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검증 끝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01 10:42:24
  • 호수 1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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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함 벗고 젊은 감성 가동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드디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최근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른 것. 현대차그룹의 유일한 승계자로서 그룹 내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며 ‘확고한 2인자’가 됐다. 업계선 한층 더 폭넓은 경영 보폭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달 14일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이다. 옛 현대그룹서 분가한 1999년 이래 현대차그룹의 최종 의사 결정자는 늘 정몽구 회장이었다. 

1999년 입사
55개 계열 책임

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글로벌 통상문제 등 복잡한 대외 변수에 더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그룹의 미래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사”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에는 원래 ‘총괄 수석부회장’ 자리가 없었다. 정 수석부회장과 윤여철 김용환 양웅철 권문식 현대·기아차 부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부회장 등 7명의 부회장이 각자 업무를 책임지는 형태였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날 신설된 총괄 수석부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정 수석부회장은 아래로는 나머지 6명의 부회장을 이끌고, 위로는 아버지 정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로 그룹 내 입지가 확대됐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올 연말 인사를 대폭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내 6명의 부회장보다 높은 위치서 그룹 전반을 지휘하게 된 만큼 인사를 통해 계열사 장악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4개사의 등기이사를 맡았지만 현대차 경영에만 관여해왔다. 정 수석부회장은 1999년 현대자동차 이사로 경영 참여를 시작한 뒤 2001년 상무에서 전무로, 2003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05년부터는 기아자동차 사장으로 있다가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로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미래사업전략을 짜고 계열사 간 투자를 조율하는 업무를 책임지면서 계열사를 총괄하게 됐다. 자동차(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철강(현대제철 등), 건설(현대건설 등), 금융(현대카드·캐피탈, 현대차증권 등) 등 그룹 55개 계열사 전반을 책임져야 한다. 

지금까지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의 미래차 투자 등 주요 경영상황을 폭넓게 챙겼지만, 이번 승진으로 정 회장에 이어 회사 경영을 걸머질 명실상부한 ‘2인자’로서 그룹경영 전반에 직접 관여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정 회장을 대신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대외 행보서 이미 그룹을 대표해왔지만 이번에 공식적인 직책으로 실질적 리더십이 뒷받침된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로 현대차그룹이 ‘3세 경영 체제’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
9년 만에 후계자 이미지 벗어 


재계에선 정 회장이 위기 때마다 아들 정 수석부회장의 책임을 확대하며 경영능력을 키워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기존 산업이 위기를 맞은 시점에 정 수석부회장의 책임을 확대한 것 역시 정 회장의 신중한 결단이라는 의미다.  

정 회장은 2005년 기아차가 적자에 허덕일 때 정 수석부회장을 기아차 사장으로 임명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과감한 디자인 경영 전략으로 K시리즈를 선보이며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기아차는 2007년 영업적자 554억원서 2008년 3085억원으로 흑자를 이뤘다. 

정 회장이 정 수석부회장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자동차 시장이 요동치던 때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 기업이 모두 파산 위기에 몰렸다. 정 수석부회장은 당시 공격적인 글로벌 경영으로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또 정 수석부회장은 정 회장 대신 주요 신차 발표회 자리나 행사장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일 인도에선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의 기조연설을 맡아 “현대자동차를 자동차 제조업체서 스마트 모빌리티 설루션 제공 업체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5월에는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이 추진했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방식에 반대한 끝에 직접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자율주행·커넥티비티·모빌리티·수소차·전기차 등 자동차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해외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에만 미국·이스라엘·호주·중국·인도·싱가포르 등 11개의 해외 기술 기업에 투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풀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먼저 가장 시급한 건 미국의 관세 폭탄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첫 대외 행보는 ‘미국행’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대표단 일정도 마다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만큼 급박한 상황에 놓인 현재의 회사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룹 진두지휘 
경영전면 나서

지난달 17일 현대차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전날인 16일 미국으로 출국한 정 수석부회장은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등 미 행정부와 의회 고위인사들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문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남북 정상회담 때 대통령을 수행하는 방북단서도 빠졌다. 

미국은 현대·기아자동차의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다.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자동차가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며 최대 25%의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관세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현대·기아차의 국내 공장 일부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기아차 광주공장서 작년 생산한 전체 차량 49만2233대 가운데 미국 수출량은 37.37%(18만3959대)를 차지하고 있다. 쏘울 10만9146대(전기차 포함)와 스포티지 7만3717대가 광주서 생산된 미국 수출 주력 품목이다. 


