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타’ 세풍 부는 이수그룹 막전막후

우연이라기엔…칼끝은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이수그룹이 올 한 해만 벌써 4개 계열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 중 3개사는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의 특별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측은 별다른 입장을 드러내지 않은 상황. 그룹을 둘러싼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이수그룹은 이수화학을 모체로 하는 중견그룹이다. 창업주는 고 김준성 명예회장. 5공화국 당시 경제부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이수그룹은 계열사를 늘리며 사세를 확장한 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됐다. 현재 오너 2세 김상범 회장이 그룹을 전면서 이끌고 있다.

오너 2세
경영 승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수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이수엑사켐’이라는 회사가 있다. 김 회장은 이곳의 지분 100%를 쥐고 있다. 사실상 김 회장은 개인 회사를 통해 그룹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그룹 지배구조는 ‘김 회장→이수엑사켐→㈜이수→이수화학→이수건설’ 등으로 분석된다. 세부적으로 이수엑사켐은 ▲㈜이수(73.4%) ▲이수창업투자(79.1%) ▲토다이수(40.00%) ▲이수C&E(100%)의 최대주주다.

㈜이수는 다시 ▲이수화학(35.2%) ▲이수페타시스(22.9%) ▲이수시스템(100%) ▲이수에이엠씨(100%)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중 이수화학은 ▲이수건설(75.2%) ▲ 한가람포닉스(51.0%) ▲이수앱지스(31.9%)로, 이수페타시스는 ▲이수엑사보드(100%)로 이어진다.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세무조사는 올해 초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및 조사4국은 각각 이수건설과 ㈜이수·이수화학·이수페타시스 등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수건설의 경우, 조사1국인만큼 정기세무조사(4~5년 주기)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수건설은 지난해 3000억원대 매출에 55억원 영업손실, 20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냈다. 직전년도 4000억원대 매출과 146억원의 영업이익, 9억원의 당기순이익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1국·4국 연속 세무조사…이유는?
올 한 해만 벌써 4개 계열사 털려 

㈜이수와 이수화학, 이수페타시스 세무조사는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담당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조사4국은 ㈜이수 등에 요원 100여명을 사전예고 없이 투입, 세무와 회계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건설의 세무조사와 다소 결이 달랐다.

이수화학은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 6308억원과 영업이익 13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4억원, 14억원 증가했다. 이수페타시스는 1700억원 매출과 95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직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01억원, 31억원씩 증가했다.

조사4국은 비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한다. 주로 대기업 탈세나 비자금 관련 첩보를 바탕으로 조사에 나선다. 조사 배경을 예단할 수 없지만, 일각에선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와 ‘특수관계자 거래’를 지목한다. 특히 김 회장의 개인회사 이수엑사켐에 관심이 몰렸다.

이수엑사켐은 석유화학·정밀화학 제품 판매 회사다. 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단순 유통법인이다. 그러나 이수엑사켐의 지난해 매출액은 무려 2000억원대에 달한다.


눈길이 가는 건 이수엑사켐의 제품 매입처. 당시 이수엑사켐은 특수관계자로 분류되는 이수화학으로부터 1100억원대 제품을 사들여 매출을 올렸다. 이수화학으로부터 매입한 제품은 이수엑사켐 전체 매출원가(1886억원)의 60%를 넘었다. 이른바 ‘통행세’를 거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회사
관심↑

통행세는 두 회사의 거래 중간에 끼어 수수료를 챙기는 행위를 뜻한다. 총수 일가 소유 회사가 거래 중간 과정에 개입해 부당한 지원을 받는 것으로도 통한다. 이수엑사켐은 특별한 생산이나 공정 없이 계열사 제품을 사들여 그대로 판매하고 있다.

