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대결> 미리 보는 ‘6·13 지방선거’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30 10:45:31
  • 호수 1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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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상박’ 시·도지사 빅매치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민심 바로미터가 될 ‘6·13 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유력 정치인들이 시·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내년 선거는 각축전이 될 전망이다. <일요시사>는 가상대결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예측해봤다. 
 

정치권 안팎에선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이 뜨겁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예비대선’으로 불리며 대선 직행열차로 여겨진 만큼 내년 지방선거서도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지역으로 예상된다. 

박원순vs안철수
어제의 동지가…

특히 서울시장은 한해 27조5037억(2016년 기준)의 예산을 집행하고 광역단체장으로서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여하는 등의 권한을 갖는다. 서울은 국내총생산 절반 이상이 집중돼있는 대한민국의 정치·행정·경제·문화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갖는 의미도 남다르다.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이라면 욕심을 낼 만한 자리인 셈이다. 

여당서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지난 25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서울시장 3선 도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 “제가 3선을 하냐, 안 하냐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서울시의 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시민 뜻도 중요하다”며 “여러가지로 의견을 듣고 있고 저도 고민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확실히 출마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3선 도전이 확실시되고 있다.   

서울시장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은 1위를 달리고 있다(지난 8월 기준). 박 시장의 강력한 경쟁상대는 아이러니하게도 박 시장을 서울시장 자리에 오르게 도와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8일 안 대표는 국민의당 최고운영회의 모두발언서 “솔선수범 차원서 내년 지방선거서 당이 요구하는 어떤 길이라도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지지도에 반영이 되지 않더라도 지금 차근차근 저희들이 일을 해나간다면 이 축적이 결국은 그 힘을 발휘하고 인정받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 시장 3선 도전…안 출사표 던지나?
남-이 장외전…현역 프리미엄 vs 지지율 

정치권에선 상징성이 강한 서울시장에 안 대표가 도전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내부는 물론 보수진영서도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점도 안 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만약 안 대표와 박 시장이 내년 선거서 맞붙을 경우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셈이다. 

앞서 7년 전 서울시장 선거서 안 대표는 50%가 넘던 지지율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5% 지지율에 불과했던 박 시장에게 조건 없이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그 결과 박 시장은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승승장구해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지난 20일 ‘안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양보하겠냐’는 질문에 “공직, 그것도 1000만 서울 시민들의 삶을 책임진 서울시장에 대해서 그런 사사로운 것으로 판단할 수야 없지 않겠나”고 답했다. 

과거 안 대표의 ‘양보’를 ‘사사로운 것’으로 평가해 에둘러 양보할 뜻이 없음을 밝힌 셈이다. 

현재 분위기로만 놓고 봤을 때는 박 시장의 낙승이 예상된다. 여당과 현 정부의 높은 지지율이 박 시장의 3선 도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안 대표는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 대선 조작 파문, 당 내홍 등이 겹치면서 당장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역대 서울시장 선거의 특징을 살펴보면 서울시민들은 집권여당이 아닌 야당에 힘을 실어줬다. 

고건 시장부터 시작해 박 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야당 소속이었다. 현 정부를 견제하는 차원의 투표 양상을 띤 것이다. 만약 내년 선거서도 여당을 견제하는 차원서 투표가 진행된다면 결과는 예측불허의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독주  
경기 찍고 대권?

메인 대결이 서울시장이라면 그 다음으로 관심이 집중 되는 자리는 단연 ‘경기도지사’다. 재선을 노리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눈에 띈다. 여당에선 이재명 성남시장, 전해철 의원, 김진표 의원 등이 거론된다. 야당에선 원유철·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이찬열·이언주 국민의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꼽힌다. 
 

차기 경기도지사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성남시장이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시장은 43.1%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2위는 남 지사로 11.2%를 받았다. 3위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8.6%로 그 뒤를 따랐다. 

남 지사의 도정운영에 대해서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55.9%로, ‘별로 잘 못하고 있다’ 와 ‘매우 잘 못하고 있다’의 부정평가(31.7%)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이 시장은 최근 한 시사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다만 이 시장은 “(경기도지사 출마에 대해) 대체적으로 성남시민들도 다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시정을 해야 될 시간이 남아있다. 공식적으로 이야기해 논쟁이 그쪽으로 가면 시정에 소홀하게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실질적인 대결이 이재명-남경필로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두 사람은 정책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23일 남 지사의 대표 정책인 ‘광역버스 준공영제 반대’를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 회의에 긴급 정책 의제로 올렸다.


그는 해당 정책이 졸속 추진이라며 ▲표준원가 산정 시스템 미구축 ▲일반 버스 차별 문제 ▲버스 임직원 차별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경기도는 논평을 통해 “이 시장의 불통, 독선, 오만이 도를 넘어섰다”며 “나만 옳고, 법 위에 내가 있고, 내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경기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시장이 경기지사 적합도서 남 지사를 크게 앞서고 있지만 성남시장이란 한계로 경기도 전체를 아우르는 의제를 선점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반대로 남지사도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지만 열세를 면치 못하는 지지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경북남 거물 총출동
친박-친홍 대리전  

향후 정계개편 등 정국 변화에 따라 두 사람 지지율이 요동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날 선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청와대 입성으로 무주공산이 된 전남도지사도 내년 지방선거서 관심이 뜨거운 곳 중 한 곳이다. 

