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수사’ 검찰 성적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2.18 11:35:37
  • 호수 1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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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빈수레…MB는 웃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결국 구속됐다. 법원은 앞서 두 차례 검찰과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세 번째 구속영장은 발부했다. 하지만 법원과 검찰의 속내는 복잡하다. 앞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번번이 기각되면서 수사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반면 법원은 ‘적폐수사’의 핵심 인물들의 구속 영장을 기각하며 여론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 15일 검찰에 구속됐다. 지난해 11월, 처음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지 1년1개월여 만이다. 법원은 앞서 두 차례 검찰과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세 번째 구속영장은 발부했다.

마무리 단계
절반의 성공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한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47)는 “혐의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혐의에 관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우 전 수석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공무원과 민간인의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그 결과에 대해 보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해 3월 국정원에 ‘정부 시책에 비판적인 교육감을 상대로 실질적으로 견제가 가능한 내용을 정교하게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하고, 국정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교사의 교육청 발탁, 친교육감 인사의 내부 승진 등을 보고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김대중정부 시절 환경부장관을 지냈던 김명자 전 장관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하자 국정원에 과총을 상대로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민정수석실은 국정원에 과총 회원들의 정치 성향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천신만고 끝에 결국 우병우 구속 
자신만만하더니…잇단 영장 기각

검찰이 우 전 수석을 구속하면서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렇게 좋은 상황만은 아니다. 최근 잇따라 적폐수사 핵심 인사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검찰 수사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평가다.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사건에서 국방부와 청와대의 연결고리로 의심받아 온 김태효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실 대외전략기획관의 구속영장도 지난 13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그가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과 2012년 국군 사이버사령부 산하 심리전단에 ‘우리 사람을 증원하라’는 취지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VIP 강조사항)를 군에 전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도 같은 날 기각됐다. 지난달 25일 같은 피의자에 대해 청구한 첫 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두 번째다. 


앞서 검찰은 그가 롯데홈쇼핑을 압박해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3억3000만원을 내게 한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GS홈쇼핑을 압박해 협회에 1억5000만원을 내게 한 혐의와 기획재정부를 압박해 협회에 예산 20억원을 배정하도록 한 혐의를 추가해 영장을 재청구했다.

변한 게 없다
수사력 도마

최근 주요 사건서 구속 수사가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검찰 내부에선 “구속 재판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 지난주엔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맥도날드 ‘대장균 오염 의심 패티’ 납품사 직원 3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국정원과 교감하면서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한 혐의를 받은 김재철 전 MBC 사장도 지난달 구속을 면했다. 

최근 연이은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 검찰은 법원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적폐 수사’ 실무 책임자인 박찬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 명의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 2차장은 “김 전 장관과 관련자 진술 등으로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다며 그의 지시로 활동한 하급자가 이미 실형을 선고받아 군 조직의 특성상 최고위 명령권자인 김 전 장관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형평성 문제와 구속 결정이 이뤄진 뒤 피의자가 석방될 만한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다는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전 전 수석의 측근 조모씨가 풀려난 것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 한동훈 3차장 검사가 “긴급체포 적법하게 했고, 그래서 영장전담판사도 영장을 발부한 게 아닌가.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그런 이유로 구속적부심을 인용하고 석방한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돌렸다.

이 수사들 모두 문재인정부 들어 파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윤석열 지검장이 주도했다. 검찰 수사가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정치권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적폐 청산 수사가 위기에 몰렸다. 
 

이 같은 법원의 연이은 구속 영장 기각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 전 수석이 고위 법관들 목줄을 잡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니냐는 풍문도 있다.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면서 고위 법관에 대한 비리를 수집했다는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우 전 수석은 앞서 국정원을 통해 공무원과 민간인 등을 불법 사찰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지난 4월 우 전 수석은 변호인을 통해 검찰 수사 와중 “혼자 죽지 않겠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해 법조계를 긴장케 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적폐 청산 수사를 하고 있는 검사들이 정통 특수통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문재인정권이 들어선 이후 이른바 ‘우병우 라인’이었던 검찰 중간 간부급들이 물갈이 됐다. 그런데 이들 상당수가 특수수사와 공안수사에 잔뼈가 굵은 검사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자리에 특수수사에 경험이 많지 않은 인사들이 채워졌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이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검찰의 적폐 수사 과정서 12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26명은 발부됐다. 법원은 영장 발부 요건에 맞추고 있지만 일종의 ‘착시 효과’에 검찰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풀려난 피의자보다 구속된 피의자가 많은데도 일부 중요 피의자 영장이 기각돼 ‘기준 변경’을 운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 vs 법
신경전 감지


민병주 국정원 심리전단장과 댓글 사건에 개입한 양지회 회원들, ‘국정원 수사방해 TF’ 파견 검사들과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이 줄줄이 구속된 게 그 예다. 대법원 통계상으로도 올 상반기 영장기각률(19.3%)은 17∼19%를 오가는 예년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법원 내에서는 영장 발부를 신중하게 하는 기류가 형성된 것은 일부 사실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법원 정기 인사가 있었던 올 2월까지 법원이 국정농단 관련 피의자들에게 거의 예외 없이 구속영장을 전격적으로 발부해온 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것이다. 

당시 법원은 1기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최순실씨 등 관련자 8명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 가운데 7건(87%)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17건 중에는 13건(76%)을 발부할 정도로 발부율이 높았다.
 

최근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 판단에 대해선 국내 학계서도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이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12 사법연감>에 따르면 ‘구속 상태로 1심 재판을 받은 인원 비율’은 2002년 41.4%를 시작으로 해마다 줄어들어 2011년에는 10.2%까지 낮아졌다.

검, 구속 우선주의 관행 제동
법, 불구속 재판 방향 잡았나

현재 법원의 결정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그때와 다르다. 2006년엔 법원의 잇따른 석방 결정이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을 관철하기 위한 ‘사법 개혁’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며 높은 여론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적폐 청산’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검찰이 이끌어가고 있다. 여론도 김관진·임관빈 구속적부심 석방에 부정적이다. 

리얼미터가 12월7일 전국 19살 이상 성인 남녀에게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잘못한 결정’ 의견은 63.0%(매우 잘못한 결정 50.8%·대체로 잘못한 결정 12.2%), ‘잘한 결정’은 26.3%(매우 잘한 결정 12.6%·대체로 잘한 결정 13.7%)로 나타났다. ‘잘 모름’은 10.7%였다.

법원 측은 피의자 인권 보호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불구속 수사·재판에 충실하려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입장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 이는 법원의 ‘자업자득’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음 차례는?
정치권 초긴장

한국은 경제선진국 42개국 가운데 사법부 신뢰도 수준이 39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 국민은 27%만 사법부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OECD 전체 사법부 신뢰 평균치가 54%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그 절반 수준인 셈이다. 그만큼 우리 국민의 절대 다수는 사법부가 사회 정의를 제대로 실현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순실 25년 의미는?

검찰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 심리로 14일 열린 결심 공판서 최순실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최씨에게 벌금 1185억원과 추징금 77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최씨는 사익추구에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국가기강을 송두리째 흔들었다”며 “정부조직과 민간기업의 질서를 어지럽히며 국정을 농단해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국가 위기사태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은밀하고 부도덕한 유착과 이를 십분 활용한 대통령 비선실세의 탐욕과 악행이 이 사건 실체”라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특히 “최씨는 재판 내내 범행을 부인하며 근거 없이 검찰과 특검을 비난했다. 참으로 후안무치 하다"고 비판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반성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 국민 가슴에 다시 한 번 큰 상처를 줬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함께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는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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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