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MB 반격카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10 10:39:28
  • 호수 1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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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보수 방패로 노무현 찌르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청와대의 적폐청산 기조에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위기에 몰렸다. 각종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MB가 더 이상 뒤에 머물긴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MB는 어떤 승부수를 띄울까. <일요시사>는 MB의 반격카드를 들여다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잇따른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 전 대통령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국민 추석인사’ 형식의 글을 올린 이 전 대통령은 문 정부의 전임 정권 ‘적폐청산’ 작업과 관련해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불거진 의혹
위기의 MB

이 전 대통령은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시기에 전전(前前)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최근 여권이 제기한 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정치인 사찰 및 2012년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여권의 의혹 제기가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 추가 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전 대통령이 첫 공식입장을 밝히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 만큼 향후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정면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흐름은 MB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전 대통령을 ‘박원순 제압문건’과 관련해 고소·고발하면서 여권에선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서 “이 전 대통령이 댓글공작 심리전단 지원을 직접 지시한 보고서가 공개됐다”며 “직접 대답해야 할 차례가 오고 있는 것 같다”고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문 정부 ‘적폐청산’ 이명박 정조준
이구동성 한국당 “정치 보복일 뿐”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도 MB 저격에 힘을 실었다. 우 원내대표는 최근 “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여론조작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보기관 등을 동원한 불법 여론조작 의혹과 함께 이 전 대통령과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조사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공세수위가 높아지자 이 전 대통령 측도 즉각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달 25일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적폐청산을 하자고 했는데 그 적폐청산의 본질이 뭐냐”며 과거 MB정부까지 수사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현 정부를 겨냥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적폐를 청산하자며 똑같은 방식을 되풀이하는 건 또 다른 적폐를 낳는 것”이라며 “저도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고 우리가 진지하고 침착하게 국정 현안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보자 하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MB정부서 정무수석을 지낸바 있는 정 의원이 MB정부 책임론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이러한 발언의 배경으로 보인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현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를 꼬집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요즘 국정원,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관련한 보도를 보면 치졸하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힐난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치졸한 댓글 논쟁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선동하지 말길 바란다”며 “현재 대한민국서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적폐는 한풀이식 정치보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 이슈
물타기 시도

그렇다면 MB의 현 정부 반격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일명 ‘물타기’로 불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이슈화가 꼽힌다. 여권의 이명박·박근혜정부 적폐 청산 프레임에 맞서 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을 거론하는 것이다. 

반격의 선봉장으론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나선 모양새다. 

정 의원은 지난달 27일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며 노무현 정부 당시의 문제를 제기했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서 “요즘 댓글 댓글 하는데 댓글 정치 원조는 노무현정부”라며 노무현정부 때인 2006월 2월 국정홍보처 문건을 예로 들었다. 

해당 문건은 지난 2012년 대선 전후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정부 정책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담당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한 뒤 정식 정부 문서로 내려 보낸 것이어서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다. 

‘또’ 노무현 이슈…물타기 전략  
친이계 모아 보수대결집 노린다

이에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해당 문건은 공개적인 정부의 활동이지, 이명박·박근혜정부가 받는 의혹처럼 정보기관을 동원해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사찰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 의원이 궁지에 몰리니까 또 다시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원조 적폐’로 규정함으로써 앞으로 이전 진보정권 10년의 문제점을 파헤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최근엔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의혹도 재점화했다. 

지난달 27일 홍준표 대표는 고려대 교우회관서 열린 고경아카데미 특강서 “본질은 노 전 대통령 가족이 640만달러의 뇌물을 받았느냐 여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재단이 정진석 의원을 고발한 것에 대해선 “권력을 잡았다고 그 과정서 일어났던 곁가지를 검찰을 이용해 본류인 양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640만달러는 70억원이 넘는 돈인데 뇌물이라면 범죄수익이고 그렇다면 내놔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특검을 재차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여의도 당사서 열린 추석 민생 점검회의서 전날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주요 사정기관장들이 총출동한 사실을 언급하며 “문재인정부가 반부패 의지가 있다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달러 뇌물수수 의혹과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도 특검을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보수단체 수사 등에 대해서도 “보수세력의 궤멸을 넘어 씨를 말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소름 끼치는 일”이라며 “정치보복, 내로남불의 사정이 되면 안 된다. 한풀이식 편파수사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친이계 주축  
보수통합 플랜 

이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이슈를 띄워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보수대통합을 통한 반격 플랜도 점쳐진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들이 포진해있다는 점이 이 전 대통령에겐 유일한 희망이다. 


친이계는 19대와 20대 총선을 거치면서 당내 친박(친 박근혜)계의 공천학살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나마 친이계 인사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으로는 한국당 심재철, 권성동, 정진석, 이군현,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김영우 최고위원, 정병국, 김용태 의원 등이다. 최근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국당·바른정당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문재인정부의 MB 저격에 대한 반대급부로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중진의원들은 만찬회동을 갖고 보수통합 실무 협의체 격인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회동에는 모두 12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한국당에선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의원 등 8명이, 바른정당에선 김용태, 이종구, 황영철 의원 등 4명이 자리했다. 

이날 김영우 의원은 회동 후 “‘대한민국 보수가 하나로 뭉쳐야 되는 것 아니냐’ ‘한국당도, 바른정당도 건강한 수권정당으로서의 이미지가 약하다. 보수가 뭉치면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주축이 된 ‘열린토론, 미래’도 사실상 양당 통합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이 같은 통합 기류에 대한 비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사실상 바른정당 친이계 인사들은 통합 흐름에 호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보수대통합’이 필수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기조로 인해 야당으로서의 야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서 이 전 대통령은 보수 통합의 기틀 마련을 주도함으로써 적폐청산 프레임서 벗어날 여지를 만들 수 있다. 만약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에 이르게 된다면 여소야대 국면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용한 분위기
전면에 등장?

MB측근들은 전면에 나서기보단 때를 기다리는 눈치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사실관계가 명확해질 때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다만 이재오 전 의원이 MB를 대변하고 나섰다.

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이 할일 없어서 남의 사생활이나 간섭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적폐가 있으면 있는 대로 도려내면 되지 이것을 바람몰이, 산양몰이 하듯 매일 여권서 수사하고 잡아가라고 하면 검찰이 없는 적폐라도 만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 기무사 테니스 논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기무부대 내 테니스장을 올해에만 20차례 방문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무사는 군사 관련 정보수집과 수사를 목적으로 창설된 국방부 직할 부대로 군 관계자 외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다. 

지난달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무사를 통해 받은 ‘전직 대통령들의 기무사 출입내역’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인근의 기무부대에 올해에만 20차례 방문해 테니스장을 이용했다. 

김 의원 측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는 전직 대통령이 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근거가 없고 보안이 필요한 군 시설에 민간 테니스 선수들과 함께 출입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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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