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대통령 별장 ‘저도’에 무슨 일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11:15:13
  • 호수 1098호
  • 댓글 0개

주민에 총부리 겨눈 '특권층 놀이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저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동시에 저도에서 나고 자란 주민들에게는 '한'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방부는 국민의 아픔을 헤아리기보다는 특권층의 놀이터를 가꾸는 데 열중했다. <일요시사>는 수십년간 지속된 저도의 비극을 살펴봤다.

저도(猪島)는 거제도 북단서 1km 떨어져 있는 섬으로 ‘돼지가 누워 있는 형상’의 섬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의 통신소와 탄약고로 이용됐고, 6·25 당시에는 주한 연합군의 탄약고로 사용되기도 했다.

생활터전 강탈
총부리 겨눴다

그러다가 1954년 해군의 관리 하에 들어간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여름철 휴양지로 사용됐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靑海臺)’로 공식 지정됐다. 20여년이 흐른 1993년 11월이 돼서야 대통령 별장 지정이 해제됐지만 아직까지 국방부 소유지로 해군이 관리하면서 일반인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저도에는 이처럼 바다의 청와대로 불리는 청해대를 중심으로 섬 주변에 8개 동의 수행원 및 경호원을 위한 숙소, 막사, 팔각정 건물, 9홀 규모의 골프장, 자가발전소 등과 대한민국 지도와 태극문양을 본뜬 연못이 있다.

저도는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첫 여름 휴가지로 선택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억 속의 저도’라는 글과 함께 여름휴가를 즐기는 사진을 올렸다.


박 대통령은 “35년 여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며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저도의 모습, 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는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글을 남겼다.

박 대통령 추억의 장소인 저도는 그곳을 생활터전으로 살아온 이들에게는 아픈 기억의 장소다. 저도와 단 1.2km 근방 거제시 장목면 하유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송모씨는 “70년대 저도에선 3가구 10여명이 소도 키우고 살았는데 해군이 관리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쫓겨났다”고 말했다.

하유마을에는 총 34여가구가 살고 20여가구가 어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군사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지척거리에 있는 저도 땅을 맘 편히 밟아보지 못한다. 70∼80년대에는 어민들이 물리적 고통을 당하기도 했다.

하유마을 송씨는 “저도 인근 해상은 어장이 좋아 진해서도 낚시를 하러 자주 왔다”며 “저도 가까이에서 고기를 잡으려 하면 (해)군서 어선에 총을 쐈다”고 말했다. 이어 “해군 바지선이 있었는데 거기서 얼굴을 얻어맞기도 하고 벌을 서다가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있다가 오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특히나 대통령이 방문하면 저도 주민들은 숨을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유마을 한 주민은 “5공시절 대통령이 오면 저도 인근 해안뿐만 아니라 하유마을까지 경호가 삼엄했다”고 말했다. 바다는 해군이 경호하고 육지인 하유마을 부근은 청와대가 통제했다.

장목면 한 주민은 통제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아들이 심한 병에 걸려 부산 아니면 마산의 큰 병원에 가야할 상황이었는데, 당시 배로 가면 2시간이면 될 거리를 차를 타고 나가 한나절이 걸렸다”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이 한 번 오면 장목면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셈이다.

수십년 지속된
외딴섬의 비극


저도는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시작해 역대 대통령들의 큰 사랑을 받은 섬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도를 자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하유마을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인근 장목면은 ‘상왕’ ‘왕실장’ 등의 별명을 갖고 있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고향이다. 유력 정치인들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은 현재 소수 특권층의 놀이터로 전락해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 해군 장성 부인들 파티가 저도에서 열렸다. 이때 해군은 함정까지 동원하며 40여명의 장성 부인을 에스코트 했고, 700만원의 군 예산을 편법으로 조성해 숙박비와 격려품을 제공했다.

행사에는 당시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의 부인도 참석했다. 해군은 “영화 <연평해전> 제작비 모금에 도움을 준 부인들을 위한 행사였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파티서 바지 위에 속옷을 입은 여성이 춤을 추는 사진이 공개돼 비난 여론이 들끓기도 했었다.

장목면 발전협의회장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경치로 관광지로서 가치가 뛰어난 저도에 일반 국민은 접근조차 할 수 없는데, 소수 특권층은 자유롭게 저도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남대는 일반 국민에게 개방되면서 관광지로서 인기를 누리고 있지 않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거제도 북단 돼지섬…해군 주민에 총질
박근혜 대통령 어린시절 추억 서린 곳

저도는 거제의 대표적 관광지인 외도의 3배 크기에 달하며 섬 전체가 해송과 동백이 군락을 이룬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202m 길이에 달하는 인공해수욕장도 조성돼 천혜의 관광지로 꼽힌다.

