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검증> ④별별 가족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4.10 10:47:02
  • 호수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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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먼저냐? 핏줄이 먼저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선정국의 막이 올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궐위 후 60일 이내 대선 실시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오는 5월9일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된다. 대선일까지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상황서 <일요시사>는 후보 검증 시간을 준비했다. 그 네 번째 항목은 유력 대선주자들의 가족이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가족’은 언제나 대선 때마다 주요 검증 대상이었다. ‘가족’은 주로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는 대선주자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지난 대통령들이 가족 등 측근 비리로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는 점에서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계속되는 의혹’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남3녀 중 장남이다. 누나 재월씨와 여동생 재성씨는 주부고, 남동생 재익씨는 원양어선 선장이다. 막내 여동생인 재실씨는 모친인 강한옥씨와 함께 부산 영도서 살고 있다.

문 후보는 1981년 대학교 2년 후배인 김정숙씨와 결혼했다. 김씨와의 인연은 학생운동서 시작됐다. 시위 도중 문 후보가 최루가스를 맡고 실신하자 2년 후배인 김씨가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준 것이 계기가 됐다. 슬하에 준용씨와 다혜씨를 두고 있다. 현재 문 후보는 아들 준용씨 특혜채용 문제로 곤욕을 겪고 있다.

지난 2006년 말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 5급 직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서 준용씨가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의혹은 ‘원서 마감 5일 뒤인 12월11일 졸업예정증명서를 제출하게 된 이유’ ‘문 후보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권재철 당시 고용정보원장과의 연관성’ ‘채용 시 2명 채용에 2명 지원해 사실상 단독 지원’ 등이다.


또 당시 공고된 지원 분야에 동영상 제작 전문가 모집이 없었음에도 준용씨가 동영상 제작 전문가로 입사했던 점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문 후보의 오락가락 해명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부산 사상구 TV토론회서 문 후보는 “특혜 취업은 사실이 아니다. 당시에 채용된 것도 저희 아들 혼자가 아니라 스물 몇 명 중에 한 사람으로 취업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 경쟁률은 20대1이 아닌 사실상 1대1이었다는 점에서 문 후보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해당 의혹이 또 다시 불거지자 문 후보는 “2010년 감사 결과 제 아들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졌다. 만약 아들에 대해 특별한 감사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에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문재인 후보, 거짓말 좀 그만해라! 2010년 노동부 감사에선 문 후보 아들이 퇴직한 상태라 감사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또 거짓말을 한다”며 맹비난했다. 문 후보는 해당 의혹에 대해 이명박·박근혜정부서 감사를 받았기 때문에 특혜 채용 의혹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문 후보가 뚜렷한 해명을 하기 전까지 맹공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국회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대선 때 통과’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남1녀 중 장남이다. 남동생 상욱씨와 여동생 선영씨가 있다. 안 후보의 할아버지인 고 안호인씨는 일제강점기 시절 부산상고를 나와 금융조합서 일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조합은 식민지 수탈기구였기 때문에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고 안호인씨의 친일 행적을 의심키도 했다.


이에 친일인명사전을 만든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사 명단서 ‘안호인’이란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 관계자는 “일제시대 금융조합서 일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친일파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2009년 펴낸 책에서 “할아버지께선 어린 내 눈에 비친 모습에도 무척 내성적이고 차분하신 편이셨다”며 “자손들 중에서는 내가 할아버지 성품을 가장 많이 이어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아버지인 안응모씨는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로 안 후보와 배우자인 김미경씨와 동문이다.

