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옥중 창당설’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02 10:27:39
  • 호수 1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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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모아 당 만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7년에 이어 2018년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의 수사를 조만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최근 문재인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박근혜정부가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이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이면 합의 존재를 발표했다. 그 정점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자연인 신분이 되면 친박 세력을 규합, 당을 창당하려했다는 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13일 직권으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기간 만료일은 그해 10월16일 밤 12시까지였다. 최장 6개월이 늘어난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은 올해 4월16일 만료다. 기존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기소 단계서 추가된 롯데와 SK 관련 뇌물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었다.

불출석 행보
구치소 칩거

형사소송법 70조에 따르면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타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갈 우려가 있는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당시 재판부도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국정 농단 사건의 중대성과 재판의 신속한 심리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었다. 석방될 경우 건강 문제나 변론 준비 등을 이유로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 파행 우려가 크다는 점도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와 재판에 비협조적이었던 점, 향후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이 추가 영장 발부의 주된 근거였었다.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롯데와 SK 관련 뇌물 혐의의 경우 사실상 심리가 마무리됐으며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으니 피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라도 불구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유영하 당시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은 무죄 추정과 불구속을 대원칙으로 한다”며 “7개월 동안 구금된 상태서 주 4회 공판을 감내했는데 또다시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해달라는 검찰 주장은 합리적으로 설명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증거 인멸의 우려에 대해선 “롯데·SK 관련 제3자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중요 증인이 이미 증언이 마무리한 상태”라며 검찰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1심 선고 공판을 최대한 늦춰 박 전 대통령을 우선 석방시키겠다는 변호인단의 전략이 실패한 셈이다. 앞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 측의 ‘시간 끌기’ 전략으로 그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이는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남은 재판 일정에 비춰봤을 때 상당한 신빙성을 가진 전략으로 점쳐졌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공판을 위해 10월10일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을 증인 소환키로 결정했다. 

재판부가 추가 영장을 발부하기 전 구속 만기일이 10월16일 밤 12시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빠듯한 일정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가 방대하고, 증거의 가짓수도 많아 구속 만기일 직전 선고 공판이 열리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설령 심리가 끝났다 하더라도 판결문 작성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터였다.
 

이 때문에 검찰은 재판 과정서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노력했었다. 수사기관이 작성한 진술조서 중 상당수를 증거서 철회했다. 조서 대상자를 증인으로 불러 재판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막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증인을 대거 신청하는 방식으로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했다. 

게다가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과 관련해선 51명을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였다.

방어권 행사 및 무죄 입증을 위해 증인신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당시 변호인단의 입장이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재판이 상당시간 지연될 게 불 보듯 뻔했다. 

이러한 변호인단의 움직임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선 변호인단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을 노린다는 해석이 나왔었다.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상태서 풀려나게 하는 게 목적이라는 것이다.

변호인단
석방 전략?

변호인단은 그간 꾸준히 불구속 재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재판 초기 재판부가 주 4회 공판 진행 방침을 밝히자 변호인단은 “일본 옴진리교 재판은 1심 선고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을 ‘고령의 연약한 여자’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재판 과정서 수시로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변호인단의 수는 통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직권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가 추가 영장을 발부하기 전,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석방 후 플랜이 나돌았다. 원칙적으로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피고인을 석방한 다음 나머지 재판을 불구속 상태서 진행해야 한다. 구치소를 나온 박 전 대통령이 신당을 만들어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란 설이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재판부가 추가 영장을 발부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박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가 되면 자신의 세력을 모아 신당을 만들 것이란 설이 있다”며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 몇몇을 모아 당을 만든다는 얘기다. 과거 친박연대처럼…”이라고 말했다.

금시초문이라는 기자에게 관계자는 “이 얘기 못 들어 보셨어요?”라며 신기한 듯 쳐다보기도 했다.

창당의 목적은 전적으로 자신의 명예회복이라고 했다. 

그간 박 전 대통령은 재판 과정서 본인의 무고함을 주장해왔다. 박 전 대통령 입장서 자유의 신분이 되면 세력을 규합해 여론전을 펼치기 한결 수월해진다.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을 탄핵하고 옥중생활을 하게 만든 세력에게 반격을 가할 수도 있다.


