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클럽 아레나’ 유흥대부 돕는 전관들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21 10:20:05
  • 호수 12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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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경찰·국세청 방패막이로 세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강남에 수십개가 넘는 클럽과 가라오케 등을 차명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모 회장. <일요시사> 취재 결과 강 회장이 사정기관 수사를 앞두고, 전 검사장과 경찰청 차장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 세무조사 때는 전직 강남세무서장을 세무대리인으로 내세웠다. 대기업 사건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조합이다. 일각에선 전관들 때문에 강 회장 사건이 축소된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 클럽 아레나

서울지방국세청은 올해 초 아레나를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 약 26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강 회장과 바지사장 6명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관련 사건을 강남경찰서에 이첩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지사장 
걸었다가…

지난달 27일, 강남경찰서는 강 회장을 긴급체포했다. 그 다음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강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은 수사 보강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강남 화류계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강 회장이 영장 기각된 이후 주변사람들에게 ‘언론, 검찰, 경찰 다 필요 없다. 돈만 있으면 된다. 전관 변호사를 써서 구속되지 않았다. 경찰이 긴급체포해서 영장 치면 뭐하느냐. 지금 나와 있지 않느냐’고 말하고 다닌다. 불안해하는 부하직원들에게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강 회장은 어떤 변호사를 선임했기에 이토록 호언장담했던 걸까. <일요시사> 취재 결과 강 회장이 검찰과 경찰 수사를 앞두고 ‘특수통’ 유상범 전 검사장과 ‘경찰청 넘버2’ 김귀찬 전 차장을 변호사로 선임한 것으로 확인된다. 


유 전 검사장은 ‘우병우 라인’으로 통하며 지난 박근혜정부서 가장 잘나가는 검사 중 한 명이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서울대 84학번 동기로 배우 유오성의 형이기도 하다. 

실소유주 타깃…사정기관 수사 확대
검사장·경찰청 차장 출신 변호 맡아

유 전 검사장은 강원도 영월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1992년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로 첫 임관한 이후 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범죄정보1·2담당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장, 수원지검 평택지청장, 제주지검 차장검사,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서울중앙지검3차장검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검사장), 창원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하지만 유 전 검사장은 부적절한 수사 지휘를 했다는 이유로 좌천성 인사 끝에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2017년 7월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앞서 2014년에는 서울중앙지검3차장으로 ‘정윤회 문건’ 수사 지휘를 맡았다. 당시 국정 개입 의혹 등 내용이 아닌 문건 유출 자체에만 수사의 초점을 맞춰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이 사건의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 (사진 왼쪽부터)유상범 전 검사장, 김귀찬 전 경찰청 차장, 류덕환 전 강남세무서장

유 전 검사장은 사임 당시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의 글을 통해 “(정윤회 문건 수사에)부끄러운 일이 없었는지, 빠진 것이 없었는지 무수히 자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 전 검사장은 2017년 9월 유상범법률사무소를 개업하며 변호사 업무를 개시했다. 


김 전 차장은 12만 경찰의 넘버2였다. 제33대 경찰청 차장으로 2016년 9월에 취임했다. 김 전 차장이 경찰청 차장으로 내정됐을 당시 친박(친 박근혜)이었던, 김재원 전 정무수석과 고향이 같아 일찌감치 이름이 오르내렸다. 치안감 이상 고위직은 임명권자인 대통령, 즉 청와대가 출신지역과 입직 경로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명업소 총괄
경리가 제보해

김 전 차장은 경북 의성 출신으로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으며 사시 출신으로 경찰 조직에 들어가 승승장구했다. 경찰청 정보국장, 경북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수사국장, 대전지방경찰청장, 경찰청 보안국장 등을 역임했다. 경찰청서 수사·정보·보안 등 주요 요직의 국장직을 세 차례나 지냈다.

2017년 7월에 새 정부 인사로 퇴임한 후 같은 해 9월, 검찰총장으로도 하마평에 올랐던 오세인 전 광주고검장과 김귀찬·오세인 법률사무소를 개업했다. 

국세청서 아레나를 세무조사 했을 당시 세무조사 대리인은 류덕환 전 강남세무서 서장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류 전 서장은 9급 서기보서 시작해 3급 부이사관까지 승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국세청 재산세과·감사관실, 대구국세청 감찰계장, 서울국세청 조사3국, 총리실 파견, 국세청 감찰담당관실2계장, 국세청 감찰1계장, 강릉세무서장, 서울국세청 조사3국2과장, 국세청 청렴세정담당관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5년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며 국세청의 주요 보직 중 하나인 강남세무서장에 올랐다. 2016년 6월 강남세무서장을 끝으로 퇴임해 같은 해 11월1일 세무법인 티앤티를 개업했다.  

사정기관과 법조계 관계자들은 “강 회장이 선임한 전관들은 대기업 오너 변호인단서나 볼 수 있는 조합”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유 전 검사장과 김 전 차장은 변호사 개업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S급 전관 변호사’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수임료만 수억원에 달한다. 단적인 예로 정운호 게이트 당시 홍만표 전 검사장의 월평균 매출액이 6억8700만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재벌이나 돈 있는 사람들은 경찰 수사서 경찰 전관을, 검찰에선 검찰 전관 등을 선임한다. 재판에선 법원 출신 전관들을 쓴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 사건 수임과 관련해 전관 변호사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모두 답변을 거절했다. 유 전 검사장은 “의뢰인 사건 관련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 주 업무는 김귀찬 변호사가 하고 있다. 그쪽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김 전 차장은 “의뢰인 관련 인터뷰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세청·검찰·경찰 전관들 때문에 강 회장 사건이 축소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강 회장의 조사 및 수사 진행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곳곳에 있다. <일요시사>는 국세청→검찰→경찰로 이어지는 강 회장 수사를 단계별로 살펴봤다. 

