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역대 대통령 재단 대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23 11:31:13
  • 호수 1137호
  • 댓글 0개

방법 달라도 목적은 하나 ‘띄우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탄핵 혹은 금고형을 받지 않으면 전직 대통령은 기념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그 결과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을 제외하곤 모두 기념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각 기념재단의 규모와 운영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일요시사>는 역대 대통령 재단을 해부해봤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기리는 재단 이름은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이하 이승만사업회)다. 해당 기념사업회는 1975년 이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계기로 설립됐다. 이승만사업회는 설립 목적으로 ‘대한민국 이승만 건국대통령의 위업을 기리며 숭고한 독립정신과 건국 이념을 선양해 새시대를 열어갈 나라사랑 정신 함양’을 밝히고 있다. 

초대 대통령
우남 바로알기

현재 이승만사업회를 이끄는 인물은 광운학원 신철식 이사장이다. 신 회장은 박진 전 의원의 회장 임기만료로 지난 6월 임시이사회를 통해 회장에 올랐다. 신 회장의 부친은 이 전 대통령시절 제13대 국무총리를 역임한 신현확 전 총리다. 

신 회장은 유년시절 이 전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의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승만사업회 활동을 살펴보면 매년 이 전 대통령 추모식을 주관한다. 올해에는 지난 7월19일 국립현충원서 내빈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열었다. 이밖에 이 전 대통령의 호인 ‘우남’을 딴 <우남회보>를 발행한다. 지난해 10월 80호를 맞았다.


회보는 통권 형식으로 매년 1∼2호 정도를 발간한다. 회보는 기념사업회의 활동, 해외동정, 우남 바로알기 등을 다룬다. 특히 진보와 보수 진영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엇가리는 만큼 이 전 대통령의 일화 및 ‘미담’을 주로 실어 인식제고에 힘쓰는 모양새다. 

이승만사업회는 어떤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지난해 기준으로 해당사업회는 회비, 지원금(보훈처), 이자수익 및 잡수익으로 수입을 얻고 있었다. 한 해 동안 회비는 8330여만원이 걷혔고 보훈처로부터는 1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자수익은 160여만원이다.

지출의 경우 인건비가 4500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밖에 추모행사비로 1500여만원을 썼고 회보 발행에 1800여만원이 들었다. 기타 행사비, 후원금 등을 포함에 지난해 총 1억3239만원을 사용했다. 

이승만 기념회 ‘건국대통령’ 강조
박정희 우표 취소하더니 꼼수 발행 

대한민국 제4대 대통령인 윤보선 전 대통령을 기리는 재단은 ‘해위윤보선대통령기념사업회(이하 윤보선사업회)’다. 해위는 윤 전 대통령의 호로 ‘바다 갈대’란 뜻이다. 독립운동가 신규식 선생이 상하이에서 지어준 것으로 알려진다.

윤보선사업회는 지난 2010년 윤 전 대통령 서거 20주년을 맞아 법인등기를 마쳤다. 현재 이사장은 김성수 대한 성공회 대주교가 맡고 있다. 대한민국 5∼9대 대통령을 역임한 박정희 대통령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이에 발맞춰 재단법인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하 박정희재단)’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정희재단은 1999년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발기 및 창립총회를 열고 시작을 알렸다. 지난 2012년까지 회장체제를 유지하다 2013년부터 이사장 체제로 탈바꿈했다.


초대 이사장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맡았다. 현재는 영남대학교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공공정책리더십학과 교수로 있는 좌승희 이사장이 재단을 이끌고 있다. 박정희재단은 박 전 대통령의 생애와 업적을 기념하고 국가 경영철학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세부적으론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운영, 박정희대통령 관련 기록물 수집·보존·전시 등을 수행한다. 

박정희재단는 계간지 형식의 회보도 발간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제목의 회보가 총 3회 발간됐다. 지난해에는 ‘감사해요 박정희’라는 제목의 회보가 3회 출간됐다.

