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부와 대립각’ 이재웅 쏘카 대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29 08:43:00
  • 호수 12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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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다하는 요즘 사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택시업계와 ‘타다’의 갈등이 금융당국 수장과 혁신기업 대표 간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웅 쏘카·타다 대표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간 설전이 뜨겁다. 특히 이 대표는 최 위원장을 향해 “(총선) 출마하시려나?”라는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 이재용 타다 대표

두 사람의 설전이 시작된 것은 지난 22일. 최 위원장이 은행연합회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해 “정부는 혁신사업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혁신서 소외되거나 피해를 입는 계층을 보듬고 지원하는 게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이 대표와 같은)혁신 사업자가 오만하게 행동하면 혁신동력이 오히려 약화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무례, 이기적”     
“출마하시나?”

앞서 이 대표는 타다 서비스와 관련해 택시업계와 마찰을 빚으며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택시기사들이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타다를 중단하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억지는 그만 주장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최근 타다 대표라는 분(이재웅 대표)이 경제정책 책임자를 향해 ‘혁신의지 부족’을 운운하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혁신 과정서 피해 보는 계층을 어떻게 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택시업계에 대해서도 ‘나는 달려가는데 왜 못 따라오냐’는 식의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는데 너무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타다 서비스에 반대하면서 70대 택시기사가 분신자살을 하고 택시업계가 이를 계기로 타다 서비스 중단을 격렬하게 요구하자, 이 대표가 ‘죽음을 이익에 이용하지 말라’며 쓴소리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혁신사업자도 혁신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며 “기존 법과 질서 안에서 소박한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분들을 향해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혁신사업자들이 오만하게 행동하면 자칫 사회 전반적인 혁신 동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이 대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나 모빌리티플랫폼 관련 부처도 아닌 금융위원장이 현재 민감하게 대립하고 있는 차량공유서비스에 대해 큰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 위원장의 기사를 링크하며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라며 “어찌 되었든 새겨듣겠습니다”고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타다’ 두고 최종구와 옥신각신
3자까지 개입 가시 돋친 설전  

최근 차량공유서비스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이 대표이기에 주무부처나 관계부처도 아닌 최 위원장의 발언이 다소 정치적인 의도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속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표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성장본부’ 민간위원장을 맡아 함께 일했지만, 올해 초 “한계를 느꼈다”며 위원장직을 사퇴한 바 있다.    

설전은 그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최 위원장은 지난 2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위크 2019’ 개막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제기한 총선 출마설과 관련해 “어제 제기한 문제를 그렇게 비아냥거릴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답변할 기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최 위원장은 “어제 한 말의 의미를 오늘 (핀테크위크)연설에 담았다”며 “정부가 민간 혁신을 지원하는 것과 함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해서 삶에 대한 위협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날 연설서 최 위원장은 혁신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핀테크와 금융혁신을 향한 경주서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고 함께 걸을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과 혁신의 과정서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되는 분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분들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하고 연착륙을 돕는 것, 혁신의 빛 반대편에 생긴 그늘을 함께 살피는 것이 혁신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최 위원장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페이스북에 게재한 후 즉각 대응에 나섰다.

그는 “주무부처 장관도 아닌데 제 주장을 관심 있게 잘 읽어봐 주셔서 고맙다”라며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 혁신은 우리 사회 전체가 승자가 되는 것이고 그 과정서 피해자가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공유경제 선두
택시업계 반발

이어 “전통산업이나 관련 종사자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돕고 거기에 혁신산업도 참여해야 한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전통산업을 잘 보듬어주고, 혁신산업은 놔뒀다가 혁신산업이 잘되면 세금을 많이 걷고, 독과점 산업이 되면 규제하거나 분할하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훈수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서 혁신산업이 전통산업을 도울 게 있다면 도와야 한다는 게 자신의 지론”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3월 정부와 여당, 카카오와 택시업계가 카풀 서비스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던 택시업계와 차량공유서비스의 갈등이 타다 서비스를 매개로 재점화된 모양새다.

개인택시기사 안모씨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 시청광장 인근서 자신의 몸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안씨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안씨의 택시 위에서는 ‘공유경제로 꼼수 쓰는 불법 타다 OUT’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발견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말 국회 앞에서 한 택시기사가 분신을 하고 올해 1월과 2월 연이어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뒤 네 번째다. 앞서 벌어진 택시기사의 분신은 카카오 카풀서비스에 대한 반발이 주된 내용이었다. 

