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서원 ①영주 소수서원

문을 들어 올리니 자연이 성큼 다가서네

▲ 영주 소수서원의 중심 건물인 강학당

영주 소수서원(사적 55호)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자,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9곳 가운데 하나다. 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서원이 쇠락하자, 퇴계 이황이 1549년 경상관찰사 심통원을 통해 조정에 편액과 토지, 책, 노비를 하사하도록 건의했다. 명종이 이를 받아들여 이듬해 친필 편액을 내렸으니, 조선에서 처음이다. 대제학 신광한이 왕명으로 서원 이름을 지을 때, 기폐지학소이수지(旣廢之學紹而修地: 무너진 학문을 다시 이어 닦게 하다)라는 말에서 ‘소수(紹修)’를 가져왔다.
 

▲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액을 받은 소수서원 전경 <사진제공:영주시청>

나라에서 세운 향교는 지금으로 보면 국립대학, 각 지방의 유림이 세운 서원은 사립대학이라 할 수 있다. 사액서원은 나라에서 지원하는 사립대학인 셈이다. 서원은 대개 자연 풍광이 빼어난 곳에 터를 잡았으며,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향교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입학하는 데 생원이나 진사 같은 자격을 두지만, 수업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없다. 학문을 하려는 이들에게 열린, 진정한 무상교육이다.
 

▲ 소수서원 들어가는 길에 솔숲이 넓다.

선비의 고장

족히 한 아름은 될 법한 소나무들이 소수서원 입구를 지킨다. 주세붕이 풍기군수로 부임해보니, 평소 존경해온 안향이 태어난 곳이었다. 안향은 고려 말 원나라에서 성리학을 처음 들여온 이다. 주세붕은 안향을 기리면서 숙수사 터에 백운동서원을 세우고, 소나무 1000여그루를 심었다. 그 가운데 150여그루가 아직 남아 있다. 솔숲이 끝날 무렵, 영주 숙수사지 당간지주(보물 59호)가 보인다. 통일신라 때 창건된 숙수사는 단종 복위 운동 실패로 순흥도호부가 없어질 때 불타고, 당간지주만 남았다. 주세붕은 어진 목민관으로 칭송받았는데, 백성이 산삼 공납으로 힘들어하자 소백산에서 산삼 종자를 채취해 인삼 재배에 성공한 인물이다.
 

▲ 강학당 밖에는 ‘백운동’, 안에는 ‘소수서원’ 현판을 걸었다.

소수서원 정문인 사주문으로 들어서면 강학당이 나온다. 유생이 모여 스승의 가르침에 귀기울이던 강당이다. 정면에 ‘백운동’, 내부에 ‘소수서원’ 현판이 걸렸다. 소수서원 시작에 백운동서원이 있음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 강학당은 사면에 툇마루를 두르고, 배흘림 양식으로 기둥을 세웠다. 문을 연 다음 들어 올리면 삼면이 트여 안팎의 구분이 없어진다. 자연을 고스란히 품어 하나 된 기분이랄까.
 

▲ 성리학을 처음 들여온 안향과 함께 안축, 안보, 주세붕을 모신 문성공묘 <사진제공:영주시청>

강당은 일반적으로 가로가 길고 뒤에 사당을 세우는데, 강학당은 특이하게 세로로 긴 형태에 사당인 문성공묘를 서쪽에 배치했다. 문성공묘에는 안향, 안축, 안보, 주세붕을 모신다. 선현에 제사를 올리고 유학을 공부하는 것이 서원의 기본이다.
 

▲ 지락재 마루에서 바라본 소수서원 안뜰

강학당 뒤에는 유생을 가르치는 스승의 숙소인 직방재와 일신재가 있고, 그 옆으로 유생이 기거하는 학구재와 지락재가 있다. 스승의 거처보다 낮고 작게 만든 유생 기숙사의 형태에서, 스승에게 예를 다하는 당시의 철학이 엿보인다.
 

▲ 장서각과 정료대

강학당 옆 아담한 건물은 책을 보관하는 장서각이며, 장서각 앞 돌기둥은 밤에 가로등 역할을 한 정료대다. 관솔 가지에 불을 붙여 어둠을 밝혔다. 제사용 그릇을 보관하고 제물을 마련한 전사청, 안향과 주세붕 등의 초상을 모신 영정각, 소수서원에 관한 자료를 전시한 사료관 등도 경내에 있다.
 

▲ 죽계천과 솔숲을 감상하기 좋은 경렴정
▲ 취한대 마루에 앉으니 솔향기가 그윽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
자연 풍광 빼어난 곳에 위치 

소수서원은 소백산에서 흘러내린 죽계천 옆 평지에 터를 닦았다. 사주문 오른쪽에 있는 경렴정은 주세붕이 백운동서원을 세운 이듬해 동쪽 물가에 지은 정자다. 은행나무 고목이 정자에 드리워 가을이면 노란 물결이 장관이다. 개울 건너 바위에 붉은 글씨가 보인다. 주세붕이 유교사상을 한 글자로 표현해 ‘경(敬)’ 자를 새긴 바위다. 그 옆으로 소나무 아래 놓인 정자는 퇴계 이황이 ‘취한대’라 이름 붙였다. 취한대 마루에 앉아 소나무 가지 사이로 마주하는 소수서원 풍광이 볼 만하다.
 

