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20)돌진

고구려 병사를 내어주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내 생각도 그와 다를 바 없소. 지금 시간이 문제지 저들이 공격하면 우리의 결과는 참담하오. 그런 연유로 이쯤에서 우리의 행동을 접고 당나라에 투항하는 방법이 옳다 생각하오.”

“무슨 소리요. 절대로 항복은 아니 되오!”

흑치상지가 말을 이어가자 갑자기 지수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군, 차분히 생각하세요!”

사탁상여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항복?

“오랑캐 놈들을 경험해보고도 그럽니까. 행여나 저 놈들이 약속을 지키리라 생각합니까!”

“전과는 상황이 다르지 않소. 그리고 이게 있지 않소.”

흑치상지가 손에 들려있는 서신을 흔들었다.

“좋소, 저놈들이 약속을 지킨다고 합시다. 그를 떠나 우리가 저놈들에게 항복하자고 뭉쳤소!”

“그건 아니지만 상황이 이렇게 변하지 않았소. 그리고 우리는 항복하고 싶어 이러는 줄 아오.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처했으니 할 수 없이.”

“결국 당신들 잇속 때문 아닙니까!”


“그래서 지수신 장군은 여하한 경우라도 투항하지 않겠다는 겁니까!”

흑치상지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장은 여하한 경우라도 당나라에 항복할 수 없소. 그러니 항복하려거든 장군들이 성을 나가시오!” 

지수신이 일갈과 함께 기어코 칼을 빼들었다.

그 모습에 모두가 흠칫 놀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지수신 장군, 전혀 재고 여지가 없습니까?”

사탁상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당연하오. 단 이 부분은 반드시 명심하시오. 지금 이 순간 이후로 장군들은 적이오. 그러니 소장에게 덤벼들 때는 이 칼에 사정 두지 않을 테요!”

말을 마친 지수신이 칼을 거꾸로 들어 힘차게 탁자를 내리 찍었다.

지수신의 마음마냥 칼이 파르르 떨렸다.

뒷걸음치듯 물러난 흑치상지와 사탁상여 등 장수들이 자신들의 수하와 식솔들을 거느리고 성을 벗어나자 지수신은 남아있는 병사들을 점검해보았다.

소수의 나이 든 병사들만 남은 모습을 보고는 나오느니 한숨뿐이었다.


잠시 실의에 빠져 있는 중에 성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성루로 올라가자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성을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방금 전까지 자신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장수들과 병사들이 당나라군과 함께 시위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 단지 시위가 아닌, 여차하면 침공을 감행할 듯한 모습을 바라보고 애처로운 듯 자신을 바라보는 나이 든 병사들을 살폈다.

그 모습을 살피며 한 사람을 불러 자신이 성을 빠져나가면 성문을 열고 항복하라 지시하고 뒤로 물러섰다.

임존성을 빠져나간 지수신이 남들의 시선을 피해 북으로 방향을 잡았다.


여러 날이 지나 칠중하를 건너고 이어 고구려 영토로 들어서자 곧바로 고구려 진영을 찾았다.

그곳에서 자신을 소개하고 찾아온 사유, 연개소문 대감을 뵙기를 간청하자 고구려 군사들에 의해 평양성으로 이송되었다.

연개소문이 집무실에서 소소한 일을 챙기는 중에 지수신의 방문 사실을 접하고 그와 대면했다.

“막리지 대감, 소장 백제의 장군 지수신입니다.”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지수신이 연개소문 앞에 그대로 엎어졌다. 

“일어나 좌정하세요.”

그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던 연개소문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지수신이 일어날 생각은 않고 어깨를 들썩였다.

“장군, 이제 좌정하시오!”

연개소문의 묵직하면서도 은근한 소리가 이어지자 지수신이 힘들게 몸을 일으켜 자리 잡았다.

“면목 없습니다, 막리지 대감.”

수신이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쳐냈다.

결사항전? 백제군 이미 당군과 합심 
지수신 고구려군과 다시 백제로 행해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소?”

“너무나 억울하여 대감께 호소하고자 찾아뵈었습니다.”

“그 사연을 들어볼까요.”

자세를 바로 한 지수신이 그동안의 사정을 차근차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연개소문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경청하고는 이야기가 끝날 무렵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소?”

“소장에게 군사를 내어주십시오.”

“무엇 하시려고!”

“군사를 내어주시면 다시 백제 땅으로 돌아가서 당나라 군사들과 일전을 벌이렵니다.”

연개소문이 찬찬히 지수신의 얼굴을 주시했다.

“장군의 의지는 가상하오, 아니 당연히 그리해야 할 일이오. 그런데 내가 군사를 내어준다면 승산 있겠소?”

“군사를 내어주신다면 부여 풍 왕과 함께 임존성이 아니라 바로 백제의 수도였던 사비성을 공략하겠습니다.”

“부여 풍이라면?”

“선왕이셨던 의자왕의 아들로 일찌감치 왜국에 볼모로 갔다 돌아오셔서 지금 주류성에서 백제의 중흥을 위해 당나라 군사들과 대치 중입니다.”

미처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던 연개소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는 곁에 있던 병사에게 뇌음신 장군을 불러오라 지시했다.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겠소?”

연개소문의 제안에 지수신이 부여 풍 왕자와 관련하여 알고 있는 일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연개소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승리를 장담할 수 없으나 이대로 물러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저들과 사생결단하렵니다.”

“그런데 말이오.”

“말씀 주십시오, 대감.”

“장군의 충정 그리고 부여 풍 임금의 의지는 충분히 알겠는데 진정 백제가 다시 설 수 있겠소?”

지수신이 답하지 못하고 연개소문의 입을 주시했다. 

“이미 적의 영토로 바뀐 그곳에서 진정 백제의 재기를 도모하기는 불가능하다 생각하오.”

“하오면?”

지수신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어둡게 변해갔다.

“그렇다고 장군의 충정과 부여 풍 왕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소.”

지수신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연개소문을 주시하는 순간 명을 받은 뇌음신이 막사로 들어섰다.

뇌음신이 자리하자 잠시 대화를 중단하고 지수신과 서로 상견의 예를 나누도록 배려했다.

“장군이 수고스럽더라도 지수신 장군과 함께 백제 땅을 다녀와야겠네.”

“명령만 주십시오, 대감.”

연개소문이 지수신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러면 소장은?”

기습과 구출

“이른바 기습과 구출이네.”

지수신이 의미를 새기는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고구려가 백제의 고토에서 전쟁을 일으킨다면 전면전으로 가야 하오. 그런 경우 가장 해를 당하는 사람은 바로 백제 백성들이고. 아울러 적진으로 변한 그곳에서의 전쟁은 승리를 점칠 수 없소. 그러니 그런 전투는 바람직하지 않소.”

말을 하다 말고 연개소문이 뇌음신을 주시했다.

그 의미를 살핀 뇌음신이 미소를 보이며 지수신을 주시했다.

“유인 작전입니다.”

유인이라는 소리에 지수신이 뇌음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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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