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풀어야 할 이명박 7대 의혹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25 10:37:32
  • 호수 11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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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MB몰이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정원 댓글·블랙리스트에 이어 ‘언론장악’ 문건까지 공개됐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와 정치권의 BBK 재수사까지 MB(이명박 전 대통령)를 겨누는 현 정부의 ‘적폐청산’ 칼끝이 매섭다. <일요시사>는 현 정부서 시작된 MB 겨냥 프로젝트를 들여다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 4년7개월 만에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정부에 날을 세운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을 탄압한 혐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소로 수사에 불씨가 당겨졌지만 국정원의 방송장악·블랙리스트 문건,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도 청와대에 보고된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이 전 대통령은 ‘의혹의 몸통’으로 부상한 모양새다. 

외압 의혹
연예인 선봉

MB정부 시절 국정원 주도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MB정부 당시 국정원이 김주성 전 기획조정실장 주도로 문화·연예계 대응을 위해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세력 퇴출 및 반대 등 압박 활동을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블랙리스트 압박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 측근이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 확인됐다. 해당 명단에는 문화계 6명, 배우 8명, 영화감독 52명, 방송인 8명 등 총 82명이 포함됐다. 

이튿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국정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고 상당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받아 보고 수사팀 확대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MB정부 블랙리스트에 메스를 대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이후 검찰 시계는 빠르게 돌아갔다. 배우 문성근씨와 방송인 김미화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각각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국정원의 퇴출 압박 활동과 그에 따른 경제적·정신적 피해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의 수사 의뢰 내용을 토대로 피해 정도가 크거나 본인의 진술 의사가 있는 피해자들 위주로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추가 조사 필요성이 생긴다면 기존 소환자들을 다시 부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MB정부의 블랙리스트는 박근혜정부의 블랙리스트와 규모 및 질적 차이를 보인다. 규모면에선 박근혜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대상자가 9473명에 달해 압도적이다. 하지만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선언 참여자 등을 모두 넣어 정교하지 못했다.

반면에 MB정부의 블랙리스트는 질적으로 앞선다. 2010년 10월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 요청으로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예술단체 내 좌파인사 현황, 제어 관리방안 보고’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정부 비판 촛불집회에 적극 가담한 인물들 15명을 A급으로 두고, 단순 동조자 18명을 B급으로 분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A급은 연예활동에 대한 실질적 제재조치를 받았고, B급은 계도조치를 받는 등 철퇴를 맞았다. 아울러 연예인 소속 기획사 세무조사·특정 프로그램 폐지·라디오 제작자 지방 발령 유도 등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언론도 관리
뿔난 시장님


뿐만 아니라 MB정부는 KBS·MBC 등 방송장악에도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18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원세훈 전 원장 재임 당시 국정원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방안’ 등 2건의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기자와 PD의 성향을 사찰해 ‘좌파’로 분류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폐지시키기 위해 광범위한 공작을 펼쳤다. MBC 문건에는 "참여정부 시절 편파방송을 주도한 인맥이 건재, 노조를 방패막이로 정부시책에 저항하며 주류를 형성한다"며 인적 쇄신을 주문하는 내용이 나온다.
 

또 MBC 정상화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3단계 세부 추진 방안을 제시키도 했다. 1단계 ‘간부진 인적 쇄신과 편파 프로그램 퇴출’ 2단계 ‘노조 무력화’ 3단계 ‘소유구조 개편 논의’ 등으로 구분됐다.

KBS 문건의 경우도 MBC 문건과 동일한 구조를 보인다. 지난 2010년 5월28일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국정원 담당 부서에서 작성해 같은 해 6월3일 보고된 것으로 확인된 해당 문건에는 면밀한 인사검증을 통해 부적격자를 퇴출할 필요가 있다고 기재돼있다.

퇴출 대상으로는 ▲좌편향 간부▲무능·무소신 간부▲비리연루 간부를 지목했다. 

검찰은 MB정부서 벌어진 언론 장악 계획에 대해 실행 여부를 조사할 방침일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원 고위층과 방송사 경영진 또는 방송사 담당 정보관과 간부들 간 부적절한 의사 교환이 있었는지도 다뤄질 예정이다.

또 국정원이 ‘좌파 연예인 대응 TF' 활동의 일환으로 연예인 출연·섭외권을 가진 PD들의 블랙리스트를 관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국정원발 블랙리스트·댓글부대 도마
언론 주무르다 역풍 맞나…바짝 긴장

MB정부가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동원해 벌인 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한 국정원 댓글부대도 빼놓을 수 없다. 댓글부대 활동에 대한 검찰 수사는 본궤도에 오른 상황이다.

