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한반도 배치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8.21 10:31:18
  • 호수 1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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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위기설? 9월이 진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핵무장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완성하기 전 전술핵을 배치해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다. 앞서 핵무장론과의 차이라면 보수 진영뿐 아니라 진보 진영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한반도에 핵미사일이 배치될 것인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북한은 미국령인 괌을 포위 사격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북한 전략군은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중장거리전략탄미사일(IRBM) ‘화성-12호’의 괌 포위 사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사 즉시
전쟁 시작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장관은 북한의 괌 포위 사격 엄포 직후 “만약 (북한이) 미국을 향해 발사한다면 그것은 전쟁”이라고 발표했다.

고조되던 전쟁 분위기는 북한이 한발 물러나면서 진정 국면에 돌입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괌 포위 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자리서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며 “(미국이)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바른 선택’은 바로 한미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UFG는 이달 말에 예정된 상태다. 이번 훈련은 지난달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이 때문에 이번 훈련에 미국 전략 자산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도발 시나리오는 ‘화성-14형’ 미사일 추가 실험 발사다. 북한은 ICBM 완성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 남은 것은 섭씨 7000∼8000도의 고열을 견디는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 검증과 핵탄두 공중폭발 실험 등이다. 북한은 UFG 기간에 맞춰 ICBM 실험을 앞당겨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6차 핵실험 감행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 1주년이자 정권수립일인 9월9일 내지는 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에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

핵공학 박사인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ICBM에 탑재할 만큼의 소형 핵탄두를 만들기 위한 추가 실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며 “한 번에 여러 핵폭탄을 연쇄적으로 터뜨리는 고강도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관측한 바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다. 미국 CNN 방송은 이달 초 “미군이 매우 특이하고 전례 없는 수준의 북한 잠수함 활동과 추가 미사일 사출시험의 증거를 감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북한은 UFG 기간 중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서 SLBM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바 있다.

도발 임박
미사일 쏘나?

한미 양국은 UFG 연습 규모를 조정하거나 연기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서 “법적 정당성을 갖춘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의 ICBM 도발, 핵 실험 등과 동등한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른바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동시에 하자는 뜻)’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미북 갈등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YTN이 의뢰해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지난 14∼15일까지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을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불안하다’는 응답자가 13.6%, ‘불안한 편’이라는 응답자는 51.2%로 총 64.8%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불안하지 않다’는 응답은 34.6%였다.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6명은 북한 도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전술핵을 배치하거나 핵잠수함을 들여와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는 답변이 68.4%였던 반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자는 27.2%에 그쳤다. 

응답자 중 약 70%가 전술핵 및 핵잠수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5명 대상, 표본오차 3.1% 포인트, 신뢰수준 95%).

이에 보수 야당은 전술핵 배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서 “지금 코리아패싱 문제가 등장했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며 “평화는 구걸하는 게 아니고, 힘의 균형을 이룰 때 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을 강화해 전술핵 배치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괌 포위사격 예고…갈등 최고조
한발 뺀 김정은, UFG 훈련 경고

한국당은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정하며 문재인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키로 했다. 의원총회를 통해 이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대변인은 “맨손으로 맞서 싸울 수 없다. ‘이에는 이’ ‘핵에는 핵’이다. 전술핵 배치는 명백히 북핵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대한민국 국민을 김정은정권의 핵노예가 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 늦었다고 생각 들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보수 야당인 바른정당은 ‘핵공유’ 카드를 제시했다. 핵공유는 미국이 가진 핵무기를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평시에는 한반도에 핵을 배치해 놓지 않지만, 전쟁 징후로 데프콘(전투준비태세)이 상향되면 그때 미국에 있는 전술핵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전략이다. 평시든 전시든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전술)핵 배치는 핵공유에 비해 리스크가 훨씬 크다”며 “남한에 핵이 배치되면 사드보다 더 심각한 중국의 제재가 부과될 것이고, 동시에 북한의 공격 타깃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핵에 대한 보복은 우리 영토에 핵을 배치하지 않아도 가질 수 있다”며 “가령 잠수함에 핵을 배치해 미사일로 쏠 수 있다. 한반도 인근 잠수함에서 쏘는 핵은 10분 만에 북한 영토에 떨어진다”고 부연했다. 


한반도 핵 배치에 대한 거부감을 덜면서도 북핵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데프콘 발동시
전술핵 배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대표적 국방전문가인 안규백 의원도 전술핵을 옵션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TV조선>과 인터뷰서 “전술핵도 북핵 대응 옵션 중 하나로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북핵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협상서 의제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전략통도 전술핵 배치를 제안했다.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자신의 SNS에 “전술핵 배치로 공격 능력에서 핵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전쟁 수행이 가능한 절대무력을 구비한 조건서 우리도 방어가 아닌 공격서 핵으로 즉각 전천후 대응을 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당시 문 캠프서 외교안보전략을 담당한 인사다.


박 전 비서관은 전술핵 배치가 사드 배치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한반도에 전술핵이 배치되면 사드는 필요 없게 되므로 중국과의 함께 북핵 억제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핵 균형이 확보되면 방어부분의 사드(THAAD)는 불필요하다. 중국이 북한으로 인해 미국의 핵 공격이 이뤄지면 북경을 비롯한 중국 정치 중심지역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 전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즉각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4일 취재진들을 만나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은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9월9일 6차 핵실험 가능성 제기
“핵에는 핵” “균형 맞춰야” 확산

이는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이 문재인정부의 대북 방침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후 가진 수석보좌관 회의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대결이 아닌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현재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극복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정부는 전술핵 배치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훼손은 물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할 명분을 잃게 된다고 우려한다. 대선 TV토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전술핵을 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이 사라져 북한에 핵 폐기를 요구할 명분도 사라진다”며 “북핵에 대비하는 우리의 기존 대책은 미국 핵우산의 보호를 받는 것, 이른바 확장억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여당인 민주당도 전술핵 배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한국당이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결정하자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정책조정회의서 “북핵 문제 해결의 정도는 굳건한 한미동맹이며 한국당의 전술핵 배치 주장은 지금의 한미동맹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실현가능성도 없고 안보불안만 가중시키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보수층 지지를 얻어 보겠다고 한반도 안보를 갖고 도발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보수 진영서도 전술핵 배치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바른정당 김영우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정치권의 전술핵 배치 논쟁은 넌센스다. 굳건한 한미공조와 공격무기 전진배치가 훨씬 똑똑한 안보전략”이라며 “우리끼리 백날 전술핵 배치를 얘기해봐야 그저 우리끼리 얘기”라고 지적했다.

문·민주당
비핵화 강조

한반도 긴장 상황은 북한정권수립일인 오는 9월9일까지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 전술핵 배치를 둘러싼 찬반론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매체인 <슈칸 겐다이>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9월9일 북한공습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의 매체들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술핵은 무엇?

전술핵은 전략핵과 구분된다. 전술핵은 실전에서 사용하기 수월한 핵체계로 전략핵보다 파괴력이 낮다. 그러나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략핵은 전략폭격기에서 투하하는 폭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탄두 등을 통해 주로 사용된다.

반면 전술핵은 폭격기 등에서 투하하는 형태는 물론, 미사일·어뢰 탄두, 병사가 메고 운반하는 핵배낭, 전차부대 공격을 저지하는 핵지뢰 등 다양하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할시 가장 유력한 무기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항공기서 투하하는 B61 핵폭탄인데, 이는 대표적인 전술핵무기 중 하나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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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