먼저 국세청은 왜 아레나만 세무조사를 했던 걸까. 아레나는 강 회장이 실소유하고 있는 업소들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본지 1191호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A 회장 실체 추적 참조).


아레나 사건은 국세청 제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연초 강 회장 여동생 밑에서 일하던 A씨가 국세청에 강 회장의 비위를 제보했다. 여동생은 강 회장이 차명 운영하고 있는 모든 유흥업소의 장부를 총괄 관리·감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화류계에선 A씨의 제보가 강 회장과 여동생의 갑질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당시 A씨가 국세청에 넘긴 자료에는 강 회장이 차명 소유하고 있는 10여개의 유흥업소 리스트도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 긴급체포
검찰 영장기각

A씨의 제보를 토대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은 지난해 3∼8월까지 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2국은 중견기업과 고소득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강 회장의 탈세 규모가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세청은 이 세무조사서 26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했으며, 강 회장을 등 바지사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추징금 규모나 검찰 고발 등을 감안할 때 외형적으로는 원칙에 입각해 세무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세금 추징이 된 건 아레나 한 곳뿐이었다.  

화류계 관계자는 “강 회장 여동생은 매일 강 회장 유흥업소로부터 일보(일일보고)를 받았다. 엄밀히 말해 A씨는 아레나 직원이 아니라 강 회장 여동생의 직원이었다”며 “국세청서 강 회장의 차명 회사를 모두 조사했다면, 탈세 규모는 어마어마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국세청이 강 회장 세무조사를 축소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관할 세무서장 출신 세무대리인으로
과거 세무조사 당시 축소·무마 의혹


검찰은 왜 아레나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했을까. <일요시사>는 복수의 국세청·검찰 관계자들에게 아레나처럼 260억원에 달하는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을 때, 사건 배당이 어느 부서로 이루어져야 합리적인지 문의했다.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조세범죄조사부’라고 답했다.

조세범죄조사부는 특수부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3차장 산하에 있는 조세범죄 전담 부서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국세청 고발 사건이 형사부에 배당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조사2국서 한 사건인 점을 고려하면 조세범죄조사부서 수사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사정기관 관계자는 “조세 사건이 꼭 조세전담부로 가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고소·고발로 하루에 수십건을 처리하는 형사부가 이 정도 규모의 수사를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고 말했다.
 

▲ ▲

검찰은 아레나 사건을 형사9부에 배당해 강남경찰서에 사건을 이첩해 수사 지휘를 하고 있다. 현재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과 수사관 한 명이 혼자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강 회장의 영장이 기각된 이후 사건은 답보상태다. 경찰 내부에서는 애초에 이 사건은 일선 경찰서에서 하기 힘든 사건이었다는 뒷말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서 조사했다면 최소 수십명이 투입될 사건이다. 이걸 서울지방경찰청도 아닌 일선서 수사관 한 명이 어떻게 수사를 하느냐”며 “검찰서 왜 사건을 경찰서에 이첩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국세청·검찰·경찰은 ‘수사·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막강 군단이 
그를 감싸다

사정기관들의 석연치 않은 조사·수사 과정을 종합했을 때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굴까. 바로 강 회장이다. 검사장·경찰청 차장·서장 출신의 전관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이 전관들은 강 회장에게 수 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 그동안 강 회장과 공무원들의 유착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본지 1195호 아레나 유흥대부와 공무원들 ‘검은 커넥션’ 의혹 참조).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관 변호사 아직 ‘살아있네’

국민 10명 중 7명가량은 전관 변호사나 연고 관계 있는 변호사가 경찰·검찰의 수사절차나 형사재판, 민사재판 등에서 ‘기소 여부나 재판의 결론을 바꾸는 영향력’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산하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는 전관 예우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해 10월24일 발표했다. 사법발전위는 지난해 6월20일부터 10월1일까지 일반 국민 1014명과 법조 직역 종사자 1391명을 상대로 전관예우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했다.

법조계 종사자들 중에서도 변호사(75.8%), 변호사 사무원(79.1%), 검찰 일반직원(66.5%)의 대다수가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답했다. 판사의 경우엔 ‘전관예우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4.2%여서 대조를 이뤘다. 검사들도 ‘전관예우가 존재한다(42.9%)'는 응답이 ‘존재하지 않는다(34.9%)'보다 많았다.

경찰·검찰 수사절차에서 전관 변호사들의 영향력에 대해 응답자 10명 중 6명가량이 ‘혐의사실에 대한 결론, 즉 기소ㆍ불기소 여부를 바꾸는 영향이 있다(60.9%)'고 응답했다. 그러나 설문에 응한 검사 가운데선 ‘결론을 바꾸는 영향은 없다(74.6%)'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 전관 변호사에게 기대하는 혜택으로는 ‘구속영장 청구 시기나 자진출석 시기 등을 조절할 수 있다(58.0%)’ ‘구속수사 사안이라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수 있다(50.6%)’ ‘적용 법조나 죄명을 좀 더 가벼운 것으로 바꿀 수 있다(49.1%)’는 응답이 많았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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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