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여행 ②광주 1913송정역시장

104년 시간 위에 청춘의 밤이 차오른다

요즘 광주 여행의 키워드는 ‘회춘’이다. 투박하고 낡은 시간에 청춘의 감성을 덧칠해 많은 곳이 젊어지고 환해졌다. 그 복판에 있는 것이 1913송정역시장이다. 1913년에 형성되어 104년 전통을 자랑하는 재래시장으로, 2016년 4월에 리모델링했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광산구, 중소기업청 등이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로 지원한 결과다.

컴컴하고 한산하던 시장이 한층 밝아지고, 찾는 이도 대폭 늘었다. 무엇보다 20~30대 여행객의 방문이 늘어 오래된 장터가 젊은이의 활기로 술렁댄다. 그 정점에 밤이 있다. 리모델링 때부터 본격적으로 개설 운영한 야시장 덕분이다. 저녁놀이 지고 노란 조명이 하늘을 촘촘하게 채울 때면, 야시장 특유의 달뜬 분위기와 수런거림이 함께 켜져 재미도 두 배, 활기도 두 배다. 이곳의 옛 이름은 송정역전매일시장이다.

광주송정역 앞에 있어 붙은 이름인데, 역에서 시장까지 불과 200여m 거리다. 송정역이 개설될 때 시장이 함께 형성됐고, 이를 기반으로 한때 광산구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활황을 누렸다. 최근엔 같은 이유로 광주송정역을 거쳐 가는 자유 여행객의 쉼터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는 KTX 광주송정역 대합실도 있다. 국내 최초로 역사 밖에서 해당 역의 실시간 열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전광판이 설치됐고, 한쪽에는 짐을 맡기고 편하게 시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무인 물품 보관소가 마련됐다.
 

입이 즐거운 가게들

시장의 규모는 작다. 골목이 직선으로 170m 정도라 이 끝과 저 끝이 한눈에 담긴다. 여기에 재기 발랄한 청년 상인들의 점포와 각자의 터전을 재해석한 터줏대감 상인들의 점포 60여개가 어깨를 맞대고 앉았다. 그런데 생경하지 않고 조화로우며, 옛날 느낌 물씬 풍기는 세트 같다. 리모델링할 때 종전 시장의 몸에 현대의 스타일을 적절하게 입힌 덕분이다.


간판도 여행객의 시선을 끄는 데 한몫한다. 아직 ‘상회’라는 간판을 쓰는 점포도 있고, ‘느린먹거리’ ‘갱소년’ ‘밀밭양조장’ ‘우아한쌈’ ‘고로케삼촌’ 같은 개성 있는 간판을 단 점포도 있다. 업종도 다양해 시쳇말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대충 봐도 어물전, 빵집, 국숫집, 의상실, 사진관, 제분소, 미용실, 채소전 등이 늘어섰다.
 

컴컴하고 한산하던 시장 ‘불야성’
자유 여행객 쉼터로 인기 폭발

손님이 많은 곳은 아무래도 입이 즐거운 가게다. 식빵, 크로켓, 국밥, 꽈배기, 계란밥, 양갱, 부각 등이 잘 팔린다. 고소하고 달콤한 빵 냄새가 솔솔 나는 ‘또아식빵’은 발 디딜 틈이 없고, 채소와 김치를 삼겹살로 뚱뚱하게 말아 구운 삼뚱이를 파는 곳에도 손님이 많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한 우아한쌈도 눈에 띈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삼겹살 한 점을 채소와 함께 싸 먹으면 1000원, 소주 한 잔을 마시면 500원이다. 쌈에 소주 한 잔을 마시는 데 1500원이 들고 3분이 걸린다. 당연히 자유 여행객에게 인기다.

음식 대신 사투리를 파는 곳도 있고, 대여 가게도 있다. 대여 가게에는 ‘누구나가게’라는 간판이 붙었다. 물건을 팔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이곳을 일주일 단위로 빌려 장사할 수 있다. 사투리를 파는 곳은 ‘역사서소’다. 전라도 사투리를 디자인에 활용한다. 까만 연필에 ‘암시랑토 안 혀 개안해야’라고 새기거나, 캘린더에 ‘조깐 쉬다 올랑께 찾지 마쇼’라고 적는 식이다. 
 

오랜 시간이 쌓인 곳에는 이야기가 담기게 마련이다. 104년이나 된 1913송정역시장에서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일이 소중하다. 옛 간판 아래 새로운 간판이 켜켜이 쌓인 풍경을 보고, 간판과 문에 적힌 가게의 유래와 역사를 읽으며 지나는 여행객의 표정이 흐뭇하다.

길을 걷다가 만나는 연도 역시 하나같이 귀하다. 1920년, 1959년, 1964년… 점포 앞 길바닥에 새겨진 숫자는 해당 가게가 문을 연 시기다. 마치 역사를 밟으며 현재를 돌아보는 기분이다. 이것이 1913송정역시장의 가장 큰 매력이다. 노란 조명등 아래서 이곳의 역사를 좇는 재미가 그토록 좋다.

