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1)기행

폭풍우를 뚫고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 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나리!”

잔뜩 겁에 질린 사내가 앞서 걷고 있는 남자를 다급하게 불렀건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거세게 내리치는 비바람에 사내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나으리!”

자신의 부름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시 한 번 힘주어 앞서 가는 남자를 불렀다. 순간 또 다른 소리가 창공을 가르고 있었다.


벼락과의 싸움

“우르르릉… 꽝!”

동시에 두 소리가 합쳐졌다.

온 힘을 다해 부른 ‘나으리’ 소리는 하늘을 가르고 땅을 찢어버릴 듯이 내리치는 벼락소리에 고스란히 말려들어 갔다.

사내의 몸이 바로 웅크러들었다. 본능에 따른 행동처럼 보였다.

잠시 후 손을 뻗어 머리 위까지 덮어 쓴 도롱이를 양손으로 꽉 쥐어 잡은 삼복이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다가서는가 싶더니 급하게 앞을 막아섰다.

“나으으리!”


“이놈아, 왜 길을 막아서는 게야!”

허균의 속내를 알길 없는 삼복은 그래도 허균이 반응을 보이자, 크게 한숨을 내쉬며 바짝 다가섰다.

“나으으으리!”

삼복의 하는 양이 가관이었다.

분명히 무슨 말을 하는 듯 보이는데 아래턱이 심하게 떨리고 있어 이빨 부딪는 소리에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데다, 몸은 오금이 서로 달라붙은 듯 잔뜩 움츠러들어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이었다.

“못난 놈 같으니라고.”

“나으으리!”

얼굴에 모든 힘을 쏟아 간신히 말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허균이 혀를 찼다.

“무슨 일로 앞을 막았는지 똑바로 이야기해보거라!”

“저 앞에 보이는 숲… 잠시 쉬어감이 어떠할….”

바로 그 순간 하늘 저편에서 섬광과 함께 음울한 소리가 일고 있었다.

급히 고개를 돌려 그를 확인한 삼복의 얼굴빛이 다시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방금 전에 보였던 희미한 생기는 온데간데없고 다시 사시나무 떨 듯했다.

잠시 후 삼복의 행동에 일격을 가하기라도 하듯 방금 전보다 더 큰 벼락이 굉음과 함께 창공에서 대지로 내리꽂혔다.

허균의 시선은 삼복의 모습에는 아랑곳하지 아니하고, 저 멀리 대지로 힘차게 곤두박질하고 있는 벼락으로 향했다.

“그놈, 참 고약한 놈이로고.”

벼락이 땅에 떨어진 사실을 인지한 삼복이 허균 옆으로 바싹 다가섰다.

삼복의 도롱이에 떨어진 빗방울이 허균의 발치로 떨어지고 있었다.


“나으리, 뭐라고 말씀하셨는지요.”

“너에게 한 이야기가 아니니 괘념치 말거라.”

말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허균이 갑자기 갓을 벗었다.

벼락만큼이나 사납게 휘몰아치는 비가 허균의 얼굴 곳곳을 때리기 시작했다.

“고약한 놈이 여기 또 있었구먼.”

삼복이 그제야 허균의 말을 이해한 모양이었다.

“잠시 저 숲에서 비 좀 피했다 가심이….”

“비를 피하자는 게야, 벼락을 피하자는 게야!”

“비도 피하고 그리고….”

몸을 비비꼬는 삼복의 상태를 확인한 허균이 다시 혀를 차고는 들고 있던 갓을 삼복에게 건넸다.

이유를 알지 못하는 삼복이 겁에 질려 움츠린 몸으로 받아들었다.

갓을 건넨 허균이 급히 윗도리를 벗어 건네자 삼복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으리!”

“이왕에 젖은 몸, 목욕이나 해야겠다.”

내리는 빗줄기에 진짜로 목욕할 심산인지 바지 고름을 잡았다.

비에 젖어 군데군데 달라붙어 있던 바지의 고름을 잡아당기자 스르르 내려가는 듯하더니 무릎 부근에 멈추고는 흉물스럽게 들러붙어 있었다.

허균이 상체를 숙여 손으로 바지를 벗어 삼복에게 건넸다.

허균의 온몸으로 거센 빗줄기가 부딪쳐왔다.

마치 그 빗줄기를 온몸으로 잡겠다는 듯이 허균이 양팔을 벌리고 얼굴을 하늘로 향했다.

“이렇게 시원한데 괜히 거추장스럽게 갓을 쓰고 있었구나!”

“나리, 이 무슨 일인지요?”