특히 미국서 판매하는 쏘울은 광주공장서 전량 생산했다. 쏘울은 2009년 출시 이후 미국 시장서 닛산 큐브 등 기존 소형 박스카 시장 대표 모델을 제치고 작년까지 미국 엔트리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급 판매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오고 있다. 관세폭탄이 현실화하면 차량 가격이 500만원가량 상승해 가격경쟁서 밀릴 수밖에 없다.
 

더불어 정 수석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큰 숙제도 있다. 경영 승계를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런데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지난 5월 29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임시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시장의 거센 반발로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엘리엇이 끼어들어 계획에 반기를 든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로 인해 주주 신뢰에도 금이 갔다. 정 부수석회장이 엘리엇의 공세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지만, 결론적으로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1차 공세 이후 현대차그룹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현대차 3.0%, 기아차 2.1%, 현대모비스 2.6%를 각각 보유 중이다. 이는 기존 5월 밝힌 것보다 각각 1.5%씩 늘어난 것이다. 

채비를 마친 엘리엇은 직접 지배구조 개편안까지 제시하며 또다시 현대차그룹 흔들기에 나섰다. 일단 현대차그룹이 난색을 표하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총수일가 지분 30% 이상→20% 이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응책 마련과 지배구조 개편을 동시에 진행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2014년 10조5500억원에 사들인 GBC 신사옥 부지가 4년째 놀고 있는 것도 문제다. GBC 신사옥은 정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지난 4월 서울시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 통과했지만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서 지난해 12월, 지난 3월과 7월에 잇따라 퇴짜를 맞으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계열사별 전략 
조율 역할 맡아

수도권정비위원회는 현대차그룹에 ‘인구유발 저감대책 보완 및 세부대책’ ‘저감대책 실효성 확보방안’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삼성동으로 몰릴 경우 1만여명의 직원이 이주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분산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서울시는 이달 중 현대차그룹 측으로부터 보완책을 받아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지만 연내 착공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공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사업 지연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인허가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나 신사옥 건립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등 GBC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재계는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총괄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GBC 문제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1970년 10월10일 서울서 정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현대를 창업한 정주영 명예회장이 할아버지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작은 어머니, 정몽준 전 국회의원이자 현대중공업 고문이 작은 아버지다. 형제로는 위로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로 누나가 셋이다.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정문선 현대비앤지스틸 전무, 정대선 현대비에스엔씨 대표,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장,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과 사촌지간이다. 

 자동차 위기 돌파 승부수 던져
“세계로∼” 글로벌 행보 가속화

정 수석부회장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선과 1995년 결혼했다. 장인인 정도원 회장은 정 회장과 경복고 선후배 사이로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 1983년 경복초등학교를 졸업했다. 1986년 구정중학교(현 압구정중학교), 1989년 휘문고등학교(81회)를 졸업했다. 1993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 경영대학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정 수석부회장은 일찌감치 현대차그룹의 후계자로 결정됐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사원부터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바닥부터 시작하라는 정 회장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현대정공에 과장으로 입사했으나 1년 만에 미국 유학길을 떠났다. MBA 학위 취득 후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서 2년간 근무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1999년 현대자동차에 입사, 2002년까지 국내영업본부 영업담당 겸 기획총괄본부 기획담당 상무를 맡았다. 

2002년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 전무로 승진했고 2003년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고 2009년부터 현대자동차 기획 및 영업담당 부회장 재직했다. 2005부터 지금까지 대한양궁협회 및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재벌 3세인데도 소박하고 겸손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를 두고 할아버지인 정 명예회장의 밥상머리 교육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정 수석부회장은 정 명예회장과 아버지 정몽구 회장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다고 한다. 특히 아버지 정몽구 회장을 대단히 깍듯하게 모신다. 경영권 승계 얘기가 나오면 “아버지가 건재하신데 왜 그런 말이 나오냐”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경영 능력도 검증됐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성공하면서 경영 능력에 대해 확고한 합격점을 받았다. 워커홀릭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일을 많이 하며 항상 오전 6시30분 출근하는 아침형 CEO로 꼽힌다.

현대차에 젊은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해 6월, 코나 신차 발표회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나와 관심을 끌었으며 종종 직원들과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들이 검정색 세단을 주로 이용하는 걸 알면서도 다크블루 색상의 에쿠스를 타기도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017년 7월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오너 경영인으로서 정 수석부회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김 공정위원장은 당시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정의선을 기아차 사장으로 임명하고 그룹 차원서 지원해 기아차를 회생시켰다. 정의선의 능력에 대해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거의 없다”며 “그에 비하면 삼성이나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에게 경영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게 부족했다”고 밝혔다. 

관세, 지배구조…
풀어야할 과제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가끔 골프도 함께 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골프와 테니스 실력이 수준급이다. 폭탄주 10여잔은 거뜬할 정도로 주량이 센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의 자동차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인 <탑 기어>를 즐겨 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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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