재판에 나오지 않는 이유가…
10월부터 국회 안팎서 돌아

억울하다는 박 전 대통령의 심경이 가장 잘 드러난 시점이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의 석방이 무산된 지난해 10월16일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열린 속행 공판서 “구속돼서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참한 시간들이었다”며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돌아왔고 이로 인해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구속 기한이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 요청을 받아들여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며 “다시 구속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다”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관계자의 말처럼 박 전 대통령은 친박연대를 통해 위기 상황서 돌파구를 찾은 전력이 있다. 지난 2006년 6월 한나라당 대표직서 물러난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서 이명박 당시 후보와 격돌했지만 패배했다.

박 전 대통령이 대권을 잡는 데 실패하자 친이(친 이명박)계는 친박계에 대한 ‘공천학살’을 자행했다. 이에 반발한 친박계는 원외에서 친박연대를 조직, ‘박근혜 마케팅’을 통해 지역구 5석, 비례대표 8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친박 무소속 연대도 12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이들은 친박연대를 해체하고 한나라당으로 복당해 세를 확장했다.

정치권서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승부수에 능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례로 지난 2004년 한나라당이 소위 ‘차떼기 사건’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천막당사를 열어 보수 지지층 결집에 성공한 바 있다. 

‘선거의 여왕’이란 타이틀은 이러한 박 전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을 대변하는 별명이었다.

“억울하다”
정계 복귀?

재판부가 영장을 발부키로 결정한 배경에도 창당설을 뒷받침할 근거가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발부 사유는 증거인멸 우려였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될 경우 공범 등 증인들과 접촉해 이들이 진술을 번복하거나 증언을 거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영장을 발부했다. 

기존 진술을 번복하거나 증언을 거부하는 것 역시 증거인멸에 해당한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 갖고 있던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증거 인멸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때 박 전 대통령이 지지 세력을 규합하고 정치 활동을 재개한다면 증인들에게 부여되는 심적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당시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을 석방시키면 신속한 재판을 위해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전략이 10월16일을 기점으로 급변한 점도 창당설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시간끌기 전략을 사용하던 기존 변호인단이 모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틀 뒤인 10월18일 박 전 대통령의 해외법률컨설팅을 맡고 있는 MH그룹은 그가 ‘교도소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CNN>에 보도토록 했다. 이어 MH그룹은 박 전 대통령 인권침해 사태에 신속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했다.

재판부 세력규합 우려해 추가 영장?
‘조기 출소 프로젝트’로 전략 변경?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해당 소식을 접한 후 자신의 SNS에 “박 전 대통령은 무죄판결을 받겠다는 목표를 포기한 것 같다. 대신 법정서 형이 확정되기 전, 조기 석방을 목표로 ‘조기 출소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인권침해 여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노 원내대표는 “MH그룹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는 로드니 딕슨이다. 그가 속한 영국 로펌에 따르면 올해(2017년) 8월10일 박 전 대통령의 UN탄원을 목적으로 사건을 수임했다고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은 그때부터 이미 무죄 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피해자, 피억압자, 중증환자 코스프레를 통해 국내외서 조기 석방 여론을 불러일으키기로 치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창당설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은 다양하다. 

일리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허무맹랑하다는 이도 존재한다. 여권 관계자는 “자존심이 강한 박 전 대통령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석방됐을 때 본인의 정치적 복권을 위해 무슨 수라도 썼을 것”이라며 “창당도 하나의 옵션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야권 관계자는 “국회서 나도는 설이야 한두 가지겠느냐”며 “본인(박 전 대통령)도 여러 듣는 얘기가 있을 텐데 창당까지 고려했겠나. 그분(박 전 대통령)은 성격이 신중한 편이라 확신이 없으면 무리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가능성을 낮게 봤다.
 

