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가구 전문기업 코아스의 하청업체 죽이기 공방전

법 위에 원청, 법 밖에 하청?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우리나라 하도급의 현실은 ‘갑’이 지시하면 당사와 같은 ‘을’ 입장에선 그나마 직원들의 생계인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현실이다.” A사는 코아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A사의 매출 대부분은 코아스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A사는 거래 중단까지 감수하면서 신고를 감행했다. 그간 A사와 코아스 사이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A사는 금형제조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이다. ㈜코아스는 사무용 가구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코스피 상장사다. A사는 지난해 9월5일 코아스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A사의 공정위 신고 내용에 따르면 A사와 코아스는 지난 2014년 6월16일 협력업체 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2015년 10월19일에 이어 2018년 1월2일 코아스와 2차례 계약을 연장, 4년간 거래했다.

신고했다고?

A사는 코아스로부터 금형이나 사무용 가구 부품 제조를 위탁받아 납품했다. 거래는 코아스가 운용하는 발주시스템(SCM)을 통해 이뤄졌다. 코아스가 발주시스템에 발주서를 업로드하면 A사가 이를 출력해 목적물을 납품하는 방식이었다.

A사는 코아스와 거래 상 있었던 불법행위 내용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A사는 “이번 신고로 코아스와의 거래는 종료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서를 제출하는 이유는 이 이상 참는다 하더라도 코아스의 부당 행위가 지속될 경우 의미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사에게 코아스는 ‘주요’ 거래처였다. A사의 전체 매출에서 코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65%다. A사가 법인으로 전환하기 전에는 71%에 달했다.

A사의 주장에 따르면 코아스는 금형 제조를 위탁한 뒤 도면 변경으로 수정작업을 추가 위탁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동 법률) 제3조’에 따르면 원사업자(코아스)가 수급사업자(A사)에게 제조 위탁을 하는 경우 또는 제조 위탁 이후, 계약내역에 없는 제조를 위탁하거나 내역을 변경한다면 제2항의 사항(하도급계약 내용, 하도급대금 조정요건 등)을 적시한 변경계약 서면을 수급사업자(A사)에게 발급해야 한다.


그러나 코아스는 변경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았다.

코아스는 2015년 10월과 2017년 7월 A사에게 금형 제조를 위탁했다. 2015년 코아스는 공급가액 9700만원 중 4900만원을 A사로부터 제조 위탁하는 자재를 매입할 때, 자재 수량이 2만개가 될 때까지 자재 단가 1개당 2450원을 포함해 지급한다고 계약했다.

2017년에도 동일했다. 코아스는 공급가액 2700만원 가운데 1350만원을 매입 자재 수량이 1만개에 도달할 때까지 자재 단가 1개당 650원, 700원 등을 함께 지급하기로 했다. A사는 “코아스가 두 계약의 계약금액이 현저히 낮다고 인지해 다른 목적물에 대한 하도급 대금으로 보전해주려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었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코아스, 하청 매출 좌지우지
발주서 기재 단가 임의 수정

그러나 코아스는 첫 번째 계약의 경우, 2015년 12월22일 매입을 시작하다가 2017년 3월 이후 발주하지 않았다. 두 번째 계약도 마찬가지였다. 코아스의 매입은 단 2건에 그쳤다. 결국 A사는 각각 2300여만원과 116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

A사는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및 감액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들었다. 심사지침에 따르면 한 목적물에 대해 하도급 대금을 낮게 결정하고, 그 차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다른 목적물에 대한 하도급 대금의 결정 시 보전해주기로 한 뒤 이행하지 않는다면 부당하다고 본다.

코아스는 위탁 제품 수량을 임의로 변경하기도 했다. 코아스는 A사에게 플라스틱 제품 등을 제조 위탁했지만 사유를 들어 수량을 변경했다. 동 법률 제8조에 따르면 원사업자(코아스)는 제조 등의 위탁을 한 뒤 수급사업자(A사)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는 경우, 제조 등의 위탁을 임의로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코아스는 하도급대금을 다양한 방법으로 감액했다. 동 법률 11조 1항에 따르면 원사업자(코아스)는 제조 등의 위탁 시 결정한 하도급대금을 감액할 수 없다. 다만 원사업자(코아스)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 감액할 수 있다.

코아스는 2014년 12월∼2017년 4월 플라스틱 제품 등을 A사에게 제조 위탁했다. 코아스는 목적물을 수령한 뒤 돌연 A사에게 ‘할인료’ 명목으로 발주금 일부를 감액했다. 코아스는 감액된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구했다. 감액 금액은 모두 4500여만원이었다.
 

코아스는 ‘프로젝트 네고’와 ‘패널티 명목’으로 각각 1억5800만원, 1500여만원씩 감액하기도 했다. 코아스는 패널티를 부여한 이유로 A사의 납품 제품을 지목했다. 최종 생산물에 대한 불량 원인이 A사의 납품 제품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A사는 “코아스는 거래 과정서 한 번도 목적물 수령 이후 10일 이내 검사 통지를 서면으로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동 법률 제9조 2항에 따르면 원사업자(코아스)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 수급사업자(A사)로부터 목적물 등을 수령한 날에서 10일 이내에 수급사업자(A사)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이 기간 내 통지하지 않은 경우,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본다. A사는 “불량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실하지 않은데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아스는 ‘반품 처리’를 이유로 3600여만원도 감액했다. 코아스는 2015년 12월∼2017년 11월 A사에게 목적물을 수령한 뒤 납품 제품이 불량하다며 일부 제품에 대해 반품 처리했다. A사는 “어떤 불량인지 알려주지 않았고, 불량이라고 주장하는 제품을 반환하지도 않았으며, 당사가 제조하지 않은 제품을 반품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만들지도 않은 제품 반품하고 감액
조항 유명무실 공정위 역할 물음표

대금 지연과 이자 미지급도 언급됐다. 코아스는 2018년 1월24일 목적물을 수령, 같은 해 7월20일 하도급대금을 지급했다. 수령일서 60일을 경과한 것이다. 동 법률 제13조 1항에 따르면 원사업자(코아스)가 수급사업자(A사)에게 제조 등의 위탁을 할 경우, 목적물 등의 수령일에서 60일 이내의 기한으로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 동 법률 제13조 8항에 따르면 60일이 지난 뒤에는 초과기관에 대해 공정위가 고시하는 이율에 따라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코아스는 60일을 넘겼고, 지연이자도 지급하지 않았다.

A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코아스 측에서 해당 내용을 모두 인정했다”며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률적 단가 인하’에 대해선 (코아스가)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해당 사안이 가장 큰 부분”이라며 “지급받지 못한 대금을 꼭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A사의 주장에 따르면 코아스는 특별한 이유 없이 단가를 인하했다. A사는 2017년 4월 목적물 납품 이후 코아스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그러나 코아스는 “세금계산서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의자 사출비 10%와 조립비 5% 단가를 인하한다”며 구두 통보했다. 코아스는 발주서에 기재된 단가를 임의로 수정했다.

코아스는 한 달 뒤인 2017년 5월을 기점으로 2018년 7월까지 일률적 인하 대금을 A사에게 지급했다. 동 법률 제4조 2항 1호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해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를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으로 본다. 또 동 법률 제4조 2항 5호에 따르면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 역시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으로 볼 수 있다. A사는 1900여만원의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A사는 지난 6월 기준으로 받지 못한 대금이 모두 12억원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대부분 인정

코아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A사는 우리와 오랜 협력업체”라며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A사와 현재도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며 “중간 소통 과정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생의 의미로 잘해보고 싶다”며 “잘못이 없다기보다 근거에 기반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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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