회보에는 재단 이사장인 좌 이사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박 전 대통령의 명문, 비화, 체험수기, 에피소드 등을 다룬다. 주로 박 전 대통령의 과거 경제부흥노력을 미화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박정희 100주년
우표 발행 나서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취소한 바 있다. 그 결과 박정희우표는 무산됐고, 일부시민들은 10만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논란이 지속되는 와중에 박정희재단 차원서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매했다.

재단 측은 “대한민국 정부의 정식 기념우표가 아니라 ‘나만의 우표’ 제도를 통해 발행했다”고 밝혔다. 나만의 우표제도란 정부가 국가적으로 기념할 만한 인물이나 사건, 행사를 위해 그 해를 대표해 발행하는 정식 기념우표가 아니라 우정사업본부가 수익사업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재단은 지난 12일 배포를 완료한 상태다. 해당 재단은 기부금 모집도 한창인데 지난해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총 4억6962만원을 걷어들였다. 지난 2015년도에는 총 5억9312여만원이 모집됐다.

최근 국감에선 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박정희재단 기부금 중 수상한 점을 지적했다. 

도로공사 기부금 총액 중 35%(8000만원)가 박정희재단에 흘러 들어간 것이다. 이에 안 의원은 “기부금 규모가 대부분 1곳당 100만원서 500만원 사이인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액수는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재단도 존재한다.

‘최규하대통령기념사업회(이하 최규하재단)’란 이름으로 운영되는 해당 재단은 지난 2013년 발족했다. 최규하재단은 제10대 대통령으로서 최 전 대통령의 국정활동 및 20여년간 외교관과 외무부장관으로 활동한 부분 등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재단 이사장은 함종한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재단 이사장을 맡은 함 이사장은 “최규하 전 대통령은 평소 흠모하던 분이다. 국민에게 잘못 인식된 부분에 대해서 바르게 인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최 전 대통령을 청백리의 대표적 인물로 국민에게 적극 알려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규하재단은 지난해 이사진도 새로 구성했는데 이재만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최규연 전 조달청장, 조병우 재경원주시민회장, 조창진 SG건설 대표이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재단 홈페이지상 공개된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도에는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2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직원급여, 임차료, 도서인쇄비, 홍보비 등으로 3484여만원을 사용해 1574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지난 2014년에는 국가로부터 보조금 명목으로 7859만원을 받았고 판매비와 관리비로 총 7262만원을 사용해 43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발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까지 기부금이 견실하게 모이지 않는 모습이다. 

‘3김시대’의 주역 김영삼 전 대통령 재단은 ‘김영삼민주센터(이하 김영삼센터)’란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김영삼센터는 김 전 대통령 서거(2015년 11월22) 5년 전인 2010년 6월 설립됐다. 

연혁에 따르면 2010년 11월 김 전 대통령이 전 재산(52억)을 해당 민주센터에 기증했고 2012년 3월에는 김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 기공식이 열렸다.


이후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인 2015년 김영삼센터는 국가장을 주도했다. 지난해에는 서거 1주기 추모식을 거행키도 했다. 김영삼센터의 이사장은 김덕룡 전 의원이 맡고 있다. 김 이사장은 5선 의원으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김 전 대통령이 신민당총재 시절에는 비서실장을 맡아 김 전 대통령과 정치적 동반자로 통한다.
 

김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30여년 만에 문민정부를 수립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자랑스러운 지도자”라며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투쟁과 문민정부의 역사적 자산을 수집, 기록, 기념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영삼센터의 조직원을 살펴보면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가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이밖에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박관용 전 국회의장,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 등이 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김영삼재단은 현재 재정난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영삼대통령기념도서관의 경우 2015년 9월 준공허가와 사용승인까지 받았지만 등기를 취득하지 못했다. 재단차원에서 취득세를 납부하지 못했기 때문.

취득세를 내지 못해 상도동 사저마저 압류 위기에 처하자 유족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마련해 민주센터로부터 사저를 재매입했다. 이 같은 상황에 YS의 아들 현철씨는 “도서관 완공과 기념사업 착수를 늦어도 올 연말 아버님의 2주기 전에 반드시 마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김대중 재단 4곳
노통 후원자 5만

2009년 서거한 김대중 대통령을 기리는 재단은 ‘김대중평화센터(이하 평화센터)’ ‘김대중기념사업회’ ‘김대중컨벤션센터’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등 모두 4곳에 이른다. 평화센터는 2003년 설립됐다.

