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공원여행 ①충남 태안해안국립공원

수만 년의 시간과 바다, 바람이 만든 작품

서해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태안해안국립공원은 다양한 지질 환경을 갖춰 자연 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해안사구와 울창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수평선 너머로 아득하게 지는 노을은 여행자에게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은 1978년 우리나라 1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전체 면적 37만7019㎢, 태안반도와 안면도를 남북으로 아우른 해안선이 230km에 달한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27개 해변은 저마다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드넓은 갯벌과 사구, 갖가지 기암괴석과 크고 작은 섬도 서해의 아름다운 경관을 느끼게 해준다.

곰솔·해송 산책로

태안해안국립공원을 가장 알차게 돌아보는 방법은 7개 코스로 된 태안해변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1코스 ‘바라길’은 학암포-신두리(12km, 약 4시간 소요), 2코스 ‘소원길’은 신두리-만리포(22km, 약 8시간 소요), 3코스 ‘파도길’은 만리포-파도리(9km, 약 3시간 소요), 4코스 ‘솔모랫길’은 몽산포-드르니항(16km, 약 4시간 소요), 5코스 ‘노을길’은 백사장항-꽃지해변(12km, 약 3시간40분 소요), 6코스 ‘샛별길’은 꽃지해변-황포항(13km, 약 4시간 소요), 7코스 ‘바람길’은 황포항-영목항(16km, 약 5시간 소요)을 잇는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이 보여주는 가장 큰 지질학적 특징은 해안사구다. 해안의 모래가 북서 계절풍에 밀려 조금씩 육지 쪽으로 이동하다가 식물 같은 장애물에 걸려 오랜 기간 쌓여서 만들어진다. 육지에서 볼 수 없는 경관과 특색 있는 식물 덕분에 생태적 중요성이 크다. 해안사구는 해안 지역을 지켜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도 한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는 크고 작은 해안사구 23개가 형성됐는데, 이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이 태안해변길 5코스 ‘노을길’이다. 특히 삼봉해변에서 기지포해변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해안사구가 발달했다. 이 지역은 태안해안국립공원의 해안사구 복원 구역으로, 육지와 해변을 콘크리트 제방이 아니라 부드럽고 완만한 모래언덕이 나눈다.


삼봉해변에서 ‘사색의 길’이라 불리는 곰솔 숲길을 지나면 기지포해변에 닿는다. 곰솔은 잎이 곰 털처럼 거칠다고 붙은 이름이다. 이 구간에는 해안사구 위에 탐방로가 조성됐고, 사색의 길에는 30여m 높이로 자란 곰솔 수천 그루가 터널을 이룬다. 짙은 숲 그늘을 걸으면 온몸이 상쾌해진다. 
길은 기지포해변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 안쪽은 모래 숲길이고, 바깥쪽은 나무 데크다. 휠체어와 유모차가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한 무장애 탐방로다. 길이가 1004m라서 ‘천사길’로 불린다. 기지포해변의 해안사구는 과거에 가장 많이 훼손된 지역이 빠른 속도로 복원되어 더 의미 있다. 길을 걷다 보면 해안사구가 쓸려 내려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대나무 말뚝을 촘촘히 박아 설치한 모래 포집기가 눈에 띈다.



탐방로를 따라가면 해안사구에 어떤 동식물이 사는지 알려주는 안내판이 설치되었다. 기지포 해안사구에는 갯완두, 갯쇠보리, 갯그령, 갯메꽃, 좀보리사초, 통보리사초, 순비기나무, 갯방풍, 모래지치 같은 식물과 멸종 위기종 표범장지뱀이 산다고 한다. 기지포는 해변에 자리한 마을 모습이 베틀을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일반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해안사구는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천연기념물 431호)일 것이다. 무려 1만년 동안 만들어진 해안사구로, 전체 길이 3.4km에 가장 높은 곳은 19m나 된다. 수십년 전만 해도 신두리 해안사구는 쓸데없는 모래밭에 지나지 않았으나, 1990년대 말부터 한반도에서 보기 드문 사막 지형으로 알려지며 관심을 끌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트럭이 공사용 모래를 쓸어 담을 정도였다고 한다.

한반도 내 사막지형 신두리 해안사구
멸종위기종 금개구리, 표범장지뱀 등 서식

신두리 해안사구는 생명의 보고다. 갯방풍과 갯메꽃, 갯그령 등이 척박한 모래땅에 뿌리를 내리고 산다. 멸종 위기종 금개구리와 표범장지뱀, 노랑부리백로(천연기념물 361호) 등 보존 가치가 높은 동물도 서식한다. 2001년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했고, 이듬해엔 해양수산부가 사구 주변의 바다를 ‘해양 생태계 보전 지역’으로 정했다.


