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홍준표 전략공천 히든카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4.02 09:48:58
  • 호수 11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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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전략공천 바람이 심상치 않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최근 잇따라 인물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인재난을 겪고 있는 한국당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당선확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공천이 상수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전략공천 대상에서 제외된 예비후보들이 당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등 당은 점점 혼돈 속으로 빠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전략공천보다 경선을 암시했던 홍준표 대표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보다 못한 반홍준표계는 행동에 나섰다.
 

한국당 공관위는 최근 경기 수원·고양·용인·성남과 경남 창원 등 인구 100만명 내외의 대도시 5곳을 중점전략특별지역으로 선정하고, 이 지역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자를 전략공천 대상자로 결정했다. 수원시장 후보인 정미경 전 의원, 성남시장에 박정오 전 성남시부시장, 고양시장에 이동환 고양병 당협위원장, 용인시장에 정찬민 현 시장과 창원시장에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그들이다.

속속 확정
지역선 부글

앞서 한국당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경기도지사 후보로 남경필 현 지사, 대전시장에 박성효 전 대전시장, 강원도지사에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을 공천하기로 확정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직후 브리핑을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지역 주민에 대한 애정, 여타 후보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봤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16일 한국당은 대대적인 광역단체장 전략공천을 단행한 바 있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부산시장 후보로 서병수 현 시장, 인천시장에 유정복 현 시장, 울산시장에 김기현 현 시장, 충북도지사에 박경국 전 안전행정부 차관, 제주도지사에 김방훈 제주도당위원장을 공천하기로 했다.

전 대변인은 직후 브리핑을 통해 “중앙당 공관위가 광역단체장 공천 신청자 31명에 대한 면밀한 서류 심사와 집중 개별면접, 현지 여론 청취 등을 통해 5개 지역의 단수 후보자를 선정했고, 오늘 최고위를 거쳐 의결했다”고 말했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이번 심사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성장·발전시킬 자격이 있는가, 지방을 발전시킬 능력이 있는가, 시장경제를 통해 국민 행복시대를 열 자격이 있는 후보인가를 봤다”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와의 관계도 살펴봤고, 지역 여론까지 수렴해 심사했다”고 강조했다.

보궐선거 후보도 속속 결정되고 있다.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의 최측근인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을 부산 해운대을 당협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김 원장은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산 해운대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전 대변인은 선임 배경에 대해 “부산의 여론을 많이 청취했고, 부산 지역의 현안과 정치에 대해 깊은 이해가 있다는 점을 주요하게 봤다”고 전했다. 

김 원장 외에도 길환영 전 KBS 사장을 충남 천안갑 당협위원장으로, 배현진 전 MBC 앵커를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으로 선정했다. 두 사람은 해당 지역구에서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사실상 ‘전략공천’ 방침에 여타 후보들의 반발이 격화하고 있다. 안상수 현 창원시장은 당이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전략공천하자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측근들 줄줄이 공천 받아
이탈자 속출…항의 방문도


지난달 29일 안 시장은 긴급 기자회견문을 통해 “창원시장 공천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시민과 당원의 지지도가 극히 낮은 꼴찌 수준의 당 대표 측근을 공천하려는 사천의 부정공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정하지 못한 과정으로 지역 연고도 없고 지지도 꼴찌 수준으로 적임자도 아닌 자에게 공천이 이루어진다면 이것은 창원시민과 창원·경남의 당원의 뜻을 배신하는 것”라이며 저 “역시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승복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시장과 홍 대표의 악연은 정치권서 유명하다. 두 사람은 지난 2010년 한나라당 7·14 전당대회에서 맞붙었으며, 안 시장이 승리한 후에도 최고위원회의서 번번이 신경전을 벌였다.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선 홍 대표가 안 시장을 배제하기 위해 조 전 부지사를 전략공천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토사구팽’이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도 있다. 한때 홍준표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이종혁 전 최고위원은 부산시장 후보로 서병수 현 시장이 확정되자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고 나섰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마시던 물에 침 뱉지는 않겠다”면서도 “다만 반시대적, 반개혁적 길을 걷다 망한 새누리당의 전철을 답습하는 한국당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친홍만 득시글
반홍 불만 고조

한국당이 서울과 충남, 경남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함으로써 선거를 준비하던 기존의 예비후보들은 날벼락을 맞은 상황이다.

서울시장 공천을 신청한 김정기 전 중국 상하이 총영사는 한국당이 서울시장 공천을 발표하자 “1995년 서울시장 직선제 도입 후 한국당은 그 전신이 되는 당에서부터 자유경선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는데 이를 홍 대표가 짓밟고 있다”며 “원래부터 전략공천 예정이었다면 서울시장 후보는 왜 공모했나. 정치 사기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충남도지사를 준비하던 정용선 전 충남지방경찰청장은 최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정치 신인을 배제한 채 기존 정치인 중에서 전략 공천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하고, 도민과 당원의 참된 민의를 묻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해달라”고 중앙당에 요구했다.

앞서 한국당 당원 20여명도 홍문표 사무처장의 홍성지역 사무실을 찾아 “일방적으로 공천을 강행하면 당원들이 실망해 적극적인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는 데 따른 후유증은 커질 것”이라며 “한국당의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바라는 일반 유권자들의 실망감도 상당할 것”이라고 항의, 정 전 청장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이는 당시 한국당이 충남도지사 후보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을 전략공천하기로 가닥을 잡은 데 대한 반발이었다. 앞서 김태흠·성일종·이명수 의원 등 한국당 소속 충남지역 국회의원들과 그 지역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이 전 최고위원의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국회 정론관서 열기도 했다.


