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태광그룹 ‘표적 조사’ 의혹

망신 주기 무리수…공정하지 못한 공정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공정한 조사였을까. 무리한 조사였을까. 공정거래위원회의 태광그룹 조사 결과 발표를 두고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다. 문제가 된 김치의 정상가격 책정부터 정황증거까지 입장 차가 선명하다. 기업 망신주기라는 말까지 오르내린다. 공정위의 조사는 정말 공정했을까. 아니면 무리한 조사였던 걸까.
 

▲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6월17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들을 동원, 총수일가 소유 회사의 김치와 와인을 구매하도록 해 사익을 편취했다. 공정위는 해당 회사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와 기업가치 제고를 언급하며 그룹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이용 가능성 등에 우려를 전했다.

이미 거론
수익 적어

공정위는 이 전 회장과 김기유 태광 경영기획실장, 계열사 19곳에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를 적용해 과징금 21억8000만원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고급 회원제 골프장 휘슬링락CC는 2011년 개장 이후 줄곧 적자를 냈다. 휘슬링락CC는 2013년 5월 티시스(총수 일가 100% 지분 보유 회사)에 합병됐다. 이 전 회장은 휘슬링락CC를 껴안은 티시스의 실적 개선을 지시했고, 티시스 대표이사였던 김 실장은 김치 제조와 계열사 판매 계획을 수립했다.

휘슬링락CC서 김치를 생산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휘슬링락CC는 골프장 휴장기에 회원들에게 김치를 판매한 바 있다.


휘슬링락CC는 2014년 4월 강원도 홍천군 소재 영농조합에 김치 제조를 위탁하고, 대량으로 생산했다. 김치 단가는 10kg당 19만원. 공정위가 제시한 시중 판매 배추김치의 10kg당 가격은 6만원 수준이었다. 김 실장은 태광 19개 계열사에 수량을 할당하고 구매하도록 했다.

계열사들은 직원들의 복리후생비와 판촉비를 구매비로 썼다. 일부 계열사들은 사내 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하기도 했다.

김치는 직원 전용 사이트 ‘태광몰’서도 판매됐다. 임직원들은 19만점의 김치 포인트를 지급받았다. 구매를 결정한 임직원들의 주소는 의사와 관계없이 휘슬링락CC로 전달됐다. 배송이 완료되면 김치 포인트는 일괄 차감됐다. 이 포인트 역시 각 계열사의 복리후생비 또는 사내 근로복지기금서 나왔다.

‘김치 강매’ 총수일가 사익편취 결론
정황 증거만으로…무리한 조사 지적

김치 생산은 2016년 9월경 공정위 조사를 계기로 중단됐다. 약 2년여 동안 계열사들이 구매한 김치는 95억여원이었다. 휘슬링락CC의 김치 영업이익률은 식품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와인 판매는 메르벵(총수 일가 100% 출자 회사)이 담당했다. 태광 경영기획실은 계열사들에게 임직원 명절 선물 등으로 와인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계열사들은 임직원 선물 지급 기준을 개정하고, 복리후생비 등으로 메르벵 와인을 구매했다. 계열사들은 와인 가격 등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와인을 구매했다.

와인 거래 역시 2016년 9월 공정위 조사로 중단됐다. 계열사들이 2년여 동안 구매한 와인은 46억원에 달했다.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계열사들의 김치, 와인 구매로 총수 일가에게 제공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원이었다. 김치의 경우 25억5000만원가량으로 대부분 이 전 회장과 그 가족들에게 배당금 등으로 지급됐다. 와인의 이익 규모는 7억5000여만원으로 이 전 회장의 부인 등에게 현금배당이나 급여 등으로 제공됐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 집단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수 일가가
33억원을?

이번 공정위 제제는 지난 2013년 8월 사익편취 규제 도입 이후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조항’이 적용된 최초의 사례다. 공정위 역시 이를 언급하며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김성삼 기업집단국장은 지난 6월 기자회견을 통해 태광 고발 사실을 전했다. 이후 김 국장은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김 국장은 ‘김치의 정상가격’에 대해 “사실 김치의 정상가격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휘슬링락CC의 김치를 ‘고가’로 판단한 이유와 관련된 질문이었다.

