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4당 원내대표에 길을 묻다 ④바른정당 주호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2.13 09:47:17
  • 호수 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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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절필동, 결국 보수는 모이게 돼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올 한 해는 대한민국 정치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그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 4명의 정당 원내대표가 서 있다. 공정한 경선관리의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들이 어떤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성공적인 대선을 치르게 될지, 아니면 경선 후유증으로 당이 흔들릴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조기 대선정국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4당 원내대표와의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났다.

단 한 번의 낙선도 없었다. 지난 4·13총선 때 새누리당은 주호영 당시 의원을 공천서 배제했지만, 그는 보란 듯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개인기는 이미 검증을 끝마친 상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뛰어난 정책 역량에 소통 능력까지 더해져 발군의 개인기를 자랑한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으로 있던 시절 주 원내대표를 “합리적이고, 소통할 줄 아는 정치인”이라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정책·소통이 그의 능력이라면 ‘법적 정의’는 그의 소신이다. 법관 출신인 그는 마지막 순간 법조인으로서의 양심에 모든 걸 맡긴다. 새누리당 탈당도 이러한 소신의 발로였다. 주 원내대표는 최순실 사태로 무너져 내린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기 위해 합리적 보수 세력을 결집,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했다.

과연 신생 정당인 바른정당이 조기 대선 구도서 보수의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는 온전히 주 원내대표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음은 주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경선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지금 바른정당 내 후보 두 분(남경필·유승민)에 추가적으로 의지가 있으신 또 다른 분들을 모셔와 대선 경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오는 22일부터 당내 경선 주자들이 예비 후보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할 예정이며, 3월24일까지는 대선 후보를 선출하려고 합니다. 세부적으로 오는 20일까지 경선관리위원회 주도로 ‘경선룰’을 포함한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을 확정하고, 21일 경선 관련 사무를 중앙선관위에 위탁할 예정입니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지지층은 어디로 옮겨갈까요?
▲바른정당과 함께하길 바랐는데, 갑작스러운 불출마 소식에 충격이 컸습니다. 반 전 총장은 주로 보수층과 충청도로부터 지지를 받았습니다. 보수층의 지지는 유승민 의원에게, 충청권 표심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보수의 적통 바른정당 후보에게로 보수층이 옮겨올 것이라 판단합니다.


-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새누리당 탈당 러시가 약화될 것이란 의견이 있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 및 바른정당 합류가 반 전 총장의 행보와 관련돼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반 전 총장이 좀 더 빨리 바른정당으로 합류했더라면 10명 정도의 추가 탈당과 연쇄 탈당이 있었을 것이고, 반 전 총장 본인도 상처가 적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새누리당서 한두 분 정도가 우리당 대선 후보와 뜻을 함께하고 있어 추가 탈당이 예정돼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추가 탈당과 관련해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인 것도 맞는 말입니다.

- 표심을 잡기 위해 당 차원서 계획하는 것이 있나요?
▲바른정당은 보수를 지지하는 분들이 당당하고 떳떳하게 보수임을 말할 수 있도록 보수 가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출범했습니다. 만절필동(萬折必東), 황하의 물이 만 번을 굽이쳐 흘러도 반드시 동쪽으로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른정당은 보수의 동쪽이 될 것입니다.

시간이 가면서 보수를 비롯한 국민들의 지지는 자연스레 바른정당으로 흘러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육아휴직3년법, 알바보호법, 국회의원소환제 등 추진 중인 개혁입법을 통해 중도층은 물론 진보층의 표심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주자 중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스피칭, 경제 전문성, 정책 선명성 등에서 유 의원이 앞선다는 분석 때문인데요.
▲유 의원은 민감한 정치 이슈들에 대해서도 뚜렷한 신념과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정책 이해도가 높아 여느 대선주자들보다 더욱 선명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사람들이 ‘유능하다’고 많이들 표현합니다. 대선주자들 중 유 의원만이 유일한 ‘경제통’입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에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입니다. 현실정치를 통해 17년이란 기간 동안 경제 정책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내며 철저한 안보관도 보여줬습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진보 진영서 상대하기 제일 껄끄러운 대선 후보”라며 유 의원을 인정한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뛰어난 후보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선거마다 연전연승…정책·소통 강점
‘법적 정의’ 지키고자 새누리당 탈당


- 그럼에도 바른정당 지지율이 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 대선주자들이 힘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10%대 진입 전략이 있다면?
▲지난 10년의 보수 집권,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난맥 등이 겹쳐서 국민들이 보수에 대한 지지를 많이 철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수의 위기죠. 새누리당에는 300만명에 가까운 당원이 있고, 그간 보수 정당의 맥을 이어왔기 때문에 보수 지지자들이 정을 떼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아직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이 나지 않았으니까 새누리당을 지지해줘야 한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이유로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른정당이 보수의 적통을 이어갈 게 틀림없습니다.
 

유승민, 남경필 등 대권후보들도 지지율이 낮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준비가 잘 돼있고 콘텐츠도 다른 후보에 비해 우수합니다. 아직 대선이 몇 달 남아 있는 데다 여론은 며칠 만에 급격하게 변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2년 대선만 봐도 50%대에 육박했던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10%대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는 반전이 일어났지 않았습니까.

- 외부 영입 대상으로 고려하는 인사가 있나요?
▲본인만 응한다면 함께 할 수 있는, 보수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괜찮은 후보가 두 분 정도 있어서 접촉 중입니다.

