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상’ 홍준표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6.12 11:03:10
  • 호수 11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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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트럼프 같은 ‘홍트럼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홍트럼프’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미국서 정국 구상을 마치고 귀국했다. 태풍의 핵이 상륙함에 따라 구 친박(친 박근혜), 현 비홍(비 홍준표)계 인사들은 견제의 수위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당권 경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일요시사>는 홍 전 지사의 언행을 분석해 그가 미국서 들고 온 정국 구상이 어떤 모습인지 알아봤다.
 

인천국제공항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홍준표’를 연호했다. 모습을 드러낸 홍 전 지사는 “고맙다”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인사를 마친 그는 “내가 부족한 탓에 여러분의 뜻을 받들지 못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나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잘 못하는 바람에 대선에 패배했다.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 데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당권 도전 선언이었다.

당권 도전은?

홍 전 지사는 지난달 12일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휴식을 취하며 정국 구상을 위한 시간을 가진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미국에 머무른 한 달여 동안의 행보를 보면 순수한 의미의 휴식이라 말하기 힘들다. 그는 대선 전과 비교해도 차이가 없을 정도로 활발히 SNS 정치를 펼쳤다. 미국에 머문 23일 동안 홍 전 지사가 올린 글은 총 21개. 하루에 하나꼴이다.

공격의 대상은 문재인정부, 바른정당, 그리고 친박계였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던 날 그는 “북한이 무차별로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 친북 좌파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정당에 대해서는 “얼치기 강남좌파들이 한국당서 떨어져 나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그들의 탈당을 평가 절하했다. 그러면서 “극소수 친박들이 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변경을 시도하는 것은 당 쇄신을 막고 구체제 부활을 노리는 음모에 불과하다”며 친박계를 비난했다.

발언의 수위도 높았다. 홍 전 지사는 친박계 인사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는 곧 또 다른 당권 후보군 중 한 명인 홍문종 의원과의 설전으로 이어졌다.

홍 전 지사의 ‘스트롱’ 발언은 귀국 후에도 이어졌다.

지난 7일 그는 SNS에 “한국당은 이름만 바뀌었지 내용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주도하는 세력도 그대로, 정책도 그대로”라며 “아직도 구체제 기득권을 고수하려고 몸부림치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 보수가 궤멸되는 줄도 모르고 자신의 영달에만 매달리는 그런 몰염치한 인사들은 이번 전당대회(이하 전대)를 계기로 청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7월3일 열리는 한국당 전대서 당권을 잡으려는 친박계를 ‘몰염치’한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SNS 정치의 양태를 보면 홍 전 지사는 네거티브로 점철된 기존의 정치 문법을 답습하고 있다. 강한 이미지를 계속적으로 부각시켜 제1야당 재건의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점을 당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대한민국’ ‘신보수주의’ 등 홍 전 지사가 자주 쓰는 단어에도 그의 정국 구상이 묻어난다. 귀국날 그는 “자유대한민국 가치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14일에는 SNS를 통해 “지난 정권으로 끝난 구보수주의는 기득권, 특권의식에 젖어 부패보수, 무능보수로 끝났다”며 “귀국하면 신보수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당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친박은 몰염치” 여전한 공격 본능
대여 투쟁 나서…보수층 규합 의도

이는 박근혜정권을 구보수주의로 규정, 그들과 단절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또 강한 야당으로 일어서 대여 투쟁에 나서겠다는 출사표로도 읽힌다. 정치 조류를 전환해 국정 농단 사태로 돌아선 기존의 보수층을 다시 규합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으로 출국하던 날 그는 “보수우파를 재결집해 이 나라가 친북좌파의 나라가 되도록 만들지 않겠다”며 대여 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

이 같은 홍 전 지사의 강공 드라이브에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대선 때 얻은 자신의 득표율과 최근 한국당 지지율 간 격차서 오는 자신감이다.

홍 전 지사는 대선 때 24.03%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로 선전했다. 당시 한국당의 지지율은 17~18%에 머물렀다. 이후 격차는 더 벌어져 한국당의 지지율은 10% 초반으로 하락했다.

지난 2일 발표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결과서 한국당의 지지율은 8%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보수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서도 지지율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당의 지지율은 18%로 더불어민주당 34%, 바른정당 22%에 이은 3위로 집계됐다.

홍 전 지사는 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친박계에 돌렸다. “대선 때 치솟았던 (당) 지지율이 이렇게 폭락한 것은 대선 패배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한국당을 새로운 신보수주의 정당이 아닌 실패한 구보수주의 정권세력들의 연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 잔재들이 당을 틀어쥐고 있는 한, 우리 국민들은 한국당을 버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홍 전 지사의 분석에 친박계는 발끈했다. 친박계 중진 홍문종 의원은 홍 전 지사의 귀국이 있고 난 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24%는) 홍준표를 보고 찍은 게 아니었다. 애들 말마따나 착각은 자유”라며 “우리가 통합진보당이나 정의당처럼 3∼4%의 홍준표를 좋아하는 극소수 사람하고만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걱정이 태산 같다. 한국당이 왕따가 되는 길을 그분이 선택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즉, 확장성을 고려하면 홍 전 지사의 당권 장악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친박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홍 전 지사와 함께 전대 출마가 확실시되는 친박계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기존의 보수 지지층을 회복하자는 홍 전 지사의 메시지와 달리 수도권·젊은 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주장하고 있다.

원 전 원내대표는 홍 전 지사의 귀국 날 SNS에 “이제 한국당 정치영토를 수도권과 청년층으로 확장하지 않고는 희망이 없다”며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당의 혁신·국민과의 소통·미래에 대한 새 비전을 만들어 당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서로 다른 전략을 주장하는 것은 선명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강공 드라이브

정치권은 홍 전 지사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보수층 사이서도 대중성과 리더십, 선동력을 갖춘 홍 전 지사가 한국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과연 ‘홍준표식’ 보수재건은 성공할 것인가. 다가올 7·3 전대서 그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진석의 측면 지원

자유한국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그는 홍 전 지사의 귀국을 보고 ‘고단수’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지난 5일 정 전 원내대표는 SNS에 “홍준표의 귀국일성은 간결했다”며 “반기문의 장황했던 귀국일성과 대조적이다. 내 눈에는 홍이 반보다 훨씬 고단수다. 흥행몰이의 방법을 안다”고 치켜세웠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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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