법조계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이번 달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공판 기일이 1월4일까지며 이후 한두 차례 공판이 더 열리겠지만, 1월10일이면 결심공판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사선 변호인들이 집단사퇴하면서 재판을 지연시키는 요소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최순실씨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리는 1월26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도 함께 내려질 수 있다. 앞서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결심공판서 오는 1월26일 최씨의 선고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석방→출소
계획 변경?

그러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를 내리기 전 재판부가 상당 기간 고심하는 기간을 거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앞서 최씨의 결심공판서 재판부는 “6주 후인 2018년 1월26일 금요일에 오후 2시10분에 선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한다면 6주간의 시간을 가진 최씨의 선고처럼 박 전 대통령의 선고 역시 6주간의 시간을 두고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는 오는 2월 중으로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만화책에 빠진 박근혜 심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로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25일 JTBC <뉴스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최근 외부 접견을 끊은 채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와 최배달이 등장하는 <바람의 파이터> 등을 탐독하고 있다.

해당 책은 주인공이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선다는 공통된 줄거리를 갖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현재의 수감생활을 일종의 시련이자 성장통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를 발판으로 한층 성숙한 정치인으로 거듭나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해석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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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끝난 ‘의정 갈등’ 퍼즐

1막 끝난 ‘의정 갈등’ 퍼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어느 한쪽의 승리라고 하기엔 양측 모두 타격이 컸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확정됐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더 첨예해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출구전략이라고 할만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회유책, 의료계는 강경책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접점을 만들기 요원한 상태다.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의과대학 정원이 늘어났다. 정부와 의료계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나온 결과다. 의료계가 제기한 소송서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준 뒤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당초 인원보다는 줄었지만 증원을 이뤄내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4개월 만에 결론 났다 정부는 3058명인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하고 전국 40개 의대 중 서울지역을 제외한 경인권과 비수도권 32개 의대에 배분했다. 이른바 정부의 ‘의료개혁’ 시도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정부는 2025학년도에 한해 증원분의 50~100%를 자율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들은 올해 입시서 증원분 2000명 중 1509명만 모집하기로 하고 지난해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의대 증원분을 반영해 변경사항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제출했다. 지난달 24일 대교협이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변경‧승인하면서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 이로써 의대 정원은 의학전문대학원인 치의과대를 포함하면 4567명으로 늘게 됐다. 대입전형위원회 위원장인 오덕성 우송대 총장은 “교육부서 결정한 정원 조정 계획에 대해서 어떻게 (입학)사정을 시행할지 입학전형 방법에 대해서 논의한 것”이라며 “지역인재전형, 또 가급적이면 융통성 있게 학생을 뽑을 수 있는 방법 중심으로 각 대학서 올라온 안건에 대해 전원 찬성하고 동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지난달 30일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주요사항’을 안내했다. 정원 내 선발과 정원 외 선발을 모두 합쳐 4595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서울대와 중앙대서 2023학년도 2명이 추가 모집된 만큼 올해 감축했다. 교육부는 특정 학년도에 동점자 발생 등의 이유로 신입생이 추가 모집되면 다다음 학년도에 그만큼을 감축 선발하도록 정하고 있다. 27년 만에 의대 증원 내년 4565명 입학 예정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비수도권 대학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규모가 크게 늘었다. 지역인재 선발 의무가 있는 비수도권 대학 26곳에서는 내년 대입서 총 1913명을 지역인재 전형으로 뽑는다. 이들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의 59.7%에 달하는 숫자다. 전년(1025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내년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 중 81%는 학생부종합·학생부교과·논술 등 수시로, 19%는 정시로 뽑는다. 지난달 31일 각 대학이 내년도 입시모집 요강을 안내하면서 의대 증원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처음 언급한 이후 7개월, 실제 증원 규모를 발표한 2월 이후 4개월 만이다. 그사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평행선을 달렸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수했고 의료계는 전공의 사직, 의대생 휴학 등의 방법으로 맞섰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등 현장에서는 의료 대란이 발생했다. 특히 중증 환자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의 복귀를 촉구하는 등 목소리를 내왔다. 정부 차원서도 전공의 복귀를 위한 회유책을 제시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 ‘원점 재논의’ 등을 비롯한 7대 요구안을 들어주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공의의 7대 요구안은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회장을 수장으로 내세우면서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갔다. 