문재인 거짓 해명 의혹…과연 사실은?
안, 대학 선후배 인연 “논란은 없다”

안 후보의 부친은 1963년 부산 판자촌인 범천4동에 범천의원을 열었고, 50여년간 환자를 돌봤다. 안 후보의 모친인 박귀남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박씨가 안 후보에게 유년시절부터 “잘 다녀오세요” “식사하세요” 등 존댓말을 사용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에 안 후보는 “부모님께선 무슨 일을 하건 간에 남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라고 하셨고 늘 그것을 몸소 실천하셨다”며 “그런 영향으로 군 대위로 복무하던 시절 하급자들에게 반말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 후보 곁에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는 배우자 김미경씨는 성균관대 의대 교수 재직 중 늦은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카이스트서 서울대로 자리를 옮기는 채용 과정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선 안 후보 딸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딸인 설희씨가 이중국적 취득자이며 호화 유학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안 후보 측은 “설희씨는 1989년 서울서 출생해 대한민국 국적만 가지고 있다. 미국 영주권과 시민권을 신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서 초등학교를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에 안 후보 측은 “서울 가원초등학교를 지난 2002년 2월에 졸업했다”고 밝혔다.

고교시절 귀족학교를 다녔다는 주장에는 “설희씨는 김 교수(김미경)가 스탠퍼드 대학에 다니면서 팔로알토에 거주하게 됐고, 거주지에 따른 학교 배정원칙에 따라 스탠퍼드 인근의 일반 공립학교를 배정받았던 것”이라며 “공립학교는 등록금을 내지 않거나 실비만 받는다”고 반박한 바 있다.

현재 안 후보 가족을 둘러싼 의혹은 불거지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서 가족사항에 대한 검증은 일정부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골칫덩이 처남’ 홍준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1982년 이순삼씨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 2명을 두고 있다. 홍 지사와 이순삼씨는 1976년 처음 만났다. 당시 사법고시생이었던 홍 지사는 국민은행 안암동 지점서 일하던 이씨에게 “나는 아가씨가 마음에 든다. 나와 앞으로 같이 살 생각이 있으면 다음 주 수요일까지 도서관 4층으로 찾아와라”고 말했다.


이씨는 월요일 저녁 도서관을 찾아왔고 두 사람은 사랑을 키운 것으로 알려진다. 이씨는 지난달 25일 한 인터뷰서 홍 지사에 대해 “남편이 막말을 잘하는 것으로 공격받는 게 억울하다. 남편은 팩트에 대해 바른 것을 말할 뿐이고 정치인은 늘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가 집에서 어떤 사람이냐는 물음에 “사람들이 ‘독하게 보인다’고 하던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해병대 간 아들에게 매일 아침 편지를 써줬던 자상한 아빠다. 지금은 부부가 둘이 알콩달콩 산다. 일할 때 정확하게 하려다 보니 ‘독하다’고 비친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지사의 큰아들은 현재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둘째는 해병대서 군복무를 마치고 올해 졸업해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홍 지사는 “둘째아들이 해병2사단 8연대서 군 복무를 했다. 제 아들이 해병대 들어가기 전에는 대학 학점이 1.7 이었는데 해병대를 갔다 오고난 뒤에는 졸업할 때 학점이 4.3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 이순삼씨는 홍 지사가 대선주자로 확정된 이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씨는 지난 5일 자유한국당 강원도당을 찾아 “우리당이 계속 좋았던 건 아니다. 순간순간마다 고비가 있었는데 올해는 최고의 고비를 맞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지사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아시다시피 일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다. 국회의원 하며 상임위를 두루두루 해서 나라 살림살이도 잘 안다”며 “경남도지사를 할 때도 처음에는 도에 빚이 참 많았지만, 땅 하나 안 팔고, 예산도 안 줄이고 모두 갚았다”고 치켜세웠다.


이처럼 배우자의 외조에 힘입어 남부러울 것이 없는 가정이지만 홍 지사에게 처남은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홍 지사의 처남 이모씨는 “영등포교도소 철거공사 계약을 따게 해주겠다”고 속여 1억을 가로챈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씨는 고소인에게 “매형의 입김으로 영등포개발사업의 토목과 철거는 무조건 하기로 돼있다”며 자신이 대표로 있는 건설회사가 토목을 맡고, 고소인이 철거공사를 맡는 조건으로 1억원을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씨는 해당 공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씨의 법정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같은 공사를 미끼로 다른 건설업체서 1억11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2월, 1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받은 바 있다. 이미 홍 지사는 이씨 기소 당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금수저 집안’ 유승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오선혜씨와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유 의원이 서울대학교 시절 교수님 집을 찾아갔는데 옆방서 과외수업을 하던 오선혜씨를 만나게 됐다.