택시기사의 희생이 많아지자 정부와 여당은 대책 마련에 나섰고 카카오 카풀 서비스의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문을 마련했다. 이렇게 차량공유서비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지만, 타다에 대한 반발로 다시 갈등이 시작됐다. 


택시업계가 타다에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대여한 자동차를 이용해 유상으로 운송 사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렌터카를 사용하는 타다는 위법이라는 게 택시업계 주장이다. 또 정부가 이를 허가해주면서 차량공유서비스 업계에 암묵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장이
도대체 왜?

타다가 점차 사세를 확장해가자 택시업계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광화문광장서 집회를 열고 “타다 등 차량공유 서비스가 여객운송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를 묵인한 채 오히려 문을 활짝 열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집회에는 무려 전국 택시기사 1만명(집회 측 추산)이 모였다. 

이에 이 대표는 최 위원장과 설전의 발단이 된 문제의 발언인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 대표는 2000년대 대한민국 인터넷 벤처신화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벤처 1세대를 이끈 다수 인사들이 몰락의 길을 걸었던 것에 비하면 이 대표는 여전히 IT 벤처 업계서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1968년생인 이 대표는 인천 태생으로 이철형 전 한국종합건설 대표의 1남2녀 가운데 장남이다. 어릴 때 서울로 상경했으며 서울영동고등학교를 졸업, 1991년 연세대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1994년 프랑스 파리 제6대 대학원서 인지과정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연구원 시절 ‘인터넷과 예술의 조합’에 큰 관심을 갖게 된 이 대표는 1995년 26세에 ‘포털 국산화’를 기치로 유학생활을 함께했던 지인들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이 대표는 1997년 무료 메일서비스인 한메일을 론칭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유료 서비스였던 이메일을 무료 서비스로 처음 실시하면서 IT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99년에는 온라인 카페 커뮤니티를 선보였다. 같은 해 11월 이 대표는 다음을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대표적 벤처1세대 기업인이자 벤처재벌로 발돋움했다. 

2000년 3월 온라인 쇼핑몰 ‘다음쇼핑’(현 디앤샵)을 오픈한 데 이어 독자적 뉴스 서비스인 ‘미디어 다음’, 온라인 자동차보험 ‘다음다이렉트자동차 보험’을 설립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당시 다음의 평가액은 1679억원에 이르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IT스타트업 벤처 1세대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

2000년 매거진 <아시아 위크> ‘디지털 엘리트’에 선정되고, 같은 해 11월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미래를 이끌 세계 지도자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2003년 제2회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에 선정됐으며, 2004년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2004년 8월 미국의 인터넷 포털 라이코스 인수합병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같은 해 제주도로 본사를 이전하는 계획을 세우는 등 과감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2005년 이후 후발주자인 ‘네이버’에 포털 선두 자리를 내주고 자회사들의 부실이 커지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2007년 창업한 지 12년 만에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경영 일선서 물러났다. 2008년 6월 다음을 퇴사해 다음의 대주주 지위(2012년 10월 현재 16.3%)만 유지하다가 2014년 10월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하면서 주식의 대부분을 매각했다. 현재는 3.3%의 지분만 갖고 있다.
 

2008년 사회적 벤처 후진 양성을 목적으로 한 소셜 벤처 업체 소풍을 설립하고, 강연활동 등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2011년 소풍을 통해 제주도서 카셰어링업체 쏘카의 사업 초기비용을 지원했다. 이후 쏘카의 가치는 300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018년부터 쏘카 대표를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언론 등 외부 노출을 꺼리는 ‘은둔형’으로 알려졌으나 SNS 등을 통한 사회적 발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젊었을 때 체 게바라와 촘스키의 서적을 감명 깊게 읽었고,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등 정치적으로는 나름대로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1월 트위터를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SK그룹 총수 일가 수사와 관련해 탄원서를 제출한 데 대해 “배임, 횡령, 비자금이 기업가 정신이랑 무슨 상관인가”라며 “전경련은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평양서 개최된 2018 남북정상회담서 경제인 대표단의 일원으로 방북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정부서 기획재정부 산하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직을 맡았지만, 넉 달 만에 사퇴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신성장본부장직에 위촉돼 그해 12월 사퇴했다. 

“후진 양성”
활발한 행보

사퇴 당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및 혁신성장 정책에 공유경제 모델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공유경제는 소득주도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성장 정책인데, 아무런 진전도 만들지 못했다”며 “기존 대기업 위주의 혁신성장 정책을 크고 작은 혁신기업과 함께하는 정책으로 방향전환을 하도록 만들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박창민 기자cm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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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