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단독보도> 이후…‘황하나-남양유업 수사’ 비스토리

직접 경찰 찾아간 회장님, 먼지 한 톨 나오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황하나 사건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남양유업이다. 기업 이미지는 실추됐고 관계 종사자들은 울상이다. 남양유업 회장은 ‘황하나 꼬리표 떼기’에 적극적이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고개를 숙이고, 경찰에 휴대전화를 제출하기도 했다.

▲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

지난 4월1일 <일요시사>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과 ‘봐주기 수사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일요시사> 1213호 재벌가라 덮었나?…남양유업 외손녀 황하나 마약 의혹 참조). 황씨는 2015년 대학생 조씨에게 필로폰을 건네고 함께 투약했다. 조씨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황씨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황씨는 대마초 흡연에 따른 기소유예 전력이 있었다. 봐주기 수사 의혹에 힘이 실렸다.

마약 투약
봐주기 수사

<일요시사>는 지난 4월2일 황씨의 ‘경찰 고위인사 인맥 과시’ 정황을 단독 보도했다(본지 1213호 ‘마약 의혹’ 황하나 “엄마가 뒤처리…아빠는 경찰청장 베프”). 수사기관의 비호 의혹이 골자였다.

황씨의 지인은 “황씨가 ‘우리 삼촌이랑 아빠는 경찰청장이랑 베프(베스트 프랜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씨의 외삼촌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다. 황씨를 향한 비판은 곧 남양유업으로 옮겨 붙었다.

남양유업은 곧바로 공식입장을 냈다. 남양유업은 이날 “황씨는 회사 경영과 무관하며, 황씨 일가족 누구도 회사와 관련된 일을 하거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너 일가의 봐주기식 수사 의혹과 관련해 회사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남양유업은 “일부 언론에서 황씨를 고인이 되신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이유로 남양유업과 연관 지어 보도해 회사의 임직원, 대리점주, 낙농가 및 그 가족들까지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씨 개인과 관련한 내용을 남양유업과 결부해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지난 4월4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으며 법원은 같은 달 6일 황씨를 구속했다. 황씨는 영장실질검사서 마약 투약 경위에 대해 ‘연예인 지인의 권유’라고 진술했다.

황 마약 사건…불똥 맞은 남양
봐주기 수사? 회사 거론돼 피해

남양유업은 지난 4월8일 두 번째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남양유업은 “최근 그릇된 행동으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황씨가 돌아가신 홍두영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양유업 이름까지 연관돼 소비자 여러분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저희 역시 황씨가 엄정한 수사를 통해 공정하고 강력하게 처벌되기를 바란다”며 “황씨는 물론 그 일가족 중 누구도 남양유업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경영활동과도 무관하므로 남양유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일등 품질의 제품을 위해 노력하는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다시 한 번 소비자 여러분께 황씨 개인의 일탈은 남양유업과는 전혀 무관함을 밝히며 안심하기를 당부한다”며 “남양유업은 지금까지처럼 오직 일등 품질로 보답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한편 황씨의 연예인 지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가수 겸 배우이자 전 연인이었던 박유천씨였다. 박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마약 투약을 부인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반응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고 결국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같은 달 15일 황씨가 홍 회장을 언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MBC는 황씨의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녹취 내용에 따르면 황씨는 2015년 “누구한테까지 지금 전달됐는지 알아? 남양유업 회장님”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지인에게 “이미 일은 커졌다” “회사와 부모님까지 들쑤셔놨는데 우리 쪽에서 어떻게 나갈 것 같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공식입장 2번
“관련 없다”

경찰은 지난 4월18일 황씨의 마약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 2명을 직무유기로 입건했다. 이들은 당시 서울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관으로 근무했다. 수사관들은 황씨를 단 한 차례도 부르지 않았다. 특히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대학생 조씨로부터 “황씨가 남양유업 회장의 손녀”라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은 가시화됐다. 황씨가 언급한 ‘회장님’과 재벌 3세라는 배경은 봐주기 수사 의혹에 불을 지폈다. 동시에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거론되기도 했다.

홍 회장은 같은 달 20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자진 출두,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를 받았다. 황씨의 봐주기 수사 의혹과 관련해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의중이었다.

조사 결과 홍 회장의 휴대전화에는 경찰 고위직과의 통화 내역이나 문자메시지가 오간 정황은 없었다. 황씨 가족들의 휴대전화서도 관련 증거는 없었다. 황씨가 언급했던 ‘경찰청장 베프’ ‘남양유업 회장님’은 과시용이었다는 것이다.

황씨는 지난 4월2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황씨는 2015년 5월부터 9월까지 필로폰을 3차례 투약하고, 1차례 매수해 지인에게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또 지난해 4월 의사 처방전 없이 클로나제팜(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약품을 처방한 혐의도 받았다.