정부는 개원의 중심의 의협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의료계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어 오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2000명보다 줄었지만… 이 과정서 의료계 내부서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정점에 치달은 시기는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결과를 두고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높아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마지막 관문, 의료계 입장에서는 최후의 보루였다.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 요건은 ▲원고 적격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 등 3가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대 정원 확대로 의대생이 입을 손해는 인정하면서도 증원을 멈출 경우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이 더욱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인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교수와 의대생 모두를 사건의 ‘제3자’로 판단하면서 원고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하지만 항고심인 서울고법 재판부는 의대 교수와 전공의 등은 역시 제3자라는 이유로 신청을 각하했지만 의대 재학생 신청인의 원고 적격성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대 재학생 신청인의 신청은 헌법, 교육기본권,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상 의대생의 학습권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본다”면서도 “(이들에 대해)‘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므로 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또 의대생의 경우 의대 증원으로 기존 교육시설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돼 동등하게 교육시설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받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의대 증원으로 의대생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럼에도 의대생이 입을 수 있는 손해보다 의대 증원 집행을 정지했을 때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이 더 중대한다고 본 것이다. 전공의 이탈 현장은 마비 이외에도 부산대 의대 전공의·학생 등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역시 각하됐다. 의료계서 정부의 결정을 멈춰달라며 1심 법원에 제기한 8개의 집행정지 신청의 결과는 모두 각하로 판결 난 것이다. 의료계는 1심 각하 처분에 불복해 모두 항고한 상태다. 법원의 결정은 정부의 의료개혁에 날개를 달아줬다. 문제는 의대 정원 증원 절차가 마무리된 것과는 별개로 의료계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대 A 교수는 “의정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출구를 아예 막아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A 교수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의사들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해 왔다. 실제 전공의의 복귀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100일이 됐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20일 오전 6시를 기해 병원을 이탈했다. 전공의의 부재로 남아 있는 교수와 전임의 등이 의료공백을 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을 담당했던 병원 59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모든 병원이 전공의 이탈 이후 응급실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인력을 갈아 넣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2월 이후 주간 평균 응급실 근무 인원(전문의)은 5.4명에서 1.8명으로 야간의 경우는 4.7명에서 1.6명으로 줄었다. 김 이사장은 “근무 인원이 2명 이내로 줄어들면 환자 10명당 중증환자가 1~2명 정도 유지된다고 했을 때 나머지 환자들은 진료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3월에 ‘응급실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성명을 냈는데 이렇게 갈아 넣으면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근무 인력 자체가 돌아올 기약이 없어 언제까지 사태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법원 쐐기 의료개혁 날개 의료계 반발 계속 평행선 전공의 이탈 여파가 더 크게 나타나는 곳은 의존도가 높은 대학병원이다. 말 그대로 ‘악화일로’ 상태다. 주요 병원들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대응 중이지만 줄도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수련병원에 건강보험 급여비를 미리 지급하는 등 숨통을 틔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집단 이탈로 진료와 수술이 급감하면서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빅5 등 상급 종합병원 중에서도 규모가 큰 곳에서는 하루에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악화는 의료인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행정직 등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일부 병원은 희망퇴직 절차까지 진행 중이다. 정부는 경영난을 겪는 병원의 신청을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 급여비의 30%를 우선 지급하고 내년 1분기 이후 정산할 계획이다. 건보 급여비 선지급은 정산이 완료되기 전 일정 규모의 급여비를 우선 지급하고 추후 실제 발생한 급여비서 다시 정산하는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당장 내달부터 건보 급여 선지급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소는 아니더라도 숨통을 트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 여부는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미봉책 아닌 근본 변화해야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은 전공의 복귀가 진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A 교수는 “전공의는 개원을 한다든지 하는 일종의 퇴로가 있지만 정부는 없다”며 “의료현장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의대 증원 확정으로 의정 갈등의 1막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2막은 ‘멸망전’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타협점이 사라진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접어 들었다는 설명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