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문재인정부 딜레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18 11:05:53
  • 호수 1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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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하다 무너지게 생겼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가 위기에 빠졌다. 안으로는 인사문제부터 시작해 밖으로는 북핵문제까지 겹치면서 시름이 계속되고 있다. 뚜렷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 문 정부의 해법은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안팎으로 몰린 문재인정부의 현 상황을 짚어봤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국회는 지난 1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했다. 결과는 총 투표수 293표 중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표 2표로 부결됐다. 

인사 난맥상
야3당 맹공

청와대는 곧바로 강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다른 안건과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연계하려는 정략적 시도는 계속됐지만 그럼에도 야당이 부결까지 시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김 후보자에게는 부결에 이를 만한 흠결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헌정질서를 정치·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오늘 국회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이자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의 낙마로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헌법재판소장이 국회 임명을 받지 못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번 부결이 특히나 충격이 컸던 이유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야 3당의 공세 신호탄이란 성격 때문이다. 

앞서 이낙연 총리의 경우 임명동의안이 국회서 통과한 바 있다. 재적의원의 과반수 이상 출석과 출석의원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임명하긴 어려웠다. 

당시 야당은 정권초기 허니문 기간을 고려해 대승적 차원서 이 총리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김이수 임명동의안 부결…청와대 충격
대법원장 부결가능성↑…매서운 공세

문 정부 정책에 사활이 걸린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도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야 3당은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면서 문 정부에 공세 수위를 높여갔다. 야당 입장에선 더 이상 문 대통령의 독주를 두고 볼 수만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5대 비리’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제시했던 문 정부의 모순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정부는 논란이 있던 인사를 강행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앞선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면서 ‘적폐청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광폭행보와는 별개로 김 후보자에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선 ‘사법부 코드 인사’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김이수 전 후보자보다 김명수 후보자의 ‘이념 편향’을 더욱 문제삼고 있다. 만약 김명수 후보자까지 부결된다면 문 대통령이 추진했던 ‘헌재소장 김이수, 헌법재판관 이유정, 대법원장 김명수’라는 구상은 붕괴되는 셈이다. 

계속되는 인사 난맥상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최근 조현옥 인사수석,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수석·보좌관 회의서 “인사 원칙과 검증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라” “인재풀을 확보하라”는 지시와 함께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임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수보회의에 참석 했던 한 인사는 “상당히 엄하게 질책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라진 협치
인사 돌파구는? 

김 후보자 부결로 야당은 존재감을 표출한 반면 청와대와 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인사 관련해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 있다.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인 청와대 탁현민 행정관부터 시작해 각종 논란에 휘말린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이 물러나면서 문 정부의 앞날이 어두운 상황이다. 

특히 탁 행정관의 경우 정현백 여성부장관이 나서 해임을 건의할 정도로 문 정부 ‘인사실패의 아이콘’이 됐다.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한국창조과학회’ 이사 이력, 뉴라이트 사관, 다운계약서 작성 논란 등으로 논란을 빚은 박 전 후보자는 여야 모두 부적절한 인사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즉 인사를 함에 있어 야당의 건의나 국민여론을 살피지 않고 독단적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가 인사에 있어서 전혀 협치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서 협조만 요청할 게 아니라 정말 국민 대다수가, 또 정치권과 언론서 문제제기하는 잘못된 인사에 대해서는 전향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임명동의권이 필요 없는 인사들의 경우 논란이 됐더라도 임명을 강행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김 후보자 부결로 인해 문 대통령이 더 이상 ‘강경책’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향후 임명동의안이 필요한 인사의 경우 또다시 야당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명이 실패할 경우 결국 문 대통령이 구상한 정책과 방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문재인정부의 딜레마는 인사에 그치지 않는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나흘 뒤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 임시배치를 완료했다. 문재인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대응차원서 사드 임시배치를 단행했지만 그로 인해 정치·외교적 어려움에 봉착했다. 특히 진보진영에선 ‘배신’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자문그룹 ‘10년의 힘 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공개석상서 “이름과 용모는 같은 사람인데 다른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사드 배치도 그렇고, 전부 촛불 민심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정면비판했다. 

정치권의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 8일 문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현 상황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며 “정부는 한반도서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해당 메시지는 청와대가 현 상황을 얼마나 위중하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반증이라는 평가다. 

사드 ‘갈팡질팡’
미·중 눈치보기


보수진영의 공세도 매섭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선 환영한다면서도 ‘임시’ 배치라는 점을 들어 중국과 사드 반대론자들의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임시배치’라는 단어만 반복했는데 이는 언제든 사드를 다시 철수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 ‘이중 플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드배치는 대북 유화책의 처참한 실패로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안보정책 중 유일하게 칭찬받을 만한 조치였다”면서도 “대통령 입장문은 대국민 메시지가 아니라 일부 사드 반대세력과 중국의 반발에 눈치 보듯 변명하는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었다”고 언급했다. 

중국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드를 악성 종양에 빗대며 원색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시진핑 주석도 문 대통령의 통화 요청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등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은 한층 강화되는 모양새다. 

야권 일각에선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선 비대칭 무기인 ‘핵’을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를 놓고 야당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북한이 핵폭탄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해서 완성단계에 이르렀는데 한반도 비핵화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같은 당 김학용 의원은 “북한서 7차 핵실험 하면 어떻게 하느냐. 그때도 전술핵 상시배치 안 할 건가”라고 강도 높게 전술핵 재배치를 촉구했다.

북한 6차 핵실험…사드 우왕좌왕
문통 방미 주목 북핵·외교 분수령 

반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야당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과 관련해 “민주당은 평화보다는 오직 핵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술핵 주장을 반대한다”며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 원칙 (훼손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전술핵 재배치 불가를 분명히 했다. 

이상철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서 검토한 바 없다”며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전술핵 재배치 불가 이유로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 위배 ▲북한 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명분 약화 및 상실 ▲동북아의 핵무장 확산 등을 들었다.

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 고위 당국자가 직접 공개적으로 전술핵 재배치 불가를 선언한 것은 6차 핵실험 이후 북핵 대응 차원서 전술핵 재배치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서도 북핵에 맞선 ‘핵균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전술핵 재배치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18일부터 시작될 방미 일정이 문 대통령 대북 외교전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8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이번 방문서 문 대통령은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선다. 북한의 핵위협으로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서 강력한 대북 제재의 당위성 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답답한 흐름
지지율 하락

최근 북핵 문제에 대한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자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취임 후 처음으로 70%가 무너졌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4% 하락한 69.1%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2.8% 오른 24.6%를 각각 기록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소득주도 성장의 이면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이 곳곳서 삐걱대고 있다. 문 정부는 출범 이후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등 소득주도 성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소득주도를 강조하다 보니 기업 등 재계에서는 산업정책이 실종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의 불만이 커지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그동안 혁신성장이 상대적으로 소홀했음을 인정했다. 

지난 12일 김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서 “모든 경제정책 방향이 소득주도에만 몰린 것으로 보이다 보니 전체 경쟁력과 비교우위를 높이는 쪽(혁신성장)이 간과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후 기대를 모았던 고용시장도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추경, 세법개정안까지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청년실업률 최고치 경신을 막지는 못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득주도 성장이 저성장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담은 것은 아니다”라며 “분배와 성장의 상충관계를 외면하지 말고 산업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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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