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금주의 국감스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06 10:43:11
  • 호수 1139호
  • 댓글 0개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마무리됐다. 추석 연휴를 뒤로 한 국감은 지난달 12일부터 31일까지 20일간 16개 상임위원회(겸임 상임위 포함)서 701개 기관을 상대로 치러졌다. 
 

이번 국감서 여야는 ‘적폐’ 공방전을 벌였다. 각각 ‘적폐 청산’과 ‘신(新)적폐 저지’를 내세우며 난타전을 펼쳤다. 여야는 “민생을 챙겼다”고 자평했지만 대형 이슈 없이 정쟁만 난무한 국감이라는 쓴소리만 나온다. 

상임위별로 살펴보면 과기위의 원자력안전위원회 국감서 여야는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고 ‘언론 개혁’과 ‘방송 장악’을 주장하며 격돌했다. 환노위의 고용노동부 감사에선 자유한국당이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취업 특혜 의혹을 다시 추궁해 여야 간 설전을 벌였다.

교문위에선 국정교과서 문제와 교육정책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고, 기재위 국감에선 수출입은행의 ‘다스 특혜 지원’ 의혹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국감 종료를 맞아 <일요시사>는 정쟁이 난무 하는 와중에도 송곳 같은 문제제기로 국감장을 빛낸 의원들을 선정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

“중기 R&D 지원 부정환수 237억”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기 R&D 지원사업 부정사용 환수처분액은 237억원이며 환수된 금액은 8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부정사용에 대해 징벌적 제재 등 강력한 규제를 하고, 불성실실패에 대해서도 환수율을 높여 중소기업 경영환경을 고려한 유연한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에 따르면 부정수급 건수는 122건, 환수처분액은 127억원이며 불성실실패 과제수는 196건, 환수대상액은 110억원을 기록했다.

부정수급 건수는 2015년 55건을 기점으로 지난해 15건, 올해 8월 22건으로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불성실실패 과제 수는 2014년 60건을 기점으로 2015년 39건, 지난해 30건, 올해 8월 현재 34건으로 줄어들다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정수급에 대한 5년간 회수금은 69억원으로 환수처분액 대비 54.8%를 회수했다. 불성실실패에 대한 5년간 환수금은 20억원으로 환수대상액 대비 18.5%로 매우 낮은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김 의원은 “중소기업 R&D 자금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더욱 체계화시켜 나가야한다”며 “부정사용에 대해서는 환수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환수금의 범위 및 납부시기, 납부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특히 이러한 제도운용이 돼야만 “중소기업이 시장파괴적 혁신기술 내지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며 “도전적인 과제를 선정·지원하고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이를 사장시키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위원회]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

“수사기관 통신 확인 요청↑”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19일 “문재인정권이 출범한 이후 국정원과 검찰 등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 건수가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SK·LG·KT 등 통신 3사 가입자를 대상으로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통신자료 337만건, 통신사실확인자료 67만건의 조회가 이뤄졌다”며 “통신사실확인자료의 경우 지난 4월 달만 해도 7만8000여건 수준에 불과했지만 5·6월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검찰이나 경찰, 국정원, 군 수사기관과 기타 사법경찰권이 부여된 행정부처 등 수사시관이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수사대상자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해 제공받는 제도를 말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통신자료는 검찰이나 경찰, 정보수사기관서 검사, 4급 이상 공무원, 총경 등이 결재한 제공요청서를 통신 사업자로부터 이용자의 통신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해당 자료에는 통화 일시와 시간, 상대방 전화번호, 인터넷 로그기록, 전속 IP 주소, 이용자 성명과 주민번호, 주소와 전화번호는 물론, 가입 및 해지일자, 등 민감 정보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부인이나 수행비서의 사례서 보듯이 정보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개인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 수집이 남용되고 사찰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헌법의 영장주의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조차 침해할 소지가 있는 만큼 제도적인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교롭게도 문재인정부 출범과 더불어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며 “광범위한 사찰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버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외교통일위원회] 이태규 의원(국민의당)

“박 정부, 통준위 쪽박 운영”


통일 대박을 외치며 박근혜정부가 출범시킨 ‘통일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가 성과없이 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예산의 대부분을 회의업무가 아닌 기관 지원경비에 집행했고, 지난해에는 정기회의를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는 등 위원회 실적이 저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3년간 실시한 정책연구용역 사업서 통준위 소속 위원 등이 연구수행자로 참여한 셀프용역계약이 전체 계약의 절반이 넘는 등 사업이 부적절하게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준위에 배정된 예산은 올해까지 약 138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총 30억7900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는데 이중에서 전체회의·분과위원회 등 위원회 회의 운영비로는 단 6억4200만원을 집행한 반면, 위원회 활동 지원, 통일준비 연구·조사 등 통준위 활동을 지원하고 운영하는 경비로 24억3700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회 회의운영 등 본연 업무에 집행된 예산보다 기관 지원경비에 집행된 예산 비중이 과다하게 높다는 지적이다. 