아울러 거제시 북단에 위치해 부산과 마산으로 통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접근성을 높인다. 장목면 발전협의회장은 “자연환경이 외도와 비교가 안 될 정도”라며 “엄청난 부가가치가 있는 저도가 거제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주장하는 군사요충지로서의 가치는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미 거가대교가 저도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비밀 보장이 어려운 상황이고, 또한 저도에는 해군 소대병력 밖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군은 저도에 3.2km에 달하는 산책로를 만들고 제1전망대·제2전망대도 갖춰 특권층만을 위한 관광지로 조성했다. 지난 2010년에는 대우건설이 저도에 콘도시설을 지어주는 조건으로 거가대교 건설을 허락하기도 했다.

군사시설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환 불가를 외친 해군이 정작 거가대교 통과 전제 조건으로 그들의 휴양을 위한 콘도시설 기부채납(40억원 상당)을 요구한 셈이다. 아울러 저도에서 불과 2km 떨어진 장목면 구영해수욕장에는 해군전용 휴양소가 이미 설치돼 있었다.

이상한 국방부
반환은 언제?


거제시민들은 저도가 거제의 품으로 되돌아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앞서 저도 통제로 인해 고통 받던 어민들의 집단 민원에 의해 문민정부 시설인 1993년 11월19일 대통령령에 따라 저도 청해대 시설이 해제됐다.

같은 해 12월1일 저도는 행정구역이 진해시에서 거제시로 환원됐다. 행정구역만 환원됐을 뿐, 현재까지 국방부 소유지로서 외부인 출입과 주변 어업활동은 여전히 제한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해군은 ‘중요군사시설’ ‘전략적 요충지’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25년이 흐른 지금까지 국방부와 해군은 매번 같은 이유를 들며 저도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저도에는 특권층을 위한 콘도시설이 들어섰고, 해군 장성들의 놀이터가 됐다. 이 같은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저도 반환’을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지난 9일 더민주 거제지역위원회는 “거제시민들의 지속적인 저도 반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시민 품으로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저도 반환을 더민주 대통령 후보 정식 공약으로 채택해 정권교체와 동시에 저도 반환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993년부터 군장병과 가족 하계 휴양소로 저도를 운영 중이라는 국방부의 설명도 허울에 불과했다. 지난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저도 군장병 휴양소를 이용한 319명 중 병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장성과 영관급이 247명으로 즉 군 고위간부들에게만 ‘추억의 장소’가 됐다.

장성 부인들 파티…특권층 전유물
이상한 국방부…환수 분위기 고조


지난 5일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도 정책구상과 관련한 긴급좌담회를 통해 “저도 반환은 지역 어민들의 생업권, 경남도민들의 생활편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선공약 추진을 기정사실화했다. 거제시발전연합회도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거제시발전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하루빨리 거제시로 이관해 경남의 대표적인 친환경적인 국민관광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권의 이 같은 적극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은 기대감과 동시에 우려감을 표명했다. 하유마을 한 주민은 “저도가 거제로 반환되면 외도보다 더 큰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기(거제시 장목면) 출신인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도 저도는 거제로 반환되지 않았다”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쉽게 반환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출신의 정치인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지난 2004년에 저도 반환을 추진했던 바 있다. 하지만 추후 박근혜정부의 실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저도 반환에는 무관심했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2004년은 당시 문 전 대표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던 시절로 그가 ‘문제의 진상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당시 정권은 국방부의 논리에 편승해 저도 문제에 한발 물러섰다. 그 결과 저도는 특권층의 전유물로 전락했고, 전략전 요충지이자 중요 군사시설이라는 국방부의 논리는 더욱 공고해졌다.

아직도 모르쇠
현대사의 아픔

정부는 거제시의 수십년 동안의 간곡한 요청에 대해 모르쇠고 일관하고 있다. 야권이 저도 반환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막상 현실적인 문제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정가로부터 나오고 있다. 거제시 한 지역 정치인은 저도에 대해 “저들은 낭만과 흥을 위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았지만, 저도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별장 ‘청남대’는 지금…

역대 대통령들의 대표적 별장으로 베일에 가려졌던 청남대(충북 청원군 소재)는 지난 2003년 4월18일 국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의미의 청남대는 1983년 지어졌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해 “이런 곳에 별장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돼 지어졌다고 알려진다.

청남대가 들어서면서 엄격한 통제로 인해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대통령이 방문할 때는 경찰이 1주일 전부터 마을 곳곳을 수색할 정도로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1988년 국회 5공 비리 조사특위서 폐쇄가 검토되기도 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별장들을 하나 둘 씩 폐쇄했지만 청남대 한 곳만은 남겨뒀다. 청남대 반환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14년여가 흐른 현재 청남대 누적 관광객은 10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