시장의 정기 휴무일은 매월 둘째 월요일, 자율 휴무일은 넷째 월요일이다. 점포마다 영업시간이 다르지만 대체로 평일 주말 상관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1913송정역시장과 함께 광주의 회춘을 이야기하는 곳으로 청춘발산마을이 있다. 서구 양동에 있는 이 마을은 방직 산업이 호황을 누린 1970~1980년대에 성장했으며, 방직공장과 함께 쇠퇴의 길을 걸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볼거리는 당연히 미로 같은 골목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달동네답게 구불구불하고 경사진 골목을 따라 각종 조형물과 미술 작품이 들어섰고, 글귀가 새겨졌다. 백상옥 작가의 ‘발산마을을 지키는 영웅들’도 그중 하나다. 고무신에 사람 얼굴을 그려 계속 눈길이 간다.

‘청춘은 무엇이고 어디에 있을까 / 폭풍 같은 날들로, 희망이 안 보일지라도 / 오늘의 삶에 꿈이라는 / 빛나는 벗은 잃지 않을 거야 / 나의 오늘이 내일의 청춘이기를’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108계단도 빛난다. 그림으로 가득한 여타 벽화마을과 달리 글귀로 가득 차 여운이 길다. 
 

광주의 시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양림동이다. 근대의 풍경을 100년 넘게 지켜온 양림동역사문화마을은 처마 선이 고운 한옥과 이국적인 벽돌집이 공존해 독특한 면모를 풍긴다. 과거와 현재, 동서양의 시간을 교차해서 보고 싶을 때 찾을 만하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

시간이 넉넉하다면 펭귄마을과 사직공원전망타워도 돌아보자. 양림동과 이웃한 펭권마을은 정크아트로 꾸몄다. 낡고 오래된 물건이 죄다 세상 구경을 나온 듯, 마을 골목을 빼곡하게 채운다. 고장 난 벽시계부터 손목시계까지 시계가 가득한 펭귄시계점을 비롯해 익살과 풍자로 버무린 각종 전시물이 재미있다.

펭귄마을을 돌아보고 남은 광주 여행의 아쉬움은 사직공원전망타워에서 풀면 된다. 지난해 3월 개장한 전망타워는 높이 13.7m로, 4층 옥상 전망대에 서면 무등산과 광주 시가지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오후 10시까지 개방해 야경을 보기도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근대 문화 코스] 펭귄마을→양림동역사문화마을→사직공원전망타워→1913송정역시장 [문화 예술 코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청춘발산마을→1913송정역시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예술의거리→1913송정역시장 [둘째 날] 청춘발산마을→펭귄마을→양림동역사문화마을→사직공원전망타워

2박3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만귀정→서창향토문화마을→용아 박용철 생가→1913송정역시장 [둘째 날] 청춘발산마을→펭귄마을→양림동역사문화마을→사직공원전망타워 [셋째 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예술의거리→동명동 카페촌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오매광주(광주문화관광) tour.gwangju.go.kr
- 1913송정역시장 1913songjungmarket.modoo.at
- 남구 문화관광 www.namgu.gwangju.kr/index.es
- 광산구 문화관광 culture.gwangsan.go.kr
- 청춘발산마을 www.balsanvillage.com

문의 전화
- 광산구청 사회경제과 062)960-8412
- 광주광역시청 관광진흥과 062)613-3634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광주송정역, KTX 하루 20여 회(05:10~22:25)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서울역-광주송정역, KTX 하루 7~8회(06:20~19:3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광주, 센트럴시티터미널서 5~15분 간격(05:30~다음 날 01:00)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서 30분 간격(05:40~24:00) 운행, 약 3시간50분 소요. 상봉터미널서 하루 5회(06:00~19:00) 운행, 약 3시간50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상봉터미널 02)323-5885 코버스 www.kobus.co.kr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광산 IC→제2순환도로 서창 IC→공항역→1913송정역시장

숙박 정보
- 라마다플라자광주호텔 : 서구 상무자유로, 062)717-7000, www.ramadagwangju.com
- 오아시타호스텔 : 동구 동명로20번길, 010-4145-9965, www.oasita.com
- 오가헌 : 동구 구성로194번길, 062)227-5557, www.ogaheon.co.kr
- 호랑가시나무언덕게스트하우스 : 남구 제중로47번길, 062)654-0976, www.horanggasy.kr

식당 정보
- 영명국밥(모둠국밥): 광산구 송정로8번길, 062)942-2727
- 계란밥(계란밥): 광산구 송정로8번길, 062)527-3030
- 육전명가(육전): 서구 상무자유로, 062)384-6767
- 연화식당(육전): 서구 마륵복개로, 062)384-1142
- 한옥식당(애호박찌개): 남구 백서로, 062)675-8886

주변 볼거리 용아 박용철 생가, 만귀정, 서창향토문화마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의거리, 동명동 카페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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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