몽산포해변에도 해안사구가 있다. 해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백사장과 그 뒤에 울창한 송림으로 유명하다. 예부터 해풍을 막기 위해 심은 소나무라고 한다. 오토캠핑장이 있고, 썰물 때면 길이 3km 갯벌이 펼쳐져 체험 여행지로 인기다. 눈앞의 바다 위로 올망졸망하게 솟은 무인도의 풍광도 운치 있다. 해변 뒤쪽으로 66 만1000㎡가 넘는 솔밭이 펼쳐진다. 


태안에는 봄 여행을 즐기기 좋은 곳이 많다.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가까운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1979년에 귀화한 독일계 미국인 고 민병갈(본명 칼 밀러) 설립자가 일궜다. 30 년 넘도록 식물 관련 전공자와 회원에게 입장을 허용하다가, 지난 2009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식물 종류를 보유한 곳으로, 국내 자생종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집한 희귀 수목도 만날 수 있다. 습지원, 수국원, 호랑가시나무원, 암석원, 작약원 등 테마 정원을 갖췄다.


떠들썩한 포구의 정취가 느껴지는 백사장항은 꽃게와 대하의 집산지다. 백사장항과 드르니항을 잇는 대하랑꽃게랑인도교가 볼 만하다. 2013년에 개통한 이 다리는 길이 250m로, 나선형 진입로가 눈길을 끈다.
태안을 대표하는 풍경은 꽃지해변의 일몰이다. 꽃지 낙조는 전북 부안군 채석강, 인천 강화군 석모도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일몰로 꼽힌다. 붉은 햇덩이가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질 때, 커다란 해가 온 세상을 삼킬 듯 붉게 물들이며 사라지는 장면은 아름답다 못해 장엄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에는 오후 5시쯤이면 노을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다. 꽃지는 ‘꽃이 많이 피는 곳’이라는 뜻으로, 화지(花地)라고도 한다. 할미바위에는 전설이 있다. 신라 때 장보고의 부하 장수로 안면도를 지키던 승언이 갑자기 북방으로 발령이 나서 떠났는데, 아내 미도가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할미바위가 됐다는 것이다. 



천수만을 바라보고 서 있는 안면암에도 가보자. 1998년에 지었으며, 3층 높이 대웅전이 웅장하다. 선원과 불경 독서실, 삼성각, 용왕각, 불자 수련장 등을 갖췄다. 절 앞 부교를 따라 천수만에 있는 여우섬과 조구널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 

충남 향토음식 ‘우럭젓국’

태안을 대표하는 음식은 간장게장이다. 질 좋은 꽃게가 많이 잡히는 덕분에 꽃게장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간장게장과 함께 태안의 대표적인 밥도둑이 우럭젓국이다. 우럭은 예부터 서해안에서 많이 잡혔는데, 냉동 시설이 좋지 않던 시절에는 우럭을 소금에 절여 말렸다. 대가리와 뼈로 국물을 우리고 꾸덕꾸덕하게 마른 우럭과 두부, 무를 넣어 끓인 우럭젓국은 개운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삼봉해변-기지포해변 탐방→신두리 해안사구→천리포수목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태안해변길 5코스 ‘노을길’→백사장항→꽃지해변 일몰 
[둘째 날] 신두리 해안사구→천리포수목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오감관광(태안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www.taean.go.kr/tour.do
- 국립공원관리공단 www.knps.or.kr
- 천리포수목원 www.chollipo.org
- 안면암 www.anmyeonam.org  

문의 전화
- 태안군청 문화체육관광과 041)670-2766 
- 태안해안국립공원 041)672-9737
- 천리포수목원 041)672-9982
- 안면암 041)673-233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안면도,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7:30~17:50)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11회(06:40~16:00) 운행, 3시간10분~3시간3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 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 hticket.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평택화성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 홍성 IC→내포로→천수만로→안면대로→삼봉해수욕장 방면→기지포해변   

숙박 정보
- 해송향기펜션: 안면읍 밧개길, 010-3303-0633, http://drama1212.cafe24.com
- 해랑펜션: 고남면 옷점길, 041)673-9995, www.haerang.co.kr
- 리솜오션캐슬: 안면읍 꽃지해안로, 041)671-7000, www.resom.co.kr  

식당 정보
- 토담집(우럭젓국): 태안읍 동백로, 041)674-4561
- 이원식당(박속낙지탕): 이원면 원이로, 041)672-8024
- 원풍식당(박속낙지탕): 원북면 원이로, 041)672-5057
- 화해당(간장게장): 근흥면 근흥로, 041)675-4443, www.hwahaedang.com


주변 볼거리
바람아래해수욕장, 안면도자연휴양림, 안면도쥬라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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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