유력 후보군으로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지원·주승용 국민의당 의원,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등이 꼽힌다. 


지난 1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남도지사 선호도서 이 의원이 20.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박 의원 16.1%, 장 교육감 14.4%, 주 의원이 12.5%로 뒤를 이었다. 

민주당에선 이 의원을 후보로 꼽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남지역 유일한 현역 의원이라는 점에서 의원직을 버리는 데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임종석 전남지사 차출설’이 지역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25∼26일 호남 일정서 한국시리즈 ‘깜짝 시구’에 이어 전남 순천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도 전남지사 차출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특히 ‘DJ 마지막 비서실장’을 자처하는 박지원 의원이 전남지사 선거 출마의사를 밝힌 상황이기 때문에 여권에선 “임 실장을 대항마로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전남의 유일한 민주당 현역인 이개호 의원이 출마하면 전남지역 의석이 제로가 돼버린다”며 “신구 대결 구도로 임 실장이 좋은 카드가 될 것이란 말이 있다”고 전했다. 

전남지사 차출설에 대해 임 실장은 기자들에게 “원래 정치 일정은 정해놓고 계획대로 되는 법이 없다”며 선거와 관련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놨다. 

반면 박 의원은 지난 10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남지사 출마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번 연휴 동안 전남은 물론 광주, 전북 일부를, 특히 전남은 샅샅이 다녀봤다”며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어도 받아들이는 것은 자유롭다”고 말해 전남지사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정치권에선 내년 전남도지사 선거가 임 실장과 박 의원의 양자대결 구도로 흐른다면 ‘여-야’ ‘신-구’ 대결 측면서 최대 흥행카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경북, 친홍 VS 친박
경남,  문 VS 홍  

내년 전북도지사 선거는 ‘전주고’ 동문 간 혈전이 예상된다. 여권의 유력후보로는 현 송하진 도지사가 거론된다. 야권에선 ‘전주의 아들’로 불리는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거론된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호남의 명문 전주고 출신이다.

앞서 송 지사는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정 의원이 불출마를 밝힌 상황이지만 지역 정가에선 송 지사 대항마로는 정 의원이 제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미 도지사 후보로 나설 뜻이 없음을 밝혔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며 “국회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국민의당이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전북도지사 자리를 민주당에 쉽게 내주려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국민의당은 정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고수한다면 조배숙·유성엽 등의 현역 의원들을 내세워 내년 전북지사 선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민심의 바로미터 경남도지사 선거도 빅매치로 꼽힌다.

여권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 보좌하며 문정부 최고 실세로 불리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2년도 안 됐는데 지지해 준 유권자를 외면하고 도지사에 출마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며 ‘교과서적’인 답변으로 출마설을 일축했지만 여권에선 김 의원만한 카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의 대항마로 자유한국당에선 윤한홍 의원이 꼽힌다. 윤 의원은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경남도지사를 지낼 당시 행정부지사를 지냈고 최근에는 홍 대표 정무특보로 임명되는 홍 대표 최 측근이다.

두 사람이 도지사 선거서 맞붙으면 문 대통령과 홍 대표의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된다. 한국당은 경남도지사는 전통적 텃밭인 만큼 반드시 수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패배할 경우 홍 대표가 입을 내상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면서 김 의원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한국당이 경남지사를 지킬 수 있을지 여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쏟아지는 문 측근 차출설
임종석·이호철 선택은?  

경북도지사 선거는 새인물을 뽑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3선 마지막 임기인 김관용 현 도지사가 퇴임하면서 한국당 후보 간 공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하마평에 오른 후보군만 10명에 달한다.

현재까지 강석호·이철우·김광림·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거론된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 출마설도 돌고 있다. 최근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남지사 적합도 조사에서 이 의원은 11.0%를 기록했고, 최 의원이 9.5%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지역 정가에선 이 의원의 경우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 의원의 경우 최근 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자진탈당을 권고하는 등 정치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도지사 출마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이 의원과 최 의원의 싸움을 사실상 ‘친홍’ 대 ‘친박’의 대결로 보고 있다. 

제2의 수도 부산에선 여야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재선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가운데 한국당 내에선 김정훈·유기준·이진복 의원과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민주당에선 오거돈 전 해수부장관, 최인호 부산시당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앞서 김영춘 해수부장관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거론됐지만 불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최근에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시장 등판론이 제기되면서 부산지역 정가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다크호스’로 꼽히는 그의 등판을 반기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 부산시당 지방선거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김해영 의원은 "이 전 수석의 출마설은 시장 후보군이 넓어지는 것과 함께 여론을 장악하는 폭발력도 강해 민주당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 전 수석이 말을 아끼고 있지만 그의 출마 여부에 따라 부산시장 선거 판도가 바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호철? 조국?
문 측근 출동

정치권에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문 정부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지방선거서 승기를 잡지 못한다면 야권에 정국 주도권을 내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야권에선 6·13 지방선거까지 패배하게 된다면 남은 4년 동안 문 정부에 끌려 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수사가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 차원서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비리를 검찰 수사를 통해 파헤치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청와대가 수사를 지시하면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구조를 가진다. 

야권에선 검찰수사가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진다면 지방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전·전전 정권을 창출한 한국당의 경우 검찰 수사가 계속해서 진행될 경우 내년 지방선거서 대패할 가능성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을 내놓고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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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