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뇌부 ‘인질극 양상’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6.10 10:44:39
  • 호수 12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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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전직 수장 겨냥 ‘맞불 수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과 경찰이 서로의 전직 수장을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다. 마치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법조계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 돌입하면서 사정기관 양대산맥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민갑룡 경찰청장(사진 왼쪽)과 문무일 검찰총장

검경 수사권 조정안 논의 국면서 두 기관이 전·현직 지휘부를 수사대상에 올리는 등 정면충돌 양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검경의 전직 수장을 겨냥한 ‘맞불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달 10일이다. 검찰은 과거 박근혜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활용해 ‘친박’(친 박근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강 전 청장은 결국 구속됐다. 

하필
이 시점에…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성훈)는 강 전 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당시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이철성 전 경찰청장, 김상훈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 박기호 당시 경찰청 정보심의관은 불구속 기소했다. 또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현기환 수석, 박화진 치안비서관, 정창배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모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4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현 전 수석은 2016년 4월 20대 총선 당시 여당과 친박 후보의 승리를 위해 치안비서관을 통해 경찰청 정보국에 정보활동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강 전 경찰청장 등 4명은 정보경찰 조직을 동원해 ‘전국 판세분석 및 선거대책’ ‘지역별 선거동향’ 등 선거에 개입하는 정보활동을 지시했다.

이 같은 정보활동 결과는 취합 후 별보·정책자료 등으로 작성돼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을 거쳐 정무수석에게까지 보고됐다. 검찰은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 전 대통령 등 현 전 수석 윗선의 관여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외에 강 전 경찰청장과 정 전 선임행정관은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정치 중립의무 위반 정보활동을 지시한 혐의도 공소 사실에 들어갔다. 이 전 경찰청장도 2013년 정치 중립의무 위반 정보활동을 지시한 혐의를 추가로 받는다. 또 박 전 정보심의관과 정 전 선임행정관은 2014년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에 개입하는 정보활동을 한 혐의, 김 전 정보국장과 박 전 정보심의관은 2016년 언론사 노조 동향 파악, 좌파 연예인 동향 파악 등에 대한 정보활동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 구속 기소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

당시 검찰이 전직 경찰 수뇌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자마자, 경찰 내부에선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망신주기’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에 검찰은 하루 뒤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검찰은 관련자들을 상대로 책임의 정도에 대해 보완조사를 하고 신중히 판단한 결과, 기각된 대상자의 윗선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며 “(영장청구 등) 시점을 임의로 조정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선제? 강신명 전 청장 구속
경찰도 김수남 전 총장에 칼 겨눠

특히 검찰이 문제 삼은 부분은 공교롭게도 현재 수사권 조정의 핵심 사안과 일치한다. 검찰은 현재의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대로 처리될 경우 경찰 권한의 비대화를 우려하고 있다. 검찰은 정보경찰의 분리를 요구하고 있는데, 마침 강 전 청장 등이 연루된 범죄가 바로 정보경찰과 관련된 사항이다. 검찰이 수사를 여론몰이에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검찰의 공세는 확대되는 양상이다. 검찰은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의 함바비리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진정서 접수 사실을 넘어 내사라는 수사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 업계의 거물 브로커 유상봉씨는 진정서를 통해 지난 2009년 서울강동경찰서 서장으로 있던 원 서울청장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 시점서 원 서울청장에 대한 진정서 접수 사실이 알려진 점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원 청장과 관련된 내부감사나 검찰의 무혐의 판단 등을 통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사안인데도, 검찰이 민감한 시기에 고의적인 고위직 흠집내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망신주기
여론전?

앞서 검찰의 함바비리 수사로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 등 고위직들이 무더기로 처벌받으면서, 2011년 논의됐던 검경 수사권 조정의 동력이 떨어지기도 했다.

경찰도 가만 있지 않았다. 경찰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황철규 부산고검장을 수사 선상에 올리며 맞불을 놨다. 
 

▲ 김수남 전 검찰총장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앞서 임은정 충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김 전 총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임 부장검사가 문제 삼고 있는 건은 2015년 12월 부산지검에 소속돼있던 윤모 검사의 ‘고소장 위조’ 사건이다.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윤 검사는 당시 고소인의 고소장을 분실하자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상급자 도장을 찍어 고소장을 위조했다. 이후 윤 검사는 이 사건을 각하 처리했는데 고소인의 항의로 고소장 위조사실이 알려지자 이듬해 6월 사표를 냈다. 

임 부장검사는 당시 대검 감찰1과가 윤 검사의 고소장 위조 등을 인지하고 확인까지 했는데도 감찰 또는 수사를 하지 않은 점, 이를 보고받은 당시 대검 차장과 검찰총장이 그대로 결재한 점, 윤 검사가 속해 있던 부산지검 역시 고소인의 항의 등으로 고소장 위조 등을 인지했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사직서를 수리했다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진흙탕 싸움
대놓고 표출

임 부장검사는 대검에 이 일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찰에 김 전 검찰총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현재 윤 검사는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비판 여론이 일자 검찰이 지난해 10월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임 부장검사는 경찰에 출석했다. 임 부장검사는 “2015년 부산지검과 대검찰청 감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사실대로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추가적으로 현직 검찰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예고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김 전 총장 등이 경찰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강제수사로 전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그는 “법적 절차는 공평하게 헌법 정신에 기초해 누구에게든 차별 없이 (적용)해야 하는 것”이라며 “임의적인 방법으로 안 되는 것은 강제수사 절차가 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서지현 검사가 현직 검찰 간부 3명을 직무유기와 명예훼손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은 수사 속도를 낼 예정이다. 서 검사는 권모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문모 당시 법무부 대변인과 정모 서울지검 부장검사에 대해서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14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날선 신경전 미묘한 시기 
수사권조정 맞물려 주목


고소장엔 서 검사의 미투 폭로 당시, 법무부 검찰 과장은 성추행 폭로에 따른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무부 대변인과 중앙지검 부장검사는 각각 언론 대응과 검찰 내부망 글을 통해 명예훼손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고소장 내용을 분석한 뒤 지난달 28일 서 검사 측을 조사했다. 서 검사 측 변호사는 “안태근 전 검사장의 항소심이 진행되던 중 안 전 검사장이 신청한 증인들이 위증하고 이것이 언론을 통해 증폭되며 2차 가해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검경수사권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커진 시점에 검찰 간부를 경찰에 고소한 것과 관련해선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과 경찰 두 조직이 상대 수장을 향해 벌이고 있는 수사와는 별개로, 여론전을 위한 수사 역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인질극의 목적은 서로의 수장을 볼모로 잡아 수사 실력과 조직 내 부패척결 의지를 국민들로부터 확인받는 것이다.

우선은 검찰이 한발 앞서 가는 형국이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밤 법원으로부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받아냈다.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자칫 동력을 잃을 뻔했던 수사의 불씨를 살려낸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윤중천을 모른다’던 김 전 차관의 발언과 ‘심야 출국 시도’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군 멍군
양보는 없다

경찰은 ‘버닝썬 수사’에 명운을 걸었지만 승리 구속영장 기각과 추가적인 경찰 유착 비리를 밝혀내지 못하면서 맥이 다소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의 지휘하에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 입장에선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당초 관측보다는 수사 결과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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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