당시 이화여대 학생이던 오씨와 훗날 인연이 돼 결혼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다. 오씨는 공식적인 자리에 얼굴을 비칠뿐 외부 활동에 적극 나서지 않고 유 의원에게 주변 여론을 전달하고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의 아버지는 판사 출신으로 대구 중구서 13대·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이다. 유 의원의 정치인생에 있어서 유 전 의원을 빼놓을 수 없다. 유 전 의원은 박정희정부 시절 부산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당시 개표조작사건의 당사자에게 유죄판결을 내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

가족사랑 홍…처남 사기 의혹은 오점
유, 부친 따라 입문…주목받는 자녀들

이후 판사 재임용에 탈락한 뒤 변호사로 개업했고 총선에 출마에 정계에 입문했다. 훗날 자유민주연합 창당에 참여하면서 자민련 소속이 됐지만 15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정치권에선 유 의원이 정계에 입문하는 과정과 불의에 항거하는 모습 등이 아버지를 닮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선 유 의원의 딸인 유담씨가 언론에 이름을 알렸다. 동국대학교 법학과에 재학중인 것으로 알려진 유담씨는 빼어난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대학생인 유담씨가 재산이 2억원에 달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할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식지 않았다. 이후 유 의원이 증여세를 냈다고 밝히면서 해당 논란은 일단락 됐다.

최근 유담씨는 바른정당 대선 경선에 어머니와 함께 참석해 또다시 화제가 됐다. 이에 공화당 신동욱 총재는 “단일화는 대선후보 유승민 안 보이고 딸 유담만 보인 꼴”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외조형 남편 둔’ 심상정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1992년 이승배씨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다. 남편 이승배씨는 1956년생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 75학번이다. 재학 당시 시위로 인해 무기정학을 당해 1983년에 졸업하게 된다. 두 사람은 같이 노동운동에 헌신하면서 운명공동체의 길을 걸었다.

결혼 후 이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 출판 기획일을 하다가 2004년 심 대표가 민주노동당 초선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집안 살림을 도맡고 있다. 이씨는 “당시 심 대표는 뭐든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상항이어서 할 일이 정말 많았다”며 “그 일들을 잘할 수 있게 심 대표를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심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이냐는 한 언론사의 질문에 이씨는 “재벌문제, 가습기 살균제 폐해 등 생활 속에서 당하는 국민의 고통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현대적인 민주 정당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추구하는 점에 방점을 찍고 싶다”고 답했다.

심 대표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누구나 땀 흘려 일하면 보상이 이뤄지는 나라, 그런 사람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어한다”며 “또 전쟁의 위험 없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고 호혜적인 국제 관계 속에 있는 대한민국도 꿈꾼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아들로 인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SNS에 아들 사진이 공개된 뒤 심 대표 측은 “(의원실) 저희 심상정 캠프는 일부 자극적인 가족 마케팅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물론 사진에서 진동하는 훈내는 어찌할 수 없다”라는 글을 남겼다.

심 대표의 아들은 대안학교인 이우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은 경희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씨는 아들을 대안학교에 보낸 이유에 대해 “어려서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못 받아서인지 초등학교 때 그다지 밝지 않았다”며 “그래서 일반 중학교 대신 대안학교에 보냈다”고 했다.

이어 “고등학교 과정도 이우학교서 마쳤는데 그 학교를 다니면서 아이가 많이 밝아졌다”며 “그때 인문학적 관심이 커져 대학교 철학과에 진학했는데 요즘은 사회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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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