▲ 영주 지역 주요 고택이 한자리에 모인 선비촌

소수서원에서 백운교나 죽계교를 건너면 소수박물관, 선비촌으로 이어진다. 소수박물관은 성리학과 선비문화를 조명한 곳으로, 소수서원에서 보관하던 유물을 전시한다. 선비촌은 영주 지역의 선비들이 살던 공간을 그대로 재현했다. 두암고택, 인동장씨종택, 김세기가옥, 김뢰진가옥, 해우당고택, 만죽재, 옥계정사 등 주요 고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고, 숙박 체험도 가능하다.
 

▲ ▲영주 지역 주요 고택이 한자리에 모인 선비촌

영주를 ‘선비의 고장’이라 부르는 데는 소수서원이 길러낸 숱한 선비와 거기서 비롯된 선비 정신이 이후 독립운동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흔적을 따라 대한광복단기념관을 찾았다. 대한광복단은 1913년 채기중, 유창순, 유장열 등이 풍기에서 결성한 독립운동 단체다. 채기중은 1915년 대구에서 박상진의 조선국권회복단과 통합해 대한광복회를 결성하고, 좀더 조직적으로 일본에 맞섰다. 대한광복단기념관은 조직 결성 과정과 활동, 주요 인물, 영주의 독립운동사에 관해 전시한다.
 

▲ 시원한 계곡과 어우러진 금선정

소백산 비로봉에서 발원해 풍기 읍내를 지나 서천에 합류하는 금계천은 아담한 하천인데, 금계리에 이르러 제법 계곡 분위기를 띤다. 기암괴석에 키 큰 소나무가 우거진 곳에 금선정이 있다. 정면 2칸에 측면 2칸으로, 벽체 없이 사면이 개방된 소박한 형태다. 풍기 사람도 아는 이가 드물 정도로 숨은 명소다. 정자 마루에 앉으면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고, 솔숲 사이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그 옛날 선비들이 와서 시를 쓰곤 했다는데, 지금은 여름철 물놀이 하러 알음알음 찾는다. 느긋하게 앉아 책 한 권 읽고 싶어지는 풍경이다.
 

▲ 무섬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만죽재고택

영주 무섬마을(국가민속문화재 278호)은 내성천 물줄기가 마을을 감싸고 있어 마치 물에 뜬 섬 같다 해서 이름 붙었다. 마을에 오래된 기와집이 많다. 1666년 이 마을에 처음 들어온 입향조 반남 박씨가 지은 만죽재고택을 비롯해 해우당고택, 김뢰진가옥, 김규진가옥 등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품은 문화재가 즐비하다. 일제강점기에 마을의 교육기관이자 독립운동의 거점이 된 아도서숙은 터만 남은 것을 몇 해 전 복원했다.
 

▲ 물 위에 걸린 외나무다리가 그 자체로 낭만이다.

무섬마을

무섬마을의 명물은 마을 앞 내성천에 놓인 외나무다리다. 과거에 마을과 바깥세상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였으나, 장마나 태풍으로 떠내려가 해마다 새로 놓아야 했다. 지금은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담으며 독특한 체험을 하려는 이들이 일부러 외나무다리를 건넌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소수서원→선비촌→금선정→대한광복단기념관→무섬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금선정→대한광복단기념관→소수서원→선비촌→부석사→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둘째 날: 삼판서고택→영주365시장→무섬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영주 문화관광 http://tour.yeongju.go.kr
- 소수서원 www.yeongju.go.kr/open_content/sosuseowon/index.do
- 선비촌 www.sunbichon.net
- 대한광복단기념관 www.kwangbokdan.com
- 무섬마을 www.무섬마을.com  

문의 전화
- 영주시청 관광산업과 054)639-660~6
- 소수서원관광안내소 054)639-5852(관리사무소 054)634-3310)
- 소수박물관 054)639-7964
- 선비촌 054)638-6444
- 대한광복단기념관 054)635-3606
- 무섬마을관광안내소 054)636-470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영주,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6회(06:15〜22:00) 운행, 약 2시간30분(풍기IC 약 2시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3회(07:10~20:40) 운행, 약 2시간30분(풍기IC 약 2시간) 소요. 풍기IC시외버스터미널 근처 대촌 정류장에서 23번 버스 이용, 봉현사거리 정류장에서  27번 버스 환승, 소수서원 정류장 하차. 약 45분 소요. 소수서원까지 도보 약 2분. 영주종합터미널 정류장에서 27번 버스 이용, 소수서원 정류장 하차, 약 55분 소요. 소수서원까지 도보 약 2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풍기IC시외버스터미널 054)635-6631 영주종합터미널 054)631-1006 영주여객 054)633-0011~3
기차: 청량리역-풍기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9회(06:40~21:03) 운행, 2시간30분~3시간 소요. 풍기역 정류장에서 27번 버스 이용, 소수서원 정류장 하차, 약 30분 소요. 소수서원까지 도보 약 2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영주여객 054)633-0011~3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풍기 IC에서 풍기 방면 오른쪽→봉현교차로에서 우회전, 소백로→순흥교차로→소백로→읍내교차로→소백로→소수서원

숙박 정보
-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순흥면 소백로, 054)631-9888, www.sunbi.info
- 무섬마을전통한옥체험수련관: 문수면 무섬로, 054) 633-1011, www.mooldori.com
-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풍기읍 죽령로, 054)604-1700, http://taliaresort.co.kr 

식당 정보
- 순흥전통묵집(묵밥): 순흥면 순흥로39번길, 054)634-4614
- 나드리(쫄면): 영주시 중앙로, 054)633-5482, www.nadrifood.co.kr
- 풍기인삼갈비(인삼갈비탕): 풍기읍 소백로, 054)635-2382


주변 볼거리
소백산, 죽령옛길, 인삼박물관, 여우생태관찰원, 국립산림치유원(다스림), 제민루 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