자료에 따르면 통준위 회의는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로 구분되며 정기회의는 분기마다 1회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지난해 실적을 보면 부위원장 주재로 발표 및 토론 위주로 임시회의를 개최한 것이 전부고, 정기회 개최실적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통준위가 실시한 정책연구용역의 연구수행자별 계약 현황을 살펴보면, 연구수행자에 통준위 위원 및 전문위원이 포함된 용역건수가 2014년 13건, 2015년 7건, 2016년 5건 등 총 25건으로 3년간 실시한 전체 용역건수 48건의 52.1%를 차지하고 있고, 계약금액은 총 6억7700만원으로 3년간 계약금액 12억5200만원인 54.1%에 이른다. 

통준위 소속 위원 및 전문위원은 전체회의 및 분과위원회 회의 등 공식회의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견해를 얻고자 하는 것이 연구용역의 취지임을 감안할 때, 3년간 실시한 연구용역사업에서 통준위 소속 위원 등이 연구수행자로 참여한 계약건이 전체 계약의 절반이 넘는 것은 부적절한 집행이란 지적이다.

이 의원은 “통일 대박을 외치며 탄생한 박근혜표 통준위에 3년간 투입된 예산만 138억원”이라며 “하지만 별다른 성과도 없이 국민 혈세만 낭비하고 쪽박을 찼다”고 말했다. 

또 그는 “통준위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 눈치보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라며 “정권에 따라 출범과 해체를 반복하며 예산만 낭비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지양해야 하고, 만든다고 해도 대통령의 영향력을 크게 받지 않는 운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 의원(바른정당)

“지능적인 불법 요양기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은 사무장병원 등 불법 요양기관들이 날로 지능적으로 발전하고 대형화되기 때문에 종별 맞춤형 방식으로 접근해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내부자 비중이 줄어들면서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일제 자진신고 기간을 두는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사무장병원으로 환수결정 된 곳은 총 1195기관으로 환수결정금액은 1조7000여억원에 달한다. 

환수결정금액을 보면 2012년 700억원서 지난해 5000억원으로, 한 기관당 평균금액은 2012년 3억원서 20억원으로 무려 6∼7배나 증가했다.

이는 사무장병원 형태가 날로 지능·대형화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로 환수가 완료된 환수율을 보면 2012년 15%에서 해마다 줄어들어 5% 수준으로 3배가량 떨어졌다. 

환수금액이 커짐에 따라 환수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같이 환수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 박 의원의 지적이다. 

의료기관 종별 사무장병원 현황을 보면 의원(427개소), 한방병의원(211개소), 요양병원(202개소) 순으로 많다. 하지만 기관당 평균 환수결정금은 요양병원(45억원), 병원(36억원), 약국(22억원) 순으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이 같은 종별에 따라 맞춤형 환수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생협을 가장한 사무장병원의 난립으로 조합원의 복지와 생활문화 향상이라는 당초 목적이 퇴색되고 의료생태 질서를 해치고 있다느 지적이다. 

아울러 비영리법인, 의료생협 등 의료기관 개설 제한 규정의 미흡으로 사전차단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음에 따라 당초 의료생협에서는 비조합원을 진료할 수 없도록 해 불법행위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사무장병원 자진신고 시 징수금 감경 또는 면제하는 법안이 현재 발의돼있지만 보건복지부는 “현행 법체계로도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징수금 등 행정처분 감면이 가능하므로 별도로 감면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박 의원은 “문제는 현재 의료인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이러한 감면 가능 사실을 알리지 않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내부고발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나 현행법 상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어 내부고발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내부자 신고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데 일제 자진신고기간을 두는 등의 방안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환수결정금액이 적발기관의 설립 이후 총 수익금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이미 오래 전 발생한 수익금을 회수하기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과 함께 환자가 냈던 본인부담금은 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