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분당 후폭풍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13 10:44:03
  • 호수 1140호
  • 댓글 0개

남은 11명은 어디로 갈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바른정당이 분당을 맞으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보수 정통성 대결서 바른정당이 백기를 든 가운데 바른정당발 정계개편 파장이 여야 전반에 미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가능성부터 시작해 한국당 내 권력 암투에 이르기까지 여러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일요시사>는 바른정당이 쏜 정계개편 신호탄으로 향후 정국을 점쳐봤다.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 9명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이날 김영우 의원은 “대한민국 보수가 작은 강물로 나뉘지 않고 큰 바다서 만나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겠다”며 “우리가 보수대통합의 길로 먼저 가겠다”고 말해 탈당을 공식화했다. 

집단 탈당
보수대통합?

이로써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탈당 행렬에는 원내 의원들뿐만 원외 인사들도 동참했다. 바른정당 원외 당협위원장과 기초·광역의원 48명은 지난 8일 동반 탈당을 선언해 바른정당은 사실상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다만 잔류파 의원들의 중도보수 통합 추진 합의를 계기로 바른정당은 안정을 되찾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9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당 대표 후보 연석회의서 권오을 최고위원은 “탈당 사태 이후 조금 혼란스러웠던 당내 분위기가 안정돼 간다”며 “13일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여러분의 기대 이상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중도보수통합 추진위 간사를 맡은 유의동 의원은 지난 8일 “당은 중도 플러스 보수대통합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며 “12월 중순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도보수통합 추진은 새 지도구 구성 이후 한 달 내로 추진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통합 방식은 추후 논의를 거쳐 정해질 방침이다. 일단 자강론을 외치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13일 전당댕회서 대표로 선출)이 통합 추진에 한발짝 양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당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9일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 공식적으로 복당했다. 

바른정당 탈당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무성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 직후 “서로 간 생각 차이와 과거 허물을 묻고 따지기에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좌파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한 보수대통합의 대열에 참여하게 된 것을 크게,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을 반겼다. 

홍 대표는 “아직 정치적 앙금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제 그 앙금을 해소하고 좌파정부의 폭주를 막아달라는 국민적 여망으로 우리가 다시 뭉치게 됐다”며 “힘을 합쳐서 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전날 홍 대표는 바른정당 잔류파 의원들의 ‘추가 복당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나머지 바른정당 분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득하기 어렵다”며 “이제 문을 닫고 내부화합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탈당을 선언한 바른정당 통합파 9명은 받아들이지만 나머지 11명은 추후 복당을 희망해도 받지 않겠다는 취지다. 

친박 청산 솔솔
친홍-친김 내전

정치권에선 김무성 의원 등 탈당파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이 어떤 정치적 시너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한국당은 친박 청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제명이라는 산을 넘었지만 서청원·최경원으로 대표되는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의 제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홍 대표는 연일 친박 진영에 대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잔박(잔류친박)들의 정치생명만 단축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원색 비난했다. 

하지만 두 의원을 비롯한 친박 청산이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높다. 

당내 의원을 제명하려면 의원총회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총 소집권한이 있는 정 원내대표도 이들 의원을 제명하기 위한 의총 개최에 소극적인 점도 친박 청산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홍 대표가 ‘여론전’을 통해 친박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바른정당서 복당한 의원들은 그의 훌륭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한국당에 복당한 황영철 의원은 TBS라디오에 출연해 ‘이들 의원 제명을 위해 복당파 의원 9명이 노력하겠느냐’는 질문에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 같다. 다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친박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당분간은 기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표적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김무성 의원을 겨냥해 “총선 참패, 대통령 탄핵 주도, 탈당으로 인해 대선까지 치렀다”며 “서·최 의원과 김 의원이 다른 것은 홍 대표에게 줄을 서냐, 안 서느냐일 뿐이다. 그래서 홍준표의 사당화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일각에선 내달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친 홍준표-친 김무성-친 박근혜’로 조각 난 계파들 사이에 혈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달 16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의 경우 당내에서는 과거 비박(비 박근혜)계로 김무성 의원의 최 측근으로 거론되는 3선의 김성태 의원, 친박계 홍문종 의원 등의 출마가 거론된다.
 


친박 청산이라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 홍 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손을 잡고 김성태 의원을 지원하는 그림도 그려진다. 다만 앞서 한국당을 박차고 나가 바른정당을 세웠던 1등 공신인 김 의원이 한국당에 복당을 했지만 확장성은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9명 한국당 복당으로 정치권 요동
홍-김 연대전선…긴장하는 친박계 

이밖에 홍 대표와 김 의원이 현재는 친박 청산을 기치로 전략적 연대에 나서고 있지만 지방선거 공천권 및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양 계파는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도 높다. 