- ‘문재인 대세론’에 맞선 반문연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바른정당 대선주자들도 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나요?
▲대선을 앞두고 ‘빅텐트’ ‘스몰텐트’ ‘미들텐트’ 등 다양한 버전의 연대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시나리오란 게 중론입니다. 과거에도 그랬듯 선거에 임박한 시점까지 후보 간 연대나 단일화는 국민 여론과 지지층의 여망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입니다. 바른정당은 패권주의 청산과 개헌을 포함한 국가 개혁에 뜻을 함께하는 모든 세력과 힘을 모을 것입니다.

- 최근 황교안 권한대행이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황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과 경쟁력을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최근 황 권한대행의 지지도가 10%를 넘어서면서 새누리당을 오래도록 지지해온 자들 사이에서 ‘새누리당이 불임 정당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 지지율이 10%가 넘는 황 권한대행을 출마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직무를 보고 있는 이 위기 상황에서 권한대행직을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한다는 것은 실로 무책임한 결정입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최근 황 권한대행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동책임자로 지목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정부의 국무총리이자 전직 법무부장관이었습니다. 대통령 탄핵은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이라는 뜻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황 권한대행은 책임이 가장 큰 인물이기도 합니다.

반기문 불출마 선언에 “충격이 컸다”
“2명과 접촉 중” 대선주자 영입 시사

- 일련의 특검팀 수사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나요?
▲법에서 정한 기준과 원칙에 입각한 수사를 진행해가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실제로 특검팀은 많은 부분을 밝혀내는 등 성과도 큽니다. 지금 특검과 검찰에 구속된 대통령의 측근, 참모, 현 정부의 장·차관 출신이 10명에 이릅니다.

최순실씨는 문화·체육계뿐 아니라 외교관 인사까지 주무른 것으로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최근 청와대 압수수색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 지난 11월 “본격적인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특검의 직접 조사에도 응해 사건 경위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수사에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 탄핵 심판 결정 시기를 언제로 예상하시나요?
▲늦어도 3월13일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할 즈음에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최근 “개헌 시기를 못 박는 부칙이라도 만들자”고 말씀하셨는데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선 전이라도 개헌을 확실히 하겠다는 헌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간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번번이 헛공약에 그쳤습니다. 특히 새로이 시작할 정부는 인수위 기간도 없어 개헌을 미룰 확률이 높습니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자칫 국정추진 동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개헌을 임기 초에 추진하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언제 개정을 하겠다는 부칙 조항이라도 대선 투표나 4월 재보선 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입니다.

- 권력구조에 초점을 맞춘 ‘원포인트 개헌론’과 국민의 기본권을 포함한 ‘포괄적 개헌론’이 맞붙고 있습니다.
▲지금은 개헌을 논의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그동안 국회서 매번 개헌 이야기가 공론화됐지만, 절대 권력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대통령에게 막혀 번번이 좌절됐지 않았습니까. 최순실 사태를 지켜보면서 나라 틀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지금이 적기입니다.

그러나 헌재의 탄핵 인용 시 바로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짧은 시간 내 헌법을 전면 개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개헌특위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2월 국회도 열린 상황이니만큼 각 당에서 이견을 좁혀 개헌의 범위와 폭, 그리고 바람직한 통치구조에 대한 담론을 나눠야 합니다.

- 새누리당은 ‘인명진표 개혁’, 즉 정치·정당·정책 ‘3정’ 혁신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인적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3정 혁신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일부 친박에 대한 당원권 정지 정도로 ‘인적 청산’을 마무리했습니다. 또한 “비난받아도 박 대통령은 지키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누리당은 근본적으로 혁신이 불가능한 정당이란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우리 바른정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에 있을 때 당의 쇄신과 개혁을 위해 노력했지만, 불가능했기에 분당이란 선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더 이상 공당이라 할 수 없습니다. 보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없는 정당입니다. 바른정당이 보수의 새로운 중심이 되겠습니다.


- 새누리당이 당명·로고·당색 등을 교체할 방침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보수 지지층에 어필할 수 있다고 평가하시나요?
▲현재 로고는 ‘태극기’를 연상하도록 한다는데, 이는 탄핵반대를 외치는 ‘태극기 집회’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당명 개정, 최순실 개명과 같아” “흉측한 범죄를 저지른 조폭이 팔뚝에 태극기를 문신하는 것과 똑같은 짓”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이 아무리 이름을 바꾼들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국민은 더 이상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정한 보수는 공동체 유지를 위한 희생과 책임감이 있어야 하며, 문제를 유능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새누리당은 공동체 유지를 위한 희생과 책임은커녕 황 권한대행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와 헌법 재판에 비협조적인 부분에 대해 한마디도 못 하고 있지 않습니까. 새누리당이 기존 지지층의 결집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 지키기’와 ‘황교안 띄우기’를 하는 모습인데, 이것이 오히려 국가를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지금 나라가 많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냥 넘어진 채로 넋 놓고 있을 순 없습니다.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 힘차게 달려갑시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과 비상을 위해 함께 노력해주십시오. 바른정당은 보수를 지지하는 분들이 당당하고 떳떳하게 보수임을 말할 수 있도록 보수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창조적 개혁을 통해 한국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겠습니다. 철저한 안보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정과 민생의 안정을 챙기는 데 헌신하겠습니다. 바른정당에 더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chm@ilyosisa.co.kr>


[주호영은?]

▲경북 울진 출생
▲영남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전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전 대한민국 특임장관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특별보좌관
▲제17·18·19·20대 국회의원(대구 수성을)
▲현 바른정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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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