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안희정 등판론’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4.14 18:13:05
  • 호수 1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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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안풍에 떠는 문풍지…죽은 안풍으로 산 안풍 막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과정서의 앙금이 결국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지지했던 중도·보수 표심이 안 후보에게 결집했다. ‘대세론’으로 수월한 정권교체를 예상했던 문재인 후보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일각에선 안 지사가 위기에 처한 민주당의 마지막 구원투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무서운 상승세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문 후보는 연일 안 후보에게 맹공을 퍼부으면서 지지율 상승세를 막기 위해 악전고투 중이다. 여기에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지지를 요청하면서 흩어진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초조한 문
안에 SOS

문 후보 측은 안 지사를 끌어안으면서 당내 계파갈등을 해소하고 민주당 지지층 결속을 다진 뒤 확장성을 넓혀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문 후보가 당내 경선서 승리해 대선후보에 올랐지만 안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을 흡수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지난 7일 문 후보는 안 지사와 회동을 갖고 직접적으로 지지를 요청했다. 문 후보는 이 자리서 “안 지사는 단체장이라 선대위 결합이 어려운 면이 있어 캠프서 활동했던 분들을 선대위에 참여하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안 지사의 가치나 정책 중 좋은 부분을 이어받고 싶은데 자치분권 철학이나 정책은 나와 맥락을 거의 같이 한다”며 “시도지사들이 함께하는 제2 국무회의 신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탁견이다. 내 공약으로 동의해줬으면 한다”고도 언급했다.


이에 안 지사는 “제2 국무회의는 대통령에게 단순 민원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정에 힘을 모아 나가는 회의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문 후보께서 저의 자치분권에 대한 핵심공약을 수용해주시니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안, 지지자 대거 이탈 중
문, 지지층 껴안기 행보

다만, 그는 현직 단체장의 선거운동 금지 규정을 들어 “도정에 복귀하면서 경선 참여 후보의 한 사람으로 힘을 모으고 제 의무를 다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발언도 사실 단체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며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서 적극적으로 도와드리지 못하는 점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문 후보의 안 지사 끌어안기 행보가 안 후보의 지지율 급등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지지율 한 자릿수에 머물던 안 후보는 당내 경선을 마치고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킬 정도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문 후보가 강점으로 앞세운 ‘대세론’이 직접적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기존 안 지사 지지자들의 이탈과도 맥을 같이 한다.

<조선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의 지지율 중 52.9%가 안 후보 쪽으로 갔고,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표 22.9%가 안 후보에게 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민주당 경선 과정서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세 사람의 지지율 합계는 60%를 웃돌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경선서 승리한 후보가 본선서도 낙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안 지사 및 이 시장의 지지층이 대거 안철수 후보 쪽으로 집결되면서 대선판은 문-안 양강구도로 재편됐다.


무너진 대세론
중·보 대이동

일각에선 사실상 대세론이 무너진 문 전 대표로는 민주당 정권교체가 힘들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동시에 안 지사 ‘대타론’이 언급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국민일보>는 여론조사 기관은 문 후보와 안 지사 둘 중 한 명이 민주당 대선 주자가 됐을 때를 가정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대선 후보로 나서면 양자 대결은 물론 야권 복수 후보가 포함된 3자 대결서도 승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의미한 점은 안 지사는 양자 및 3자 대결서 문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우선 문 후보는 안철수, 유승민 후보와의 3자 대결서 47.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안 후보와 유 후보는 각각 18.7%, 12.6%를 얻었다. 양자 대결서도 안 후보와 유 후보를 앞질렀다. 안 지사는 안철수, 유승민 후보와의 3자 대결서 55.3%를 기록했다. 안 후보와 유 후보는 각각 17.3%, 12.0%를 기록했다. 안 지사와 안 후보의 가상 대결에선 안 지사가 66.1%, 안 후보는 23.8%를 기록했다. 안 지사의 양자대결 지지율은 문 후보보다 10% 높게 기록됐다.
 

이는 안 지사가 문 후보보다 안 후보와의 지지층이 더 겹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여론조사 관계자는 “전체 후보 지지도 조사보다 후보를 압축한 조사에서 안 지사의 흡수력이 문 후보보다 크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런 여론이 안 지사의 확장 여력이 남아 있는 충청권이나 호남권에서 발휘될 경우 전체 후보 지지율 상승도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멈출 줄 모르는 안풍
흔들리는 문 대세론

현재 민주당은 문 후보로 결정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당시 2월 여론조사 결과처럼 안 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면 안 후보에게 덜미를 잡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안 지사와 안 후보의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지지층이 겹친다는 것은 한 번 마음을 정한 지지층의 이동을 막는 효과가 있다.

올해 초부터 중도·보수 표심은 반기문, 황교안, 안희정, 안철수 순으로 이동해왔다. 이 같은 중도·보수 지지층은 유력 대선주자로 평가받는 인물이 낙마하면 그 자리를 대체할 인물로 옮겨갔다. 현재는 안 후보가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꿰찬 모양새다.