즉 김 의원의 복당이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를 가져와 당이 내분에 휩싸일 것이란 분석이다. 당장 '홍-김' 두 사람이 권력을 놓고 싸우지는 않겠지만 당내 선거부터 시작해 지방선거까지 두 계파는 권력쟁탈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9명 복당으로 일단 한국당은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다. 116명으로 여당인 민주당(121석)과는 단 5석 차이다. 만약 바른정당 의원 중 추가 탈당자가 나오면 한국당은 민주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특히 120석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국회선진화법의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을 독자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과제 관련 쟁점법안 상정을 사실상 모두 거부할 수 있는 숫자다. 또한 제 1당에 오르면 제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자리도 가져올 수 있다.


한국당 의원이 국회의장에 오르면 국회 운영 주도권도 자연스럽게 한국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관건은 지지율이다. 현재 민주당은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마디로 ‘독주체제’다.

한국당 내부서도 당장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메시지는 좋을지 몰라도 메신저가 좋지 않다”고 말해 에둘러 상황을 표현했다. 즉 홍 대표나 김 의원에 대한 보수층의 부정적 평가가 쉽게 바뀌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잔류파 과연
어디로 갈까?

이번 바른정당 탈당파의 한국당 복당은 국민의당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른정당에 잔류파만 남음으로써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국민의당에선 친안(친 안철수)계를 중심으로 바른정당과 통합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바른정당 잔류파도 국민의당과 통합의 문을 닫지 않았다고 화답했다. 
 

양 당 통합에 대해 안 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지난 9일 “여전히 (바른정당과의 통합)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오히려 바른정당 창당 정신 또는 개혁 지향성은 여전히 당에 남은 분들한테 정당성, 정통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합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도 두 당 의원들의 국민통합포럼 조찬 모임서 “국민의당과 정책 공조, 선거연대는 이미 하기로 했고, 실행만 하면 되는 것”이라며 “통합의 가능성까지 열어둔 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실질적 대주주인 유승민 의원도 “명분 있는 중도보수 개혁세력 통합은 오래 전부터 일관되게 한다고 얘기했었다”고 말해 통합론에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

두 당 모두 ‘개혁’을 중도개혁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탈당의 재결합보다 통합 명분 싸움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통합론이 분출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바른정당은 원내 영향력, 국고보조금 문제 등 비교섭단체로 전락한 처지를 극복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안 대표 입장에선 바른정당 잔류파와 통합으로 중도·보수 대표주자로 거듭나고 지지 기반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

이는 당장의 정계개편이 아니라 차기 총선과 대선까지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보인다. 특히 햇볕정책에 대한 무언급, 대북 강경 기조 등 바른정당과 정책적 교집합을 넓히는 행보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원내 제1당 위협…민주당 플랜은?
국당-바른 잔류파 합당 논의 솔솔 

다만, 당내 반발은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넘어야만 할 산이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통합 움직임을 보이는 안 대표에 대해 “바른정당과 통합 추진을 중단키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박주현 의원은 “사당화와 우경화를 초래한 안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바른정당 분당으로 민주당도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특히 한국당이 원내 1당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민의당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당과)이제는 서로 손을 잡을 때가 됐다. 그래서 당장은 못 해도 물밑에서 대화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지금 121석의 여당으로는 이번 정기국회서도 그냥 빈손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 분당했었던 아픔은 있지만 문 대통령의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정체성이 유사한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 모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국민의당 동교동계가 주축을 이룬 고문단이 민주당과 연대·통합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양당의 결합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 한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 전후로 국민의당 호남계 의원들이 개별적인 이동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긴장
국당은 내홍

모 대학 정치학과교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대해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당대당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아 있는 잔류파하고 무슨 당대당 통합을 하겠느냐”며 “안철수 대표 중심의 국민의당이 정체성을 확보하고 바른정당서 개별적으로 입당하는 것은 받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 앞에 국민의당 중심의 제3 중도 개혁 정당을 내놓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내교섭단체 지위는?

원내교섭단체란 국회서 의원이 의사진행에 관한 중요한 안건을 종합하고 합의해 사전에 교섭하기 위해 일정한 수 이상의 의원들로 구성된 의원단체를 말한다. 소속의원 20인 이상의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 정당 단위가 아니라도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20인 이상의 의원은 따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국회 총무회담에 참여, 국고보조금 지원, 국회 운영 및 의사일정 협의, 위원회 위원 선임 및 개선 요청, 발언자의 수·발언 시간 및 발언 순서 협의 등을 담당한다. 우리나라 교섭단체 구성요건은 국회의원 20인 이상으로 시작해 6∼8대 국회 때 10인으로 완화됐다가 유신체제 이후 국회부터 20인으로 바뀌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