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반문주자’ 불안한 안보관 비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31 11:42:48
  • 호수 10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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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18개월 카드 ‘먹힐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드 배치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것. 잠룡들은 연일 맹공을 퍼부으며 문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문 전 대표와 반문주자들의 안보관을 비교해봤다.

지난해 7월 국방부는 경북 성주에 기습적인 사드(THAAD) 배치를 발표했다.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정부는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성주 군민들은 집단 반발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정치권의 사드 배치에 대한 갑론을박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가 사드 배치를 거론한 지 2달여 흐른 지난해 9월9일 북한은 보란 듯이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지형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문-반-안
사드 OK?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지율 정체 국면을 극복하고 지지율을 30%대로 높이면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이 귀국과 동시에 연일 엇박자·논란 횡보를 보이면서 민심은 문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승세를 의식한 듯 여야 잠룡들은 앞다퉈 문 전 대표의 안보관 비판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현 안보 상황의 중요 키워드는 사드(북핵), 군대, 한미동맹 등이 꼽힌다. 우선 정치권에 논쟁을 일으키고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된 사드에 대해 지난달 15일,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 문제는 (앞으로 진행을)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미 합의가 이뤄진 걸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9일 “사드 배치 절차를 중단하고, 외교적 노력을 다시 하자”며 조기 배치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명확히 했던 점을 미뤄볼 때 본인의 입장을 180도 뒤바꾼 셈이다. 기존 ‘재검토’ 입장에서 ‘합의 유지’선까지 후퇴하자 정치권은 일제히 문 전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적 표를 계산하며 말을 바꿔서는 안 된다”며 “국민 편에 서는 정치인이라면 누구 앞에서라도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문 전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사드는 2500만 인구가 사는 수도권 방위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며 “더구나 우리가 경제적으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의 심각한 관계 악화를 초래할 뿐”이라고 사드 배치 반대를 분명히 했다.

문, 연일 오락가락…말 바꾼 이유는?
이재명-박원순 본격적 문 헐뜯기 시작

이재명 성남시장도 문 전 대표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이 시장은 “사드 관련 문 대표님 입장이 당초 설치 반대에서 사실상 설치 수용으로 왜 바뀌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며 “한반도 운명에 지대한 영향이 있는 이런 심각한 문제에 대해 충분한 설명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건 국민 특히 야권 지지자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 역시 사드배치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상태다.

국민의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도 문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드 불가피론’을 내세웠다. 안 전 대표는 “외교·안보의 판단 기준은 국익이 우선 돼야 한다. 일단 정부 간에 약속한 협약을 다음 정부에서 완전히 뒤집는 건 힘들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 복귀해 대선 행보를 보이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23일 사드와 관련해 “현재 남한은 북한과 계속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고 북한은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고, 무기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바른정당서 몸을 풀고 있는 유승민 의원도 사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이다. 지난 5일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사드 한반도 배치를 논의한 데 대해 “매국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국회서 열린 창당 준비위 회의에서 “사드는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하고,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며 “군사주권, 또 국민주권에 해당하는 사안은 어떤 나라나 어떤 경우에도 타협할 수 없고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또 모병제…
선심성 공약

군 복무기간 단축 문제도 안보의 중요 요소 중 하나다. 지난 17일 문 전 대표는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판 기자간담회서 군 복무기간과 관련해 “국방개혁방안에는 18개월까지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계획돼있다. 앞으로 18개월로 정착되면 장기간에 걸쳐 단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마다 조금씩 (복무기간을) 줄여나가서 18개월에 맞추는 것인데 이명박정부서 22개월 선에서 단축이 멈췄다. 그러니 18개월까지 단축하는 것은 원래대로 그렇게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 병력에 대해서도 현재의 60만명 규모를 50만명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울러 그의 저서에는 군 복무기간 18개월 단축을 넘어 1년 정도까지 가능하다고 본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야권 잠룡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 전 대표보다 파격적인 군 단축을 언급했다. 이 시장은 지난 17일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를 통해 선택적 모병제로 현재 21개월인 군 복무기간을 10개월까지 단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병력을 13만명 줄여 50만명으로 하고, 10만명의 전문 전투병과 고가 고성능 장비 무기 담당 전문병사를 모병하자'는 주장이 담겨있다.

국민의당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정면 비판했다.

