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길목’ 가로막는 암초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5.08 11:13:16
  • 호수 11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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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일, 아직 갈 길이 멀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남북 정상은 과연 한반도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2018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통일에 대한 염원이 높아지고 있다. 정관계는 물론 민간단체들도 통일에 관한 행사를 주최하며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국민적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엇박자를 내는 곳이 있다. <일요시사>는 남북통일이라는 항로에 숨은 암초를 추적했다.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서 두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다”며 “남과 북은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는 데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다.

불가침 합의
평화의 시대

합의문의 명칭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2018년 내 종전 선언 ▲완전한 비핵화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 ▲문 대통령의 올가을 평양 방문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최고의 화두는 합의문에 비핵화가 담기느냐의 여부였다. 김 위원장은 직접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의지를 밝혔다. 두 정상은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비핵화의 시기나 방법 등 핵심 사안은 향후 북미정상회담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의 사전 조율의 성격이 짙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남북정상회담이 완전한 비핵화의 입구가 된다면 북미정상회담은 출구가 된다”며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고 그런 의미서 판문점 선언은 북미정상회담에게 던져주는 아주 좋은 길잡이 메시지를 생산해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두 정상은 궁극적인 비핵화를 위해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나가기로 했다. 군사적 대치를 해소하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남북은 지난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단하고 있다.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든다는 계획도 추진될 예정이다.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한다는 합의는 남북 평화에 대한 상징성이 크다. 그간 천안함 폭침, 서해대전 등 무수한 군사적 충돌을 낳았던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서 벌어졌다. 이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하는 합의는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함은 물론 어민들의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는 실절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이후 대화를 이어간다는 데 의의가 크다. 남북은 국방부장관 회담 등 군사당국자 회담을 자주 개최하기로 했다. 5월 중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5월 중순에는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5월 말 내지는 6월 초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가을에는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다시 남북정상회담을 이어간다.

남북정상회담이 불러온 평화체제에 대한 기대감은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지난 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성인 100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78.3%로 지난주 주간집계보다 8.3%포인트 급등했다. 
 

반면 ‘잘 못 하고 있다’는 답변은 15.5%로 9.3%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새 정부에 대한 기대효과가 반영된 지난해 5월4주차(84.1%)와 6월1주차(78.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대화 지속
통일 밑거름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은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 비준 동의를 받기 위해서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가서명한 합의문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 비준 동의를 받고, 이어 대통령 비준 및 국내 공포 등 절차를 밟아야 법적효력을 갖게 된다.

남북정상회담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00년 6·15공동선언과 2007년 10·4선언 등이 있었다. 합의문도 이번이 세 번째. 앞서 두 번의 정상회담 합의 내용은 모두 비준 절차를 거치지 못했고,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사실상 폐기됐다.

이를 잘 아는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회 2차 전체회의서 합의문의 국회 비준을 강조하고 나선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서 합의한 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려면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반드시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서도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 정한 남북합의서 체결 비준 공포 절차를 조속히 밟아주시기 바란다. 정치적 절차가 아니라 법률적 절차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국회의 동의 여부가 또다시 새로운 정쟁거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감안하면서 국회의 초당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잘 협의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합의문 이행을 위한 국회 비준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합의문 국회 비준에 대해 여야는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범진보 성향인 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긍정적 입장을 내놨지만, 범보수 성향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북미정상회담 전 국회 비준 동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특히 한국당은 표면적으로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준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남북정상회담 자체를 평가절하하며 사실상 비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국회서 난항이 예상된다.

파격적인 판문점 선언, 평화의 신호탄
남북회담이 입구라면 북미회담은 출구

국회서의 비준 동의 절차는 한국당의 힘을 빌려야 가능하다. 합의문이 국회 의안과에 접수되면 관련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로 회부된다. 이후 외통위 의결을 거쳐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마지막으로 본회의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을 얻어내야 비준 동의안이 법적 효력을 지닌다.

문제는 현재 국회의 정당별 의석 구조가 민주당의 힘만으로는 의견 정족수인 과반 찬성을 만들어내기 힘든 ‘여소야대’ 상황이라는 점이다. 