퇴임 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뜻을 모아 세웠다. 현재 재단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맡고 있다. 초창기엔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이사장직을 수행했지만 2009년 서거와 동시에 이 여사가 뒤를 맡고 있다.

부이사장은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와 최용준 천재교육 대표가 맡고 있다. 이사에는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장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포진해 있다. 평화재단의 주요사업은 ‘6·15남북정상회담 기념식’ ‘노벨평화상 수상기념식’ ‘김대중 대통령 추모행사’ 등이다.

6·15남북정상회담 기념식과 노벨평화상 수상기념식은 올해로 각각 17주년과 16주년을 맞았다. 평화재단은 후원도 받고 있다. 평화재단서 모은 후원금은 매달 이 이사장이 방문하는 보육원과 양로원에 전달된다. 

최근 3개년도 후원내역을 보면 2014년 4억736만원, 2015년 7억4408만원, 2016년은 4억1295만원을 기록했다. 

이 이사장이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곳도 있다. 바로 ‘김대중기념사업회’다. 현재 이사장은 국민의당 권노갑 상임고문이 맡고 있다. 해당 기념회는 유품보존, 초상권, 지적재산권 관리부터 시작해 장학사업 및 인권향상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영삼센터…돈 없어 도서관도 못 짓는다
DJ재단 관리자는?…인기 폭발 노무현재단

이밖에 김대중컨벤션센터는 올해로 개관 10년 차를 맞았다. 광주에 위치한 해당 센터는 세계수소에너지대회, 국제관개배수위원회총회 등 국제회의 30건을 포함해 연간 약 150만명이 찾는 명실상부한 광주의 랜드마크다.

컨벤션센터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출신인 신환섭 사장이 맡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13년 개관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은 ‘김 전 대통령 생애를 통해 민주주의·인권·평화의 가치를 전한다’는 취지하에 설립됐다. 

목포에 위치한 기념관은 2층 규모에 총 4개의 전시실로 구성돼있다. 기부금은 2014년도 1237만원, 2015년도 2391만원, 2016년 2798만원을 걷어들여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은(이하 노무현재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 및 업적을 유지 계승시켜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가 되도록 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지난 2009년 11월1일에 설립됐다. 초대 이사장은 한명숙 전 총리가 맡았고 2대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역임했다. 이후 이병완 전 비서실장이 3대 이사장을 지냈고 현재는 이해찬 의원이 이사장직을 수행 중이다. 

노무현재단은 설립 당시인 2009년 출범 두달 반만에 26억이 넘는 후원금을 모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후원자 수는 지난 5월17일 기점으로 5만명을 넘어섰다. 타 대통령 재단과 비교가 불가한 수치다.

이에 노무현 재단은 “어려운 상황서도 꿋꿋하게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봉하 대통령기념관 건립과 노무현장학생 선발 등 착실한 사업 추진으로 여러분들의 뜻과 정성에 답하겠다”고 밝혔다. 

특이할만한 점은 노무현재단은 전국에 9곳의 지역위원회를 둘 정도로 세가 크다는 점이다. 각 지역위별로 임원 및 운영위원을 두고, 추모사업, 회원사업, 시민교육 사업, 장학사업 등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17대 대통령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 기념재단은 지난 2014년에 세워졌다. 당시 퇴임 1년 반 만에 재단 설립에 나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초대이사장은 김앤장 이재후 변호사가 맡았다.

현재는 SBS 사장 출신으로 MB정부시절 대통령실 실장을 지낸 하금열 전 실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재단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주로 이 전 대통령이 외국 인사들을 만나는 모습이 담근 근황을 올리거나 이 전 대통령 시절 추진했던 정책(4대강)에 대한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회고록 이야기, 이력소개를 통해 MB 치적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대통령 예우
수백억 지원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민간단체 등이 전직 대통령을 위한 기념사업을 추진할 경우 재원의 30%를 국고서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국가예산으로 지원받는 기념사업에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708억원), 김영삼 민주센터(265억원), 김대중 기념사업회(158억원),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550억원)이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