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양진호 게이트’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1.13 08:58:22
  • 호수 11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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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주면 다 알아서 해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양진호 폭행 사건’이 법조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다. 2016년 법조계를 뒤흔들었던 정운호 법조게이트의 핵심인물이었던 최유정 변호사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변호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수사 방향이 법조 비리에 초점이 맞춰질지 주목된다. 
 

▲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갑질 폭행 영상’ 등으로 논란을 빚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경찰에 체포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은 지난 7일 낮 12시10분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서 양 회장을 체포했다. 양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 4곳도 압수수색했다.

엽기적 행위
대체로 시인

양 회장은 갑질 영상 등이 공개된 이후 자택을 나와 회사 명의의 오피스텔서 머물러 왔다고 한다. 양 회장은 외부와 연락을 끊고 이곳에 은신해 자신의 변호인단과 함께 경찰 수사에 대비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체포에 앞서 지하주차장 CCTV를 통해 양 회장이 이곳에 머무는 것을 확인했다.

양 회장은 이날 오전 지하주차장서 차에 오르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양 회장은 은신하는 동안 외부 노출을 극도로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계열사 소유의 오피스텔에 다른 사람 명의로 집을 빌리는 등 최대한 위장을 하려 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은 이날 오전 7시 양 회장에 대해 조사를 재개했다. 


양 회장은 약 4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첫날 조사서 직원 폭행과 워크숍 엽기행각 강요 등 혐의에 대해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양 회장 체포 전 이뤄진 조사서 또 다른 폭행·강요 피해자 10여명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날 심야조사는 양 회장이 심신피로를 이유로 거부해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심야(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조사는 금지돼 있으며 제한된 예외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를 조서에 명확히 기재한 후에만 실시할 수 있다.

폭행 동영상 파문 후 8일 만에 체포 
초호화 변호인단 꾸리고 방어 나서 

경찰은 양 회장의 ‘웹하드 카르텔’ 전반에 대해 다시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양 회장이 웹하드를 통해 불법 촬영물을 포함한 음란물이 유통되도록 단순히 방치만 한 것이 아니라 유통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고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그가 방대한 자료를 공급하는 헤비 업로더와 업로딩 업체, 불법자료를 거르고 삭제하는 필터링 업체와 디지털 장의업체 등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꼼꼼히 따지고 있다. 또 양 회장이 운영한 웹하드 업체 등 웹하드 카르텔과 관련한 모든 업체의 자금 흐름과 탈세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이날중 양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 최유정 변호사

법조계에선 양 회장의 법조 비리도 수사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양진호 폭행 사건을 보도한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박상규 기자는 “법조계 비리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법조계가 힘과 돈을 가진 이들에게 얼마나 관대한지, 그리고 법조·정계와 유착된 네트워킹, 불법 동영상 카르텔 의혹에도 무게를 두고 취재를 진행했다. 우리는 ‘히든카드’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정운호 법조게이트의 핵심 인물이었던 최유정 변호사가 양 회장의 이혼 소송 변호인단이었다. 

최 변호사
얼마 받았나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등을 지낸 최 변호사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법원로비 명목으로 착수금 20억원과 성공보수 30억원 등 총 50억원 상당 수임료를 받아 챙긴 혐의로 2016년 5월 구속기소됐다. 

그는 2015년 6∼10월 ‘이숨투자자문’의 실질적 대표 송창수씨로부터도 법원에 보석·집행유예를 청탁해주겠다며 50억원 상당의 수임료를 챙긴 혐의도 받았다. 결국 지난달 25일 대법원은 최씨에 대해 징역 5년6개월에 추징금 43억12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양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아내와의 이혼 소송을 진행하면서 최 변호사를 선임했다.

양 회장은 대학교 동창인 대학교수 A씨와 자신의 아내가 담소를 나누는 것을 보고 관계를 의심해 아내를 심하게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를 선임한 양 회장이 이혼 소송서 승소했다.