MB정부 시절 온라인 여론조작을 위해 민간인을 동원해 ‘댓글 부대’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지난 19일 구속됐다. 사건의 핵심 고리 중 하나인 민 전 단장이 구속돼 원 전 원장을 포함한 ‘윗선’을 향한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민 전 단장은 민간인 외곽팀 운영 혐의가 드러나면서 4년 만에 구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는 2010∼2012년 당시 외곽팀을 운영해 불법 선거운동과 정치관여 활동을 도모하고 수십억원의 활동비를 지급해 국가 예산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민 전 단장은 검찰 조사에서 외곽팀 운영 혐의를 대체로 시인했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선 “문제가 되는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글 등이 쓰여진 것을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부대 의혹은 ‘최윗선’인 MB를 정면으로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정원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 회의에 참석해 “권력을 남용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적폐는 청산돼야 한다”며 “그동안 (국정원)은 저 자신과 제 가족에 대한 근거 없는 음해, 댓글로 공격을 일삼았다”고 분노를 표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국가 근간을 흔들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었다”며 “권력의 모든 책임은 법, 제도에 따라 해야 하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엄중한 수사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해당 고소·고발 내용의 사실관계 조사를 마친 뒤 이 전 대통령 등 피고소·고발인 조사 일정을 결정할 전망이다. 

탈탈 털기
검 윗선 겨냥

청와대와 여당은 MB를 둘러싼 각종 의혹 중 국정원에 머물지 않고 BBK의혹까지 거론하면서 MB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4일 대정부질문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BBK 가짜 편지’ 사건을 거론했다.


BBK 가짜 편지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김경준씨가 국내로 들어온 것이 이명박 후보를 낙마시키려는 측의 ‘기획’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됐다. 바로 이 편지가 조작된 편지였다는 것이다. 

당시 이 편지를 발표한 사람은 지금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였다. 당시 홍 대표는 자신도 조작 여부를 몰랐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수사 후 무혐의로 결론지었다. 

박 의원은 당시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음을 주장했다. 박 의원은 “가짜 편지에 윗선은 없다고 해서 꼬리를 잘라버렸다. 검찰이 다 면죄부를 줬다”고 말했다.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만약 박 의원의 주장처럼 BBK 가짜 편지 사건의 윗선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에 나선다면 검찰의 칼끝은 MB의 최측근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정부질문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새로운 단서가 추가로 확인되면 재수사 필요성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태풍을 예고했다. 

현 정부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대선 유세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겠다”며 “이명박정부의 4대강, 자원 외교·방산 비리 등을 다시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비리 조사의 핵심은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부정축재 의혹이다. 

야권도 MB에 칼을 겨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내 “단군 이래 최대 환경적폐라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진상과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성공한 사업이라 주장하지만 4대강은 ‘보’로 인해 느려져 녹조가 일어나고 생태계 파괴와 농작물피해 등이 발생했다”며 “(4대강 사업은) 생태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친 적폐”라고 주장했다. 

윗선 겨냥…누구까지 끌고 가나?
위기의 사자방…측근 “정치보복”

감사원은 지난 6월14일 4대강 사업에 대한 4번째 감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예비조사 1차 실지감사를 거쳐 2차 실지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범위는 정책결정부터 성과까지 전방위에 걸쳐 있다.

감사원은 MB정부서 관계 부처들에 탈법·편법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특히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손질하는 과정서 청와대 및 정권 위선의 비정상적인 개입은 없었는지 등을 관계자들에게 추궁할 방침이다. 
 

MB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한 여당의 공세는 매섭다. 지난 13일 대정부질문서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자원외교 부실을 언급했다. 그는 “무리한 자원 개발로 총 20조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했는데 이에 대한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게 누구냐.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월10일 당 회의서도 MB의 자원외교는 도마 위에 올랐다.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해외 자원 개발은 무풍지대로 이명박정부가 수십조원을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사업”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장관, 박영준 전 차관 등 모든 분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해 구체적으로 수사대상을 언급했다.

당내 적폐청산위원회를 운영 중인 민주당은 10월 국정감사에 맞춰 자원외교 부분을 공격 포인트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MB정부의 방산비리는 문 대통령이 특히 관심을 두는 부분으로 알려진다.

지난 7월17일 문 대통령은 노무현정부 때 설립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의 재가동을 지시하면서 방산비리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감사원이 지난 정부의 수리온 헬기 납품과 관련해 방사청장의 비리 혐의를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며 “(방산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산비리 척결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닌 애국과 비애국의 문제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방산비리에 대한 구체적 대응책도 제시했다. 그는 “개별 방산비리 사건에 대한 감사와 수사는 감사원과 검찰이 자체적, 독립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사정기관 일각에선 방산비리 수사가 전 정권 실세들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선 ‘전 정권 실세였던 A씨가 방산업체 K사와 연결돼있어 검찰이 내사 중’이라거나 ‘이명박정부 때 국정원 등에서 해외무기 구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서 정권 핵심인사가 개입해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말이 떠돌 정도다.

정가에선 방산비리 수사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특혜 비리 의혹 수사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강하게 반발
분열과 갈등

현 정부의 적폐청산 움직임에 MB 측근들은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졸렬한 정치보복”이라며 “법적 근거도 약한 적폐청산위원회 등에서 임의로 국가기밀을 다루고 보고하고 있는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친이(친 이명박)계로 분류됐던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도 “무엇을 위한 적폐청산인지 지금 하는 행태들을 보면 되묻고 싶다”며 “결국 피는 피를 부르고 결과적으로 적폐를 청산해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분열과 갈등만 남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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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