통행세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5년간(2014∼2018) 이수엑사켐의 ‘특수관계자 매입량과 전체 매출액’을 살펴보면, 이수엑사켐은 2014년 1309억원어치의 물량을 매입해 15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과 2016년 매입량은 900억원대서 800억원대로 감소하면서 매출은 1340억원대 보합세를 이뤘다. 이듬해인 2017년 매입량은 900억원대로 다시 회복됐고, 매출은 1600억원대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제품 매입량을 1151억원으로 크게 늘렸고, 매출 역시 2068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설립 이후 최대 매출이었다. 이수화학의 제품 매출과 이수엑사켐의 수익이 맞물리는 셈이다.  오너 개인회사의 수익이 그룹 주력 자회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이다.

같은 기간 이수화학이 이수엑사켐의 매출원가를 차지하는 비율은 2014∼2016년 90%, 80%, 70%대로 하락하다가 2017년과 2018년 60%대로 내려앉았다. 감소세로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이수엑사켐은 이수화학 외에도 그룹 계열사 ㈜이수와 그 종속기업인 이수시스템서 10억원가량의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단순 구조
통행세?

이수화학은 이수엑사켐의 재무적 상황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수엑사켐은 지난해에만 이수화학에 254억원의 외상값을 지고 있다. 지난해 400억원대의 매입채무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들었지만 적지 않은 규모다.

이수엑사켐은 금융기관 차입금 275억원에 대해 이수화학으로부터 지급보증을 받고 있다. 이수화학은 직전년도 이수엑사켐의 차입금 129억원에도 지급보증을 서줬다.

이수엑사켐은 눈총을 받고 있는 매출 구조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매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배당금은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김 회장에게 돌아간다.
 

▲ 김상범 이수화학

최근 이수엑사켐의 배당금 총합은 모두 70억원에 근접한다. 세부적으로 배당금과 당시 당기순이익, 배당성향 등을 살펴보면 ▲2011년 9억6000만원(17억원, 60%) ▲2013년 9억6000만원(51억원, 18.80%) ▲2015년 11억2000만원(57억원, 19.65%) ▲2016년 20억8000만원(71억원, 29.18%) ▲2018년 17억6000만원(42억원, 41.34%) 등이다.

이수그룹 세무조사 전후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중견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문제를 적극 들여다보겠다고 언급해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범 회장 개인회사로 ‘그룹 꼭대기’
통행세 논란 꾸준히 지적…쏠리는 이목

조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 강연서 “자산 규모 5조원 미만 기업에 대해서도 과거보다 많은 자료를 통해 부당지원 행위 등을 모니터링하고, 부당한 내부 지원이 있는 경우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국내 기업들은 공정위 제재에 별 관심이 없다”며 “벌칙금과 과징금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징금 규모를 이전보다 늘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계열사 간 부당지원 행위나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조사해 제재한다. 조 위원장은 지난 9월 취임식서도 “중견기업 집단의 부당한 거래 행태도 꾸준히 감시하고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공정위 언급
중견 주목

<일요시사>는 세무조사에 대한 이수그룹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그룹 측 관계자는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며 “메모를 남겨주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재차 연락을 시도했지만 “담당자가 외부 출장 중인 관계로 이전 질문에 대한 담당자의 답변을 전달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세무조사에 대한 그룹 측 입장은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수엑사켐 통행세 논란과 관련해 추가 취재에 들어갔지만 그룹 측에선 “담당자가 외부 출장을 나갔다. 추가 질문을 받아도 답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질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정위 사정권, 첫 중견기업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전임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중견기업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 역시 재임 시절 감시 폭을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공정위는 중견기업 KPX그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KPX그룹은 공정위 조사 이전부터 통행세와 관련해 꾸준히 지적을 받았다.

공정위는 양준영 부회장 등 오너 일가 개인회사인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그룹 주력사 ‘KPX케미칼’의 물품을 구입해 다른 계열사에 판매, 통행세를 챙긴 것이 아닌지 조사에 착수했다.

관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부동산임대업과 도매업을 영위하는 사업체로 지난해 KPX케미칼로부터 52억2000여만원의 물품을 구입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그룹 베트남 현지법인 ‘VINA FOAM’에 67억9000여만원의 제품을 판매, 특수관계자 거래를 맺으며 15억여원의 수익을 남겼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거래의 실질적 역할 없이 중간에 끼어들어 통행세를 걷은 것 아니냐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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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