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상한 영전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20 11:03:31
  • 호수 1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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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경험도 없는데…김새는 요원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 국정원의 수상한 인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비서실장이 2개월 만에 해외공작국장으로 영전하는가 하면 위안부 합의에 힘쓴 인사가 일본 공사로 파견된 것.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일요시사>는 국정원의 수상한 승진 내막을 들여다봤다.   
 

지난 26일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정원장 재직 시절인 2015년 1월을 시작으로 모두 8차례에 걸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교 책사’인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과 위안부 합의를 위한 협상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양국 외교채널이 아닌 비선라인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위안부 합의
국정원 주도

같은 당 이수혁 의원도 앞서 지난 9월12일 국회 본회의 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정원장 시절 원내에 TF를 만들어 지휘하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한일 양국 협상 과정서 주무부서인 외교부가 철저히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기정 할머니가 노환으로 사망했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들어 벌써 일곱 명의 피해자 할머니들을 떠나보내게 되어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위한부 할머니들을 달랬다. 


같은 날 민주당은 “인간의 생명보다 존엄한 것은 없다. 개인이든 국가 권력이든 그 무엇에게도 상처받고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전임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외교부도 단단히 뿔난 모양새다. 외교부 김효은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2015년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국정원이 주도했다는 의혹 속에 한일 위안부 문제 해결과 피해 보상, 명예 회복의 과제는 절실해지고 있다. 살아 남은 후손들의 역사적 책무”라고 지적했다. 

박 정부 인사 총영사·공사 임명
도대체 왜? 이례적 발령에 뒷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시절이던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가 국회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무효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합의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정부의 졸속적이고 굴욕적 이번 합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이 한일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적 자충수가 불러온 참담한 결과”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 당시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던 점에 비춰 향후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합의의 경우 일본이 군사 대국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로 꼽혔다. 특히 일본 대사관을 바라보고 있는 위안부 소녀상의 경우 국제적으로 이슈가 될 만큼 일본이 민감하게 받아들인 부분이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승리한 외교라며 자화자찬 했지만 정치권 및 시민단체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합의문에 ‘불가역적·최종적 합의’란 단어가 들어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 정부는 출범부터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했고, 일본은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총영사·공사로
사실상 영전

이에 정부는 지난 7월31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를 공식출범했다. 당시 오태규 TF위원장은 “조사 과정서 필요한 관계자는 소속이 어디든 모두 면담하겠다”며 “문서의 소재지가 어디냐는 중요하지 않다. 원칙적으로 모든 걸 검토한다”고 말했다. 

해당 TF는 연내 최종 보고서 도출을 목표로 운영될 예정이다. 

문 정부의 위안부 합의 문제 해결에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합의 당시 국정원 내 TF팀 일원이 영전해 뒷말이 무성하다. 국정원 한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 분석부서가 위안부 문제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근혜정부서 수상한 승진으로 현재 구설에 오르고 있는 이들은 김옥채 현 후쿠오카 총영사와 이정일 주일공사다. 

이 두 사람은 올해 국감장에 나와 국정원이 TF를 구성해 위안부 합의에 나선 것에 대해 회담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 총영사와 이 주일공사는 각각 협상 당시 주일공사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두 사람은 2016년 외교부 인사 당시 발령이 났다. 국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사실상 영전에 가깝다는 평가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국정원의 수상한 승진은 계속됐다는 점이다. 국정원 내부서 도마에 오르고 있는 직원은 현재 일본 대사관 공사로 있는 A씨다. 대사관 직책은 대사·공사·공사참사·참사·1등서기관 순으로 나뉘며 공사의 경우 1급에 해당한다. 

일단 A씨의 인사에 뒷말이 무성한 이유로는 우선 해외공작파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 해외 공작원의 경우 외국에 파견돼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하는데 A씨는 해외분석파트서만 몸담은 것으로 알려진다. 

비서실장서
해외국장으로

국정원 관계자는 “A씨처럼 해외공작 경험이 없는 사람이 일본 공사로 내정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문재인정부에 맞지 않는 인사”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나 일본은 미국, 중국, 러시아와 함께 우리나라를 둘러싼 4강 중 하나로 인사의 의미가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A씨의 인사를 두고 문정부의 방침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여성장관 30%를 내세운바 있다. 일종의 여성 할당제를 만들어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장려하겠다는 취지였다. 문 정부는 6명의 여성을 장관으로 임명해 공약을 이행했다. 

하지만 4대 권력기관 내 핵심 보직인사 26명 중 여성은 단 한명도 없었다. 핵심 보직인사 중 여성이 없다는 사실은 지난 8월 경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4대 권력기관에 여성의 요직 진출이 없다는 것이 알려졌다”며 “A씨의 경우 9월 말에서 10월 초경 해외공작부서로 발령이 났다. 분위기상 여성으로서 어드벤테이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상한 인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씨의 1년 후배로 알려진 B씨의 인사도 뒷말이 무성하다. B씨는 지난 6월 서훈 국정원장의 비서실장으로 발탁된다. 비서실장의 경우 1급이다.

비서실장 자체도 좋은 자리지만 B씨는 A씨가 일본 공사로 나간 시점에 해외공작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외공작국장은 국정원 파견지를 총괄하는 중책을 맞고 있는 직책으로 직급 상 1급에 해당한다. 


불륜설·여성할당설…진실은?
내부서 불만의 목소리 들끓어

문제는 비서실장으로 자리한지 2∼3달 만에 영전에 가까운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에 국정원 관계자는 “2∼3개월 만에 가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서훈 국정원장의 비서실장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적폐 청산 와중에 말도 안 되는 인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즉, 국정원이 주도했다고 알려진 위안부 TF의 일원이 2급서 1급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점, 또 그가 자리한 곳은 수 십년 국정원 생활서 자신이 담당한 보직과 맞지 않는 곳이란 점이다.

국정원의 경우 입사 당시 보직이 정해지면 보직이 변경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즉 입사 당시 직렬이 한 번 정해지면 퇴직 시까지 바뀌지 않는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징계 및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해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는 부서에 발령 내는 경우는 있다”며 A씨의 인사가 이례적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A씨와 B씨가 부적절한 관계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A씨는 B씨의 1년 선배로 알려지는데 결혼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우연히도 이번 인사로 A씨와 B씨는 업무 상 얽히는 관계가 됐다. A씨는 일본 공사로 나가 있고, B씨는 해외공작국장이라는 점에서 B씨가 A씨의 뒤를 봐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 

해외경험 전무
일본 공사로?

<일요시사>는 일련의 국정원 인사 및 소문에 대해 국정원 대변인실에 사실관계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대변인 관계자는 “정보기관 구성원의 신원 사항이나 인사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해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 정부 국정원장 잔혹사  

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의혹을 받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구속됐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직 국정원장 2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사유에 대해 “피의자에 대해 범행을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중요부분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남 전 원장은 국정원법 위반(직권남용) 혐의를, 이 전 원장에게는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금지)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원장은 지난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총 40여억원 가량을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로 상납해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전직 국정원장 조사를 마무리한 뒤 상납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기 및 방법을 결정할 계획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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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