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7)자유인

‘천하의’ 나으리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운우의 정 자주 나누세’

운우의 정이라. 자신의 전공 아니던가.

그런데 그 점잖은 촌은이 노골적으로 그를 드러냈다.

흡사 그 글귀가 자신의 방문을 미리 예견하고 지은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일어났다. 순간 얼굴이 달아오르는 듯했다.

시선을 돌렸다. 저만치에 이 방의 주인이 사용하고 있을 법한 앙증맞은 화장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로 걸음을 옮겼다. 그 앞에서 거울을 주시했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지고 있었다. 

드디어 매창 등장

턱 선보다 넓어 보이는 이마 그리고 서글서글한 눈매, 오뚝하지는 않으나 반듯하게 내리뻗은 코와 굳게 다문 입술, 두툼한 양 볼. 거울 속 허균이 자신을 바라보며 음흉스럽게 웃고 있었다.  

거울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자신의 전신이 거울에 비쳐지고 있었다.

신장에 비해 훨씬 커 보이는 두상이 조금은 어색해보였으나 그리 흉이 되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 앞에서 허리에 손을 얹어보았다.

거울의 주인이 자신을 주시하는 듯이 생각되자 슬그머니 미소를 지어 보냈다.

“나리, 소인 고생원입니다.”

그 소리에 급히 몸을 돌려 자리 잡고 앉으면서 대답 대신 밭은기침을 내뱉자 문이 열리며 고생원이 방으로 들어섰다.

그 뒤를 두 명의 여인이 따랐다.

다시 밭은기침을 내뱉으면서 허균이 은근한 시선으로 두 여인을 바라보았다.

30이 거의 다 되어 보이는 여인과 16∼17세 정도의 앳된 모습의 여자가 시선에 들어왔다.

시선을 나이 많은 여인에게 주었다. 나이로 보아 말로만 듣던 매창이 바로 저 여인일 터였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 아니 조금은 작아 보이는 외형과 반듯하면서도 조금은 튀어나온 듯이 보이는 이마, 반짝이는 눈동자와 역시 반듯하게 뻗어 내린 코, 앙다문 입술. 어디서인가 많이 보았음직한 얼굴이었다. 

순간 방금 전 거울에 비쳐본 자신의 모습과 닮아 보이는 얼굴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가벼이 신음을 흘리며 다시 한 번 밭은기침을 해댔다. 그게 신호라도 된 듯 여인이 앞으로 나섰다.

“소녀 매창이 판관 나리를 뵈옵니다.”


자세를 잡고 큰 절로 예를 올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맑지 못했다.

순간적인 떨림이 그 목소리에 함께하고 있었다.

“주인을 제쳐두고 내가 먼저 자리 차지하고 있었소이다. 나 허균이라는 사람이외다.”

답을 하는 허균의 목소리 역시 맑지 못했다. 조금은 떨리고 있었다.

허균이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다시 밭은기침을 내뱉었다. ‘

“나리의 집인 양 편히 자리하십시오.”


허균의 속내를 매창이 읽은 모양이었다.

“고맙소. 내 그리하리다.” 

대답하는 허균의 얼굴로 매창의 시선이 박혔다. 매창의 눈동자가 순간 반짝이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나리, 술상 올리도록 할까요?”

고생원이 둘의 인사가 끝나자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나섰다. 허균의 시선이 매창에게 떠나지 않고 있었다. 매창의 얼굴이 살짝 한쪽으로 기울었다. 

“이 방의 주인에게 물어보도록 하시게나. 어차피 나야 객이지 않은가."

허균이 말을 마치자 매창이 앳된 여자, 별을 바라보고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흡사 둘만의 무언의 행위인 듯이 앳되어 보이는 계집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30이 다 되어 보이는 여인…떨리는 목소리
외모 특출 나지 않지만 묘한 느낌의 여인

별이 나가자 잠시 고요가 흐르기 시작했다.

허균이 시선을 ‘이화우……’의 시가 걸려있는 곳으로 주었다.

매창의 시선이 허균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기를 잠시 가느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리께서 이 미천하기 짝이 없는 소녀를 찾아주시어 감히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매창은 무슨 말을 그리하시오. 미천하기 짝이 없다니. 그렇다면 이 허균은 무엇이고 촌은 선생은 또 어떻게 되는 게요. 그러면 나나 촌은도 한낱 미천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오?”

매창이 급히 자세를 바로 했다.

“소녀가 어찌 나리와 촌은 선생께 조금이라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겠사옵니까.”

매창의 곤혹스러워함에 허균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건 그렇고 촌은 선생의 소식은 들으시오.”

물론 매창과 촌은이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허균이 모를 리 없었다.

그녀의 마음의 상태를 흘낏 스치고 싶었던 탓이었다.

마치 허균의 속내를 읽었다는 듯 매창의 입에서 다시 가느다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 얼굴에 아쉬움이 서려 있었다. 

순간 묘한 느낌을 주는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기생들처럼 딱히 외모가 뛰어나다든가 특별나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기생으로서는 퇴물에 가까울 나이건만 예전에 마주했던 여인들과는 다른 중압감이 찾아들었다.

그것은 단지 촌은의 상대였다는 이유만은 아닌 듯했다.

“이미 이화우와 함께 가버리신 님이십니다.”

촌은 유희경, 천민출신으로 선조 시대 백대붕과 함께 당대 시단을 장악했던 인물로서 매창으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도록 만들고 2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 그러나 임진란이 터지자 의병을 조직해 전선으로 달려 나간 애국자였다.

“그래서 지금은 그 사람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는 게요.”

“이미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니…….”

“허 허, 그럼 10년이 흐른 이 시점에 이화우와 함께 가버린 임을 대신해서 태풍우에 찾아온 게 되는가.”

허균이 슬쩍 농을 걸었다.

“감히 천하의 나으리를 어찌 하찮은 저와 비교하시는지요.”

“천하의라는 의미는 무엇이오?”

정식으로 맞다

그 소리가 듣기 좋지 않았다. 천하의 난봉꾼의 그 ‘천하의’로 들렸던 탓이다.

“이미 나리의 명성은 이 나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요. 그러니 ‘천하의’ 라는 용어를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생각되옵니다.”

“모르는 사람이 없다. 난봉꾼으로 말이오?”

난봉꾼이라는 말에 매창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너무나 지나친 비약이시옵니다. 나리의 명성, 천하에 거칠 것이 없는 자유인이라는 의미로  알고 있사옵니다.”

“자유인이라.”

“그러하옵니다, 나리. 자유인 말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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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