김 국장은 “휘슬링락CC가 생산한 김치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을 찾아야 하지만, 휘슬링락CC가 계열사가 아닌 제3자와 거래한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일하거나 유사한 김치를 제3자 간 거래한 사례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국장은 “시중에 나와 있는 최상품 김치와의 가격 차이가 많으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로 봤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최상품 김치로 조선호텔 김치와 워커힐 호텔 수펙스 김치를 휘슬링락CC 김치와 비교했다. 조선호텔 김치와 수펙스 김치의 가격은 10kg당 각각 19만원, 16만원이었다.

공정위는 단순 가격 비교가 아닌 비슷한 조건으로 재조정해 가격을 비교했다. 김 국장은 ‘휘슬링락CC 김치는 조선호텔 김치 등과 달리 내부서 거래되고, 일반인에게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을 비교할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유통, 재료비, 제조경비 등을 조정했다”고 답했다.

비교 제품 
언급 없어

김 국장은 ‘보도자료에 CJ 비비고김치와 대상 깔끔시원 김치를 비교한 취지’에 대해 “시중에 나와 있는 김치에 비해 고가로 팔았다는 점을 얘기했다”며 “이것 자체를 비교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공정위가 배포한 보도자료서 실제로 비교한 조선호텔 김치와 수펙스 김치는 명시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해당 보도자료를 통해 “휘슬링락CC가 제조한 김치는 투입재료, 생산방식, 유통방식 등을 고려하면 시중 가정용 김치 거래가격에 비해 현저히 고가로 판매된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조선호텔 김치나 수펙스 김치가 아닌 CJ 비비고김치와 대상 깔끔시원 김장김치, 씨제이 비비고총각김치와 한울 총각김치의 kg당 가격을 적시했다.
 

▲ 김성남 기업집단국장이 지난 6월17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서 브리핑을 갖고 있다.

김 국장은 ‘정황증거’에 대해 “심의 과정서 ‘이 전 회장이 경영서 물러났는데 어떻게(지시·관여를) 했느냐’ 하는 문제가 꽤 쟁점이 됐다”고 전했다.

황증거는 공정위를 둘러싼 핵심 쟁점 중 하나다. 명확한 물증 없이 정황증거로 처분을 결정한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과 경영비리 조사는 물증 등 직접증거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비교 제품이 보도자료에 없는 이유는?
쟁점별 시각차 팽팽…검 수사 결과는?

김 국장은 “‘휘슬링락CC서 김치를 생산하는데, 계열사들이 이를 구매해주는 것이 김 대표이사 혼자 힘으로 가능했을까’ ‘그 위에 어떤 관여나 지시가 없다고 한다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등등 이 전 회장이 김치 또는 와인 거래와 관련해 지시·관여를 했다고 봤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사익편취 33억원과 소유집중에 대한 질문에 “금액 자체가 아닌 관련 시장의 경쟁제한성과 소유집중과 관련한 인과를 봐야 한다”며 “휘슬링락CC나 메르뱅은 엄청난 이득을 봤다”고 말했다.

메르벵의 경우 설립 초기 자본금은 1억원이었다. 메르벵은 2017년 7월 이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지분 100%를 무상증여하면서 티시스의 자회사가 됐다. 당시 가치는 55억원이었다. 짧은 시간 내에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 태광 본사

한편에선 공정위의 이번 조사에 대해 ‘종결된 사안’이라고 일축한다. 이미 2016년과 2017년 국회 국정감사서 다뤄졌고, 어떠한 불법적 요소도 발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태광 측은 계열사에 대한 김치 구입 강요 문제에 대해 ‘프리미엄 김치’라고 답변했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정황 증거?
종결 사안?

반면 이형철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대표는 <매일노동뉴스> 칼럼을 통해 “2016년부터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국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한 일감 몰아주기 사안”이라며 “공정위와 금융감독원에 고발돼 3년의 조사 과정을 거치고 이번에 결론이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 차원서 종결한 적이 없고, 진행 중인 사안이었음은 태광그룹 측도 익히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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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