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버닝썬 수사 풀리지 않은 의혹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15 09:57:38
  • 호수 12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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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못 열고…5개월간 헛발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경찰의 ‘버닝썬 게이트’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조짐이다. 승리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승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명운을 걸었지만, 변죽만 올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버닝썬 게이트는 2018년 11월24일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서 일어난 폭행 사건이 발단이었다. 그날 버닝썬 장모 이사가 클럽을 방문한 김상교씨를 폭행했다. 폭행당한 김씨는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서울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는 오히려 김씨를 가해자로 지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치우면 찾고
치우면 찾고

김씨가 폭행당하는 장면이 인근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김씨는 고통을 호소했지만 당시 경찰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씨가 폭행당한 사건은 뒤늦게 여론의 공분을 샀다. 2019년 1월28일 MBC가 사건 당시 CCTV 화면을 입수해 보도하면서 강남 클럽과 경찰 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이틀 뒤인 1월30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사에 나섰고 대규모 수사단이 꾸려졌다. 

조사 과정서 클럽 버닝썬의 소유 관계와 클럽 MD(영업 담당자)의 마약 사건 등이 하나둘 튀어나왔다. 버닝썬과 유착한 전·현직 경찰도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버닝썬의 공동대표인 이모씨가 2018년 7월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강남경찰서 경찰관에게 뇌물을 전달하려 한 혐의를 포착했다.

전달책을 맡은 전직 경찰관 강모씨는 구속되었고, 유착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관은 입건됐다.


2월24일 버닝썬의 최대 주주인 전원산업(지분율 42%)의 최모 대표가 2018년 4월부터 강남경찰서의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한 사실도 드러났다.

피고·참고인 신분으로 17번 조사했지만
승리, 성접대부터 횡령까지 혐의 6개뿐

전원산업은 버닝썬이 위치한 르메르디앙 호텔을 운영하는 회사다. 경찰발전위원회에 최 대표가 이름을 올리면서 의혹은 확대됐다. 

버닝썬 사건이 꾸준히 여론의 관심을 모은 것은 이 클럽의 운영에 톱스타 승리가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클럽 버닝썬의 사내이사로 활동한 승리는 버닝썬 사건의 상징적 존재이자 모든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다. 그런데 승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경찰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승리는 약 5개월간 이어진 버닝썬 수사서 피고인·참고인 신분으로 총 17회에 걸쳐 소환조사를 받았다. 승리는 이번 사건서 ▲성매매 알선 ▲자금 횡령 ▲경찰유착(청탁금지법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불법 촬영물 유포 5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그런데 사건의 핵심인 ▲성매매 알선 ▲자금 횡령 ▲경찰유착(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한 수사에는 진척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역수사대
항상 뒷북만

▲성매매 알선= 승리는 지난 2월 이른바 ‘승리 카카오톡방’이 알려지며 아레나서 자신의 해외 투자자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3월 승리를 성매매 알선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했다. 


조사 과정서 경찰은 동업자 유인석 전 대표가 2015년 일본인 사업가 A 회장이 방한했을 때 성매매 여성을 부르고, 알선책 계좌로 대금을 송금한 사실을 포착했다. A 회장의 일행 7명 중 일부가 여성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접대 자리에 동원된 여성들로부터 실제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성매매에 관련된 여성 17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2015년 클럽 아레나서 이뤄진 외국인 투자자 접대, 2017년 필리핀 팔라완서 열린 승리의 생일파티서도 성접대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해왔다. 경찰은 유 전 대표가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대체로 시인하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승리는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 횡령= 경찰은 승리가 버닝썬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수사 중이다. 버닝썬 자금 2억여원이 승리와 유 전 대표가 차린 주점인 몽키뮤지엄의 브랜드 사용료로 지출된 것을 확인하고, 승리의 횡령 혐의를 수사해왔다. 승리 측은 “버닝썬 안에 있었던 ‘몽키뮤지엄’ 이름의 DJ 부스 운영료로 정당하게 지불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몽키뮤지엄과 관련해 유리홀딩스 법인 자금을 개인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유리홀딩스 법인 계좌서 1100만원이 몽키뮤지업 직원의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유 전 대표가 설립한 네모파트너즈에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지급된 버닝썬 자금 역시 횡령으로 의심하고 있다. 버닝썬 자금이 버닝썬의 최대 주주회사 측에 임대료 상승분 명목으로 흘러들어간 것은 물론, 버닝썬 투자자로 알려진 대만의 부호 린 사모 측에 차명 통장을 통한 허위 입금 명목 등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도 있다. 

빈 수레 요란 
용두사미로 끝

▲경찰 유착= 승리와 경찰 간의 유착관계도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버닝썬 게이트서 경찰 유착 의혹이 제기된 것은 모두 5건이다. 김상교씨 폭행 사건과 미성년자 출입 무마 사건 등 버닝썬과 직접 관련 있는 사건이 2건, 승리 등이 투자한 몽키뮤지엄의 변칙영업 신고 무마 청탁 등 승리 단체 대화방 참가자들과 관련된 의혹이 3건이다. 

경찰은 전직 경찰관 1명을 구속하고 현직 경찰관 5명을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이후 수사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경찰은 승리 카카오톡 대화방서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모 총경 등 3명을 입건했지만, 윤 총경 등이 몽키뮤지엄 사건을 처리하는 데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윤 총경 등은 승리 일행들과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대가성은 없다고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관 16개 팀 152명 투입
별다른 진척 없이 마무리

몽키뮤지엄은 2016년 7월 유리홀딩스가 투자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오픈한 힙합 라운지로, 윤 총경 등은 2016년 몽키뮤지엄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단속됐을 때 처벌 수위를 낮추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가수 최종훈이 윤 총경의 부인에게 말레이시아 케이팝 공연 티켓을 준 것과 관련해 ‘유리홀딩스 유 대표의 부탁을 받아 윤 총경 부인이 말레이시아 공연 현장에서 매표소를 통해 티켓을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유착 의혹과 관련된 수사에는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 민갑룡 경찰청장

경찰은 딜레마에 빠졌다. 경찰 수사로 유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의혹을 밝혀내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유착 의혹 수사가 제자리걸음인 것을 두고 벌써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은 수사가 미진할 경우 꼬리 자르기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총력을 쏟아붓고 있다.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경찰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지능범죄수사대·사이버수사대 등 정예 수사 인력 16개 팀, 152명을 투입했다.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인력만도 56명에 달한다.

성매매·유착
의문만 남아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찰의 명운을 수차례 언급하면서 유착 의혹 해소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민 청장은 “경찰 유착 의혹에 관한 수사뿐 아니라 강도 높은 감찰 활동을 병행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전히 승리와 관련된 수사가 진척이 없는 건 수사팀이 이렇다 할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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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