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혼돈의 대선판 관전포인트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3.10 17:09:07
  • 호수 1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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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보수 대결집? 문 지고 황 뜬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됐다. 정국은 빠르게 조기 대선 체제로 본격 전환될 전망이다. 대선이 60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 당의 대선주자들은 정권 쟁취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권교체에 대한 민심이 주를 이루는 상황서 보수진영에선 대반전 카드를 기획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탄핵 직후 각 당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자 여야 대선주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9대 대선은 3월10일 기준으로 60일 뒤인 오는 5월9일 경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야권은 현 정국을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룰 최적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계가 과반을 넘으면서 이번 대선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
끝까지 간다?

앞서 민주당은 정당들 중 가장 우선적으로 선거인단 모집에 들어가면서 대선 분위기를 조성했다. 지난 9일에는 선거인단 모집을 마감해 본격 경선 체제로 돌입했다. 민주당은 대주주 문재인 전 대표가 버티고 있는 가운데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도전장을 내민 모습이다.

일각에선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대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주당은 강력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대선판을 지배하고 있다. 경선 과정서 문 전 대표가 낙승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돌발 변수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우선 안 지사의 재반등이 문 전 대표의 대권행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대연정’ 발언을 통해 논란을 일으켰지만, 중도와 보수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한때 문 전 대표와 10% 안쪽으로 격차를 좁히면서 안풍(安風)이 불 조짐을 보였지만 ‘선의’ 발언이 발목을 잡았다.


20%을 넘었던 지지율은 5% 이상 빠져 15%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여권의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까지 덜미를 잡혔다.
 

일각에선 탄핵이 인용되면서 줄곧 통합을 강조해왔던 안 지사가 반등을 이끌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탄핵 결과로 인해 양 극단으로 국론이 분열된 가운데 ‘통합’을 강조해온 안 지사가 호재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탄핵 인용 결정, 대선구도 지각변동 예상
문 대세론 휘청…안희정·이재명 반전기회

안 지사 측도 통합 이미지를 통해 문 전 대표를 잡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안 지사 캠프의 총괄본부장인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지난 9일 “미래 대한민국을 통합해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는 문제의식서 출발한 게 대연정”이라며 “지금까지는 탄핵이 이슈였지만 앞으로는 탄핵 찬반으로 맞서 있던 국론을 어떻게 통합할 것이냐가 국민적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시장은 선명성을 강조하며 경선 대역전을 노리고 있다. 지난 8일 이 시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문 전 대표의 사드 및 안보 현안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지난 6일에도 문 전 대표를 공격했다.

그는 “문 전 대표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 (복지재원 확보의) 가장 마지막 방법이라고 얘기한다”며 “경제 기득권자나 재벌, 사회의 온갖 기득권자가 문 전 대표에게 몰리는 것 같다”고 말해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 의지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 시장이 문 전 대표에 공세를 퍼 붓는 것은 안 지사를 따돌리고 문 전 대표와 양강구도로 가기 위한 방법론으로 풀이된다.


이 시장 캠프 관계자는 “우리는 2등이 아니라 1등이 목표다. 문 전 대표와 대비되는 이 시장의 정치적 리더십을 국민이 알게 되면 경선서도 결국 이 시장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은 문재인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손이냐 안이냐
국민의당 딜레마

탄핵이 인용돼 정권교체에 대한 전 국민적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국민의당은 적신호가 켜졌다. 민주당이 경선 룰을 확정짓고 대선 채비를 갖추는 동안 국민의당은 이조차 확정짓지 못했다.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희의 의장이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손 의장의 합류로 확장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국민의당은 정체 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는 국민의당의 창당 기반인 호남도 민주당에 빼앗긴 모양새다. 좀처럼 반등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줄곧 결국 ‘문재인 vs 안철수’구도로 갈 것이라고 했다. 여권 대선주자들이 무너진 상황이기 때문에 본인과 문 전 대표가 결국 최후의 대결을 펼칠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문 전 대표는 “만일 (안 전 대표가) 보수 후보가 된다면 결국 정권교체 후보와 정권연장의 맞대결이라고 본다”며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훨씬 많기에 누가 상대 후보가 되더라도 정권교체를 이뤄낼 자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양자대결 성사여부는 대선 직전에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략 5월9일 경에 대선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다수의 민심은 민주당 경선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경선서 최종 낙점된 사람은 탈락한 나머지 2명의 지지율을 끌어들여 강력한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국민의당은 경선 흥행을 장담할 수 없고 문 전 대표와 양자구도로 간다고 하더라도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보수 후보들이 전멸한 상황에서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주장하는 안 전 대표쪽으로 보수층이 결집한다면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

보수진영도 적신호가 들어오긴 마찬가지다. 일단 바른정당은 박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박차고 나왔다. 헌재의 탄핵 심판에 앞서서는 기각 시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쓰는 강수를 뒀다.