민주당 121석을 비롯해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범여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 3석, 바미당 비례대표이면서 평화당 활동에 참여 중인 의원 3명을 합쳐도 147석에 불과하다. 


한국당 116석에 평화당 활동 중인 비례대표를 제외한 바미당 27석, 대한애국당과 무소속 등 2석을 합한 범보수의 145석에 단 2석 차로 앞선다. 즉 범진보 진영서 단 두 표만 반대 또는 기권이 나와도 비준안은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
 

당장 외통위를 통과한다는 보장도 없다. 심재권 민주당 의원이 외통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간사 수에서 범진보 진영은 1명(민주당 김경협 간사)인데 비해 범보수 진영은 2명(한국당 윤영석 간사, 바미당 이태규 간사)이다.

현 국회 시스템 상 상임위 간사는 상임위원장 만큼이나 큰 권력을 가졌다. 상임위 내 의사 일정을 결정하고 의제를 선정한다. 전체회의에 앞서 주요 의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상임위 간사의 역할이다. 간사 수에서 범진보 진영이 범보수 진영에 밀리고 있는 상황서 비준안에 대한 간사 간 협의가 범진보 진영에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은 낮다.

앞서는 범보수
밀리는 범진보

외통위 전체 의석수도 범진보 진영이 밀린다. 외통위 위원의 수는 22명. 그중 범진보에 속하는 위원은 민주당 소속 10명에 불과한 반면, 범보수 쪽 위원은 한국당 10명에 바미당 2명을 합쳐 총 12명으로 우위를 차지한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드루킹 특검 도입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바미당은 지난 3일 의원총회를 통해 “특검 수용과 국회정상화가 타결되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지난달 17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소속 의원들이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같은 장소서 여러 차례 규탄대회를 열어 공세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의원총회서 특검 관철을 위해 ‘무기한 단식투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바미당도 특단의 대책으로 단식농성을 언급한 만큼 범보수 진영이 ‘드루킹 특검’ 고삐를 더욱 강하게 당길 것으로 점쳐진다.

문제는 단식투쟁까지 불사하는 드루킹 특검에 대한 범보수 진영의 이 같은 공조가 ‘드루킹 특검-합의문 비준’ 빅딜이 무산된 이후 나왔다는 점이다.

앞서 민주당은 한국당에 드루킹 특검 수용을 전제로 합의문 비준 동의를 제안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김성태 원내대표와의 비공개 조찬회동 자리서 국회 정상화 방안으로 드루킹 특검 수용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드루킹 특검은 경찰과 검찰 수사를 먼저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서 한 발 물러선 결정이었다.

그러나 한국당은 “특검 수용에 조건이 붙으면 안 된다”며 빅딜 제안을 거절했다. 우 원내대표의 제안이 있은 날 한국당은 의원총회를 연 후 합의문 비준과 연계된 특검 수용은 받을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합의문 비준 문제는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판단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내놨지만, 남북정상회담 후 한국당이 내놓은 반응들을 보면 비준안 자체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비준안 국회통과? 외통위도 장담 못해
미 외교·안보 투톱, 대북 제재 입장차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도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중 핵심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투톱으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 북핵 협상에 대한 온도차다.

두 사람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나란히 방송에 출연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미국의 전략을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 전까지는 어떤 제재 완화도 없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은 이전 정부의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다.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있다”고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완전한 비핵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제재 완화는 없다는 그간의 미 행정부 태도와 차이가 있다. 행간에는 북한이 어떤 ‘구체적 조처’를 취하면 완전한 비핵화 전이라도 미국이 지금보다 제재 수위를 낮출 가능성도 엿보인다.

막말 퍼레이드
배 아픈 사촌?

반면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모든 핵무기와 핵연료, 탄도미사일 등을 포기·반출할 때까지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것이 비핵화의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 완화는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다.

투탑의 이견에 트럼프 미 행정부가 아직 비핵화 로드맵을 조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이번 달 말 치러질 북미정상회담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의 보상으로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도 안갯속이다.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 평화 체제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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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