당적을 옮긴 사람도 있다. 충북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던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은 박경국 전 안전행정부 차관의 전략공천이 사실상 확정되자 일찌감치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미래당으로 옮겼다.
 

홍 대표를 직접 저격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 신청을 한 박종희 전 의원은 공천 면접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면접서 홍 대표가 당의 얼굴이기 때문에 위기라고 말했다”며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탈당 러시
이대로 끝?

당내 반홍계 의원들의 불만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주영·나경원·정우택·유기준 의원 등 한국당 중진 의원 일부는 지난달 29일 간담회를 갖고 홍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지난달 22일 첫 번째 간담회에 이어 재차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반홍계는 최근 홍 대표의 독선을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첫 번째 간담회를 통해 ▲민주적 당 운영 ▲지지율을 높일 획기적 대책 제시 ▲진중한 언행 ▲인재영입 전력투구 등 네 가지 요구사항을 홍 대표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들은 두 번째 간담회가 끝난 직후 홍 대표에게 앞서 요구했던 4가지 사항 외에 추가로 ▲품격있는 언행 ▲조기 선대위 구성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외부 우파 경제학자 대거 영입 등 당 역량 극대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주영 의원은 두 번째 간담회 자리서 “(지난달 22일) 홍 대표에게 요구한 사항들에 대한 아무런 답이 없고 비난과 험담만 되돌아올 뿐이라 매우 착잡하다”며 “공천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주요 지역에선 인재영입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많은 걱정들이 있고 또 일부 지역에선 홍 대표의 사천이라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대표는 계속 나만 따르라는 식으로 해서는 지방선거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라며 “그래서 홍 대표 자신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방선거에 임하는 결연한 각오를 밝혀주길 거듭 촉구한다”고 전했다.

정우택 의원은 홍 대표의 ‘막말’에 대해 “당대표가 이러니(막말을 하니) 당 대변인도 막말을 한다”며 “우리 중진들에게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연탄가스’를 언급하는 것을 보고 당 대표의 품격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게 허공의 메아리로 끝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들어보면 결국 결론적으로 하는 말은 당 대표 입조심 좀 시키라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유기준 의원은 홍 대표가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다시 대표직을 맡아 다음 총선까지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홍 대표가 전대를 위해 일단 대표직을 내놓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거기다 우리 중진들을 다음 총선 때 험지에 차출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이야말로 그런 의미(다음 총선까지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것)가 아니겠냐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당 최고위원회 3석이 공석인데 아직도 최고위를 선출하지 않는 게 조기 전대 위한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중진들 “사당화 심각하다”
당내 비판에 철퇴로 응수

나경원 의원은 최근 한국당 윤리위가 김정기 전 중국 상하이 총영사에 대해 제명을 결정한 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과연 이게 공당인가 싶다”며 “당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선당후사의 마음이어야 될 텐데 선사후당이 된 게 아닌가 싶어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 전 총영사는 서울시장 후보 공천을 신청했으나 중앙당이 전략공천 방침을 정하자 “정치 사기 아니냐”라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홍 대표에 반발한 당원을 ‘해당행위’ 등 이유로 제명한 사례는 김 전 총영사가 세 번째다. 

한국당은 지난해 12월 홍 대표를 ‘후안무치’ ‘배은망덕’ 등으로 비난한 류여해 전 최고위원을 제명했고, 지난 1월 류 전 최고위원에 동조해 당 위신을 해쳤다는 이유로 정준길 전 대변인마저도 제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세 차례의 제명 조치가 홍 대표의 사당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입을 모은다.

“원수지간이라 해도 이길 사람으로 공천하겠다.” 

홍 대표는 지난해 11월 국회 헌정기념관서 열린 한국당 정치대학원 19기 수료식서 지방선거 공천 기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공천 매뉴얼을 만들고 대폭적인 물갈이 공천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며 “공천권자와 개인적 인연을 가지고 공천하면 당이 망한다. 지난 총선 때 ‘진박(진짜 친박근혜)’ 공천을 해서 국민이 얼마나 역겨움을 느꼈나”라고도 말했다.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선 곧바로 전략공천 확대를 시사했던 홍 대표가 경선에 중점을 둔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앞서 대구를 방문한 홍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전부 전략공천으로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도 말했었다. 

그간 “야당이 경선을 남발하면 통제가 안 된다”며 전략공천 확대를 강조해온 모습과는 확연히 대조를 보였다. 당시 출마를 저울질 중이던 한국당 내 인사들은 홍 대표의 이 같은 변화를 믿고 지방선거에 뛰어들었다.

확장 위한
거짓이었나?

경선을 암시하는 발언이 나왔던 자리는 정치대학원 수료식이었다. 여기에는 주로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인사들이 참여했었다. 당시 홍 대표의 발언은 ‘공천을 받고 싶다면 당의 외연을 넓히는 데 기여하라’는 메시지로도 읽히는 셈이다. 

실제 당시 홍 대표의 경선 암시로 일부 출마예정자들은 경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책임당원 확보에 집중하거나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인 바 있다. 결과적으로 홍 대표의 경선 암시는 지방선거 전 당의 세를 확장하기 위한 노림수였던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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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