탄핵이 인용으로 결론남에 따라 바른정당은 국정 농단의 책임서 조금이나마 자유롭게 됐다.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탄핵 반대 진영은 점점 목소리를 높여왔다. 샤이 보수층이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헌재를 압박하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들도 탄핵 기각을 주장했다.

바른정당은 중간에 낀 모양새였다. 바른정당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지지율이 정체되며 반전 기회를 갖지 못했다.

바른정당에선 새로운 대체마 찾기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정운찬 전 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대해 “얘기는 오가고 있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으로 가면 묻혀버린다”며 여타 정치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황 vs 홍
보수 카드는?

탄핵이 인용됨에 따라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게이트’의 책임을 떠맡게 됐다. 탄핵정국서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기각을 주장했기 때문에 보수층의 결집을 얻긴 했지만 ‘부역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그럼에도 보수층은 잠재적으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주목하고 있다.
 

황 대행은 대선출마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지만 현재 전체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실정의 공동 책임자라는 부담이 있지만 보수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대선 출마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고수했던 황 권한대행이 조만간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는 20일경 대통령 선거일이 공고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일 공고 권한은 황 대행에게 있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물러난 상황에서 황 대행이 대통령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대선 출마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황 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지난 2일 황 대행은 국가조찬기도회서 성경 구절을 인용해 “사람이 마음으로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다”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당초 원고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황 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황대만’(황교안 통일 대통령 만들기)의 출범이다. 황대만은 자체 구성원을 모집해 본격 활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문vs안’ 양자구도 가능성은?
황 저격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이런 가운데 한국당은 높은 지지율을 보유하고 있는 황 대행 영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황 대행이 출마하면) 흥행 가능성에 대해 대단히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황 대행이 다양한 리스크에도 불구, 여론 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하지 않는 등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며 “대선 출마의 명분과 방법을 찾는 데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2심 무죄 선고로 단숨에 대권주자로 떠오른 홍 지사와 황 대행이 당 내 경선서 맞붙을 경우 충분한 흥행몰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홍 지사는 대선 출마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9일 홍 지사는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만나 “당비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당원권 회복을 요청했다.

홍 지사는 지난 8일 한국당 초선의원들을 만난 자리서 “대선에 대한 생각이 조금 있다”고 말해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이어 “1997년, 2002년, 2007년 세 번의 대선을 치러봤기 때문에 대선 경험은 당내서 제일 많다”며 “어차피 대선은 진영싸움으로 5대 5의 게임”이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문재인 때리기에도 열을 올렸다. 그는 “문재인 전 대표가 얘기하는 정권교체는 정권탈취”라며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때 콘텐츠도 없던 박근혜 후보 하나 제압 못했다”고 말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보수층은 이러다가 정권이 넘어가고 적폐청산 대상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 속에 표를 결집시키면서 단일후보를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라며 “황 대행이나 홍준표 경남지사 쪽으로 보수표가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도는 어디로
빈자리는 누가?

탄핵 이후의 대선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탄핵 인용은 사법부의 판단으로 현 정권이 정말 잘못된 정권이라는 인식을 재확인 시킬 것”이라며 “보수 결집현상을 예상할 수 있으나 캐스팅보터인 중도층이 확고하게 야당을 찍을 공간이 더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탄핵’ 박근혜가 잃은 것

탄핵이 인용됨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예우법에 따라 경호·경비를 제외하고 연금 혜택 등 모든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대통령경호법은 현직 대통령이 임기 만료 전에 퇴임할 경우 경호 기간을 5년으로 정하고 있지만, 필요하면 5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파면이 결정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 칩거 생활을 정리하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지난해 10월 “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서울 삼성동 사저로 되돌아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바로 가지 않고 임시거처로 옮길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 언론은 “탄핵 인용시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를 팔고 경기도에 새 집을 구할 것”이라고 보도키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인용으로 인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고, 현직 대통령에게 보장됐던 형사상 불소추 특권도 사라지게 됐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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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