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조국 전 법무부장관 ‘36일 풀스토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21 13:53:38
  • 호수 12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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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탈’ 털릴 거 다 털리고 집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이 전격 사퇴했다. 헌정 사상 여섯 번째로 짧은 법무부 수장이 됐다.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부터 사퇴까지 36일간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에 매진했다. 조 전 장관은 스스로를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라고 표현했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사직 의사를 밝혔다. 조 장관은 “검찰 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다”며 “검찰 개혁을 위해 문재인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의혹 두고 
진영 대립

조 장관은 특히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 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발표한 특수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안으로 ‘1차적 소명’을 다했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조 장관은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제가 자리서 내려와야,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 장관이 전격 사퇴를 결정하면서 청와대 역시 이날 2시에 예정된 수석·보좌관 회의를 1시간 연기하고 후속대책을 논의하는 등 급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조 장관의 사의를 수락하고 오후 3시에 열린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조 장관 사퇴 이후에도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는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이며 국정 과제”라며 “두 가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부족한 점을 살펴 가며 끝까지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말했다.

대신 그동안 조 장관 의혹을 두고 진영 간 대립이 되풀이된 점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런 가운데서도 의미가 있었던 것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면서도 “그러나 결코 헛된 꿈으로 끝나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법무부장관 임명 36일 만에 전격 사퇴 
검찰 가족 수사·국정지지도 추락 부담

이어 “법무부는 오늘 발표한 검찰 개혁 과제에 대해 10월 안으로 규정의 제정이나 개정, 필요한 경우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쳐주길 바란다. 국회의 입법과제까지 이뤄지면 이것으로 검찰 개혁의 기본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엔 조 장관의 이번 결단이 검찰 개혁을 포함한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동력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퇴를 기점으로 진영 간 혼란을 추스르고 국정운영의 장악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서초동과 광화문서 잇따라 열린 일련의 대규모 집회를 거론하며 “이제는 국민 통합에 힘쓸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광장서 국민들이 보여주신 민주적 역량과 참여 에너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이제 그 역량과 에너지가 통합과 민생 경제로 모일 수 있도록 마음들을 모아달라. 저부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월9일 지명돼 법무부장관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안에 전달되자마자 야권에선 이른바 ‘가족펀드’와 웅동학원 위장 소송, 부동산 위장 거래 의혹 등에 대해 파상 공격을 펼쳤다. 조 전 장관의 딸의 장학금과 입학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마저 술렁이기도 했다. 

입시비리에 검증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문재인정부의 주요 지지층이던 2030세대가 ‘이게 공정이고 정의냐’고 항의하면서 들고 일어났다. 조 전 장관 딸이 다녔던 대학과 대학원서 항의성 촛불시위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여론과 민심은 조 전 장관에게 등을 돌렸다.

또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논란에 또다시 민심이 흔들렸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뒤 주식을 처분하고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용 책임자가 공교롭게도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였다. 
 

가족이 운영해온 사학재단 웅동학원을 둘러싼 의혹도 연일 터졌다. 상황이 악화하자 여권서도 후보자 사퇴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달게 받겠다. 더 많이 회초리를 들어달라”며 정면돌파의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월27일 그 동안 접수된 고소·고발장을 특수2부에 배당하고 20여곳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전격 단행했다. 지난달 6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날 무렵 검찰은 부인 정 교수를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특수부 축소
검사 감찰 강화

사흘 뒤 문 대통령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다. 조 전 장관은 36일 동안 검찰 개혁안을 내놓으며, 검찰 개혁을 국민적 관심사로 끌어올렸다. 그동안 정치권과 법조계서 검찰 개혁 관련 논의가 여러 차례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대통령-법무부장관-검찰총장 차원서 개혁안이 논의되고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적은 없었다.

조 전 장관 가족을 둘러싼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역설적으로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힘을 싣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임기 중 총 여섯 차례 공식 지시 내용을 발표했다. 그 중 1∼3호 지시는 검찰 개혁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조 전 장관은 임명 직후인 지난달 10·11일 1·2호 지시를 통해 검찰개혁추진지원단과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아래 검찰개혁위)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닷새 후인 16일엔 검사는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포함한 ‘장관-검찰 구성원과의 대화’를 추진하라고 3호 지시를 내렸다.

조 전 장관과 검찰 구성원과의 대화는 같은 달 20일과 25일, 각각 의정부지검과 대전지검 천안지청서 진행됐다. 또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은 17일, 검찰개혁위는 30일 발족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위 구성과 관련해 구체적 지시사항을 내렸다. 그 결과 특수부·공안부 등 주류가 아닌 형사부·공판부 등의 비주류 검사들이 개혁위에 들어갔다. 그동안 관련 논의서 소외됐던 젊은 검사, 검찰 수사관, 법무부 직원도 개혁위에 포함됐다. 사법 농단 사건을 세상에 알린 이탄희 전 판사(현재 변호사)처럼 신선한 인물도 개혁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검찰개혁추진지원단과 검찰개혁위는 ‘조국표 검찰 개혁안’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했고, 조 전 장관이 장관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검찰 개혁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조 전 장관의 4∼6호 지시는 각각 교정, 출입국·외국인, 청소년 보호관찰 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는 ‘검찰 중심 법무부 운영’서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

조 전 장관은 23일, 지난 2일 두 차례 법무혁신·검찰 개혁 간부회의를 열기도 했다. 첫 회의에선 홈페이지·메일로 검찰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했고, 두 번째 회의에선 형사부·공판부 인력 확충 방안 등을 지시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 구성원의 의견뿐만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의 검찰 개혁 관련 제안도 받았다.

