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대학의 위기, 규제 완화로 극복해야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6.03 10:03:29
  • 호수 12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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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사립대학법인이 채권자로부터 파산 신청을 당했다. 서울에 있는 인지도가 높은 사립대학 재단을 상대로 벌어진 일이라 사람들의 관심도 높았다. 해당 재단 산하의 대학명칭은 여러 인터넷 포털서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채권자가 사립대학법인으로부터 받지 못한 돈은 4억원 남짓이지만 전체 채권의 규모는 200억원에 육박한다. 대학법인 산하의 수익사업체의 운영 실패와 10여 전 있었던 학교법인 고위 관계자의 횡령·배임 사건이 이번 파산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렇다면 이 대학법인의 파산 위기는 이례적인 것일까? 수익사업체 운영 실패나 사학비리가 없다면 대학이 파산하거나 폐교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대학은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고 이대로라면 탈출구도 없다. 

10년 전에 비해 소비자물가는 20% 이상 올랐으나 대학 등록금은 2009년 이후 동결돼 실질 등록금 수입은 감소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입학금을 폐지하고 입시전형료도 인하해 대학의 자금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대입 수험생 수는 2010년경 70만명 이상이었던 것이 2019년에는 51만명가량으로 감소했다. 향후 이 같은 추세는 더욱 심해져 불과 2년 후인 2021년에는 40만명으로 줄어든다. 이대로라면 수십개 대학이 폐교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대학은 심화되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와 발맞춰 정부와 국회서는 대학의 혁신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 


우선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정부에서는 대학이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인상하면 장학금 지원이나 각종 국고보조금 사업에 불이익을 준다. 그러다 보니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할 수밖에 없었고 그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대학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최소한의 자금도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

지금부터라도 대학등록금 인상이 가능하도록 해줘야 한다. 2011년에 시행된 대학등록금 인상 상한제에선 대학등록금을 최근 3개년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인상할 수 있도록 했다. 1.5배까지는 아니더라도 물가상승률에 준하는 만큼이라도 인상을 허용해야 한다. 

일반대학의 온라인 교육도 대폭 허용해야 한다. 현행과 같이 온라인 교육을 2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학 혁신의 모범이라 할 수 있는 애리조나 주립대(Arizona State University)서는 입학 후 처음 1년간은 온라인으로만 학과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이는 유학을 고려하는 이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자신의 생활근거지서 해외유학으로 수업을 이수할 능력이 되는지를 탐색할 수 있는 것이다. 유학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도 이 같은 방법을 도입한다면 더 많은 외국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온라인대학과 비온라인대학을 구분하는 제도도 없애야 한다. 해외 많은 대학에선 온라인 학위과정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전통 있는 미국 주립대학이 상당수 포함돼있으며 유럽 또한 다르지 않다. 온라인대학을 운영하는 미국 주립대학 등서는 온라인이라 하더라도 캠퍼스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같은 입학 자격을 요구하고, 동일한 수업을 이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비온라인대학에서는 온라인수업만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없다. 그리고 온라인대학은 누구나 입학해 졸업할 수 있다. 이 같은 운영서 벗어나 온라인과 비온라인 대학 간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 

이밖에 수익용 기본자산의 처분이나 수익사업체 운영에 대한 규제도 완화돼야 한다. 대학이 자본잠식 상태인데도 기본재산을 처분할 수 없다면, 자본잠식의 수렁서 벗어나기 어렵다. 대학의 위기는 대학 구성원과 국회,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한다. 여러 관계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실행으로 대학의 위기가 극복되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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