지난 6월5일 황씨의 1차 공판이 열렸다. 황씨는 이날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황씨의 변호사 측은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으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같은 날 사과문을 발표했다.

홍 회장은 “최근 제 외조카 황하나가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홍 회장은 “친척이라 해도 친부모를 두고 직접 나서는 데는 한계가 있어, 외조카의 일탈을 바로잡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다”며 “결국 집안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제 탓”이라고 자책했다.


홍 회장은 “황하나는 제 친인척일 뿐 남양유업 경영이나 그 어떤 일에도 전혀 관계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일하는 남양유업 임직원과 대리점 및 남양유업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께도 누를 끼치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간곡히 국민 여러분과 남양유업에 깊은 사죄의 말씀과 용서를 구한다”며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겸손하게 사회적 책임과 도리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나는 아니다”
자진 출두

지난달 17일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기자단에 호소문 메일을 발송했다. 황씨로 인해 종사자 모두가 큰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메일을 통해 “앞서 남양유업 회장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 바와 같이 황씨는 홍 회장 개인의 친인척일 뿐 남양유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수식어로 관련 없는 회사와 임직원들까지 소비자들로부터 비난받고 있으며 회사의 이미지 실추가 매출 감소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임직원들은 “회사의 위기는 임직원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며, 전국의 남양유업 납품 농가들과 대리점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평생의 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를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정직하게 일하는 남양유업 임직원과 수많은 원유납품농가, 대리점주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황씨는 지난달 19일 2차 공판서도 대부분의 혐의를 시인하면서도 옛 연인이었던 박씨의 일부 진술의 사실관계 재검토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홍 회장 자진 출두, 휴대전화 포렌식까지 자청
수사 결과 ‘관련 없다’…회사도 ‘연관 없다’

황씨의 변호인 측은 “지난 3월 박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던 부분과 관련,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박씨 단독으로 투약했다”며 “지난 4월 수사기관서 제출된 증거자료를 다시 살펴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지난 10일 결심공판서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이날 결심공판서 검찰은 “수차례 필로폰을 매수하고 투약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황씨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황씨는 이날 최후진술에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과거 잘못을 생각하면 수치스럽지만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황씨에 대한 결심공판은 오는 1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한편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입건됐던 경찰관 2명은 지난 11일 각각 기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박 경위는 직무유기·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2015년 황씨 관련 마약 사건에 연루된 인물 가운데 2명만 소환조사했다. 박 경위는 용역업체 공동 운영자인 A, B씨와 잘 아는 사이였다. 박 경위는 같은 해 9월 B씨로부터 마약 혐의 제보를 받았다. B씨는 자신의 애인 C씨에게서 ‘조씨에게 마약을 건네받아 투약했다’는 말을 들었다. B씨는 해당 내용을 박 경위에게 제보하면서 ‘조씨를 처벌하되 C씨는 선처를 받게 해달라’며 500만원과 함께 청탁했다.

의혹 경찰
검찰 송치

박 경위는 해당 사건을 맡아 조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사건에 연루된 황씨와 C씨 등은 사건을 불기소로 종결했다. 박 경위는 황씨가 남양유업 외손녀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따로 황씨 측과 연락하거나 특혜를 준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하나에 발목 잡힌 남양유업 대리점주

남양유업은 지난달 27일 양재동 대회의장서 대리점 상생회의를 개최했다. 상생회의는 동반성장 실현을 위해 현장의 애로 사항을 공유하고, 분기별 논의 안건을 개선해 영업정책에 반영하는 상생의결 기구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유업계 최초로 대리점 상생회의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6년간 총 21번의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와 임직원, 전국 대리점주 대표, 집행부 등 총 40여명이 모였다. 대리점 복지정책, 영업지원 개선사항 등 대리점 권익 개선안 32건 이행률 성과 발표 이후 황하나 이슈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한자리에 모인 전국 대리점주들은 “상생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품질 좋은 제품들이 악성 루머 때문에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남양유업 대리점으로서 당당하게 현장 영업을 하고 싶다” “최근 황씨의 일탈에 마치 회사가 관여된 것처럼 소비자들이 오해해 영업하기 너무 힘들다” 등의 고충을 토로했다.

남양유업 관계자에 따르면 한 경쟁업체 사장은 대리점주에게 비꼬는 말투로 “황하나 때문에 매출 떨어지지 않아요?”라고 묻거나 판촉사원들은 고객들로부터 “마약우유 판다”는 말을 듣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리점주들은 회사가 적극적으로 황씨와의 무관성을 알려줄 것과 회사가 유업계 최초 대리점 자녀 장학금제도나 출산장려금제도 등을 홍보해 이미지 쇄신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남양유업 전국대리점협의회 집행부는 “회사가 안팎으로 힘든 상황서 우리 대리점들도 서로가 믿고 다같이 하나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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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