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안희정’ 통 큰 대권플랜 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3.20 16:33:25
  • 호수 1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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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연정으로 대세론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별들의 전쟁’으로 통하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의 경선을 방불케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은 문재인 ‘대세론’을 신흥세력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격파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막판 대역전을 노리는 안 지사의 대권플랜을 들여다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정치권은 조기대선 정국으로 재편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완전국민경선’을 채택해 경선 일정을 확정했다. 오는 22일 전국 250개 시·군·구 투표소에서 일제히 투표가 실시되고, 그 뒤 전국 4개 권역을 순회하며 현장투표를 진행한다. 오는 27일 호남권을 시작으로 다음달 3일 수도권서 마무리된다. 최종투표 결과 50%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최종후보는 다음 달 8일 결정된다.

지지율 정체
반전카드는?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 4명이 경선에 참여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세론’을 공고히 하는 가운데 2, 3위 주자인 안 지사와 이 시장이 맹추격하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7%를 기록했다. 안 지사는 16.8%로 2위를 기록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2.0%로 이재명 성남시장을 따돌리고 3위에 올라섰다.


불과 3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안 지사는 지지율 20%를 육박하며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대연정’ 발언으로 중도·보수의 마음을 자극한 것이 통했다. 하지만 ‘선의’ 발언이 도마에 오르면서 지지율도 하향 곡선을 그렸다. 대연정 발언으로 정치권에 주목을 받고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표를 의식해 적폐세력을 껴안으려 한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당내 경선 막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안 지사가 준비한 대권플랜은 무엇일까. 앞서 지난해 12월 촛불민심을 업고 지지율이 급상승한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를 제외한 안 지사,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민주당 후보들을 규합한 ‘머슴팀’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안 지사는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은 작은 정치, 구태정치”라며 “자신이 이기기 위한 사술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즉, 당내 대선주자 간의 무분별한 ‘반문(반 문재인)연대’에는 선을 그었다. 이후 김 의원과 박 시장은 중도 사퇴를 선언했고, 문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안 지사와 이 시장 둘만 남게 됐다.
 

민주당 내 친문세력이 세력이 공고한 가운데 비문(비 문재인)세력은 안 지사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7일 민주당 기동민·이철희·어기구 의원이 안 지사 캠프에 합류했다.

비문계 중진인 박영선 의원도 안 지사 캠프에 합류했다. 박 의원은 “안 지사의 멘토단에 참여한다”며 “탄핵 이후 대한민국은 넓은 품, 따뜻한 가슴을 가진 정치인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캠프 합류 취지를 설명했다.

막 오른 경선…문재인이냐? 안희정이냐?
연일 문재인 때리기 “독해져 돌아왔다”

안 지사 캠프 의원 멘토단 단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안 지사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박 의원은 문 전 대표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을 영입한 것에 대해 “대연정을 비판하면서 박근혜 경제교사인 김종인 전 대표에 이어 두 번째로 모셔온 것은 일관된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대체 문캠(문재인 캠프)의 경제정책 지향점은 무엇인지 혼동스럽다“며 ”사공이 너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의 문 전 대표 공세 대열에 안 지사도 합류했다. 지난 14일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첫 지상파 TV토론회서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포용력을 문제 삼았다. 그는 “김 전 대표를 모셨던 분이 대연정에 야박하게 하시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당내 통합에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으로 이끌겠냐”고 공격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적폐청산과 사회 대개혁은 국민의 힘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다수 국회의원과 함께해야만 개혁과 적폐청산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받으면서 함께 나간다면 야당들도 거기에 저항하거나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연정을 주장하신다면 충분히 공감하겠는데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하는 대연정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안 지사는 “정파 지지를 받아 후보로 나섰더라도 국가지도자가 되려면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며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의 요체는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는 것”이라며 포용력을 강조했다.

문재인 때리기
“대세론 없다”

안 지사는 문재인 대세론도 비판했다. 그는 지난 16일 ‘유권자 시민행동’ 초청 강연서 단호한 어조로 “문재인 대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흔히들 문재인 대세론을 이야기하는데 문 전 대표는 단 한 번도 민주당의 지지율을 상회하는 지지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줄곧 문 전 대표와 각 세우기를 망설였던 안 지사는 경선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문재인 때리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앞으로 안 지사와 문 전 대표는 민주당 TV토론을 통해 총 10회에 걸쳐 맞붙는다. 이 과정서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 지지율 상승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도 안 지사의 대권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황 권한대행은 보수층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체자로 각광받았다. 당시 야권은 황 권한대행에게 최순실 국정 농단의 책임을 물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것을 요구했다.

