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송은미술대상 수상자’ 김세진

현대사회 시스템서 개인을 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송은아트스페이스가 송은미술대상 수상자 김세진 작가의 개인전을 준비했다. 김세진은 복잡한 현대사회 시스템서 드러나는 개인의 삶에 주목해 공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전개해왔다.
 

▲ 05_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한 북쪽 (still image)_싱글 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_16분 53초_2019

송은문화재단은 매년 공모와 심사를 거쳐 송은미술대상을 진행한다. 예선과 본선 심사를 통해 4명의 수상 작가를 선정하고 전시 형식의 최종 심사를 통해 대상 1인과 우수상 3인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송은아트스페이스는 2016년 제16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 김세진의 개인전 ‘Walk in the Sun(태양 아래 걷다)’를 소개하고 있다.

이상향으로

김세진은 사회 시스템서 드러나는 개인의 삶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영화와 다큐멘터리 필름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상기법과 사운드, 그리고 독특한 영상 설치를 통해 공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전시명 Walk in the Sun은 제프리 랜디스의 동명 SF 단편소설서 차용했다. 달에 불시착한 우주비행사가 생존을 위해 태양을 쫓아 하염없이 걷는 여정과 사유를 담고 있다. 삶을 위해 물리적, 가상적 이동을 멈추지 않는 인류의 여정과 닮아있다.

김세진은 최근 몇년간 영토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동과 그를 둘러싼 원인, 결과에 관심을 보였다. 16회 송은미술대상전서 그는 현대사회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노동을 표현한 도시은둔자를 선보였다.


더 나은 삶과 이상향을 향한 이동을 이주·이민과 같은 인류 역사의 단면으로 풀어낸 열망으로의 접근도 소개했다.

사회의 마이너리티로서 고립된 노동자, 이민자와 같이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소외된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담아낸 고독함이나 상실감과 같은 감정선은 이번 전시서 보다 전 지구적으로 확장됐다. 이번 전시서 김세진은 북극권의 라플란드서 남극에 이르는 여정에서 채집한 이야기와 기록의 서사들로 구성된 4편의 신작을 선보인다.

전시명, 동명의 소설서 따와
태양을 향해 걷는 우주비행사

3층 전시장에서는 스웨덴 북구와 노르웨이, 핀란드 국경에 근접해 있는 라플란드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영상 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한 북쪽을 상영한다. 북유럽 극지방에 위치한 라플란드에는 수세기 동안 극심한 추위와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사미족이 살고 있다.

사미족은 원래 순록에 의존해 자급자족의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이르러 순록의 개체수 감소에 따른 전통적인 생활 영위 방식의 어려움, 기술과 문명의 발달이 불러온 정체성 혼란으로 인해 많은 인구가 현대적인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다.
 

▲ 09_모자이크 트랜지션 Mosaic Transition (still image)_2채널 반복 재생 비디오, 4채널 사운드_5분 34초_2019

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한 북쪽은 소수 그룹으로 살아가는 사미족 일원 아니타 김벌의 개인적 사건을 바탕으로 아니타로부터의 편지’ ‘북쪽으로’ ‘추방’ ‘태양의 딸의 죽음등 총 5개 챕터에 걸쳐 전통과 현대라는 극명하지만 동시에 모호한 경계서 벌어지는 갈등과 그 이면의 소외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됐다.

3층 안쪽서 상영되는 모자이크 트랜지션은 두 개의 분열된 스크린을 통해 이미지가 조각나고 합쳐지기를 반복하는 영상과 사운드로 구성한 작업이다. 딸칵거리는 마우스 소리가 더해져 긴장감을 조성하는 배경음악 위로 프로그램 널스쿨의 홈페이지 화면이 펼쳐진다.


널스쿨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바람과 기후 등 세계 기상정보를 시각화한 비주얼 맵이다. 영상에선 빠르게 움직이는 마우스 커서를 따라 화면 캡처, 오버레이와 같은 시스템 기능들이 쉴 새 없이 작동하며 화면의 전환이 이뤄진다.

영토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동에 관심
영상과 사운드 섞어 공감각적인 표현

모자이크 트랜지션은 기술의 발달과 문명의 진보가 이뤄낸 허구적 상상력이 실제로 우리 현실과 가상의 경계서 어떻게 오작동되고 있는지를 디지털 무빙 이미지와 리드미컬한 사운드를 통해 묘사한다. 인류가 맞이한 디지털 문명에 대한 현대인의 불가항력적 맹신과 오작동의 풍경을 자아낸다.

‘2048’은 얼음으로 뒤덮인 순백의 땅 남극에 대한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설정한 가상의 영토 ‘G’에 대한 이야기다. 남극은 지구상서 인간의 발길을 가장 늦게 허락한 곳이다. 20세기 초 노르웨이의 탐험가 아문센이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베일에 싸여 있었다.
 

▲ 02_전령(들) Messenger(s)_OLED 모니터에 3D모션 그래픽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LED 라이트_2019

2048은 남극조약의 시효가 만료되는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9개의 사이니지 모니터가 한 조로 구성되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4층 전시장 전체에 걸쳐 3채널로 상영된다. 영상 속 장면들은 김세진이 2주간의 레지던시를 통해 남국에 머무르며 실제 촬영한 영상들과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가상의 랜드스케이프가 혼재돼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넘나든다.

소외된 사람들

송은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다양한 영상과 사운드 설치로 이뤄진 김세진의 작업들은 과거, 현재, 미래가 중첩된 현실과 가상의 시공간을 넘나든다. 이번 전시서 그는 우리 삶의 이면에 존재하는 사회, 정치적 불균형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외현상에 대해 사유와 공상을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130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김세진은?]

학력

슬레이드스쿨오브파인아트, UCL, Fine art, MFA(2012)
서강대 영상대학원 영상미디어과 FILM/TV(2005)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1994)

개인전


태양 아래 걷다송은아트스페이스(2019)
우연의연대기미디어극장 아이공(2015)
‘Prizma Residency #1’
프리즈마 갤러리(2015)
열망으로의 접근문화역서울284 RTO(2014)
유체도시미디어극장아이공(2014)
‘Life Stage’ COMO
빌딩전관(2011) 외 다수

수상

16회 송은미술대상(2017)
Henry Tonks Prize(2012)

블룸버그 뉴컨템포러리즈2011(2011)
4
회 다음작가상
(2005)
UNESCO Prize for the Promotion of the Arts(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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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