 이 이사장과 세 자녀 등 4명은 각각 ‘1.5대 1대 1대 1’의 비율로 나눠 받게 된다.

민법에는 배우자와 자녀의 상속순위가 똑같이 1순위지만, 상속분은 배우자에게 50% 가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조 전 회장이 보유한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법정 비율대로 상속하면 이 전 이사장은 5.94%, 조 회장 등 자녀 3명은 3.96%씩 나눠 받게 된다.

1800억

2003년 타계한 신용호 교보생명 전 회장의 유족들은 183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신 전 회장의 유족들은 유족들은 비상장주식, 부동산 등을 포함해 30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물려받은 후 주식을 물납하는 방식으로 약 1340억원의 상속세를 신고 납부했다.

하지만 국세청 상속세 조사 후 500억원가량이 늘어나 최종적으로 1840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이 과정서 유족들은 물납한 비상장주식에 대해 증권거래세를 부과한 국세청을 상대로 조세불복을 제기하기도 했다.

1700억

2013년 타계한 이운형 세아그룹 전 회장의 후손들도 상속세 모범납부 사례로 꼽힌다. 세아그룹 3세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은 세아제강과 비주력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주식담보대출까지 받아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13년 이운형 선대회장이 해외출장 중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작고하면서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의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이 부사장은 모친인 박의숙 세아네트웍스 회장과 세 누나와 함께 3800억원에 가까운 자산을 상속받았다.

상속재산이 많은 만큼 세금 부담 또한 자연스럽게 커졌다. 가장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이 부사장은 17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1000억대에 달하는 상속세는 이 부사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한 듯했다.
 

▲ (사진 왼쪽부터)이임용 태광산업 전 회장, 전락원 파라다이스그룹 전 회장,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하지만 이 부사장은 ‘세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지난 2013년 9월 연부연납을 신청하고 매년 1회씩 5년간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이 부사장은 선대 회장이 작고하면서 이 부사장은 세아제강 지분 8.38%를 상속받아 총 지분 19.12%로 세아제강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그는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아제강의 지분을 수차례에 걸쳐 매각했다. 세아제강은 이 부사장의 사촌인 이주성 부사장이 경영하고 있는 곳으로 수 차례에 걸친 지분 매각에 따라 이태성 부사장의 세아제강 지분은 4.2%에 불과하다.

1500억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상속세 1500억원을 5년간 나눠서 내고 있다.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은 오뚜기 46만5543주(13.53%)를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전량 상속했다. 계열사 조흥 주식(1만8080주, 3.01%)도 함영준 회장에게 넘겼다. 오뚜기 창업자인 함 명예회장이 별세한 지 3개월 만에 상속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함 회장의 오뚜기 지분은 15.38%서 28.91%로 높아지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고 함 명예회장은 1990년대 말부터 경영권을 장남에게 넘겼지만 최대주주 자리는 운명 직전까지 지켜왔다.

함 회장은 수천억대원대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상속세·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원 이상의 상장 주식을 증여하면 증여세 50%가 부과된다. 현재 오뚜기 주가는 65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어 상속세는 1500억원대를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내기전…편법상속 시도
내고도…넘치는 의혹들

함 회장은 수천억원대 상속세를 5년간 분납할 예정이다. 상속세·증여세법에 따라 상속세가 2000만원 이상일 경우 최대 5년간 분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 회장은 상속세 재원으로 배당금을 활용할 여지가 크다. 오뚜기 주당 배당금은 2011년 2500원서 지난해 52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작년 배당성향은 16.81%로 높은 편이 아니다. 함 회장이 작년 오뚜기(28억원), 오뚜기라면(26억원) 등 5개 계열사를 통해 받은 배당금도 60억원 수준이다.

추후 5년간 함 회장이 매년 수백억원대의 상속세를 분납해야 하는 만큼 오뚜기 등 계열사 배당성향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고 함 명예회장의 두 딸인 함영림 이화여대 교수, 함영혜(주부)씨 등은 이번 오뚜기 주식 상속서 배제됐다.

1300억

2004년 별세한 설원량 대한전선 전 회장의 유족들도 1355억원의 상속세를 부담했다. 당시 상속재산 중 대한전선의 주식 가치는 937억원에 달했지만 설 전 회장 일가는 대주주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상속세를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납부했다. 

당시 대한전선은 설 전 회장 부인인 양귀애 대한전선 고문과 장남 윤석씨, 차남 윤성씨 등 유가족이 3339억원 재산을 상속받음에 따라 1355억원의 상속세를 반포세무서에 신고했다. 

설 전 회장 유가족은 3339억원에 상당하는 상속재산을 받게 돼 이 같은 상속세를 낸다고 신고했다. 상속재산은 상장사인 대한전선 주식 1297만여 주(평가총액 937억원) 등 유가증권과 부동산 770억원을 비롯해 기타 유가증권과 현금성자산, 동산 등으로 구성됐다. 고 설 회장의 대한전선 지분(32.44%)은 윤석씨(22.45%)와 윤성씨(6.81%), 양고문(3.20%) 등에게 나눠 상속됐다.

이에 따라 두 아들이 최대주주인 삼양금속(30%)이 단일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윤석씨가 실질적인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당시 대한전선 관계자는 “고인의 평소 뜻에 따라 상속세 신고에 누락되는 부분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1955년 설립된 대한전선은 지난해 1조2461억원 매출에 433억원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옵토매직, 삼양금속, 대한벌크터미널 등 7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1000억

1996년 말 세상을 떠난 이임룡 태광산업 전 회장의 유족들은 106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사망한 다음해인 1997년에 장남인 고 이식진씨는 태광산업 주식 4만6732주(4.2%)와 대한화섬 6만5708주(4.95%)를 상속했으며, 이호진 태광산업 회장도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주식을 각각 4.2%와 4.95%씩 물려받았다. 

당시 태광산업 주가는 40만8000원, 대한화섬 주가는 7만4000원으로 두 사람이 각각 239억원 상당의 지분을 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당시 이 회장 일가는 106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현재 이 회장(15.14%)을 비롯한 일가 10명의 태광산업 지분은 28.75%다.

하지만 태광그룹은 편법 상속 의혹에 휘말렸다. 이임룡 회장이 사망한 뒤 자녀들이 재산을 상속하는 과정서 차명으로 관리되던 태광산업 발행주식의 약 32%가 공식 상속재산 목록서 누락된 것으로 의심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최종현 SK그룹 전 회장의 유족들은 73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고 전락원 파라다이스그룹 전 회장 일가는 436억원의 상속세를 국세청에 신고했다. 2001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유족들이 낸 상속세(302억원)는 상대적으로 너무 적은 액수로 눈길을 끈 사례다. 이후 현대자동차그룹 등 범 현대가 계열사들이 편법상속 의혹으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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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