일각에선 구여권이 철저히 붕괴된 이번 대선서 그나마 중도층의 표심을 잡았던 안 지사의 낙마는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당내 경선 과정서 불거진 갈등은 안 지사와 이 시장 지지층의 민주당 내 결집을 방해했다.

안 지사는 지난달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문 후보가 자신의 뜻을 계속해서 곡해한다며 “자신들이 비난당하는 것은 모두가 다 마타도어이며 부당한 네거티브라고 상대를 역공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사람들을 질리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이라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미워하면서 자신들도 닮아버린 것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뜨는데
문재인 답보중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치고 올라오자 민주당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우선 확장성의 문제다. 문 후보의 강점은 확고한 지지층이지만 약점으로는 확장성이 꼽힌다. 지난 6일 <중앙일보>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문 후보는 비호감도 조사에서 28.1%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서 사실상 양강 구도를 형성 중인 안 후보보다 비호감도가 높게 나왔다. 특히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분포한 TK(대구·경북) 지역에선 30%를 넘었다. 호감도는 지지자로 돌아설 여지가 있지만 비호감도는 ‘이 사람은 절대 뽑지 않겠다’로 연결되기 때문에 호감도는 표 확장성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3월17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는 8명의 대선 주자 중 호감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비호감도에서는 8위를 차지했다.
 

당시 안 지사는 문 후보에게 전체 지지율상 2위로 밀렸지만 확장성면에선 문 후보를 압도했다. 이 같은 확장성 문제가 대선이 한 달여도 채 남지 않은 현재 문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문 후보는 안보 우클릭에 나서면서 중도·보수 표심 집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안보에 민감한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안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40%에 육박한 지지율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더 이상 ‘대세론’에 기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딸, 부인, 버스차떼기 등을 문제 삼으면서 검증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안 후보는 아들 특혜 의혹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며 문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양 캠프는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네거티브 공방을 이어 나가고 있다. 만약 이 과정서 석연치 않은 해명이 나올 경우 문 후보의 지지율이 꺾일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그렇게 된다면 안희정 등판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안희정-안철수 양자대결
안철수 잡으러 나온다?

일단 안 지사는 ‘이인제방지법’으로 인해 독자 출마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인제방지법은 각 정당 경선서 탈락한 예비 후보자가 무소속 등 독자 출마를 하지 못하도록 한 법이다. 1997년 15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경선서 탈락한 이인제 후보가 결과에 불복하고 국민신당을 만들어 대선에 출마했다. 이 같은 사태가 또다시 벌어지는 것을 막고자 발의됐다.
 

현재 안 지사는 문 후보를 직접적으로 돕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9조·60조 등에 따라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이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 후보를 외곽서 지원할수 밖에 없는 안 지사가 막판에 직접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후보가 지지층 확장에 실패해 안철수 후보에게 승기를 뺏긴 상황에서 안 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나온다는 시나리오다.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기존 안희정-안철수 양자 구도서 안 지사가 우위를 점쳤다는 점에서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아울러 안 지사가 출마할 경우 안 후보의 지지층이 안 지사 쪽으로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돕나
직접 나서나

지난 4일 경선 패배 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안 지사는 “법적으로 선거에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직자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당원이자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의무와 적극적 역할을 다 하겠다”며 “민주당의 승리, 문재인 후보의 승리를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철수에 붙은’ 아넥시트가 뭐길래?

아넥시트는 안희정과 엑시트의 합성어로 안 지사 지지층의 이탈을 의미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아넥시트’ 흐름이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한 자릿수의 지지율에서 단숨에 30%이상 치솟으면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근접했다.

지난 5일 엄태석 교수는 아넥시트 현상에 대해 “그간 민주당의 상승세는 문 후보의 경쟁력뿐 아니라 안 지사가 중도·보수층을, 이재명 시장이 진보층을 끌어당겼기 때문”이라며 “이제 두 후보가 탈락한 만큼 일부가 이탈하면서 민주당의 지지율도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유의미한 점은 안 지사의 중도·보수 표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옮겨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적폐세력이라는 인식이 강한 구여권에 지지를 보내기보다는 중도·온건보수 이미지가 강한 안 후보에게 쏠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양 극단에 치우치기보다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지지하는 중도층이 대선판의 중심에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사 속 기사> 안철수 ‘안희정 경제교사’ 영입 왜?

지난 13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변양호 신드롬’의 당사자인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경제특보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은 “변 특보는 1977년부터 2005년까지 경제부처서 경제 및 금융정책의 주요 직책을 역임하면서 한국금융의 발전을 이끌어왔다”면서 “특히 197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제금융 주무과장과 국장으로서 금융산업 구조개선과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던 주역 중 일인”이라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변 특보는 1990∼1992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뒤 2001∼2004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국장직을 수행했다. 이후 2004∼2005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을 거쳐 2005년부터 보고펀드 공동대표 및 고문을 맡았다.

변 특보는 금융정책국장 시절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가 4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의사결정에 관여했다가 구속까지 된 것 때문에 이를 계기로 공무원 사이에서는 논쟁적인 사안이나 책임질 만한 결정을 회피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변양호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보신주의 분위기가 확산된 바 있다. 변 특보는 최근까지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경제자문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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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