지난 18일 전주를 방문한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군 복무기간 1년 단축은 한마디로 무책임하고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같은 생각은 국방력에 대한 전박적인 생각 아래서 계획이 필요하다”며 “저출산·고령화로 군에 입대 가능한 젊은이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전체적으로, 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순하게 군 복무기간 단축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군 문제에 가장 강경한 대선주자다. 유 의원은 지난 20일 대선을 앞두고 사병의 군 복무기간 단축이 잇따라 공약으로 나오는 데 대해 “병역법에 복무기간을 단축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유 의원은 창당준비위 회의에서 “제가 국방위원회에 8년 있으면서 복무기간 단축을 못하도록 병역법 개정안을 냈는데 국방부가 대통령 시행령으로 하겠다고 해서 통과시키지 않았다”며 “대선 때마다 3개월씩, 6개월씩 복무기간이 줄면 도저히 군대가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대선 후보들, 특히 민주당 후보들은 자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미국 대신
북한 선택?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잠룡들의 근본적인 남북문제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 문 전 대표는 지난 17일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고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어딘들 못 가겠느냐. 지옥이라도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북한부터 가겠다”는 자신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 “미국이냐 북한이냐 선택하라는 질문 자체는 참 슬픈 질문이자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우리의 오랜 우방이자 친구이며, 북한은 우리의 협상대상”이라며 “핵문제를 해결하고 역대 남북회의를 이행·실천할 수 있는 관계로 회복할 수 있다면 당연히 북한부터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성남시장은 지난 27일 집권 후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적대적인 국가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통일해야 할 상대”라며 “만나지 않고 무슨 이야기를 진척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모든 대화 채널이 끊기고, 적대 일변도의 정책으로 평화통일이 점점 멀어지는 상황에서는 신속하게 새로운 지도자들이 만나서 서로 윈윈 하면서 상호공존할 수 있는 정책들을 진행시켜야 한다”며 “실무적 협의 수준이 아니라 정치 최고책임자들 결단을 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신속히 만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즉, 선 대화를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귀국한 반 전 총장은 북한의 ‘비핵화 없인 대화도 없다’는 현 정부의 대북기조를 옹호하고 나섰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의 북핵 해법이 이전보다 더 강경보수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5월 방한 당시 관훈클럽 간담회서 반 전 총장은 “남북 간 대화 채널을 유지해온 것은 내가 유일하다. 대북압박을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를 터가며 대화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 복무 단축 대선 때마다 등장
집권후 미국 버리고 북한 먼저?

정가는 당시 발언을 두고 현 정부와 대북정책에 있어서 각을 세웠다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박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따른 일련의 대응과 대비를 잘하고 있다”고 말해 기존 입장에서 선회했다.

현재 반 전 총장은 북한 대응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반 전 총장은 “북핵문제를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여기에 따르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즉, 자신만의 담론과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반해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대북 강경론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15년 3월 ‘5·24대북조치’ 해제를 두고 “북한이 도발을 인정하고 책임자 처벌과 사과, 재발방지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에서 5·24조치의 전면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5·24대북조치는 지난 2010년 3월26일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이명박정부가 같은 해 5월24일 내놓은 대북제재수단으로 남북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지원 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 모든 지원을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듯 강경 기조를 보여온 유 의원은 최근에는 민주당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힐난했다. 지난 24일 유 의원은 문 전 대표를 겨냥해 “야당의 안보관과 대북관이 불안한 대선 후보에게 국가를 맡기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어 “대통령이 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사람,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문제를 김정일에게 물어보는 사람, 사드 도입에 반대했다가 5차 핵실험 뒤에는 말을 바꾸고 말 바꾸기가 일상인 그런 사람에게 국가 안보를 맡기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갈지자 행보
지지율 때문?

신율 명지대 교수는 최근 오락가락하는 문 전 대표의 안보관에 대해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중도 보수층을 잡아야 하다 보니 주요 현안에 대해 상대편 논리도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문(문재인) 대 비문(비문재인) 구도의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은 핵심 지지층을 끌어모으기 위해 문 전 대표를 비토하는 발언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2년 문-안 안보관 충돌 왜?

지난 18대 대선 과정에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북한에 대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특히 금강산 관광재개 문제를 둘러싸고 두 사람은 설전을 벌였다. 야권 후보 단일화 토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남북관계 개선 발전을 말하는데, 보면 이명박정부처럼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5·24조치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안 후보는 “잘못 아는 것 같다. 우리도 어떤 조건을 걸지 않는다. 먼저 대화를 하고, 그 대화를 통해서 예를 들어 금강산 관광은 재발방지 대책이 꼭 있어야 한다”며 “내 입장은 먼저 대화하고, 이를 통해 사과, 재발방지, 경제교류, 인도적 지원까지 다 협의를 하자는 거다”라고 말했다.

“안철수가 박근혜보다 더 보수적”
금강산 재개 놓고 ‘평행선’

이어 “일단 재개하면서 재발방지나 관광객 신변안전을 보장받자는 데 동의하느냐”는 문 후보의 질문에 안 후보는 “그렇지 않다. 먼저 대화를 통해 최소한의 방지책을 약속받은 다음 재개할 수 있다”며 “현정은 회장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구두 약속한 것으로 관광객 신변 보장이 되었나”라고 비꼬았다.

두 사람의 충돌에 대해 김연철 교수는 '18대 대선의 통일·외교 분야 정책 비교와 평가'에서 안 후보 측이 안보를 중시하고, 보수적인 국방정책을 발표하면서 중요한 차이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역설적이게도 당시 박근혜 후보조차 선거 막바지에 받아들인 복무기간 18개월 단축안에 대해 안 후보 측만 반대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국방안보 정책만 보면, 안철수 후보 측의 공약들은 박근혜 후보와 유사하거나 혹은 더 보수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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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