허균의 기행, 벼락을 향해 맨몸으로…
겁먹은 삼복, 허균의 기행에 용기를…

허균의 괴이한 모습을 바라보는 삼복에게 두려움은 깨끗하게 자취를 감춘 모양으로 목소리에 생기가 묻어 있었다.

“일은 무슨 일. 네 놈도 한번 해보거라. 얼마나 시원한지. 마치 창공을 날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이 세상이 모두 내 것 같고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허균의 얼굴 위로 미소가 번지더니 급기야 웃음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허균의 웃음소리가 하늘로 전달된 모양이었다.

다시 섬광과 함께 음울한 소리가 일어나고 있었다.

“저런 고얀 놈 같으니라고. 어서 이리로 오거라!”

발가벗은 허균이 천둥이 일고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마치 자신의 품으로 벼락을 맞이하겠다는 기세였다.

삼복은 벼락이 내리칠 낌새를 알아채고 다시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방금 전처럼 떨지는 않았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허균을 주시할 따름이었다.

“왜, 이놈아. 벼락이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할 것 같으냐!”

삼복이 대답 대신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질타라도 하듯 다시 벼락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삼복의 표정이 담담했다. 아니, 삼복의 시선과 정신은 온통 허균의 기이한 행동에 집중돼있었다.

한참 동안 맨몸으로 비를 맞은 허균이 삼복의 손에 들려 있던 옷을 집어 들었다.

“삼복아.”

“네, 나리.”

“네 이름이 왜 삼복이냐?”

“그야 물론…. 여자 복, 재물 복, 또 오래 살라고 삼복입죠.”

말을 마친 삼복의 표정이 다시 어색하게 변해갔다.

“오래 살라고 주어진 이름으로 보아 네 놈이 그리 쉬이 죽겠느냐.”

삼복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허균의 몸에만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거세게 내리고 있는 비를 흠뻑 맞아서인지 아니면 벼락 소리에 놀라서인지 허균의 가운데가 한껏 쪼그라들어 있었다.

삼복이 시선을 급히 다른 곳으로 돌렸다.

“삼복아, 저 벼락이란 놈은 세상의 오물을 뒤집어쓴 너나 나보다 자연을 더 좋아하는 게야. 저기 네가 가리킨 곳에 있는 나무들 말이다. 이 미련한 놈아.”

삼복이 저만치 앞에 있는 숲으로 고개 돌렸다.

“꼭 이놈이 네놈과 닮았구나.”

바지를 입던 허균이 자신의 가운데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삼복의 시선 역시 함께했다.

“그나저나 여기가 어디냐?”

잠시 허균의 가운데를 주시하던 삼복이 더 이상 두려움에 떨 이유가 없음을 확실하게 알아챘는지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저 앞에 갈라지는 곳이 부안현과 고부로 향하는 갈래 길이옵니다. 고부로 가자면 바로 가야 합지요.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부안현이옵구요.”

“아니, 이렇게 팔팔한 놈이 그깟 벼락이 무서워서 그리 안절부절 못했단 말이냐! 한심한 놈이로고. 그건 그렇고 네 놈의 심사는 어떠냐?”

“소인의 심사라니요?”

방금 전에 사로잡혔던 두려움은 말끔히 사라진 듯 말하는 표정이 당당했다.

“이놈아, 네가 방금 전에 쉬어가자고 하지 않았더냐?”

삼복이 슬그머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자신의 뒷덜미를 긁적였다.

“그건 그때 일이고, 지금은….”

“그래, 지금은 방금 전의 일은 까맣게 잊어버렸으니 지체 없이 길을 가자, 이 말이냐?”

“고부까지 가려면 여기서 한가하게 시간을 죽일 겨를이 없습지요. 서둘러 가야 날이 어둡기 전에 도착할 듯싶은데요.”

말을 마친 삼복의 얼굴로 야릇한 미소가 번졌다.

“예라, 이 잡놈아!”

허균이 내뱉은 소리가 다시 벼락 속으로 감겨들었다.

삼복이 마치 허균의 말을 똑바로 알아들었다는 듯이 미소를 머금고 바짝 다가섰다.

“나리, 부안현에서 잠시 쉬었다 가셔야겠지요?”

“이놈아, 잠시가 무어냐. 네놈이 원하는 대로 비가 그칠 때까지 그곳에서 머물러야지.”

삼복의 얼굴이 능글맞게 변해갔다.

괴이한 모습

“그러면 그렇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

“이놈이!”

허균의 짤막한 일성에 삼복이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부안현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될 거 아닌가요.”

“내가 다 너를 위해 양보하는 것이니 그리 알고 어서 부안현으로 길을 잡도록 해!”

잠시 쭈뼛하던 삼복이 허균의 아랫도리로 시선을 던졌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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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