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영화 ‘멘붕의 시대’ 권해명 감독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4.17 10:37:27
  • 호수 1110호
  • 댓글 0개

“문재인은 승복 말았어야 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다큐멘터리 <멘붕의 시대>는 18대 대선 개표부정과 한국 민주주의의 치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박근혜정부 이후 한국사회의 시대정신을 ‘조작’ ‘야합’ ‘멘붕’ ‘힙합’이라는 4가지로 표현했다. <일요시사>는 ‘18대 대선 개표부정 다큐’를 최초 공개한 권해명 영화감독을 직접 만나봤다.

권 감독은 현시대를 ‘멘붕의 시대’로 봤다. 말 그대로 정신이 붕괴될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대라는 것이다. 그는 18대 대선 이후 개표부정을 4년여 동안의 끈질긴 취재로 영상에 녹였다. 권 감독은 영상을 통해 시민들의 분노, 아픔 그리고 기득권층의 거짓, 야합을 날 것 그대로를 보여줬다. 권 감독이 <멘붕의 시대>를 통해 진정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다음은 권 감독과 일문일답.

- 18대 대선 개표부정 다큐를 최초로 공개했다. 제목이 <멘붕의 시대>인데 의미는 무엇인가.
▲ 지난 대선 야권지지자들은 정권교체를 열망했다. 사람들은 정권교체가 될 줄 알았지만 뜻밖에 패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멘붕(멘탈붕괴의 줄임말)에 빠졌다. 2013년 당시 국정원 대선개입이 드러나면서 시국선언 집회가 열렸고 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하지만 민주당이 부정선거를 부정하고 박근혜에게 사과만 요구했다. 거기서 집회 참가자들은 다시 한 번 멘붕에 빠졌다. 이후 세월호 사건, 진보당 해산, 메르스 사태가 매년 발생했다. 멘붕의 시대란 제목 자체가 이 시대를 가장 잘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 4년 동안 취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난관이 있었다면.
▲ 독립영화기 때문에 제작비가 문제였다. 처음에 제작비가 하나도 없었다. 집에서 500만원을 구해 영화 제작을 시작했다. 아쉬운 점은 영화진흥위원회나 제작지원 단체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단 한 군데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표부정 문제가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도움을 주는 단체가 없었다. 게다가 영화계는 심사위원과 안면이 있어야 지원받기가 수월하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인맥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


- 유튜브에 무료로 배포한 이유는 무엇인가.
▲ 갑자기 조기대선이 치러지고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대선 전에 공개를 해야 사람들이 부정선거의 문제점을 알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부터 상업영화 목적으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다. 또한 대부분 독립영화는 제작비만 환수하면 다행으로 생각한다.

- <멘붕의 시대>를 보면 언론사 제공 데이터가 대선 하루 전에 지역 선관위에 배포된 정황이 드러난다. 단, 선관위 해명이 석연찮다.
▲ 민경석 시민수사단장이 18대 대선 개표자료를 면밀히 조사해 발견했다. 언론사에 공표된 서울 송파구와 경기 구리시의 개표결과 엑셀파일 저장날짜를 보니 대선 하루 전인 2012년 12월18일 오후 1시11분이었다.

선관위는 단지 서식파일을 미리 만들어놓은 것 뿐이라며 데이터는 추후에 다운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JXLS(자바) 개발자에 직접 문의한 결과 다운받을 때 마지막 수정일로 찍히는 것이지 미리 서식을 만든 날짜로 수정날짜가 유지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것보다 더 권위 있는 대답이 어디 있는가.

- 부정의혹이 드러나는 동안 선관위 내부고발자는 없었는지.
▲ 다큐를 만든 동안은 없었다. 사회적으로 알려진 것도 없다. 단 18대 대선 무효소송인단 한영수 대표가가 선관위 노조위원장을 역임하고, 전자개표기 문제를 처음부터 제기했다. 그분을 내부고발자라고 할 수 있다.
 