관용차 폐지 및
심야 조사 금지 

조 전 장관의 지시, 검찰개혁추진지원단,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두 차례 검찰 구성원과의 대화, 홈페이지·메일 제안 등은 조 전 장관의 취임 후 첫 검찰 개혁 기자회견으로 이어졌다.

지난 8일, 첫 기자회견서 조 전 장관은 “과감한 검찰 개혁 추진”을 강조했다. 이날부터 당장 시작된 개혁안은 ▲검사장 전용차량 폐지 ▲검사 내외파견 최소화 및 검사파견 심사위원회 설치였다. 또 검찰 직접수사 부서인 특수부를 서울·대구·광주 3곳만 남기고 부산·대전 등 4곳은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국무회의에 올렸다.

서초동 집회도 이번 검찰 개혁에 큰 변수로 작용했다. 소규모로 진행돼오던 집회는 ‘11시간 자택 압수수색’ 등이 발단이 돼 대규모로 발전했고, 지난달 28일과 지난 5일 절정에 달했다. 첫 대규모 집회 직후인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검찰 개혁안 마련을 지시했고, 바로 다음 날 윤 총장은 개혁안(특수부 축소 등)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윤 총장은 공개소환 전면 폐지(10월4일), 심야조사 금지(10월7일), 직접수사 축소 및 전문공보관제 도입(10월10일) 등의 개혁안을 잇따라 내놨다.

조 전 장관의 두 번째 검찰 개혁 기자회견은 첫 기자회견 후 엿새 만인 지난 14일에 열렸다. 특히 직전 주말에도 법무부와 조 전 장관은 쉼 없이 움직였다. 

심야 조사와 부당한 별건수사 등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으로 지목돼온 행위도 법무부령으로 ‘인권보호 수사 규칙’을 제정해 바꾸기로 했다. 제정안에는 직접 수사 상황을 대검찰청뿐 아니라 관할 고등검사장에게도 보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검찰공무원의 비위가 발생하면 법무부 장관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1차 감찰권을 확대하도록 법무부 훈령도 개정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앞서 지난 8일에도 개혁위와 대검찰청의 자체 개혁 방안을 검토해 ▲직접수사 축소 ▲수사 관행 개혁 ▲검찰에 대한 감찰 확대 등을 이달 안에 법령으로 만들겠다 방안을 발표했다.

언론과 검찰 집중포화
“개혁 불쏘시개 역할”

법무부와 대검찰청 고위 간부는 주말인 지난 12일에도 검찰 개혁을 주제로 협의를 진행했다. 그 다음날 조 전 장관은 고위 당정청 협의회 참석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 이후 열린 두 번째 기자회견의 개혁안엔 특수부 명칭 폐지 및 축소를 위해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다음 날 국무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 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개혁안을 발표한 뒤 2시간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조 전 장관이 검찰 개혁의 상징이었던 만큼, 신속 추진과제 외에 ▲법무부 탈검찰화 ▲사건배당 및 사무분담 시스템 개선 ▲수사관행 개혁 ▲검사 신규임용방안 등 인사제도 정비 ▲전관예우 폐해 근절 방안 등 연내 추진과제에 힘이 실릴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경수사권 조정 등 현재 국회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논의 중인 개혁안과 관련해서도 법무부의 역할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날 법무부는 “사임 의사를 밝힌 조 전 장관이 그동안 진행해온 검찰 개혁, 법무혁신, 공정한 법질서 확립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법무행정에 빈틈이 없도록 흔들림 없이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한변협, 참여연대 등에서는 조 전 장관 사퇴와 상관 없이 검찰 개혁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한편 조 전 장관이 전격 사퇴하면서 재임 기간이 헌정 사상 여섯 번째로 짧은 법무부 수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9일 0시 임기를 시작했다. 사의 표명을 공식화한 이날 오후 2시까지를 기준으로 35일 14시간 동안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했다.

조 전 장관보다 짧게 재직한 역대 법무부장관은 모두 5명으로 최단 기록은 김대중정부 시절 ‘43시간’ 동안 재직한 안동수 전 법무부장관이 갖고 있다. 안 전 장관은 2001년 5월21일 오후 3시 김 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이틀 뒤인 5월23일 오전 전격 경질됐다. 

‘충성서약’ ‘정권 재창출’ 등 부적절한 어휘가 포함된 이른바 ‘충성문건’ 파문 탓이었다. 당시 청와대에 보낼 팩스가 기자실로 잘못 발송되는 바람에 문제의 문건이 세상에 공개됐다. 나중에 국회의장까지 지낸 박희태 전 장관도 단기간 재직 기록을 갖고 있다. 박 전 장관은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3년 2월26일 취임했다가 9일 만인 3월7일 물러났다. 

사퇴 전 개혁안 
국무회의 상정

박 전 장관은 미국서 태어난 딸이 외국인 특례전형으로 이화여대에 입학한 게 문제가 됐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9년 ‘옷로비 파문’에 휘말린 김태정 전 장관(14일), 1961년 5·16쿠데타로 물러난 이병하 전 장관(15일)이 엇비슷한 기록을 갖고 있다. 1982년 정치근 전 장관은 이철희·장영자 사건에 대한 민심 수습 차원서 33일 만에 경질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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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