양 회장에게 폭행을 당한 A씨는 지난 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양 회장은 자신과 전처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서 최유정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최 변호사가 이런 개인적인 이혼 소송 변호를 맡을 정도면 ‘양진호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공포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 없던 일 
소설처럼 술술

씨는 이날 인터뷰서 “2013년 12월, 양진호 회장 동생 등 5명이 자신을 분당 위디스크 사무실로 불러 3시간 동안 수차례 집단 폭행했다”며 “그날 양 회장은 얼굴에 가래침을 뱉고 이를 먹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양 회장은 폭행 후 치료비 명목으로 ‘맷값’ 200만원을 건넸다고 말했다.

양 회장이 폭행뿐 아니라 협박을 가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폭행 이후 수차례 자살을 강요하는 협박 전화가 오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건 발생 4년이 지난 지난해 6월 이 사건을 검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당시 양 회장 동생이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 받은 것을 제외하고 양 회장 등 다른 폭행 가담자 모두 무혐의를 받은 것은 물론, 양 회장에 대한 협박 혐의마저도 기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 ‘뉴스타파’가 보도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회장의 폭행 장면 (사진=뉴스타파 화면 캡처)

A씨는 “협박 전화 녹취록, 가래 묻은 옷, 폭행 후 받은 200만원 등 사건 관련 피해 증거를 모두 보관하고 있다고 검찰에 알렸지만, 검찰은 자료 제출조차 요구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인권 말살 수준의 심각한 폭행·협박의 원인은 양 회장이 A씨가 자신의 전처와 불륜 관계라고 의심했기 때문이라는 것.


A씨는 “명백히 불륜 관계가 아니었고 단지 해명하러 사무실을 찾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대학 동창인 양 회장 전처와 우연히 연락이 닿았는데, 양 회장이 평소 마약을 투약하고 자신을 폭행한 것은 물론 (전처에게)마약을 강요하기까지 했다고 들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검찰 부실수사에 법원 봐주기?
누가 개입했나…감찰 불가피

사건 이후 양 회장은 A씨와 전처를 상대로 ‘부인의 외도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이혼 위자료 청구 민사소송을 걸었다. A씨는 양 회장이 보낸 소송장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 이혼 소송의 양 회장 측 변호사가 바로 최유정 변호사였다.

A씨는 “1심서 해외에 있어 재판에 참석하지 못해 패소했다. 당시 실제 없던 일을 소설처럼 써놨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 민사 재판서 패소하면서 가혹행위를 당한 것도 모자라 벌금 500만원까지 냈다. 앞서 양 회장은 최 변호사가 구속될 당시 “성공보수를 안 줘도 되니 돈 굳었다”고 기뻐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A씨 폭행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으며 검찰 내 감찰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올해 4월 서울고검의 ‘재기 수사 명령’으로 이 사건 수사를 재개한 상태다. 성남지청은 1차 수사 때 양 회장과 동생, 지인 등 피고소인 8명과 참고인에게 받은 진술 등 기초 수사 자료를 다시 들여다보며 범죄 혐의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양 회장의 이혼 소송 등을 최유정 변호사가 맡았던 것으로 드러나는 등 양 회장이 초호화 변호인단을 통해 법조계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검찰 내외부서도 1차 부실 수사에 대한 감찰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 5일 국회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담당 검사들의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 “검찰의 처리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조계 로비
가능성 제기

한편 양 회장이 경찰 수사를 앞두고 초호화 변호인단도 꾸린 것으로 전해진다. 양 회장에게 폭행을 당한 위디스크 전 직원 B씨의 법률대리인인 신민영 변호사는 “그건(대형 법무법인은) 아니고 경찰 출신들이 여러 분 붙어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재벌급이나 아니면 돈 많으신 분들 경우 수사 단계가 진행할 때마다 변호인을 갈아탄다”며 “경찰 단계에선 경찰 전관들, 검찰이면 검찰 전관들, 법원가면 아마 법원 출신 전관들 3번에 걸쳐서 환승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도 아마 그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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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