대연정 넘어

대개혁 간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정치권은 황 권한대행의 행보에 주목했다. 황 권한대행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조기대선의 총책임자 역할에 머물기로 했다. 탄핵 정국서 황 권한대행에게 몰렸던 보수층의 표심이 어디로 흐를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리얼미터가 진행한 황 권한대행 불출마 선언 직후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가장 큰 혜택을 입었다.

황 권한대행의 지지표 가운데 홍 지사가 32.4%를 가져갔고 안 지사가 14.9%,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1.6%를 가져갔다. 문 전 대표는 1.6%만 흡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출마 전 황 권한대행은 15%대의 지지율을 기록해 보수주자 중에서는 1등을 기록했고, 전체 대선주자 순위는 2위와 3위를 오갔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보수의 유력주자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이어 사라짐으로써 보수층에서 보수후보 지지를 통한 기대감이 현저히 낮아지며 다소간 승리 가능성이 있고 보수가 수용할 수 있는 야권 후보들에게 이동한 것”이라고 한 언론을 통해 평가했다.
 

이어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와 문 전 대표의 지지율에 대해서는 “문 전 대표도 올랐지만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와는 상관관계가 떨어진다”며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불복에 대한 반발로 수혜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에서 안 지사 캠프는 안 지사의 본선(대선) 경쟁력이 문 전 대표보다 좋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 16일 “(안 지사의) 역전은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서 필연이 돼야 한다”며 “특히 황 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안 후보가 민주당의 후보가 돼야 확실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불출마 변수·보수층 결집 가능성
탄핵 직후 던진 대개혁 화두…그 결과는?

그는 “황 대행이 불출마를 했기 때문에 가장 강한 후보가 안철수 후보지 않나”라며 “안철수 후보와의 1대1 구도서 안희정 후보는 과반이다. 50.8%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안 지사는 ‘대개혁’ 키워드를 제시했다. 대연정을 대개혁의 방법론으로 제시하고 결국 대통합으로 가겠다는 청사진이다. 헌재 결정에 불복 의사를 밝힌 세력과는 대연정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13일 안 지사는 국회 기자간담회서 “새롭게 하나 되는 대한민국으로 가는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며 “대개혁, 대연정, 대통합”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연정만이 대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해법”이라며 “대연정을 통한 대개혁의 결과는 진정한 국민대통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대통합을 통해 안보위기를 극복하고, 대연정을 통해 정치위기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포용력 있는 진보의 모습을 강조하며 “이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때다. 우리의 외연을 확장하자. 국민 여러분에게 능력과 포용력을 보여 드리자”고 제안했다.

그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연정협의체를 구성해 다른 당과 연정 협상에 나설 의향을 내비쳤다. 또 원활한 정권 인수를 위해 당내에 국정준비위원회(가칭)를 설치해줄 것을 요구키도 했다. 다만 일부 친박 의원들과 박 전 대통령의 사저에 몰려든 헌재 판결에 불복하는 세력과는 대연정 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안 지사는 “대연정은 정당 간 연합이지 개인 간 연합이 아니다”며 “헌재 결정에 불복 의사를 표현한 분들은 박 전 대통령과 그를 모신 분들로, 이미 공론의 대상이 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안 지사의 캠프 총괄실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대연정이 대개혁을 위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대통합으로 나아간다는 프레임을 제시했고 대개혁 과제를 하나씩 공개해 검증받게 될 것”이라며 “머지않아 지지율이 20%를 넘어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매직넘버 25%
에너지 결집

안 지사 캠프의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지난 9일 “안 지사의 매직넘버는 25%”라며 “25%가 달성되면 이번 경선과 나아가 본선에서도 안 지사가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25%를 넘어선다는 것은 문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한 자릿수로 좁혀진다는 것”이라며 “그런 상태가 되면 이분들이 본격적으로 지지를 표시하거나 지지의사를 밝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급격하게 안 지사에게 에너지가 집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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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