- 미분류표, 언론사공개자료, 투표지분류기, 개표상황표 도장 문제가 개표부정 의혹의 핵심으로 보인다.
▲ 4가지 모두 개표부정이나 조작의 증거로 제시되는 것들이다. 투표지분류기의 경우 법적인 문제로 보고 나머지 3가지는 개표조작의 유력한 증거로 보는 것이다. 만약 개표를 제대로 했으면 이런 의혹이 나오기 힘들다. 조작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조작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18대 대선 개표부정 의혹 다큐 최고 공개
선관위 이상한 해명…“내부고발자 있다”

- 다큐 중간에 힙합이 등장한다. 무슨 의미인가.
▲ 지난해 힙합은 대중화가 됐다. 그 전에는 일부 층에서만 즐기던 문화였다. 힙합을 영화에 등장시킨 것은 박근혜정권 시기 이 시대 청년들의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다른 측면으로는 선거에 대한 청년들의 무관심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반 사람들에게 부정선거에 대해 물어보면 거의 다 모르거나 관심 없다고 말한다. 청년도 똑같다는 것이다. 힙합은 영화음악의 역할도 수행한다. 아울러 다큐에 수치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중간에 쉬어간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이 회심의 노림수였다.

-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8대선을 승복한 것은 어떻게 보는가.
▲ 이것이 결정적이다. 문재인 후보의 대선 승복이 프레임을 만들었다. 문 후보가 승복하지 않았다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문 후보는 지지자들한테 표를 달라고 했다면 그 표를 지켜야 했다. 그것은 지지자들을 배반한 행위다. 승복하지 않았다면 부정선거가 밝혀졌을 것이고, 박근혜정부는 끝났을 것이다.

- 다큐를 보면 당시 민주당의 행보를 비판하는 개인이 자주 등장하는데.
▲ 국정원 대선개입으로 벌어진 시국회의 당시 촛불민심은 대선 무효를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열혈지지자들은 그것이 민주당에 해가 된다고 해서 대선 무효 주장을 반대했다. 부정선거는 팩트인데 민주당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고 전통적인 야당의 역할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팩트를 팩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다큐의 주제인 ‘진영논리에 빠져서 팩트를 보지 못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 대법원이 18대 대선 무효 소송에 대해 4년 동안 심리를 하지 않고 있다.
▲ 대선 직후 18대 대선 무효소송인단서 대선 무효 소송을 대법원에 냈지만 아직까지 심리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법관 중 한 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을 겸임한다. 선관위원장이 대법관인데 대법원서 자기 대법관이 저지른 일을 재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재판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또 지역 선관위원장은 지방법원장이 맡는다. 그렇게 되면 모든 판사가 피고인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그게 바로 모순이다. 또 정치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정치권의 눈치만 본다. 특히 이명박정부에선 정부를 비판하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비판 여론을 막고 탄압했다.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이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 무효 소송이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 우선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다. 몇몇 언론이 보도하긴 했지만 대부분 기자들은 프레임이 틀렸다고 이야기한다. 개표부정은 틀린 프레임이라며 국정원 대선 개입을 문제 삼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건 민주당 및 시국회의의 논리다. 증거를 내밀어도 눈을 돌렸다.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즉, 민주당-시민단체-언론이 공생관계기 때문에 고정된 프레임으로 담합이 돼있었다. 개표부정이 이슈가 돼야 대법원서 눈치를 볼 텐데 개표부정은 물론 국정원 개입, 십알단도 이슈가 되지 않았다.

- 독립영화 제작에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면.
▲ 다큐멘터리다 보니 인터뷰를 많이 하게 된다. 2013년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줬다. 굉장히 고마운 사람들이다. 소송인단 목회자 모임 목사님들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영화를 보면 힙합 버스킹, 마술 버스킹, 댄스 버스킹 등이 등장한다.

버스커들을 1년 가까이 찍었는데 이들이 흔쾌히 촬영하도록 허락해줬다. 기꺼이 제작비를 지원해주신 정진빈 대표, 남춘우 박사님께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