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비주류 반전카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09 11:02:22
  • 호수 10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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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연대로 친문 옥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벚꽃대선’ ‘찜통대선’이 거론되는 가운데 친문(친 문재인), 비문(비 문재인) 간 갈등 양상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친문계로 꾸려진 상황에서 비주류가 어떠한 반전 플랜으로 친문을 견제할지 여부에 정치권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지난해 8월27일 전당대회를 통해 친문계로 당 지도부가 구성됐다. 당시 추미애 후보가 친문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음과 동시에 비주류로 불리는 이종걸(전 원내대표)·김상곤 후보(전 혁신위원장)를 누르면서 당 대표에 올랐다. 아울러 4개월여가 흐른 현 시점에 친문계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섀도 캐비닛에…

문 전 대표는 야권 대통합, 섀도 캐비닛(예비내각)을 거론하면서 대권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비주류는 개헌카드를 꺼내면서 친문계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더민주 비주류와 국민의당 의원들은 국회서 개헌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김종인 전 대표, 김부겸·원혜영(이상 더민주) 의원,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 박지원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특히 김종인 전 대표는 “촛불집회는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변화를 추구하고 사회 각 분야의 개혁을 요구하는데 정치권은 실질적으로 무엇을 추진하고 있느냐에 대해 냉정히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기) 3년이 지난 대통령이 4~5년차에 제대로 일한 대통령을 저는 30년간 보지 못했다”며 임기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의 공동주최자인 김부겸 의원은 “촛불민심이 바라는 국가대개혁의 완성은 개헌”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분권형 직선대통령제, 경제민주화, 직접 민주주의 확대 등 개헌의 방향을 제시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20대 국회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새로운 헌법에 기반한 제7공화국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2020년 국회의원 선거일을 제안했다.

이러한 개헌 모임에 친문계가 반감을 갖는 결정적 이유는 문 전 대표가 임기단축을 골자로 한 개헌을 ‘정권 연장용’이라며 비주류가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친문계는 비주류가 개헌을 고리로 힘을 규합하는 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4일, 더민주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서 발간된 이른바 <개헌저지문건>을 통해 친문계의 개헌에 대한 인식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12월29일에 작성된 해당 보고서는 “현실적으로 대선 후 개헌을 약속한다 해도 대선 뒤의 경제 위기나 각종 현안으로 개헌 추진이 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제3지대가 촛불 민심에 반하는 야합임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라고 적시됐다.

이 같은 결론의 보고서는 문 전 대표를 사실상 대선주자로 상정해 놓아야지만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비주류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더민주 주류 측은 새누리당 분당 이후 정치권에 강하게 부는 합종연횡과 제3지대 바람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이에 비주류 의원들은 즉시 반발했다.

친문일색…비주류들 불만 최고조
박원순, 이재명…제3지대론 속도


당내 비주류인 박용진 의원은 지난 3일 “(문건 내용이)사실이라면 광장서 들던 촛불을 당 안에서도 들어야 할 판”이라며 “문제의 문건은 문 전 대표를 당 대선후보로 전제한 인식들이 보인다. ‘누구의 사당이냐, 패권주의에 사로잡힌 정당이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추 대표는 “저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관련 문건 작성을 지시한 적도 없고 보도가 나온 후에야 관련 문건의 내용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민주연구원서 밝힌 바처럼,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자기들끼리 돌려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인됐으나, 민주연구원의 명예는 물론 당의 단합과 신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더민주 주류 측은 개헌 문건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친문, 비주류 간 갈등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민주 비주류는 크게 김종인계, 민평련(고 김근태계), 손학규계로 분류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총선서 당을 원내 제1당에 올려놨지만 친문계에 의해 당내 2선으로 밀려났다.

2선으로 밀려남과 동시에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에게 연일 쓴소리를 내며 각을 세웠다. 현재는 제3지대를 구성하는 중심축으로 야권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인사로 꼽히고 있다.

특히 반기문-김종인 연대, 정의화-김종인 연대 등이 거론되면서 더민주 비주류 인사들이 김종인발 정계개편에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비주류의 한 축으로 꼽히는 민평련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 전 대표를 선택하지 않고 손 전 대표를 택했다. 민평련은 김근태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난 뒤 세력이 약해 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숫자는 20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는 친문이 당을 장악했기 때문에 몸을 낮추고 있지만 언제든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 손 전 대표의 행보에 더민주는 주목하고 있다. 일단 손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더민주 내 손 전 대표를 따르는 이들의 탈당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더민주서 손 전 대표를 따라 탈당할 경우 ‘당을 분열시키려고 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손학규계 의원 10여명이 탈당해 손 전 대표의 ‘국민주권개혁회의’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에 대해 “관련 의원들에게 전화해보니 보따리 싸는 어떤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일축했다.

우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에선 “지지자 입장에서 동요하지 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손 전 대표의 움직임에 대해 “국민의당에 합류해 경선을 치르면 본격적으로 더민주서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더민주 지도부가 이탈자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이 연대?

최근에는 비주류가 당내 경선서 박원순-이재명 연대를 통해 문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기류도 포착된다. 한 비문계 중진 의원은 “대선 후보 경선서 이재명-박원순 연대를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주류는 ‘문재인 대세론’이 공고한 현 상황서 본격적으로 경선 국면에 들어설 경우, 잠룡들의 연대를 통해 기존 판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희정 ‘손 때리기’ 왜?

지난 4일, 안희정 충남지사는 손학규 전 대표를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 동지가 되어 나라를 잘 이끌어보자고 만든 조직 아니냐”면서 “그런데 그 동지가 어떻게 해마다 그렇게 수시로 바뀌냐”며 손 전 대표를 겨냥했다. 아울러 손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종용키도 했다.

이에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안 지사는 문재인의 한명회”라며 비난했다. 그는 “폐족에서 왕족으로 부활하려고 문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모습이 한심해 보인다”며 “안 지사는 본인 정체성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이냐, 대선후보냐”고 일갈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손 전 대표를 옹호하고 나선 배경에는 손 전 대표의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손 전 대표에 러브콜을 보냈고, 이에 손 전 대표는 긍정적으로 화답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지사의 손 전 대표 때리기는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불편한 상황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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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